5화 노림수
아주 반가웠다.
역사를 배웠던 입장에서 윤휴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반가움을 표하려는 순간, 과거 송시열이 윤휴에게 한 위대한 어록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처음 송시열이 되었을 때 이를 상기하고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쥐구멍을 찾아서 숨고 싶을 정도였다.
“…….”
덕분에 반가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냥 민망했다.
만나지 않는 게 좋았다.
그리고 떠오른 사실.
유추까지 하지 않아도 결론이 나오는 사실.
윤휴는 나를 아주 싫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빤히 쳐다봤다.
그나저나 불꽃 같은 삶을 살고 간 윤휴였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색은 아닐까 하는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겉모습은 멀쩡했다.
다만, 열기를 후끈 끌어올리는 묘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원 역사에서도 윤휴는 후퇴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우회할 줄도 몰랐다.
결론을 내리면 오직 직진했던 인물이었다.
송시열과 정면충돌할 정도였으니까 정말 앞만 보고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불꽃 같은 삶을 산 윤휴였다.
지금 얼굴을 보니까 딱 그렇게 생겼다.
불꽃처럼 말이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허. 지금 소생을 비웃으셨습니까?”
나에 대한 경멸이 잔뜩 담긴 목소리.
이해할 수 있었다.
송시열이 정말 잘못했으니까.
나는 민망하게 웃었다.
“허. 또 비웃습니까? 그래요. 이번에도 소생의 부족함이 떠오르십니까?”
아. 송시열이여.
대체 어쩌자고 그런 말을 했단 말인가.
나는 윤휴를 달래듯 말했다.
“오해가 있군. 자네를 비웃은 게 아닐세.”
“하! 참으로 간악합니다.”
초입부터 워딩이 보통은 넘는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시비를 거는 것이다.
딱 봐도 나보다 어린 거 같은데.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 나보다 어린 게 아니라 송시열보다 어린 거지.
크게 개탄하며 말했다.
“무슨 속셈이냐니? 그리고 간악하다니?”
“소생이 대감을 모릅니까?”
“잘 알겠지.”
“하여, 간악하다고 한 것입니다.”
계속 시비다.
알겠는데, 다 알겠는데…… 왜 이러는지 알겠고, 송시열이 원인 제공자이긴 한데 기분이 좋지 않다.
백주에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과거 송시열이 아무리 잘못했다고 할지라도, 내가 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나도 까칠해질 수밖에 없다.
“알면서 왜 묻나?”
“…….”
“더 할 말 없으면 가도 되겠나?”
“무슨 속셈으로 3년 복을 주장하셨습니까.”
정치판이 밑도 끝도 없는 건 조선이나 대한민국이나 다 비슷한가 보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하면, 1년 복이 옳은가?”
“당연…… 실언했습니다. 어쨌든 서인의 학문은 이기일원론이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서인은 왕실과 사대부의 예법이 같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
“가르침 고맙네.”
윤휴는 황당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말했다.
“이해할 수 없군.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가?”
“대감의 의도가 문제입니다.”
“자네는 반대하려고 정치하나?”
“예?”
“내가 1년 복을 주장해야 피를 토하며 반대할 수 있는데, 3년 복을 꺼내니 반대할 명분이 없어서 이리 나오는 거 같아서 하는 말일세.”
내가 너무 정곡을 찔렀나?
윤휴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자네가 원하는 게 뭔가? 남인이 옳다고 여기는 3년 복이 관철되는 건가? 아니면 나와 싸울 빌미를 찾는 건가? 더 쉽게 말하겠네. 원하는 게 학맥의 정당성인가, 반대할 명분인가?”
이런. 제법 당황했나 보다.
내 말에 윤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불꽃보다 더 흔들렸다.
“……대감께서 그런 생각을 하여 3년 복을 주장하셨다는 겁니까?”
“좋을 대로 생각하게.”
“그걸 믿으라는 겁니까?”
“거기까지 내가 신경을 써야 하나?”
“졸렬하기 이를 데가 없는 우암 송시열 대감께서요?”
“…….”
“또한 정치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감께서 말입니까?”
와…….
이 정도면 싸우자고 대놓고 시비 거는 건데?
진심으로 표정 관리를 하기 어려웠다.
내가 아니라 송시열을 욕하는 건데, 어쨌든 나를 욕하는 것이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1년 복을 주장하면 되겠나? 자네가 나를 설득했다는 내용과 함께?”
윤휴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아주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입가가 움직였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등을 돌려 사라지고 싶었다.
재빨리 행동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윤휴의 세 치 혀가 더 빨랐다.
“그렇군요. 그렇게 소생을 치우려고 한 것이군요.”
“…….”
진짜 머릿속이 얼마나 꼬여 있으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송시열이 상상 그 이상이었거나.
“마음에도 없는 3년 복을 주장했다가, 소생이 의아하여 정중하게 의문을 표할 때 어쩔 수 없다는 듯 철회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
“그런데 대감. 수가 너무 얕았습니다. 소생이 그렇게 허술해 보이십니까?”
미친놈인가…….
그리고 나는 딱히 ‘정중하게’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았는데?
단전에서부터 황당함이 올라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휴는 그렇게 혼자 떠들더니 냉소를 날리고 등을 돌렸다.
진짜 황당했다.
곱씹을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별 흉흉한 일이 다 생긴다.
흉악한 세상이니 몸이 절로 사려졌다.
세상만사가 참으로 엉망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터벅터벅 걸었다.
세상을 한탄하며 그냥 걸었다.
어느새 궐 밖이었다.
나를 보자 황급히 달려오는 무리가 있었다.
“대감.”
가마꾼들이었다.
그들의 뒤에는 쌍가마라고 불리는 쌍교(雙轎)가 있었다.
가마의 앞뒤로 뻗은 가마채를 앞뒤 말의 안장 좌우에 걸고, 가마 옆으로 가로지른 대를 4명의 가마꾼이 잡아 균형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가마였다.
그러니까 말 2마리, 말몰이꾼 2명, 가마꾼 4명이 최소 인원이었다.
참 휘황찬란하게 생겨 먹은 쌍교는 2품 이상의 관리와 관찰사, 승지를 지낸 사람만 탑승할 수 있었다.
대충 가마에 올라탔다.
사실 승차감은 별로였다.
그래도 그냥 탔다.
걸어가려니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서.
게다가 내가 용을 쓰더라도 쌍교보다 좋은 도구를 만들 능력도 없다.
또, 만들면 뭐 하나?
도로가 개판이라서 승차감은 변화가 없을 건데.
대충 잡생각이나 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내게로 오는 것이었다.
싫다. 진짜.
송시열은 정말 쓸데없이 아는 사람이 많다.
혼자 있을 시간이 너무 없다.
가뜩이나 심란한데 말이다.
그래서 말했다.
“출발하게.”
“예?”
당황한 가마꾼들의 목소리.
느껴졌다. 이건 백 프로다.
저기 다가오는 사람과 나는 아주 밀접한 관계다.
그래서 더 확실하게 말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나?”
“예, 예. 대감.”
그 즉시 가마가 움직였다.
나는 재촉했다.
“빨리.”
“예, 예.”
가마의 속도는 빨라졌다.
그러자 뒤에서 들리는 다급한 외침.
“우, 우암!”
그래서 나는 말했다.
“더 빨리.”
“…….”
가마꾼들의 당혹감이 느껴졌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지금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바로 지척에 또 다른 쌍교가 나타난 것이다.
정확하게는 내가 탄 쌍교를 쫓아오고 있었다.
슬쩍 봤는데 아까 그 사람이다.
나는 미간을 와락 찌푸리며 말했다.
“자네들,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대, 대감.”
“나는 내 쌍교가 조선에서 가장 빨랐으면 좋겠네.”
“!!!”
대경한 가마꾼들은 다급하게 움직였다.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자 다른 쌍교도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내며 빨리 다가왔다.
“우, 우암!”
다급한 목소리.
그나저나 날 보고 대감이라고 부르지 않고, 우암이라고 했다.
이를 감안하면 필시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물이 분명했다.
아주 피곤해질 거 같아서 말했다.
“따라잡히겠군.”
“!!!”
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러나 다른 쌍교와의 거리두기는 기어이 실패하고 말았다.
“우암!”
바로 옆이었다.
참으로 집요한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정보가 입력됐다.
과거 여말선초 시기에는 유종(儒宗)이라는 지고한 호칭이 있었으나, 성리학이 고도로 발전하며 여러 갈래의 학맥이 생긴 작금의 조선에서는 누구도 사용할 수 없었다.
대신 사용되는 명칭이 있었으니 바로 거유(巨儒)였다.
이는 성리학이 최고 수준의 경지에 오른 이를 향한 최고의 찬사였다.
“우암. 나를 보지 못했나?”
나를 쫓아온 이는 바로 당대의 거유(巨儒) 중 한 명인 송준길이었다.
나와는 친척(親戚) 관계 즉 6촌형으로서 나와 함께 양송이라고 불렸는데, 무려 송시열과 학문적 경지가 비슷하다는 것이니 그 수준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6촌형인 송준길을 따돌리고자 했던 것이다.
이는 아주 부적절한 처세가 아닐 수 없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송구합니다. 형님.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허. 몇 번이나 불렀건만.”
“요즘 잘 안 들립니다.”
“그런 사람이 관리들의 뒷말은 어찌 그리도 잘 듣나?”
며칠 안 됐지만 이 시절 사대부들은 정말 세련되게 사람을 깐다.
지난 번 정태화도 그렇고, 지금 송준길도 그렇고.
“……가마의 속도가 빨라서 미처 듣지 못했습니다. 바람 소리도 크고.”
“자네와 내 마차는 같은데?”
“소제의 가마꾼들이 참으로 열의가 넘칩니다.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자네가 잘 처신해야지.”
“나이를 먹을수록 귀가 잘 안 들리더군요.”
“내가 자네 형일세.”
“누가 알면 열 살은 많은지 알겠군요. 고작 한 살 많으십니다.”
“한 살은 많은 게 아닌가?”
“남이었으면 벗을 해도 될 나이지요.”
“어쩌겠는가. 우리는 혈육이거늘.”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언변.
짧은 대화였으나 어떤 인물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엄청난 잔소리꾼이었다.
대충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반갑기만 한가?”
빠져나갈 수 없는 구렁텅이다.
아주 깊기까지 하다.
송준길은 심각함을 가득 담아 묵직하게 말했다.
“경국대전을 언급하며 1년 복으로 정리하는 게 옳았네.”
이 사람도 이 말을 하는구나.
귀찮다. 정말.
이 시절 사대부들은 왜 이렇게 싸움이 하고 싶을까?
화합, 타협. 이런 거 모르나?
나는 입맛을 다시면서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가마꾼을 쳐다봤다.
“그나저나 자네는 뭐 하나? 더 빨리 가게.”
“소, 송구합니다. 두 분께서 대화를 나누시기에 속도를 맞추다 보니.”
“대화는 우리가 할 일이고 자네는 자네의 일을 해야지.”
“예, 예. 대감.”
“최선을 다하게. 아. 형님. 조금 전에 뭐라고 하셨습니까?”
“예법은……. 이보게, 우리도 속도를 좀 내게.”
“예. 대감.”
잠시 멀어지는 듯했으나, 송준길의 쌍교도 속도를 내면서 거리두기는 다시 실패했다.
아니, 이 정도 했으면 눈치껏 사라질 수 없을까?
사람이 왜 저럴까.
정말 답답했다.
뭐.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신분제의 나라에서 고관대작을 하고 학문도 높다.
그러니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생활이라는 걸 제대로 해볼 기회가 있었겠나.
“……예법은 붕당의 기반인 학맥의 존립과 연결된 것일세.”
“그렇지요. 아. 이보게. 조만간 더 좋은 말을 구해오게. 영 답답하군. 아. 송구합니다. 형님.”
“……한데, 어찌 3년 복을 주장한 것인가.”
송준길의 목소리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대충 강의를 시작할 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들었다.
“학맥은 붕당의 근간일세. 심지어 자네가 직접 3년 복을 언급한 건 우리 서인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은 것일세.”
“…….”
“대체 무슨 의도로 그리했나?”
“…….”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송준길의 말.
진짜 노골적으로 말이 많다.
정태화가 내 말을 들으면서 제 말을 많이 하는 유형이라면, 송준길은 그냥 잔소리다.
잔소리의 핵심은 비슷한 표현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또, 상대의 실수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탓을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를 원한다면 굳이 말을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그냥 잔소리하러 온 것이다.
아주 듣기 싫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송준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암. 나조차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사달이 나도 제대로 날 것이네.”
아무리 잔소리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뜻까지 잔소리로 치부할 수는 없다.
송준길은 정말 심각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이해하게 됐다.
예송 논쟁은 내가 대한민국에서 배운 것보다 더 거대한 함의가 있다는 걸 말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이렇다.
한국 정치를 보면 진보와 보수가 있다.
두 세력의 복지 공약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전자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후자는 선별적 복지를 말한다.
이 정도는 정책의 경쟁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예송 논쟁을 이 정도 수준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이게 아니었다.
정당의 근본 이념 수준이었다.
한국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의 가장 완벽한 차이.
바로 대북관이다.
전자는 포용론, 후자는 강경론을 말하며 이는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진보와 보수 양측 모두, 절대로 포기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내가 3년 상을 주장한 건 진보 세력이 대북 강경책을, 보수 세력이 대북 포용론을 말한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정당은 붕괴한다.
당 대표는 당원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에 노출된다.
지금 내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각지에서 항의가 빗발치고 있어. 머지않아 엄청난 상소가 올라올 것일세.”
“올라오면 어찌 됩니까?”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가. 남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할 것일세. 자중지란에 빠진 우리가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나. 이를 대체 어찌하실 생각인가.”
……잘 나가다가 또 잔소리.
비슷한 말을 계속 반복하는 최고 단계의 잔소리였다.
더 듣고 있으면 아플 것 같았다.
“요지가 무엇입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네.”
“번복하라는 겁니까?”
“번복이 아니라, 근본을 바로 잡는 것일세. 애초 경국대전을 예로 들어 1년 복을 주장하면 될 일이었네. 한데, 3년 복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순식간에 다시 시작된 잔소리.
그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인사이니 예사롭지 않겠지만 말이다.
“대체 어찌하실 생각인가.”
빠른 속도로 지친다.
‘대체’라는 말만 수십 번은 들은 기분이었다.
“형님. 소제는 3년 복을 철회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인가. 남인과 논쟁을 펼치기도 전에 서인 내부의 비판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
예송 논쟁을 탄생부터 막으려니 이런 정치적 난제가 발생하는구나.
송준길이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으나, 여차하면 나를 영수에서 탄핵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자고로 당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당 대표는 식물이나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예송 논쟁의 탄생은 막아야 한다.
이 난국을 돌파할 방법이 무엇일까.
내 역할은 예송 논쟁을 막는 것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현종은 상당히 유능한 왕이니 말이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선택이 하나 떠올랐다.
서인과 남인 정객들의 입을 싹 다물게 할 수 있는 방법.
나는 송준길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다.
시원하게.
“사직할 생각입니다.”
내가 모든 걸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하면 서인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리라.
예송 논쟁을 조기에 치워낼 수만 있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리고 사실 애초에 나는 관직에 미련도 없다.
미련은 젊은 관리들을 볼 때만 생겼다.
송시열에게는 단 하나도 미련이 없다.
그런데…….
“오랜만에 계획이 있나 보군.”
“예?”
“오랜만이 아니라 처음인가?”
“…….”
이건 또 무슨 경우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