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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노래하라-72화 (72/298)

72화 역사에 기록될 능력(1)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유형원은 절대 출사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을 뿐이었다.

낙향할 때 하더라도 조용히 곱게 혼자 내려가라고.

수틀리면 서인 일색의 중대본 아니 조정을 만들 수도 있다고.

분란의 책임까지 떠넘겼으니 유형원도 생각이라는 게 있으면 알아서 잘 판단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

“…….”

그런데 복통은 왜 이리도 심한지 모르겠다.

사가에 도착하여 누운 뒤로 계속 아프다.

도저히 참기 어려워서 소감원을 먹었으나 약을 넘기지도 못하고 토해버렸다.

“…….”

설마 지금 나 떨고 있는 거야?

고작 유형원 따위에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내게 유형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의 간악한 세 치 혀에 현혹된 허적 이하 남인 세력 때문이었다.

그들이 단체로 사직할까 걱정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들은 필요했다.

어지간하면 편하게 가고 싶은데 싸워야 할 상대가 무려 ‘경신 대기근’이지 않은가.

영혼까지 털리고 싶지 않으면 무조건 하나 된 조선을 만들어야 했다.

하나로 뭉쳐도 숨쉬기도 어려운 미증유의 재난인데 반으로 갈라진 조선으로는 절대 승산이 없다.

그러니 그들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다시 생각이 미치니 떠오르는 결론이 있었다.

“…….”

내가 경솔했다.

젠장.

“미치겠네.”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출사 여부를 떠나서 설득의 모양새를 취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최악의 수를 사용한 꼴이 됐다.

중대본의 인사들이 나를 비난하게 될 상황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비판이나 비난은 듣고 흘리면 된다.

그들이 중대본을 박차고 나가는 상황이 두려웠다.

머리가 지끈거렸고, 복통이 심해졌다.

“……그래도 설마하니 진짜 사퇴할까?”

아쉽게도 그럴 거 같다.

마치 태풍이 불어 산을 흔들고 들판을 쓸어버린 것만 같았다.

초목이 다 떨어지고 시들어 마치 한겨울 같았고 이삭이 여물지 않은 연한 곡식은 짓밟힌 것 같은 느낌이 나를 지배했다.

조선 전체가 재해에 시달리더니 나도 휘말리고 말았다.

세상은 이렇게 혹독했다.

잠이라도 잘 수 있으면 현실에서 잠시라도 도피하겠는데, 그것도 어렵다.

온몸이 고단함에 짓눌리고 있는데도 잠이 안 온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숨을 쉬는 것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오늘도 밤을 지새우고 말았다.

동이 트니 다시 한숨만 나왔다.

중대본에 갈 일을 생각하니 진짜 답답했다.

모두 줄사퇴를 하여 아무도 없을 것만 같았다.

복통이 더 심해져서 이번에는 삼백산을 먹어봤는데 잘 넘어가지 않았다.

뭐 하나 되는 게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출근해야지.

남인이 없으면……?

한 명씩 다시 만나서 눈물로써 호소해야지.

다 내 탓이다.

다 내가 수양이 덜 된 탓이었다.

“…….”

세상이 모두 황폐하고 삭막하게 보였다.

몸도 아프고.

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동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새 중대본에 도착해버렸다.

그런데 모두 등청(登廳)한 상태였다.

아직 사직서를 던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 머릿속은 맹렬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모두……?

왜…… 윤선도도 있지?

나는 눈을 껌뻑였다.

그때였다.

“참으로 고생하셨소.”

허적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설마 삼고초려라는 행위 자체로 모든 걸 넘어가는 걸까?

그래서 윤선도도 복귀했고?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결과적으로 중대본은 무탈하게 유지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자네에게 이런 면이 있을지는 몰랐네.”

“하하하. 소생이 우암도 한다면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송준길과 윤선거가 나란히 말을 꺼냈다.

하긴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했다.

송시열이 고작 유형원 따위를 설득하고자 삼고초려를 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리 변했다는 말이 나와도 송시열은 송시열이니, 말이다.

“이렇게 살 줄 아셨으면서 그동안은 왜 그러셨습니까. 어쨌든 소생은 이번에 대감을 정말로 다시 봤습니다.”

너털웃음을 동반한 윤휴의 말.

“거두절미하고 잘하셨소. 참으로 잘하셨소. 나는 본부장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소. 과정이 고약하긴 했어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였소.”

칭찬인지는 애매하지만 웃음을 동반한 허목의 말.

“중대본에는 발도 내밀지 않으려고 했는데, 본부장의 전향적인 태도에 다시 왔소.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한다면 어찌 갈등이 있겠소이까.”

엷은 미소를 억지로 숨긴 윤선도의 말.

저 사람까지 이렇게 나오니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나의 삼 일은 헛되지 않았다.

마음고생이 한순간에 끝났다.

복통도 멈춰버렸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분위기였다.

시선이 모두 내게 집중……이 아니었다.

모두 중대본의 입구를 보고 있었다.

딱 그때였다.

문이 열렸다.

인기척이 들렸고.

누군가 들어왔는데……?

들어오긴 했는데……?

나는 눈을 껌뻑였다.

계속 껌뻑였다.

미친 듯이 껌뻑였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은 딱 하나였다.

저 새끼가 왜 여기 있어?

그랬다.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온 새끼는 바로……

“유형원이라고 합니다.”

유형원이었다.

귀신이 아니라 진짜 유형원이었다.

그러니까 저 새끼가 왜 여기 있냐고.

누구라도 좋으니까 설명을 해달라고.

“대감. 귀신이라도 보셨습니까?”

누가라도 좋은 데 하필이면 유형원이었다.

할 말은 없었고 그냥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저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우리 사이에는 분명한 스토리가 있었으니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니까.

“하하하. 유비가 제갈량을 찾듯 대감께서 삼고초려를 하여 소인을 설득하지 않았습니까.”

“…….”

“불과 하루 전의 일인데 벌써 잊으셨습니까?”

그러니까 대체 우리가 언제 의기투합했냐고 묻고 싶으나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는 건 단번에 깨달았다.

중대본의 인사들이 방긋 웃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건, 삼고초려라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유형원을 설득했다고 ‘오해’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었다.

“소인은 대감께서 그토록 간절하게 말씀하실 때 고민이 깊어졌지요. 심지어 눈물까지 글썽이셨을 때는 차마 매몰차게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 낙향을 일시 미루기로 했지요.”

다 헛소리다.

그런데 내 귀에는 딱 한 단어가 못 박히듯 꽂혔다.

‘일시’였다.

그러니까 수틀리면 언제라도 낙향할 의향이 있으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하하. 우암. 정말 눈물까지 글썽였나?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 할 일이군.”

송준길을 시작으로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한마디씩 보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유형원을 지그시 쳐다봤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사직을 무기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는 발상 자체가…… 아니구나. 이건 송시열의 전매특허였구나. 그냥 넘겨야겠다.

아무리 내가 한 게 아니라도 내가 송시열인 이상 이걸로 문제 삼기가 힘들다.

그리고 하나 더, 어쨌거나 유형원이 결합했다.

비록 그의 인성은 추악하지만 능력만큼은 확실하니 어찌 불행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또, 추악한 그의 세 치 혀로 중대본이 튼튼하게 유지되게 되었으니 어찌 더럽다고만 하겠는가.

나는 군자의 아량과 대인의 풍모로서 이 모든 걸 그냥 덮기로 했다.

“인사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소?”

허적이 넉넉하게 웃으면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리고 곧장 유형원을 바라봤다.

“생각은 해봤는가?”

“물론입니다.”

유형원은 바로 딱 앉더니 문서를 내밀었다.

사람 수대로 필사를 해온 것이 분명했다.

희한한 건 자기 문서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모든 내용을 숙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자기 자랑이다.

그리고

“이참에 수레를 보급하겠습니다.”

시작부터 아주 미친 소리를 한다.

심지어 보급하자고 제안하는 것도 아니고 보급한단다.

“지금이 아니면 조선은 수레를 가질 수 없습니다.”

갑자기 수레……?

아니, 하루라도 빨리 군량을 운송하여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백성을 구휼해야 하는데 갑자기 무슨 수레란 말인가.

아주 황당해서 썩은 미소를 지으며 쳐다봤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하지만, 소생에게 이상을 현실로 만들 기회와 권한을 주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불가하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알겠습니다.”

아니, 애초에 설득할 생각은 아예 없는 거야?

대화라는 걸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기분이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허적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른 이의 분위기도 별로였다.

“본부장. 분명 실무는 내게 맡긴다고 하셨소.”

“그저 의견을 내었을 뿐이외다. 지금 수레를 제작할 여력이 없으니 말이외다.”

“됐소. 본부장이 어찌하여 불가함을 말했는지는 아오. 그러나 사람을 불러서 의견을 듣기로 했다면 기회는 줘야 하지 않소이까.”

“기회를 주지 않은 게 아니라 알아서 포기했소. 보지 않으셨소이까.”

“본부장 대감께서 단호하게 반대하시는데 미관말직도 아닌 소생이 어찌 나서겠습니까.”

“…….”

“괜찮으니 반계. 자세히 말해보게. 수레라니?”

“감사합니다. 호판 대감. 조선은 무엇을 하더라도 늘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변화와 발전이 없을 수밖에 없었지요.”

내가 또 뭔가를 크게 잘못하긴 했나 보다.

그래. 뭐 일단 들어나 보자.

한숨도 안 쉬고 그냥 자세 똑바로 하고 들었다.

“우선 소생이 드린 문서의 첫 장을 보십시오.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농사일에 쓰인 수레를 전차(田車)라고 합니다. 전차 한 채를 운행하면 소 네 마리와 사람 네 명을 아낄 수 있습니다. 과거 인조 대왕 시절 청의 요청으로 조선군이 출병했습니다. 그때 평안도에서 제작한 외바퀴 수레인 독륜거가 활용되었지요. 강화도와 남한산성에 있는 군량 10만 석의 운송에 수레를 사용한다면 어찌 일이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유형원은 의견을 술술 쏟아냈다.

듣고 있노라면 왜 유형원을 남인들이 그토록 부여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진짜 천재는 확실했다.

성격이 이상해서 그렇지.

그나저나 나의 얕은 지식에 의하면, 조선에서 수레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 중 결정적인 건 바로 도로의 사정이었다.

그런데 몇 마디를 더 들으며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 조선의 도로가 개판이라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지금 유형원은 도로 구축이 아니라 수레의 보급을 말했고, 실제로 잘 사용된 사례를 꺼냈다. 이는 바꿔 말해서 남한산성과 강화도의 군량을 운송할 때는 수레의 이용에 어려움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즉, 나는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그런데 윤선도가 우려를 표했다.

“반계. 우리나라는 수레를 보급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세. 이를 고려하여 제안한 것인가?”

“선생. 소생이 어찌 산이 많고, 길이 험한 우리나라의 사정을 모르겠습니까. 한데, 선생. 험준한 요동팔참에서도 수레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가 답답하게 말했군. 중원과 우리나라는 수레를 만드는 기술력이 너무나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가. 우리는 오랫동안 수레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했네. 이를 어찌 우려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선생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소생은 사람이 타는 수레까지 당장 대거 보급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군량을 옮길 정도만 되어도 어찌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역시 나의 처세는 적절했다.

괜히 지형을 거론했다가는 개망신을 당할 뻔했다.

유형원과 윤선도 모두 나와는 다른 관점으로 수레 보급을 바라보고 있었다.

“냉정하게 따질 때 우리 조선의 전 국토 중 수레 운행이 원활한 곳은 2~3할에 불과합니다. 한데, 중원은 험지나 산골 혹은 습지에서조차 운행합니다. 심지어 200리의 진흙탕에서도 수레를 사용합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과거 임진왜란 때 명군이 수레를 사용하여 군량과 식량을 운반하였으며, 병자호란 때 청군이 소가 끄는 수레로 대포를 실어 날랐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우리도 우리와 어울리는 수레를 만들면 됩니다.”

유형원은 전혀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았다.

말이 길어졌건만 흥분하거나 격앙되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함을 유지했다.

괜히 천재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다.

“소생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수레의 보급을 추진한다면 삼남과 평안도, 황해도의 대로와 수륙의 길이 모이는 평야 지대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역시 지형의 문제는 모두 거론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도로공사를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지금 이 내용을 언급하는 게 맞나?

나만 이런 생각을 하나?

그러니까 지금 언제 수레를 제작하느냐는 것이다.

당장 군량을 옮겨서 백성을 구호해야 하는데……?

그새 유형원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수레 운행이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가능한 곳만 해도 충분합니다.”

유형원은 주야장천 수레의 보급을 역설했다.

나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물었다.

“해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소생은 일관되게 수레의 보급을 청하고 있습니다. 혹시 반대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걸 묻는 게 아닐세. 수레를 보급할 수 있으면 보급하면 될 일이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군량은 언제 어떻게 운송할 것이냐는 걸세.”

“…….”

“수레를 제작하고 보급하는 것과 강화도, 남한산성의 군량을 당장 옮기는 건 별개의 일이라고 느껴지는데?”

유형원은 멈칫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짧았다.

“오래 전 우리나라는 운송량이 10석을 넘으면 주인에게 값을 주고 부리도록 하였습니다. 반대로 10석 미만인 소규모 운행은 징발, 동원하였지요. 그러나 양난을 거치면서 많은 수레가 궁가와 권세가로 넘어갔기에 유상이든 무상이든 구할 방편이 없습니다.”

이 새끼 봐라……?

만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다른 이였다면 의욕이 앞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형원은 순식간에 중대본과 나를 이간질과 갈라치기를 제대로 했을 정도로 정치력이 뛰어나며, 당대 최고의 천재라고 평가받는 사람이다.

그런데 말을 이렇게 빙빙 돌린다……?

분명 노림수가 따로 있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 지금 뭐 하나?”

“무슨 말씀입니까.”

“중대본은 조정을 개혁하는 기구가 아닐세. 한데, 지금 자네는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유형원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나와 말과 유형원의 반응에 다른 이들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관전의 자세를 취했다.

아니, 어쩌면 저들 역시 유형원의 속내가 따로 있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인과 남인이 대립한 흉흉한 조정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객들이 눈치채지 못했으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단 무엇이라도 되게끔 하고자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다.

그러니 유형원의 말을 자르지 않고 지금까지 들었을 것이다.

또, 아직 유형원의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조선에서 수레를 보급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웠지. 그중 가장 큰 건 역시 여론이 아니겠나?”

“…….”

“자네의 언행에 따라서 그 여론을 내가 잠재워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유형원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절대 나와 비교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현실에서 구현하는 힘이었다.

나는 지금 그것을 언급한 것이고.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어떤가?”

유형원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대감께서 그리만 해주신다면 남한산성과 강화도의 군량은 소생이 알아서 옮기겠습니다. 중대본에서는 어떠한 재원이나 인력도 동원하지 않아도 됩니다.”

“뭐……?”

“여쭙지요. 수레 보급을 중대본의 핵심 안건으로 처리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와. 이걸 이렇게 치고 나오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소 1,000채입니다.”

진짜 통이 크다.

그래. 제갈량 흉내 냈으면 이 정도는 해야지.

나는 바로 화답했다.

“나와 대화를 좀 해보겠나?”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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