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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노래하라-136화 (136/298)

136화 This is Joseon(4)

일찍이 이방원이 말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뇌호도 이러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진짜 이래도 문제였고, 저래도 문제였다.

보아하니 귀국하려고 각도기 꺼낸 거 같은데, 지금 상황으로는 정말 어림도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처지가 아닐 수 없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안타까운 건 아니었다.

“일이 복잡하게 틀어질 뻔했소.”

“그러하옵니다. 설마 정사 뇌호가 만동묘 문제를 덮고 귀국을 도모할 줄은 꿈에도 몰랐사옵니다.”

솔직하게 만동묘 건립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죽으나 사나 도성에서 버틸 줄 알았다.

그런데 다 던지고 도주를 시도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또 그래서 이연을 보면 소름이 끼쳤다.

-본부장. 만일 내가 정사 뇌호라면 당장 귀국을 도모할 것이오.

묻고 따지고 할 필요도 없다.

이연이 분석한 판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곧장 연회를 준비했고, 이연을 출격시켜 뇌호를 주저앉혔다.

“그만큼 압박을 크게 느꼈다는 의미가 아니겠소?”

“그러하옵니다.”

“한데…….”

말을 끌면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저러는지는 알고 있었으나 대꾸 안 했다.

결국, 이연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신하들이 참으로 바쁘게 무언가를 하오만 고하는 이가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오?”

“전하. 그 모든 건 충심의 발로이옵니다. 어찌 탓할 수 있겠사옵니까. 그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옵니다.”

청 사신단과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내가 산림의 영수로서 만동묘 건립을 도모한 것처럼 중대본의 핵심들은 각자의 판단과 역량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엄밀히 따질 때 물 들어와서 노를 젓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상대는 언제라도 물을 치워버릴 수 있다.

진짜 각 잡고 눈을 부라리며 다 죽자고 덤비면 우리는 바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

하여, 우리의 태세는 배수진이었으나 배수진이 아니었다.

만일 일이 틀어졌을 때 사령탑이 이연으로 귀결되는 건 곤란했다.

아니, 애초 사령탑이 존재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단일 대오를 형성하여 움직이면 정사 뇌호에게 꼬리를 밟힐 수가 있다.

현재 우리가 그를 일시적이나마 압도할 수 있는 건, 다수의 지도부가 형성되어 산발적인 공세가 펼쳐졌기에 혼란에 빠트렸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여기까지였다.

지금부터 우리는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여 칼을 휘둘러야 했다.

이연 역시 이를 염두에 두었기에 언급한 것이다.

“본부장.”

“예. 전하.”

“그냥 하시오.”

“예……?”

너무 당황했다.

나도 모르게 짧게 답했다.

인지하였는데도 정정할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개입하지 않겠소. 하나씩 세세하게 고하지 않아도 되오.”

“전하…….”

“마음껏 칼을 휘두르시오. 모든 결과는 내가 책임질 것이오.”

“…….”

“대신 꼭 승전고를 가져와야 할 것이오. 나는 전승식을 준비할 테니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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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방문객이었다.

아니 아예 생각하지 못한 방문객이었다.

뇌호는 당황하였으니 속에서 경계심도 거세게 치밀어 올라왔다.

“대인?”

환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을 건네는 사람은 누가 봐도 호인(好人)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대사헌 송준길이라면 상황은 완벽하게 달라진다.

“공이 어찌 오셨소?”

“예조판서 윤선거의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예조판서라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청 사신단에게 죽창을 집어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송준길과는 짧게라도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평소라면 당장 내쳤을 것이나, 작금의 불안정한 정국에서 외교와 정치를 감정적으로 행할 수 없다.

더욱이 우호적인 성향을 보이며 함께 협상안을 도출하였던 예조판서 윤선거의 말을 전하러 왔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말해 보시오. 무슨 내용이오?”

“대인. 만동묘를 그냥 지켜보실 생각입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오?”

“만일 이대로 만동묘를 세운다면 예판과 소인의 입장이 참으로 난처할 거 같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이오?”

“곤룡포를 내어드렸습니다. 한데, 만동묘를 세운다? 차후 입지가 어찌 될 거 같습니까?”

“…….”

“예판은 정치 생명을 걸고 협상에 임하였는데 대인께서 이리 물러나실 수는 없습니다.”

조선은 붕당의 대립이 첨예한 나라다.

말이 과하긴 하였으나 틀린 건 아니었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진 입장에서 송준길의 행동은 크게 반길 일이었다.

다만, 정확하게 정리할 부분이 있었다.

“만동묘를 주장한 무리가 서인이라고 들었소.”

“맞습니다.”

“귀공은 서인이 아니시오?”

“서인의 영수는 우암 송시열이지요.”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오?”

“소인은 사실을 전하였을 뿐입니다.”

말보다 중요한 건 화자다.

같은 말이라도 화자에 따라서 무게와 성질이 완벽하게 달라진다.

작은 흐트러짐조차 없는 꼿꼿한 자세와 가벼운 웃음 하나 보이지 않는 송준길의 태도는 뇌호의 생각을 복잡하게 했다.

“변발령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곤룡포는 조정에서 책임지고 강행할 수 있습니다.”

“…….”

“대인께서 만동묘만 막아주십시오.”

“내가 무슨 수로요?”

“대국의 정사가 아니십니까. 무엇이 어렵겠습니까.”

“조선의 내정이지요.”

“소인들이 조금 보태면 조청 어업 협정과 구휼미를 다시 논의할 수 있습니다.”

“허.”

“공식적으로 반포가 된 일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재논의할 수 있지요. 조정으로서는 만동묘 건립이 협정과 구휼미 확보에 방해된다고 운을 띄울 수가 있습니다.”

“…….”

“대인. 그러기 위해서 오늘 소인과 논의를 도모하신 게 아니겠습니까.”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아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흥미를 유발하는 말이었다.

냉큼 잡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묘하게 무엇인가 내키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대인.”

꼿꼿하던 송준길의 목소리가 은근해졌다.

의아함을 느낄 정도의 변화였다.

그러더니 가져온 물건을 올리며 내밀었다.

상당한 양의 금이었다.

찰나 뇌호의 눈에는 탐욕이 깃들었다.

“일찍이 우리 태종께서 잠저 시절 남기신 시 한 소절이 있습니다.”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힌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과거 어떤 의미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참으로 노골적이었다.

“대인. 소인들이 친청을 취할 테니 대인께서는 친조선이 되어주십시오.”

“친조선이라 하면 귀공들과 통하는 것이겠군.”

“그렇습니다. 대인께서 나서주신다면 나머지는 소인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음.”

“아시다시피 먼저 선수를 취하기는 사정이 여의치가 않으니 말입니다.”

“잠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소.”

“물론입니다.”

송준길은 더 보태지 않고 곧장 일어났다.

아무런 미련이 없어 보이는 간결함은 뇌호의 혼란을 더 키웠다.

동시에 시선은 송준길이 내민 ‘뇌물’에 꽂혀 있었다.

“대인…….”

탐욕을 담은 시선과 번뇌에 휩싸이고 있을 때 들린 떨리는 목소리.

이일선이었다.

뇌호는 미간을 와락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인가.”

“기,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말과 함께 재물을 슬쩍 쳐다본 이일선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그 모습을 본 뇌호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네만.”

“소, 송구합니다. 한데, 꼭 전해야 할 듯하여…….”

“짧게 말하게.”

“호조판서 허적은 조청 어업 협정과 구휼미를 반대하는 듯합니다.”

“뭐…….”

불편한 듯 날카롭게 쏟아내던 뇌호의 태도가 변했다.

“자세히 말하게.”

“차후의 내정 간섭을 우려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내정 간섭이라…….”

조금 전 송준길은 만동묘 건립 주장을 무산시키기 위한 방책이라고 했다.

반면 호조판서 허적의 명분은 전형적인 반청의 논리였다.

같은 주장일지라도 완벽하게 결이 달랐다.

“대인. 소인의 생각으로는 협상을 무산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

“조청 어업 협정과 구휼미를 없었던 일로 한다면 곤룡포는 어찌 되겠습니까.”

일리가 있다.

그런데 난제가 있었다.

“그리하면 조선은 무엇을 얻나?”

이거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협상을 무위로 돌리면 조선은 취할 수 있는 게 없다.

천하를 호령하는 청국과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지 않은가.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질 때 스치는 말이 있었다.

-서인의 영수는 우암 송시열이지요.

송준길도 서인이다.

그리고

-만일 이대로 만동묘를 세운다면 예판과 소인의 입장이 참으로 난처할 거 같습니다.

윤선거도 서인이다.

그런데 서인의 영수는 송시열이다.

“자네 혹시 조선의 정치 지형을 따로 알아보았나?”

“물론입니다. 소인이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할만한 상황이 있는가?”

“송시열이 중대본을 수립하여 붕당의 대립을 완화하였습니다.”

“완화라…….”

뇌호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일선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설령 공식적으로 파면이 거둬지는 게 어려울지라도, 정사의 마음에만 남는다면 언제라도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또, 이를 위하여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대인. 실은 소인이 묘한 흐름을 파악하였습니다.”

“묘한 흐름이라고 하였나?”

“송시열이 소집한 산림의 회합에 송준길과 윤선거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산림의 중추인데도 그러합니다.”

“윤선거는 칩거 중이라 사정이 그렇다고 할지라도, 송준길은 의외군.”

“그렇습니다. 또, 변발령을 획책하였던 위정척사파의 수장 윤증은 윤선거의 아들입니다.”

“…….”

머릿속의 실타래가 괴이하게 움직였다.

윤선거는 친청을 제안하였는데, 아들은 변발령을 획책하여 청 사신단을 궁지로 몰았다.

너무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또 스치는 말이 있었다.

-변발령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곤룡포는 조정에서 책임지고 강행할 수 있습니다.

변발령은 감당할 수 없다……?

조선의 전통을 고려할 때 부자의 뜻이 저토록 다를 수는 없다.

“자네는 줄곧 변발령과 무관하다고 했네.”

“그렇습니다. 대인. 소인은 정말 아닙니다.”

“하면, 해소를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였을 것이네. 혹시 변발령의 시발점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파악하였나?”

“말을 따라가니 유독 떠들고 다닌 이들이 있었습니다.”

“누구이며 어디인가.”

“조선 조정에서 수용한 유민이었습니다.”

“저잣거리에서 번진 말이었다?”

“한데, 그들의 책임자가 유형원이었습니다.”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주도한 구심점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일선의 실언이 아니라 누군가의 획책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니, 설령 이일선이 실언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를 번지게 한 이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했다.

뇌호는 핵심을 물었다.

“그는 서인인가?”

“남인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의 스승이 허목이며, 벗은 윤휴입니다.”

“허적도 남인인가?”

“그렇습니다.”

묘한 가정이 하나 스쳤다.

참으로 재밌는 가정이었다.

“윤증이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가 변발령을 요구했다는 괴소문이 도성 전체를 뒤덮었을 수도 있겠군.”

“아.”

“만일 그렇다면 실제적인 정치 외교적 성과를 떠나서 조선의 민심은 흉흉해졌을 것이고.”

“그렇습니다.”

“이를 윤증이 막았다……?”

이일선과 대화를 시작할 때 머릿속을 지배하던 화두.

서인의 영수.

“송시열이 없으면 서인의 영수는 어찌 되나?”

“송준길입니다.”

“서인의 위상은 어떤가.”

“조선의 7할입니다.”

“조선의 7할이라…….”

머릿속을 지배하던 복잡한 실타래의 어디에서 줄기가 하나 보였다.

잡힐 듯 말 듯 희미하였으나 보였다.

그 모습은 참으로 재미났다.

묘한 웃음을 지었다.

“남인은 변발령을 꺼냈고, 송시열은 만동묘를 꺼냈다.”

“…….”

“명확한 차이가 있군.”

“무슨 차이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남인은 반청. 송시열도 반청. 내가 도성에 온 이후 그들이 한 건 반청을 획책하는 것뿐이었어.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반면, 윤선거는 조선의 국익을 위해서 친청을 선택했네. 그렇군. 윤선거의 칩거도 병이 아니라 정치적인 압박의 결과로 보는 게 정확하겠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조선의 정치 흐름이 이제야 선명하게 보였다.

너무나도 시원하고 개운했다.

“대인. 하면 어찌합니까.”

“그냥 두게.”

“예?”

“송준길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 조정에서 불리한 처지라는 걸 의미하지 않겠나? 그가 가련하지만, 굳이 벌써 나설 필요는 없네. 더 확실한 시점은 반드시 올 것이니 그때를 기다리는 게 옳아.”

“과연 대인이십니다.”

“고생했네. 당분간은 지금처럼 움직이게.”

“그리하겠습니다. 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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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날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사방을 옥죄고 있었으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던 어느 날이었다.

그러니까 육조거리의 어느 날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만든 묵직한 공기의 바다를 밀어내며 홀연히 등장한 이가 있었다.

바로 윤휴였다.

그는 자리를 펼쳤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외쳤다.

“나라 전체가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백성의 절규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유형원을 만났다.

-가장 윤휴다운 게 무엇인지 압니까?

이어진 그의 말에 나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동의했다.

-정공법입니다. 물러섬이 없는 배수진이지요.

그랬다.

“한데, 통관 이일선은 목민관에게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였으니 어찌 통탄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윤휴였다.

이미 파면당한 이일선을 부관참시하는 발언이었다.

조선의 관리로서 청 사신단을 이토록 공개적으로 타격한다는 건 모든 걸 내던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건만 윤휴는 거침이 없었다.

“또한, 그 금액이 수천의 백성을 구제할 수 있다고 하니 심장이 찢어질 듯 고통스럽습니다. 이를 어찌 그냥 지켜만 볼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윤휴의 진정한 모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 모습을 역사에 남길 때가 되었다.

“조선은 군자의 나라입니다.”

목소리는 날이 섰다.

그러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한데, 어찌하여 국익을 논해야 할 외교의 자리에 뇌물이 오갈 수 있습니까.”

정확하게 송준길을 겨냥했다.

타협이 없는 강직함이야말로 윤휴의 진면목이었다.

나는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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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 완벽하게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일 할의 의심도 거두었다.

지금 조선의 중추들이 내부 권력 다툼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송시열이 만류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더는 확인할 필요가 없다.

여건이 불리하였을 송준길과 윤선거는 친청파로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이러면 사정은 완벽하게 달라진다.

그간 당한 수모를 모두 갚을 수 있다.

그러자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일선.”

“예. 대인.”

“파면을 거두지.”

“저, 정말입니까?”

“물론일세.”

정세가 불리하지 않다면 조선 조정의 요청을 수용할 이유가 없다.

이일선을 어찌해야 한다면 어디까지나 자신의 판단에 기초하는 게 옳으니까.

“조선 조정에 전하게.”

“이르십시오.”

“만동묘 건립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예. 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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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뇌호가 움직였다.

그러면 우리도 대응해야 한다.

그간 산발적으로 진행된 모든 작전을 하나로 모아낸다.

그리하여 단번에 적의 숨통을 끊는다.

일전에 이연이 물었다.

-한데, 방책의 가장 큰 줄기는 무엇이오?

나는 답하였다.

방책의 가장 큰 줄기.

-조선이옵니다.

그건 바로 This is Joseon이다.

이제 붕당의 대립을 시작한다.

이곳은 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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