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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노래하라-170화 (170/298)

170화 개국(開國)(14)

도산서원(陶山書院).

이곳이야말로 5현을 섬기는 무리의 본산이었다.

특히 조선 성리학의 거목 퇴계 이황 학파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현존하는 서원 중 영향력이 가장 거대한 곳 중 하나였다.

바로 이들의 통문이 발의되었다.

오직 나를 겨냥하여 말이다.

이리되자 그간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행동하던 서원들도 기다렸다는 듯 대거 결합했다.

“…….”

얼마 전부터 수북하게 쌓이기 시작한 상소가, 바로 그들이 보낸 것이었다.

참으로 한심했다.

수백 개나 되는 상소였거늘 기근으로 고통받는 백성의 삶을 운운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살아 있는 백성이 죽어가거늘 이미 죽은 5현을 되살려 달라는 내용만 구구절절하게 적혀 있었다.

읽지 않았다.

시체를 섬기는 무리의 애끓는 사연 따위를 알아야 할 의무는 없었다.

“…….”

나는 상소를 올린 이들의 이름을 모른다.

누군지, 어떤 인물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알 필요도 없었으며,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게 저들은 작금의 조선이 가야 할 길을 가로막는 과거의 잔상에 불과하였다.

조선에서 가장 여유롭고 학식이 뛰어난 무리였으나, 송자 선언 이후 감행된 개혁 입법은 전혀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 싸움이 무용하다는 말이 일각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 무용한 싸움을 더는 길게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모든 걸 끝낼 것이다.

너무 길었다.

200년이면 말이다.

죽은 성현이 만든 조선은 200년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압도적인 승리를 통해 응집한 조선의 힘으로 경신 대기근을 방비할 것이다.

그리하자면 무엇을 도모해야 하는 걸까.

송자가 5현의 사제들을 짓밟는다?

얼마든지 응할 수 있으며 능히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하였을 때 싸움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끝없는 상소와 연좌 그리고 ‘탄압(彈壓)’.

지금도 그렇다.

“…….”

지부상소.

이연이 보위에 오른 이후 조선의 지부상소가 가리킨 방향은 오직 하나였다.

조선의 국익(國益).

그러나 지금 육조거리를 가득 메운 무리가 손에 들고 있는 도끼는 과연 무엇일까.

시체를 부활시키는 도구일까?

망령과 대화하는 매개체일까?

“…….”

핏대를 세우고 나를 노려보며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이들이었다.

기세가 실로 대단했다.

대청 외교를 도모할 때도 이와 같은 결의는 볼 수 없었다.

그토록 예사롭지 않았으나 우습다.

나는 저들과 참으로 비슷한 이들을 이미 만났다.

“무당(巫堂).”

낮게 읊조렸다.

그러나 누군가는 들었다.

그의 입을 통하여 나의 한마디는 무서운 속도로 번졌다.

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그러니 점차 불쾌함을 동반한 정적이 거리를 지배했다.

그 감정이 숨을 쉬는 이들을 모두 제압하였을 때였다.

“대감. 무당이라고 하셨소?”

“점입가경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구려.”

“성현의 위패를 내리고 송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유자(儒者)를 무당이라고 하오?”

무당이다.

나는 아무리 보아도 저들과 무당의 차이를 알 수가 없었다.

“무당은 잡귀로 백성을 현혹한다.”

“허. 대감. 예를 갖추세요.”

“한데, 너희는 5현으로 백성을 지배하고자 한다.”

“대감!”

“너희는 군자의 도를 말하며 병자를 탓하고, 무당은 정성이 부족하다며 병자를 타박한다.”

“하! 상황을 정확하게 규정하리다. 애초 서인이었던 대감이 도산서원과 선을 그은 것이오.”

“적어도 무당은 굿을 할 때 적아를 나누지 않는다.”

“하!”

찾지 못하였으나 알게 되었다.

저들과 무당은 표면만 비슷할 뿐 본질은 완벽하게 달랐다.

“백성은 무당을 믿지만 그들의 신을 두려워한다. 한데, 백성은 너희를 두려워할 뿐 너희의 신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찌 성현을 괴력난신으로 만드시오!”

“너희가 성현이라고 불리던 무리를 섬기는 것이 불가(佛家)에서 석가를 숭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적어도 그들은 백성에게 석가를 믿으라 강요하지는 않는다. 믿게끔 할 뿐이지. 대저 승려들이 언제 자신들의 오계(五戒)를 백성에게 내밀었던가. 한데, 너희는 참으로 구구절절하게 백성을 귀찮게 하였다. 법도도 가혹하거늘 너희의 자의적인 잣대까지 맞추게 되었으니, 백성이 얼마나 고달팠을까.”

나는 5현의 무당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았다.

무당파도 나의 말은 듣지 않았다.

지금 저들과 나의 싸움은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신의 대리인과 신이 된 이의 싸움이었다.

다시 처음의 고민을 떠올렸다.

과연 이 싸움의 끝은 다가올까?

지루한 다툼의 반복이 아닐까?

백 번을 생각했다.

이 나라 조선을 인간이 통치하는 나라로 만들 방법.

대학자는 그저 대학자로 그치게 할 수 있는 방법.

하나밖에 없었다.

“참으로…….”

“하여, 너희는 5현이라 불리는 신을 섬기는 무당이다.”

“오늘 우리는 귀공을 탄핵하고 귀양 보낼 것이외다.”

저들이 지금 언급했다.

탄핵 그리고 귀양.

신들의 대리인과 신이 된 사람의 싸움이었으나 해결책은 결국 현실이었다.

말했다.

“전하께서 어명을 내리셨다.”

해결책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인간의 최고 통치권자 즉, 조선의 군왕이 현실에서 정리한다.

또한, 저들의 주적은 오직 나, 송자여야 한다.

그래서 저들을 모두 모았다.

고작 육조거리가 아니라 조선의 최고 통치권자가 어명을 내리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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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묘(文廟) 그리고 대성전 또 각지에 산재한 서원이 있다.

성현이라고 쓰고 신이라 불리는 존재의 권위를 분출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개념의 공간이 있었다.

정면 5간, 측면 4간 20간.

두 겹의 팔작지붕과 연결된 다포식 기둥은 참으로 위용이 넘쳤다.

바로 조선의 본궐, 창덕궁의 법전(法殿) 인정전이었다.

이곳이야말로 조선의 통치 권한이 집결되는 곳, 법도의 권위가 응집되는 곳이었다.

군왕이 모든 걸 귀결시킬 때 이보다 더 적합한 곳은 없다.

조선 팔도의 그 무엇도 인정전의 권위를 넘어설 수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정전 내외를 빼곡하게 채운 무당파는 절절하게 읍소했다.

“전하! 일찍이 성균관 유생들이 대성전 현판을 내린 것은 올곧은 유학의 길을 나가기 위함이었사옵니다. 하온데…….”

“잠시.”

과연 무당파는 5현을 언급하기 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논제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 절절함이 무색할 정도로 이연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또, 용안은 참으로 평온했다.

용상에서 무당들을 지그시 내려보는 눈빛에도 아무런 갈등이 담겨 있지 않았다.

“한데, 안 되나?”

“예……?”

“예?”

“화, 황공하옵니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강공이었다.

즉, 무당파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연의 시선이 무당파를 훑듯 지나갔다.

“묻겠다. 대성전에 태조의 위패를 모셨나?”

“아, 아니옵니다.”

“하면, 태종의 위패를 모셨는가?”

“아, 아니옵니다.”

“그렇다면 세종의 위패를 모셨나?”

“그, 그 또한 아니옵니다.”

“내 기억이 옳다면 대성전에는 문종의 위패도 모시지 않았다.”

“그, 그러하옵니다.”

“그러면 종묘사직의 일도 아닌데 어찌하여 이토록 경망스러운가?”

“!!!”

이연은 철저하게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

군왕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조선의 역사가 가진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일찍이 선조와 인조를 비루하다고 일갈하였던 군왕이었다.

그러하기에 찬란했던 열의의 시대에 대한 자부심 또한 누구도 항거할 수 없는 정치적 의미가 가져질 수밖에 없다.

“공도는 유학을 세상에 내었고, 주희는 성리학을 꺼냈다. 그래. 이들은 이 나라 조선의 개국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다. 그들이 세상에 만든 무기로 고려라는 괴물을 죽이고 민본을 수립할 수 있었으니까.”

그들에 대한 어떠한 존중도 찾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무당이라도 무언가 일이 제대로 틀어졌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너희가 섬기는 5현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역성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

“저, 전하. 불가한 일이었사옵니다.”

“옳다. 그들이 세상에 나지도 않았는데 어찌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겠는가.”

“그러하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로다. 내가 왜 너희의 스승을 존중하여야 하는가.”

“!!!”

“이 나라의 국호는 분명 조선이며, 이 땅은 조선의 군왕이 통치하고, 태조께서 창업하셨다. 한데, 어찌하여 조선 팔도에는 조종의 위엄보다 신하였던 이들의 권위가 중시되나?”

신하라고 하였다.

지금 이연은 현실을 대비한 신들의 싸움을 꺼낸 것이다.

그랬다.

무당이 섬기는 5현도 결국은 조선의 신하에 불과하였으니까.

나 역시 그러하였기에 무당들은 탄핵과 귀양을 운운하였다.

이를 번복한다면 그야말로 자가당착이다.

물론, 사대부의 논리란 언제라도 흐르듯 돌려질 수 있으나 상대는 이연이다.

가능할 리가 없다.

“전하. 신들이 어찌 그런 황망함을 품겠사옵니까.”

“이미 200년간 그리해왔으며, 너희도 이를 받들고 있지 않더냐.”

고저가 없는 이연의 목소리는 타협의 틈을 전혀 열어두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내지르며 찍어 눌러 버릴 뿐이었다.

“늘 불쾌하였다. 태조의 어진과 위패보다 신하들의 제사를 더 중시하는 사대부의 작태가.”

“!!!”

5현이 아무리 중요할지라도, 미치지 않은 이상 태조와 권위를 비교할 수는 없다.

이를 해내려면 반정이 아니라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

“급기야 조선 건국을 반대하였던 정몽주의 제사도 지낸다. 내가 이를 어찌 봐야 하나?”

“전하. 그것은…….”

“머지않아 역도 이괄의 제사도 지내겠군.”

“…….”

말도 안 되는 억지다.

그런데 여기서 무슨 말이라도 잘못하면 쫓겨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부드럽지만 목소리에 담긴 분노를 느끼지 못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조선을 도모하면 될 일이 아닌가?”

“저, 전하.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사대부가 합의하여 통치하는 나라, 석가를 섬기는 불가처럼 성현을 섬기는 유가의 나라, 너희가 원하는 건 이것이 아닌가?”

“!!!”

미친 듯 고요한 충격이 인정전을 뒤덮었다.

본능이 강렬한 경고를 보낼 정도로 엄청난 파급과 속도였다.

그런데도 용안에는 특별한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이연의 손이 꽉 쥐어진 것을.

어떤 분노가 어심을 뒤덮고 있을 것이다.

“미증유의 기근이 이 나라를 덮치고 있다.”

누가 감히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너희는 이를 막아내려면 어찌해야 한다고 여기는가.”

“전하.”

“나는 그간 이를 숱하게 언급하였다.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하였다. 한데, 대체 이는 무슨 일인가. 기어이 난세에 너희가 지내는 제사를 군왕이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하는가?”

“…….”

“이 나라 조선의 사대부들은 임금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인가?”

도산서원을 비롯한 사족은 기근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현상을 유지하며 세월을 보냈을 뿐이다.

그런데 5현의 일로 이렇게 일어섰다.

이를 이연이 언급한 것이다.

“너희가 통문을 발의하여 도끼를 들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조정은 해법을 찾고자 물심양면 노력했다.”

“전하…….”

“나는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다.”

“화, 황공하옵니다.”

“대체 무엇이 두려운가.”

“…….”

“대체 무엇이 그토록 두렵기에 이리도 분노하였는가.”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200년간 성현이라고 불린 이들이 조선을 통치하였다. 한데, 시절이 흘러 이제 그 자리를 내어줄 때가 된 것이다. 이를 되찾고자 한다면 그들을 섬기는 너희가 무언가를 도모해야 하지 않는가.”

“…….”

“어찌하여 이 나라 조선의 사대부가 꺼내는 해법은 늘 연좌와 상소에 불과한가. 시대를 관통하는 정책과 정신은 찾을 수가 없는 것인가?”

참으로 신랄한 비판이었다.

“지옥을 끝장내었던 선대들의 열의는 이제 이 땅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인가.”

이를 피할 수 있는 사대부가 조선에 얼마나 되겠는가.

감히 고개를 들고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이가 있기는 할까?

“너희가 반론을 제기하고 반대할지라도 상관하지 않겠다. 서원에서 시체와 위패를 부여잡고 울부짖으며 발목을 잡더라도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다. 어찌하여 그러한가!”

결국, 이연의 목소리가 커졌다.

압도적인 호령에 모두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오늘 다시 알게 되었다. 이 나라 조선에서 글자를 아는 이들 중, 죽은 이보다 살아 있는 이를 중시하는 건 군왕이 유일하다는 것을 말이다.”

“…….”

“나는 시체를 위하여 백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새 싸늘해진 이연의 눈동자가 장내를 스쳤다.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반대하라.”

덧붙였다.

“기꺼이 응할 것이니.”

말과 동시에 이연의 시선이 나와 중대본 대신들에게 향했다.

이는 더 이상 무당파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표현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여, 무당파의 공기는 삭막해졌으나 우리는 어깨를 펼쳤다.

“그 옛날의 난세는 사람이 만들었소. 태조께서는 개국공신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극복하였소. 그러나 나는 하늘이 내린 지옥을 감당해야 하오. 이 말에 틀림이 있소?”

“어찌 틀림이 있겠사옵니까.”

“작금의 난세는 비축이 옳소. 한데, 비축할 방법이 없소. 1만 석을 확보하면 2만 석이 필요하오. 하면, 어찌해야 하오? 3만 석을 구해야 하오. 하늘이 우리에게 구휼미 10만 석을 요구한다면 조선은 20만 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오. 이 길만이 유일한 해답이오.”

참으로 묘한 말이 아닐 수 없다.

1만 석도 버거운데 3만 석을 비축해야 한다는 말이었으니까.

어찌 가능할 것인가.

“또한, 나의 조선이 꾀하는 비축은 사용하지 않고 모아내는 것이 아니외다. 사용해도 능히 쌓일 비축이오. 하지만 작금의 조선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없소.”

“신들이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하오나 추상과도 같은 어명을 내리시면 기어이 수행해낼 것이옵니다.”

“내가 감히 태조께 빗댈 수는 없으나, 작금의 난세가 어찌 고려의 그것과 비교하여 덜하다고 하겠소. 하여, 나는 역성과 비교할 수 있는 변화를 꾀하고자 하오. 이는 오직 비축의 길이 될 것이외다.”

점차 이연의 목소리가 고조됐다.

군왕의 위엄이 인정전을 빠짐없이 채웠다.

나는 오직 어명만을 기다렸다.

“삼봉 정도전을 복권하고 그와 동지들의 위패를 대성전에 올릴 것이다. 하여, 조선은 개국공신을 열렬하게 탐해야 할 것이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또한, 대성전(大成殿/ 공자가 학문을 집대성)의 현판을 대성전(大聖殿/ 대성인을 모신 곳)으로 바꿀 것이니 그리 알라.”

조선에서 유학의 위치를 송두리째 뽑아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는 그야말로

“국호 그리고 왕성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꾸시오.”

또 다른 개국(開國)이었다.

그때였다.

“전하. 신 윤증 청하옵니다.”

“무엇인가.”

“위대한 길을 걷는 실학을 공인하여 주시옵소서.”

유학의 뿌리를 뽑은 자리에 실학을 심어달라는 당돌한 요청이었다.

조선의 역사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었다.

“되돌아보면 너는 성현의 위패를 내리고 공신을 올리고자 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그래. 실학이라고 하였는가?”

“그러하옵니다. 실학이옵니다.”

“묻겠다.”

“이르시옵소서.”

“너는 무엇을 위하여 실학을 선택하였느냐.”

“백성의 옷입니다.”

“그 마음을 지킬 것이며, 네 후학에게 전해야 할 것이다.”

“신 윤증, 죽을 때까지 새길 것이며 사후 어떠한 명예도 탐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너의 말이 너무나도 옳다.”

이연이 호탕하게 웃었다.

용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이 유려하게 움직였다.

“오늘!”

오늘 조선의 역사에

“조선의 역사에 백성이 등장했노라.”

백성이 등장했다.

“실학이라는 이름과 함께.”

실학과 함께.

“탐하라.”

이연의 위엄이 진하게 뻗었다.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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