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네가 죽는 이유는.
사냥에서 돌아온 후에는 수련장에 들어가서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비기를 연마했다.
바람에 기운을 싣는 연습부터, 여러 개의 기운을 동시에 발출하는 것까지.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대충 육포로 때웠고, 잠은 운기조식으로 대신했다. 연마하면 할수록 이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암습하려는 적을 먼저 찾아낸다는 것은 목숨을 여벌로 챙기는 것이다.
수련 내내 열심히 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하는 것이 인생임을 나는 숱하게 경험했으니까.
그렇게 며칠 동안 수련에만 빠져 있다가 수련장을 나왔다. 이제 자유롭게 바람에 기운을 실을 수 있게 되었고, 그 개수 또한 서너 개까지 늘렸다.
수련장 입구에 이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련님, 이제 쉬시고 제대로 식사하셔야죠.”
“네 볼일 보라니까 왜 여기 있어?”
“도련님을 지키는 것이 제 일입니다.”
수련하던 내내 수련장 앞을 지킨 모양이다.
이 고집 센 녀석을 마음을 바꾸려면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문 앞을 지키는 것이 정말 날 위한 일일까?”
“무슨 말씀이시죠?”
“누군가 날 기습하면 넌 어떻게 할 거야?”
“몸을 던져서 막을 겁니다.”
“날 지킨다고 나 대신 칼 맞고 죽으면, 내 기분은 어떨까? 살아남았다고 기분 좋을까? 연무장 가운데서 춤이라도 출까?”
“그렇진 않으시겠지만…… 죽는 것보단 낫겠죠. 그리고 춤도 잘 못 추시잖아요.”
“네 감정만 소중한 이기적인 희생이야.”
그녀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이기적이란 말 따위를 붙이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렇게 충격요법을 발휘해야 한다. 안 통해서 문제지.
“네네. 앞으로 제 감정만 챙기는 이기적인 년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이안아, 정말 날 지켜주고 싶어?”
“네.”
“그럼 지금부터 무공수련 해. 그래서 정말 날 지켜줘야 할 순간에 수동적으로 막지 말고 상대를 죽여!”
그래서 강해진다면 그 강함은 고스란히 그녀의 행복을 위한 포석이 될 것이다.
그 말은 농담으로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저 멀리 누군가가 소리쳤다.
“어이, 비곗덩어리!”
돌아보니 세 사람이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혈천도마의 제자들이었다.
“오늘도 이 공자는 안 나왔어?”
꼴을 보아하니 내가 수련하는 동안 여러 차례 찾아왔던 모양이다.
한데, 뭐? 비곗덩어리? 저 새끼들이 돌았나?
이안의 큰 몸에 가려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 지랄을 몇 번이나 당한 거야?”
“저는 괜찮습니다. 별일 아닙니다.”
“이게 별일 아니면 세상에 뭐가 별일이야? 원수에게 가족이 몰살당해야 별일인가?”
“도련님! 저는 괜찮습니다.”
이안은 행여 내가 사고라도 칠까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다쳐도 문제고, 저들이 다쳐도 문제라 걱정할 테니까.
“이안.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칠 정도로 미쳐 날뛰지 않아. 세상 사람들도 다 그래. 다 자기는 알아서 잘 챙겨.”
그러는 사이 그들이 가까이 다가왔고, 이안이 빠르게 말했다.
“도련님, 좋은 뜻으로 온 것이 아닌 듯 하니 잠시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암, 피해야지. 말벌도 피하고 개똥도 피하고, 아버지 날벼락도 피하고. 한데 저것들은 아니야.”
그러는 사이 세 놈이 내 앞에 섰다.
“어? 이 공자도 계셨구려.”
앞서 이안에게 이죽거린 자는 혈천도마의 둘째 제자인 양포(梁棟)였다.
양포가 어떤 놈인지 잘 알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산공독을 탄 구평호와는 다른 의미의 쓰레기였다.
이놈은 사람 무시하고 인격적으로 괴롭히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래, 저 아이.
내 시선이 양포와 함께 온 제자 중 잘생긴 쪽을 쳐다보았다.
아마 막내였지? 혈천도마의 제자 중 제일 정 많고 착한 성격이었는데, 양포의 지랄 같은 괴롭힘에 결국 자결하고 만다. 얼마나 징글맞게 괴롭혔으면 무인이 자결을 하겠는가?
지금도 막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아마 오늘 이 자리도 억지로 끌려온 것이겠지.
함께 온 또 다른 녀석은 넷째 제자로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다지 좋은 녀석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내 시선은 다시 양포를 향했다.
“내 호위를 무시하는 건 날 무시하는 건데?”
“미안하오, 이 공자를 못 봤소. 덩치가 좀 커야지.”
“내가 있고 없고는 상관없는 일이잖아?”
“이 공자가 함께 있는 걸 못 봤다니까.”
이 무식한 놈은 대화의 핵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놈이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아버지 책임이라 볼 수 있다. 교내에 누구나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발표한 이후, 천마 아들이란 특별함은 많이 퇴색되었다.
결국 이런 기회를 틈타 ‘천마 아들에게도 꿀리지 않는’이란 호칭을 얻어내려는 거고.
“날 여러 번 찾아왔다고?”
“그랬소.”
“왜?”
“그걸 몰라서 묻는 거요? 구 사제는 더는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 되었소.”
“그래서 어쩌라고? 병간호라도 해줘? 이안아, 가서 걸레 가져와라. 그놈 땀 닦아주러 가자.”
“이 공자! 내가 지금 장난치는 것으로 보이시오?”
“우리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사이는 아니니까.”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양포의 기세가 사나워졌다. 상대를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괴롭히는 놈이 몇 마디 조롱에 이렇게 기분 나빠하니 가소로울 뿐이다.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당신 사제가 산공독 탔다는 것은 들었고?”
“흥! 그건 당신네가 꾸민 일이겠지.”
“오호, 그렇게 우기시겠다?”
“딴말은 필요 없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시오.”
나는 놈이 왜 나를 찾아와서 사과를 요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혈천도마는 수제자를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제자들은 어떻게든 혈천도마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 양포는 내게서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 내서 혈천도마의 체면을 살렸다는 공을 세우려는 것이다.
“왜 그리 보시오?”
“이렇게 한다고 그대 사부가 과연 그대를 수제자로 삼을지 모르겠군.”
“무슨 소리! 내가 이 공자를 찾아온 것은 사제를 위해서요. 사제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알겠소?”
“뭐가 억울한데?”
“비록 사제의 공격이 과하긴 했지만, 당신은 의도적으로 사제의 팔을 으스러뜨렸소.”
딴에는 따질 만하다고 생각해서 찾아온 것이겠지만, 부처님 손바닥에서의 재롱이었다.
“그럼 아버지나 팔마존 어르신들이 잘못했네?”
“무슨 헛소리요?”
갑자기 아버지와 팔마존이 언급되자 양포는 깜짝 놀랐다.
“그렇잖아? 아버지는 내 승리를 인정하고 소원이 뭐냐고 물었어. 당신 사부도 그 과정에서 한마디도 항의하지 않았고. 그럼 뭐야? 교주님이나 당신 사부는 그대도 하는 사리분별을 못했다는 건가?”
양포가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그, 그 무슨 궤변이오? 그렇지 않소!”
“그렇잖아? 네 말은 교주께서 혈육의 잘못을 모른 척 덮었다는 거잖아?”
양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
말로 어찌 나를 당하겠는가?
“아님 노망이라도 들었다고 생각해? 그런 거야?”
“닥치시오! 무엄하게 감히!”
양포가 사형제들을 돌아보았지만 그들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까닥 잘못했다간 천마를 비난한 죄를 뒤집어쓰게 생겼으니, 양포는 못이기는 척 물러났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지만, 이번 일은 끝난 게 아니오.”
“잠깐! 사과는 하고 가야지.”
“무슨 사과?”
“내 수하에게 막말한 것 사과하라고.”
그제야 놈들의 시선이 이안에게 향했다. 애초에 놈들에게 이 공자의 뚱뚱한 수하는 안중에도 없었다.
물론 이안은 이대로 일이 마무리되길 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도련님.”
“내가 안 괜찮아. 자, 감히 내 수하에게 주둥이를 함부로 놀렸으니 무릎 꿇고 사죄해. 어차피 사과해봤자 진심 아닐 테니, 행동이라도 보여. 무릎 꿇었다는 소문이라도 나게.”
양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저 돼지 년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하셨소?”
“응, 이마까지 박으면 더 좋고.”
“이 공자, 당신 미쳤어?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절대 못 꿇어.”
내가 원했던 대답이 금방 나왔다.
“차라리 죽겠다? 남자답군. 좋아, 소원대로 해주지.”
차앙.
내가 검을 뽑아 들자 양포는 깜짝 놀랐다.
“정말 미쳤군.”
“이대로 가면 본교에 소문이 날 거야.”
양포가 누가 보는 사람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기 말고 요기.”
나는 입을 얄밉게 쭉 내밀었다.
“요 입이 소문을 다 낼 거거든. 혈천도마의 둘째 제자가 이 공자에게 겁먹고 달아났다고. 모르긴 해도 너희 사부가 그리 좋아하진 않을 거다. 넌 평생 비겁자 꼬리표를 달고 살 테고.”
양포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부에게 잘 보이려고 왔다가 사부에게 찍히게 생긴 것이다.
“무릎 꿇고 사과하거나, 나와 붙거나. 선택은 네가 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요?”
“나를 찾아올 수 있어. 사제 살려내라 할 수도 있어. 떼로 몰려와서 복수하겠다고 해도 돼. 다 이해해. 한데 내 수하를 왜 갈궈? 비곗덩어리가 왜 나와? 평소에 밥이라도 한 끼 사줬어? 그래?”
반성은커녕 양포는 더욱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저 뚱땡이를 위해서 날 죽이겠다는 뜻이군.”
“정답.”
양포의 눈이 사납게 찢어지며 내 예상대로 움직였다.
“대체 날 어떻게 보고!”
“내 수하가 너보단 백 배는 더 귀한 사람이다. 아니지, 천 배, 아냐…….”
만 배가 되기 전에 양포가 도를 뽑아 들었다.
차앙.
“사형, 안 됩니다!”
뒤에 있던 넷째가 황급히 그를 말렸지만 이미 양포는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이 공자, 구 사제를 이겼다고 기고만장하겠지만 곧 후회하게 될 거요. 교주님 자식이니 죽이진 못해도 팔 하나는 잘라서 사제의 복수를 해주겠소.”
양포는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자신하고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 무렵의 내 실력이 혈천도마 제자들과 비슷비슷했던 모양이다. 이게 다 형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천무지체인 나를 어찌나 괴롭히고 견제했는지, 제대로 무공을 키워나갈 수 없었다.
“산공독이 없어서 어쩌나?”
“웃기지 마라! 나는 구 사제와 다르다!”
양포가 선공을 펼치며 나를 몰아붙였다.
지난 삶에서 무인의 인성과 무공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양포 역시 마찬가지였다. 놈은 쓰레기 같은 인성과는 비교할 수 없이 훌륭한 도법을 펼쳤다. 당시의 나와 싸워서 충분히 승부를 겨뤄볼 만한 실력이었다.
물론 지금의 나에게는 구평호와 마찬가지로 일초지적이었지만.
하지만 나는 내 실력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막상막하로 놈을 상대했다.
양포가 나를 몰아세울 때마다 지켜보던 놈의 사제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반대로 이안은 그때마다 외마디 비명을 내뱉었다. 서로 합의를 본 비무였기에 뛰어들지 못했지, 아니었다면 몇 번이나 뛰어들 상황이 펼쳐졌었다.
그렇게 인내의 이십여 수가 지났고, 나는 작정한 살수를 펼쳤다.
지금까진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줬다면, 이제 비천검술의 정수를 발휘할 때.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버들잎처럼, 내 검이 가볍게 흔들렸다.
휘릭!
푸우욱!
흩뿌리듯 터져나가는 붉은 피.
내 검은 놈의 입을 뚫고 뒤통수로 나와 있었다.
똑, 똑.
모두가 얼어붙은 침묵 속에서 검 끝의 핏물만 떨어졌다.
생기를 잃어가는 녀석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그 입 때문에 죽는 거다. 그 입으로 내 수하를 모욕했고, 사과하지 않은 것도 그 입이니까.”
그 입으로 저 착한 네 사제를 죽였고, 앞으로 많은 이들을 죽일 입이니, 넌 여기까지.
검을 뽑자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양포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사형!”
사제들이 달려와 양포를 살폈지만, 그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경악했다. 설마 내가 양포를 죽여버릴 줄 몰랐을 테니. 물론 이안은 더 놀란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넷째가 따지듯 소리쳤다.
“사형을 죽이다니? 이 공자, 당신 정말…….”
“그럼 뭘 기대했나?”
“이 뒷감당을 할 수 있겠소?”
놈을 보며 내가 차갑게 말했다.
“네 입도 사형을 닮았네.”
입 때문에 죽었다는 앞서 말이 떠올랐는지 놈은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있는 그대로 전해. 한 마디라도 없는 말 덧붙이면 밤에 너희를 찾아갈 거다.”
그들이 양포의 시체를 안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때 나는 보았다. 막내가 안도하는 모습을. 오죽했으면 사람이 죽었는데, 기쁨을 감추지 못할까?
원래라면 양포에게 괴롭힘당하다가 죽었을 그는 이제 살았다. 밥에 산공독을 탄 숙수 놈은 원래대로 죽었지만, 원래 죽었어야 할 혈천도마의 막내 제자는 이제 살았다. 운명은 그대로이기도 하고, 바뀌기도 한다.
‘착한 막내 제자야, 잘 버텨서 나중에 네가 도마의 수제자가 되어라!’
그게 내 바람이었지만, 거기까진 그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룰 일이었다.
한편 이안은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자기는 알아서 챙긴다면서요? 걱정하지 말라면서요?”
“너 때문 아니니까 표정 풀어!”
“……저 때문이잖아요?”
“아니니까 착각 마.”
“그럼 뭐 때문에 이런 대형 사고를 치신 거죠?”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냥 죽어 마땅한 놈을 죽였을 뿐이야.”
“혈천도마 어르신이 그냥 있지 않을 거예요.”
“그냥 있을 거야. 나서봤자 아무 이득도 되지 않으니까.”
“정말 그럴까요?”
“생각해 봐. 이 싸움의 발단은 자기 제자가 이 공자의 호위를 모욕해서야. 사과하면 그만인 일을 뻗대다가 죽은 거지. 혈천도마가 이 일에 나서서 무슨 이득을 얻겠어? 제자를 잘못 키웠다는 욕만 듣겠지.”
“자존심 상할 수도 있잖아요?”
“혈천도마에게 그런 류의 자존심은 없다.”
“어떻게 아세요.”
“알아. 네 잘생긴 도련님은 다 안다.”
내 여유에 이안은 그제야 좀 긴장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럼 다행이지만요.”
“반대로 내가 양포를 죽인 것은 내게 이득이 되지. 모두가 날 주목할 거고. 후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점수가 있다면 거기에 일 점을 보탠 셈이지.”
비무에서 구평호를 박살 냈고, 이제 양포까지 죽였으니 교내의 모든 이목이 쏠릴 것이다.
“설마 거기까지 다 생각하셨어요?”
“당연하지. 혈천도마의 제자를 죽이는 일인데. 그냥 기분 나쁘다고 죽였겠어?”
사냥에서 아버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기세를 계속 몰아야 한다.
“이안아, 널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거야. 그러니, 아까 같은 상황에서 괜찮다는 말은 하지 마.”
“제 생각이 짧았어요.”
“우린 앞으로 훨씬 중요한 문제들을 고민할 거야. 쓰레기를 치웠다고 그 쓰레기 주인이 화내지 않을까? 이런 하찮고 쓸모없는 고민은 오늘까지다.”
나를 향한 이안의 두 눈에 격정이 스쳤다.
“진심이시군요. 도련님…… 정말 변하셨어요.”
“네가 달라져야 할 이유기도 하지.”
요 며칠간 있었던 나의 변화는 그녀의 변화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변할게요. 강해지겠습니다!”
말처럼 쉽지 않을 거다. 몇 번이고 고민하고 돌아보고 힘들어하겠지.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법이니까. 손쉬워 보이는 내 변화도 지난 한평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도련님, 오늘 감사했습니다. 아까 제 편 들어주셨을 때, 너무 기뻤어요. 진심으로요.”
“당연히 감사해야지. 평생 오늘 일 잊지 마!”
그녀가 웃었다. 그냥 웃음이 아니라 두 눈이 살 속으로 완전히 파묻히는 함박웃음이었다.
그래, 그렇게 웃어라. 내가 회귀했으니, 이제 그렇게 웃고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