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회 내가 이래서 오고 싶더라.
흐르는 침묵 속에서 취마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미 알고 있었나?”
“그럴지도 모른다고 예상은 했습니다. 제가 아는 형은 취마님에게 깨진 술병을 보낼 사람이 아니거든요.”
“둘이 사이가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원래 친한 사람보다 미운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지 않습니까?”
나를 응시하던 취마가 벌떡 일어났다.
“아, 취기 오른다.”
그러더니 곧장 호수로 몸을 던졌다.
“술 마시고 헤엄치는 버릇도 좀 고치시고요!”
내 걱정과는 별개로 취마는 헤엄을 잘 쳤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보다 즐겁게 헤엄칠 줄 알았다. 잠수도 했다가 하늘을 보며 둥둥 떠 있기도 했다가, 속도를 내서 저만치 갔다가 오기도 했고, 돌고래처럼 뛰어올랐다가 풍덩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취마는 한바탕 신나게 헤엄치고 나룻배로 다시 올라왔다.
“이제야 술이 좀 깨는군.”
그러면서 다시 술을 마셨다.
“기껏 술 깨고 와서 또 술을 마십니까?”
“또 마시려고 술 깬 것 아닌가?”
나는 저 멀리 호숫가에 서 있는 여빈에게 소리쳤다.
“여기 안주 좀 가져다주십시오!”
그러자 여빈이 기다렸다는 듯 나룻배를 몰고 안주를 가져왔다. 앞서 준비해서 줬는데, 취마가 술만 가져온 모양이다. 안주를 주고 돌아가면서 여빈이 살짝 고개를 숙여 내게 감사를 전했다.
“안주 먹는 습관 좀 들이십시오.”
“평생 안 먹었는데 그게 쉽나?”
“어찌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삽니까? 싫어도 할 건 해야죠.”
“자넨 내 건강을 왜 이리 챙기는 건가?”
나는 젓가락으로 안주를 먹었다. 따뜻했다. 언제라도 가져오려고 계속 덥히고 있었던 모양이다.
“취마님 챙기는 것이 저뿐이겠습니까? 자, 드십시오.”
취마도 마지못해 안주를 먹었다.
우린 같이 술을 마신 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 좋다!”
취마의 감탄처럼 정말 좋긴 좋았다. 여기 호수에 배를 띄우고 별들을 보며 술을 마시니 그야말로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비스듬히 누워 별들을 쳐다보던 취마가 말했다.
“술이나 마시며 놀고먹는 것이 내 꿈이라네. 마정대전이 벌어지면 지금 이 호수가 시뻘건 핏물이 될 수도 있지. 그럼 난 어떻게 술을 깨겠는가?”
취마의 허리춤에 매달린 독문병기 이름이 혈루다. 그는 지금 피눈물이란 이름의 독문병기를 차고서 저런 말을 하고 있다.
“진심입니까?”
“진심이네. 난 한평생 이렇게 살다가 죽고 싶네.”
“정말 그래서 제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까?”
“맞네.”
“그럼 증명하십시오.”
“어떻게 말인가?”
“혈천도마 어르신과 화해하십시오.”
생각지 못한 제안이었는지 취마는 흠칫 놀랐다.
“저도 진심입니다. 이제부터 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 주셔야겠습니다. 혈천도마 어르신과 화해하시고, 극악소마님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신다면…….”
남은 술을 시원하게 비운 후 그에게 말했다.
“취마님과 호형호제하겠습니다.”
또 정적이 흘렀다.
잠시 나를 응시하던 취마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정말 자넨 예측 불가한 사람이군.”
“예측 불가한 분은 취마님이십니다. 온갖 선입견으로 둘러싸인 분이시죠. 오히려 저는 합리적이죠. 제가 원하는 것과 취마님이 원하는 것을 교환하는 것이니까요.”
나는 시원하게 술을 마신 후 술병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저와 호형호제하자는 것, 장난이었습니까?”
“장난 아니었네.”
“누군가와 형제를 맺는 일입니다. 이 정도의 진심은 보여주셔야겠지요. 아, 저 사람이 정말 하기 싫은 일을 날 위해 해주는구나. 정말 내키지 않은 일인데도 하는구나. 안주도 먹고, 화해도 하고. 말로는 무슨 말을 못 하겠습니까? 무림맹주도 제 편으로 구워삶죠.”
“자네라면 정말 구워삶을지도.”
나는 헛웃음을 지었고, 취마는 술을 마셨다.
“화해하기 싫어서가 아니네.”
“그럼요?”
“혈천도마와 화해는 애초에 불가능해서네. 물과 기름이 섞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섞일 필요 없습니다. 그냥 함께 둥둥 떠 있기만 해도 됩니다.”
“누가 불이라도 지르면?”
“타는 거죠. 정 싫으면 물 하십시오. 도마 어르신을 기름 시키고요. 원래 불같은 분이니 기름 시키죠.”
어지간한 농담에는 다 웃어주는 그였는데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어지간히 내키지 않은 눈치였다.
내게 하는 모습을 보면 겉으로라도 실실 웃으며 혈천도마의 비위를 맞춰줄 것도 같은데.
혈천도마가 취마를 싫어하는 이유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애초에 술 마시고 주정 부리는 사람을 싫어했으니까.
하지만 취마는 왜 이 화해를 이렇게까지 부담스러워하는 것일까?
“제게 접근한 다른 이유가 있죠? 무림평화 같은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진짜 이유를 밝히십시오.”
막말에 화를 낼 법도 했건만 취마는 취한 눈으로 술을 마실 뿐이었다.
“이런 형, 동생 관계는 제 형 하나로 족합니다.”
난 타고 온 나룻배를 향해 훌쩍 몸을 날렸다.
이렇게 가는 것을 말릴 법도 했는데,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숫가에 배를 대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취마는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 * *
다음 날 새벽, 나는 조용히 교를 나섰다.
서대룡에게는 며칠 출타하고 올 거라고 서찰을 남겼다.
풍신사보가 팔성의 경지에 오른 후부터, 몸이 근질거려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강자와 싸우고 싶어서 밤새 잠을 뒤척였고, 그것보다 더 강렬한 욕구는 달리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이 욕망을 잘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특히나 풍신사보와 같은 극상승의 무공은 더욱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이 욕망을 잘못 다뤄서 주화입마에 들거나 무모한 싸움을 벌여 죽음을 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 그릇 이상의 무공을 배웠을 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교에서 벗어난 후 나는 쾌속보로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무섭게 달렸다. 누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복면을 착용할 필요도 없었다.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내가 누군지, 심지어 방금 지나간 것이 사람인지 새인지, 아니면 착각이었는지. 그런 속도였다. 칠성 때도 빨랐는데, 그때와 또 달랐다.
원래라면 이 속도는 평야처럼 사방이 뚫린 곳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달리는 길은 방해물이 있었다. 달리는 마차도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무가 있었고 바위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신안술 덕분에 그 어떤 길도 이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게다가 팔성에 이르니 내공이 소모되는 양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더욱 효율적으로 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난 내공이 다 떨어질 때까지 달렸고, 다시 운기조식하다가 또 달렸다. 내 평생 이렇게 신나게 달려본 적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아마 목적지가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 * *
사람들이 북적대는 주점에 풍천교주와 고월이 앉아 있었다. 그들이 있는 자리로 몇몇 사람들이 시차를 두고 와서 뭔가를 보고하고 떠나갔다.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으며 젊은 사람도 있었고, 나이 든 이도 있었다.
그들이 다녀갈 때마다 고월은 종이에 뭔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뭘 그리 꼼꼼하게 쓰나? 연락 없어도 일하고 있는 줄 알겠지.”
풍천교주의 말에 고월은 들은 척도 않고 전서를 작성했다. 검무극에게 보낼 전서였다.
고월은 검무극의 명령을 받아 중원에 정보망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풍천교주가 함께 나와주는 바람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풍천교주는 고월의 능력에 다시금 감탄했다. 기존 통천각 조직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구성하고 있었고, 그래서 나중에 통천각과 합칠 수도 있게끔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검무극이 교주가 되었을 때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더 힘들기도 했지만, 그 과정을 수월하게 해준 것은 풍천교주였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니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물론 고월은 풍천교주의 불만을 참아내야 했지만.
“그렇게 백날 보내봐라, 이공자에게 답장 한 번 오는지.”
“이건 보고서다. 보고서에 답장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나?”
“왜 못해? 마음이 있으면 하는 거지. 내가 그랬지? 우리 신세가 그때 그 교주, 그때 그 족쇄가 되고 말 거라고. 딱 봐라, 지금 우리 꼴이 그렇다. 외지에 나와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각 지역의 산해진미 다 먹고. 시간 남으면 절경도 구경 다니고. 참 고생이다.”
“집 나오면 고생이지!”
“거기 교주 집이 어디에 있나?”
순간 풍천교주가 움찔했다. 고월의 시선이 적고 있던 것에서 교주를 향했다.
“천마신교는 교주 집 아니잖아? 교주 집은 여기 중원이다. 중원진출, 중원진출 노래를 불렀잖아? 돌아다니면서 잘 봐라. 여기 어딘가에 교주 집 지어야지. 눈 크게 뜨고 보라고!”
괜히 할 말 없으니 풍천교주의 화살이 다시 검무극을 향했다.
“흥! 집 지어야지. 이공자는 우릴 잊었을 테니까. 아마 나중에 교에서 우릴 보면 속으로 뜨끔 할 거다. 아! 맞다. 내 수많은 수하 중에 새외의 이 얼뜨기 교주와 족쇄 놈이 있었지. 아, 근데 이 족쇄 이름이 뭐였더라? 아니다 다르다 해도 결국 사람 마음 다 거기서 거기다.”
“교주야.”
“왜?”
“사람은 다 누군가에게 그때 그 교주, 그때 그 족쇄다. 이공자 같은 사람이나 모두에게 특별하지, 다들 이렇게 적당히 무시당하고 산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교주는 이렇게 사는 게 더 어울려.”
“또 무시하지? 또 무시해!”
고월은 못 들은 척 다시 쓰는 데 집중했다.
“온종일 음뢰종이나 멍하니 보면서 느릿느릿 움직이더니, 어찌나 부지런해지셨는지. 너는 대체 이공자가 뭐가 그리 좋아서 이 난리냐?”
“그러는 교주는 내가 뭐가 그리 좋아서 여기까지 쫓아와서 고생이냐?”
풍천교주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딱히 설명할 이유가 뭐가 있나? 그냥 좋은 거지. 그리고 이공자 다음은 교주다.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라.”
“흥! 네 주변에 사람이라곤 고작 두 명 있는데 두 번째면? 꼴찌 아니냐?”
“눈치챘냐?”
“미친놈이!”
고월이 웃었고 풍천교주도 따라 웃었다.
이런 대화가 두 사람의 낙이었다.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검무극 험담하다가, 옛날 이야기했다가, 또 앞으로 일어날 일도 이야기했다가. 그렇게 매일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했다.
“진짜 친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이런 거다. 한 말 또 하고 또 해도, 편하게 들어주고 할 수 있는 거. 이공자하고는 이런 얘기 못 하지? 불편하지? 그게 이공자와 안 친하다는 증거다. 아니지, 이공자 여기저기 잘난 척하고 다니느라 바빠서 네 말 들어줄 시간도 없잖아?”
바로 그때였다. 풍천교주 뒤에서 누군가 불쑥 말했다.
“끝까지 이공자라고 하시더니.”
풍천교주가 놀라 돌아본 그 자리에 내가 웃으면서 서 있었다.
“끝까지 제 욕을 하겠다는 뜻이었군요.”
풍천교주와 고월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이공자님!”
“이공자!”
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풍천교주에게 말했다.
“내가 이래서 오고 싶더라.”
“흥! 어디 내가 없는 말 했나? 어쩌라고!”
변하지 않은 그의 모습에 반가운 마음부터 들었다.
내가 미친 듯이 달려온 곳은 두 사람이 일하고 있던 곳이었다. 매번 어디에 있으며 일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전서를 보냈기에 이렇게 그들을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과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놀라운 것은 이미 고월은 극악소마나 취마와의 일, 형이 권마와 독왕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미 교내에 정보망은 제대로 확보했음을 알 수 있었다. 외부 정보망 역시 중원 곳곳에 빠르게 확대 중이었고.
“자금 상황은?”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유능한 사람을 쓰고 조직망을 갖추는 데는 그야말로 막대한 돈이 들었다. 고월이 가지고 나간 돈이 백이십만 냥이었는데, 벌써 바닥을 보인 것이다. 조직을 구축하는 초기비용이 원체 많이 들어서였다.
“곧 추가자금을 보내주겠네.”
“네!”
아직은 황금장에서 받았던 돈 덕분에 자금이 충분했지만, 나중에 귀영대까지 운영하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한다.
그때 풍천교주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가 흠칫 놀랐다.
“왜 돈 떨어진 이야기하다가 날 보나?”
“오랜만에 뵈니 좋아서 봤죠. 왜? 보면 안 됩니까?”
“꼭 돈 빌려달라는 무언의 압박 같잖아? 그렇군, 그 눈빛이네. 딱 그 눈빛이야! 전에 내 신물 노릴 때의 그 음흉한 눈빛. 어림없네. 암, 내 돈은 절대 안 돼!”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신물 덕분에 제 목숨을 구했습니다.”
내 말에 풍천교주가 깜짝 놀랐다.
“정말인가?”
“네. 극품천잠사 덕분에 살았죠.”
“아!”
풍천교주의 표정에 기쁨이 스쳤다. 말을 툴툴거리고 있었지만, 눈빛에 담긴 나에 대한 호감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교주. 돈은 됐소. 이대로만 갑시다. 교주가 뭘 희생하고 여기까지 왔는지 내가 잘 알고 있소. 고월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소.
“얼굴 봤으니 이만 돌아가야겠습니다. 모레 아침까지는 돌아가야 해서.”
“모레 아침?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여기서 거리가 얼만데?”
“오기는 이틀 만에 왔습니다. 돌아갈 때는 시간을 단축해 보려 하는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풍천교주는 기회다 싶어 고월에게 말했다.
“봤지? 네 이공자의 본모습이다. 내가 예전에 이공자 허풍쟁이라고 했지? 내가 얼마나 사람을 잘 보는지 이제 알겠지? 이래도 날 무시할 거냐?”
그러자 고월이 슬쩍 말했다.
“과연 허풍일까요?”
날 향한 고월의 얼굴에 담긴 것은 확고한 믿음이었다.
그러자 풍천교주가 목청을 높였다.
“허풍이지! 여기서 본교까지 쉬지 않고 달려도 열흘은 걸릴 거리다. 내가 직접 달려도 말이야.”
“교주는 살쪄서 느리잖아?”
“뭐? 나 달리는 것 못 봤지? 나 풍천교주야!”
풍천교주가 날 도발했다.
“이틀? 만약 이틀 내로 천마신교 본단까지 가면 내가 백만 냥 주지. 어떤가? 나와 백만 냥 내기하세. 그건 못하겠지?”
풍천교주가 의기양양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합시다, 내기.”
“정말인가?”
“네.”
“자네 설마 극품천잠사로 목숨을 구했다고 보답으로 내게 돈을 주려는 건가? 그러지 않아도 되네. 나 돈 많아.”
“감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돈까지 드릴 여유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돈이 많이 들어서요.”
“좋아, 그럼 하세! 미리 말하지만 한 푼도 안 돌려줄 거야. 그때 가서 죽는소리 해봤자 소용없어!”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 약값이었다는 둥 노후 자금이었다는 둥, 이런 말씀 하시면 안 됩니다.”
“나 돈 많다고! 나 전직 풍천교주라고!”
“좋습니다. 도착해서 본교에서 보내는 공식 전서를 이쪽으로 보내겠습니다. 공식 전서니 날짜도 찍혀 있을 테고 나중에 본교에 오면 제가 언제 도착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을 겁니다.”
“걱정 말게. 자네가 도착한 날짜 확인해 줄 사람 있으니까. 잊지 말게. 백만 냥이라네, 이공자.”
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얼마나 나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돌아서려는데 고월이 넌지시 말했다.
“백만 냥 미리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뒤에서 풍천교주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는 거야? 날 응원해야지! 이런 식이면 이공자에게 백만 냥 받아도 한 푼도 안 준다!”
그렇게 그들과 작별한 후, 나는 다시 교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달리면 달릴수록 달리는 데 익숙해졌고, 나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달릴수록 빨라졌고 달릴수록 더 큰 자유를 느꼈다. 대성을 이루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도 느꼈다.
그리고 이틀 후 나는 본교에서 전서를 쓰고 있었다.
[풍천교주님, 백만 냥은 잘 쓰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혹시 아쉬우시면 하루 반나절로 해서 한 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