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회귀-176화 (176/214)

제176회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검이 스스로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그 모습에 천명회주가 눈을 부릅떴다. 조이백 역시 검이 혼자서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사실 가장 놀란 사람은 검무극이었다.

흑마검을 하사받은 이후, 처음으로 울었다. 천마검이나 흑마검과 같은 명검은 주인과 완벽하게 교감을 이뤄내야만 스스로 운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 저들이 비웃지 못하게 해주마.’

검무극이 검 손잡이를 잡자 흑마검은 비로소 울음을 그쳤다.

천명회주가 조이백을 쳐다보았다. 이 순간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이백이 사군자에게 말했다.

“상대를 얕잡아 보지 말고 신중하게 싸워야 한다.”

사군자 역시 검이 스스로 우는 것은 처음 보았기에, 내심 긴장했다.

검무극이 그들을 추궁했다.

“저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신들은 정파의 무인들 아니오? 무림맹주의 명을 받고 나온 사람을 죽이려 해도 되오?”

하지만 사군자 중 누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일말의 주저함이나 망설임조차 없었다. 지금껏 진룡장주의 명령이라면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않고 다 수행했다는 의미였다.

검무극이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에겐 어울리지 않는 별호다.”

말이 끝나는 순간 흑마검이 벼락처럼 빠르게 뽑혀 나왔다.

번쩍!

한줄기 검광이 뿌려지며 대나무가 양단되며 잘려 나갔다.

쾌검식인 비천검법 제오식 창천식이 발휘된 것이다. 이전보다 더 빨라진 그 공격을 매란국죽의 죽은 결코 막지 못했다. 번쩍하는 순간, 이미 몸이 잘려 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막을 것인가?

피를 뿌리며 옆에서 쓰러지는 죽을 보며 매화가 몸을 날렸다.

쇄애애애액! 퍼억!

매화는 보았다. 자신의 하반신은 그대로 있는데 잘린 상체만 앞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을. 그를 양단한 것은 비천검법 제일식 균천식이었다.

난초와 국화가 동시에 양쪽에서 쇄도했다. 순식간에 죽은 두 사람의 죽음에 그들의 움직임은 평소처럼 기민하지 못했다.

흑마검이 허공에서 열두 번의 변화를 일으켰다.

비천검법 제이식 변천식이었다.

고고한 난초는 여섯 번째 변화에서 뿌리째 뽑혔고, 새하얀 국화는 아홉 번째 변화에 꽃잎이 찢겨 사라졌다.

십이성 대성에 이른 비천검법의 위력이었다.

검무극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십이성에 이른 비천검법이 점점 더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만독불침지체가 되고, 풍신사보가 구성에 이르고. 이 모든 무학의 상승이 비천검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웅!

사군자를 벤 흑마검이 다시 울었다.

다수를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선제압이다. 숫자만 믿고 덤비는 자들의 마음에 공포감을 심어야 한다. 숫자가 많아도 우리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이제 그곳엔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제 아무도 웃지 않았다.

검무극은 상대가 마음을 다잡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자신을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검무극이 먼저 움직였다.

번쩍하는 순간 왼쪽에 있던 복면인을 베고 있었다.

그의 심장을 찌른 후 그대로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뒤에 있던 복면인 둘이 동시에 목이 갈라지며 피분수를 내뿜었다.

옆에서 달려들던 복면인을 훌쩍 뛰어올라 무릎으로 얼굴을 박살 낸 후, 뒤쪽 복면인들을 연속해서 찔렀다.

푹, 하면서 살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을 때 이미 검무극은 그 반대쪽에서 엉거주춤 있던 복면인을 베어 넘겼다. 원래 자신의 실력을 생각하면 절대 이렇게 쉽게 당하면 안 되었는데, 번쩍하는 순간 목이 베어지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붕에서 뛰어내리며 기습을 가한 복면인들이 되려 허공에서 검에 찔렸다. 그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날렸다.

검무극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순식간에 십여 명이 시체가 되었고, 천명회주가 뒤늦게 소리쳤다.

“합공을 해! 합공을!”

그 말이 끝났을 때 네 명이 더 죽었다.

검무극은 양 떼에 뛰어든 호랑이였다. 물론 양들도 보통 양들은 아니었다. 미친놈들처럼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쓸려나가는 중에도 검무극의 몸에 검이 박혔다.

하지만 정통으로 박히는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기에, 스치듯 날아든 공격은 극품천잠사와 귀호의를 뚫지 못했다.

“전성기 시절 맹주보다 더 빠릅니다.”

조이백의 말에 천명회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이 끝나는 사이 셋이 더 쓰러졌다.

“놈도 인간인 이상 지칠 거요.”

믿을 건 그것뿐이었다. 인간인 이상 내공에 한계가 올 것이다.

십여 명이 달려드는데 오히려 검무극이 쇄도했다. 달렸지만,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빙판을 미끄러지듯 촤아아악.

그가 지나간 자리에 복면인들이 좌우로 쓰러졌다.

사방에서 암기가 쏟아져 내렸다.

챙챙챙챙챙챙챙챙!

검무극의 검이 검광을 뿌리며 허공을 수놓았다. 날아든 암기가 모두 튕겨 나갔다. 몇 개의 암기가 검무극의 몸에 박혔지만, 검무극의 움직임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검무극이 위로 솟구치듯 올라갔다. 지붕에서 암기를 날렸던 복면인들이 줄줄이 시체가 되어 떨어졌다.

달려들어도 죽었고 등을 돌려 피하려 해도 죽었다. 혼자 덤벼도 죽었고 합공을 해도 죽었다. 검을 찌르는 데 성공을 해도 검무극은 쓰러지지 않았다. 검무극은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허용해야 하면, 극품천잠사와 귀호의가 지켜주는 곳을 내주었다.

꽈직.

시체가 되어 날아온 복면인이 천명회주와 조이백이 있던 탁자를 부쉈다.

“단지 무공만 강하다고 저렇게 싸울 수 없소. 저자는…… 수많은 사람을 죽여 본 자요.”

검무극이 싸우는 모습을 통해 천명회주는 알 수 있었다. 상대는 정말 싸움의 경험이 많다는 것을. 피의 강을 건너지 않고서는 저렇게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상대는 어떻게 싸워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저렇게 젊은데 어떻게 그럴 수 있소?”

“그래서 우리가 이 무림으로 뛰어든 것 아니겠소? 이렇게 재미있으니까.”

천명회주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믿는 것이 있어서일지, 아니면 죽음을 각오해서일지 알 수 없었다.

복면인이 반 이상 죽었을 때, 남은 이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그때부터 그들의 역할을 검무극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힘을 빼는 것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마지막 복면인이 쓰러졌다.

“헉헉헉!”

그곳에는 검무극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참마도와 패승, 대독노 세 고수 중 가장 먼저 몸을 날린 사람은 패승 요라이였다.

그가 철장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는 검무극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카아앙! 카앙! 캉!

철장과 검이 연속해서 부딪쳤다. 엄청난 힘으로 요라이가 몰아붙였다.

검무극은 뒷걸음질을 치며 힘에서 밀렸다.

승기를 잡았다고 여긴 요라이가 철장에 내력을 주입했다. 내공에 자신 있던 그가 내공 싸움으로 유도한 것이다. 내공이 자신 있는 그였고, 상대는 지쳐 있었다.

요라이가 내공으로 밀어붙였다. 반드시 이길 거라 여겼는데,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검무극이 이렇게 지친 것은 오히려 내공을 최대한 아끼고 싸웠기 때문이란 것을.

요라이의 내공이 아무리 많다 한들 검무극의 내공에 비할 수는 없었다.

물밀듯이 밀려든 검무극의 공력에 철장을 쥐고 있던 요라이의 팔이 덜덜 떨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천명회주의 명령이 떨어진 것은 이때였다.

“대독노!”

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대독노의 손에서 무엇인가 날아들었다. 내력 대결을 하고 있기에 검무극과 요라이는 그것을 피하지 못했다.

펑!

시커먼 독연이 피어오르며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됐다!”

천명회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덩달아 일어나며 조이백이 물었다.

“어떤 독입니까?”

“대독노의 독 중에서 가장 강력한 독인 극음절명독(極陰絶命毒)이오! 놈은 여기까지요!”

“아!”

천명회주의 확신에 조이백은 그제야 안도했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절실하게 후회 중이었던 그였다.

시커먼 연기 속에서 누군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이 짧은 사이 중독된 그는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더니 그대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피어오른 독연이 가라앉았을 때, 모두가 경악했다.

검무극은 건재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천명회주와 조이백이 동시에 소리쳤다.

“만독불침?”

“만독불침지체!”

적이지만 경이로움을 느꼈다. 말로만 듣던 만독불침지체를 직접 보는 순간이었다.

독을 견딘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촤라라라라라라라락!

지금 검무극의 가슴 앞에 떠 있는 것들.

독연 속에서 이미 그가 만든 검 모양의 검기가 떠올라 있었다. 그 숫자가 또 늘어서 이제는 자그마치 스무 개가 떠 있었다.

비천검법 제칠식 유천식.

쉭쉭쉭쉭쉭쉭쉭쉭!

스무 개의 검기가 빛살처럼 날아가 대독노에게 박혔다. 쌍장을 휘두르며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온몸을 향해 날아드는 스무 개의 검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검기의 폭우가 그를 꿰뚫고 지나갔다.

대독노가 쓰러졌을 때, 참마도는 검무극의 얼굴을 도로 내리치고 있었다.

유천식을 날리느라 검무극의 검이 대독노 뒤쪽 벽에 박혀 있는 이 순간, 이때를 놓치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했다.

검무극이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고, 두 사람의 얼굴이 코앞에서 스쳐 지나가던 바로 그 순간!

후우우.

검무극이 입에 머물고 있던 연기를 내뿜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앞서의 독연을 입에 머금고 있다가 참마도에게 뱉은 것이다. 한 모금으로 충분했다.

참마도는 얼굴을 감싸 쥐고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다가 역시 칠공에 피를 흘리면서 죽었다.

이제 그곳에 남은 사람은 검무극과 천명회주, 그리고 조이백 뿐이었다.

사방에 널린 시체들을 바라보며 조이백은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어서 악몽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자신도 이 꿈속에서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이백이 소리쳤다.

“잊지 마시오! 나는 맹주님 편이오! 내가 천명회주가 이곳에 온다는 것을 알려주었…….”

화라라라라락!

퍼엉!

조이백의 얼굴 반이 날아갔고, 남아 있는 부분이 불에 탄 것처럼 재가 되어 있었다. 강력한 열양지기가 발출된 것이다.

그를 향해 장력을 발출한 손을 거두며 천명회주가 앞에 놓여 있던 술잔을 들어서 천천히 마셨다.

“할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

어차피 죽이려 했다는 의미였다.

검무극이 손을 뻗자 벽에 박혀 있던 흑마검이 그의 손으로 회수되었다.

“당신은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기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당신이 하찮소. 조용히 살고 싶으면 조용히 살든지, 영웅이 되고 싶으면 당당히 나서든지. 당신은 대체 뭐요? 숨어서 꾸미고, 뒤에서 이간질하고, 모르게 조종하고. 아비와 자식을 서로 모르게 따로 포섭하고. 그게 멋있소? 아니, 그건 비겁하고 야비한 짓일 뿐이오.”

천명회주가 씁쓸하게 웃었다.

“어쩌겠나? 그게 나인 것을. 뒤에서 일을 꾸밀 때가 너무 재미있고 행복한 것을.”

계속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세력이 커지고 힘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방심하게 되었다. 오늘 같은 이런 일? 자신을 지키는 이가 두 명이고 열 명일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숨고, 또 숨었었는데. 이제 백 명이 자신을 지키니, 무적이라도 된 듯 건방을 떤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겠지.”

천명회주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의 무공은 하찮지 않았다.

순식간에 주위 공기가 뜨거워졌다.

순간 검무극은 알 수 있었다. 천명회주는 극양 중에서도 초극양의 무공을 사용하는 자라는 것을.

‘위험하다.’

자신의 마음을 읽은 흑마검이 또 한 차례 길게 울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숨이 막혀왔다. 환술이 아니라 순수한 무공이었기에 다르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 호신강기를 끌어올리며 버텼다. 태어나 이런 뜨거움은 처음이었다. 마치 용암 속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천명회주가 불꽃을 담은 극양의 장력을 발출하려던 바로 그 순간!

주위가 바뀌면서 천명회주는 깜짝 놀랐다.

휘이이이이잉.

갑자기 주위가 바뀌면서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에 서 있었다.

얼굴에 불어닥치는 차가운 눈보라는 진짜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천명회주조차도 이 상황에는 충격을 받았다.

“이게…….”

저 멀리 앞에서 검무극이 바닥에 쌓인 눈을 들어서 얼굴을 슥슥 문지르고 있었다.

천명회주도 바닥에 쌓여 있는 눈을 만져보았다. 진짜 눈이었다.

휘이이이잉.

세찬 눈보라와 추위에 불꽃처럼 타오르던 천명회주의 극양지기가 사그라들었다. 열기가 가라앉으며 살기와 투심도 사라졌다.

두 사람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시체가 널린 장원의 한가운데서 천명회주가 물었다.

“무슨 무공인가?”

“시공이환술.”

대답을 듣던 그 순간 천명회주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발휘한 수는 은신술이었다. 눈앞에서 사라져서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최후이자 비장의 한 수.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는 있을 거란 그 믿음은,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 신세가 되었다.

푸우욱!

천명회주가 눈을 뜨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은신을 발견해낸 검무극의 검이 그의 심장을 관통해 있었다.

천명회주가 마지막 기를 끌어올려 검무극을 살폈다.

검무극의 몸 주위로 거미줄처럼 기가 발출되어 있었다. 사냥 가서 천마에게 배웠던 그 기발출이었는데, 이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거미줄처럼 촘촘히 뻗어나가 있었다. 천명회주의 은신술이 빠져나갈 틈이 없었던 것이다.

천명회주가 여한이 없다는 듯 말했다.

“……그 무공에, 시공이환술에, 독도 안 통하고, 은신술도 안 통하면. 그럼 죽어야지.”

정말이지 오늘의 싸움에 검무극은 지금껏 자신이 배웠던 모든 것을 다 사용했다.

천명회주가 숨을 거두기 전에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난…… 너 같은 자를 만난 적이 있다.”

순간 검무극은 깜짝 놀랐다.

“어디서? 어디서!”

하지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천명회주는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화무기다! 이 천명회주는 화무기를 만난 적이 있는 거다.’

물론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겠지만, 검무극은 천명회주가 말한 사람이 화무기일거라 생각했다.

어딘가에 화무기가 살아 있다. 자신처럼 강하게 성장하면서, 자신들의 운명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검무극은 이제 그가 겁나지 않았다. 자신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래, 화무기는 화무기고. 지금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때다.

드디어 아버지가 내려주신 후계자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특히 마존들 도움 없이 혼자서 마무리를 지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검무극이 장원을 나왔다. 그가 떠나고 나면 이제 남은 일은 무림맹주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진패천에게도, 진하령에게도 이미 작별 인사는 했으니 이대로 떠나면 된다.

장원 바깥에 서대룡이 마차 위 마부석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룡전 우승자가 모는 마차입니다. 영광인 줄 아십시오.”

말과는 달리 서대룡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감사합니다. 그 뜨거운 감정이 얼굴 가득 담겨 있었다.

“안에 새 무복 사두었으니 갈아입으십시오.”

“고맙다.”

검무극이 마차에 올라탔다.

“가자, 집으로.”

“누가 제일 보고 싶으십니까?”

검무극이 마차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들릴 듯 말 듯 한 대답을 들은 것은 검무극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흘러간 바람뿐이었다.

“누구라고요?”

서대룡이 뒤를 돌아봤을 때 싸움에 모든 심력을 다 쏟아부은 검무극은 잠이 들어 있었다. 자신이 준비한 새 무복은 미처 갈아입지 못하고 그의 무릎에 걸쳐져 있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각주님.’

그렇게 마차는 천마신교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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