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5화
대장고는 별명 붙이기를 좋아하는 기자나 사람들에게 기계 축구라고 불렸다.
그들은 감독의 지시에 의해 기계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공격 시에는 226, 중원에선 451, 수비시 4411로 진형을 유지한 채 자신이 부여받은 영역에서 지시한 대로 상대 선수를 압박하고 빼앗고 공격한다.
중요한 건 굉장히 빠르다.
정신없이 빠르게 상대를 몰아치면 대부분 상대는 넉다운되어 한 골, 두 골 골을 헌납하다가 결국 대장고에게 무릎을 꿇는다.
그런 상대인데 대표팀이라고 해도 이제 겨우 중학교 문턱을 밟은 중1로 구성된 팀이 어떻게 버티겠는가.
태풍같이 휘몰아치는 공격에 이리저리 휩쓸린 끝에 결국 한 골을 헌납했다.
“잘하네.”
이정후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도 전부 1학년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대장중에서 부터 지금 대장고 감독의 지시 아래 전술을 익히고 연습한 아이들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기가 막힌 호흡을 보여줬다.
“괜찮아! 이제 한 골이야! 동점밖에 안 된다고!”
그 가운데 배상현이 대표팀 아이들을 다독였다.
“침착하게 가자! 침착하게!”
재개된 경기.
대장고는 시작부터 공을 잡은 대표팀 아이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사실상 센터백 두 명만을 남겨둔 채 여덟 명의 선수가 적진에서 공간을 차지하고 압박해 들어가니 패스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수비라인으로 공을 몰아 대장고의 라인을 최대한으로 올리고 배상현의 롱킥으로 후방을 공략하는, 첫 골을 만드는 데 공헌한 아까 그 방법이었다.
뻥!
대포처럼 멀리 날아간 공이 오른쪽 측면의 빈 공간으로 떨어진다.
류준서는 중학 축구에서는 빠른 발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있지만, 대장고의 레프트 백 역시 고등학교 축구에서 준족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것도 100m를 12초 가까이 끊을 수 있는 성인과 견주어도 절대 꿇리지 않는 선수였다.
먼저 달려간 것도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것도 류준서였지만, 결국 따라잡혔고 볼경합을 하게 됐다.
류준서가 등진 채로 아무리 밀어붙였지만, 상대 선수는 이를 비웃듯 꿈쩍도 하지 않고 높이 뛰어올라 헤딩으로 공을 따낸다.
잔디 위를 구르는 루즈볼.
류준서는 대장고의 레프트 백에 잡혀 공을 차지할 수 없었고, 비록 공을 따냈지만, 대장고는 라인을 많이 올린 뒤여서 대장고 역시도 공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대신 대표팀의 라이트 백이 그 공을 가로챘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사방에서 대장고 선수가 압박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라이트 백은 서둘러 가까운 위치에 있을 류준서와 이성호를 찾았지만, 대장고 선수들에게 가려져 패스를 보낼 수 없었다.
그때였다.
“야!”
자신을 부르는 짧은 한 마디.
시선을 돌린 라이트 백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윤태양.
쟤가 왜 여기 있을까?
“야!!”
그래,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라이트 백이 서둘러 윤태양에게 공을 패스했다.
라이트 백을 질식시킬 것처럼 달려들던 대장고 선수들이 하나의 유기물처럼 일제히 움직여 이번에는 윤태양을 압박하러 들어간다.
윤태양은 차분하게 움직였다.
가장 앞에서 자신을 견제하는 상대를 상체 무빙만으로 제치고 그 뒤에 달려드는 선수는 프리플랩으로 무너뜨렸다.
너무나 손쉽게 두 명을 벗겨낸 그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옆에서 다른 선수가 어깨를 부딪쳐 온다.
윤태양은 그대로 달렸다.
상대가 어깨를 붙인 채 윤태양의 균형을 무너뜨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윤태양은 넘어질 듯, 넘어질 것 같으면서도 절대 넘어지지 않고 달려 나갔다.
순식간에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어온 윤태양을 기다리는 건 세 명이나 되는 수비수였다.
몸싸움을 버텨내며 달려온 건 용한 일이지만, 저 세 명까지 뚫어내는 건 불가능하리라 생각되는 상황.
윤태양은 몸을 부딪쳐 상대가 자신에게 힘을 쓰도록 유도하고 몸을 옆으로 빼냈다.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이는 상대를 바라보며 전력을 다해 스프린트 한다.
뒤처졌던 상대가 몸을 수습하고 태양을 쫓는다.
손을 내밀면 닿을 거리, 태양은 그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전방의 수비수를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세 명의 수비수 중 두 명이나 태양을 향해 다가와 삼각대형을 이루며 압박해 들어온다.
이건 힘들겠지 싶은 순간, 태양은 웃었다.
그는 사뿐하게 공을 띄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두 명의 수비수가 만들어준 빈 공간에 공을 보냈다.
수비수 머리를 넘기고 떨어진 공은 그 빈자리를 놓치지 않고 파고든 이성호가 차지했다.
이성호는 침착하게 골키퍼와 수비수를 살피고 각을 벌리며 그대로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철썩!
중학생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빠르고 강력한 슈팅이 골망을 가르며 스코어는 2대1.
다시 앞서가기 시작한 대표팀 아이들이 환호했고, 오늘 심판을 맡은 코치는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울렸다.
대장고 감독 장한준은 엄한 얼굴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아주 잘하고 있다, 어? 잘해.”
“…죄송합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1학년들을 바라보며 장한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이 아이들이 못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분명 전반 내내 15세 대표팀을 압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배상현이라는 걸출한 아이에게 가로막혀 생각한 것보다 골을 넣지 못했다는 거다.
일찍이 유럽에서 뛰며 자신보다 성장이 빨라 머리 하나는 큰 유럽의 아이들을 상대하던 그는 대장고의 공격라인 역시 자신의 기술과 어린아이답지 않은 수비조율 능력을 뽐내며 너무나도 잘 막아줬다.
그리고 대표팀의 공격라인은 그런 수비진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고, 단 두 번의 기회를 모두 골로 만들어냈다.
“윤태양이라고 했던가?”
놀라운 무회전 프리킥에 이어 놀라운 개인기로 선보인 탈압박과 빈 공간을 향해 찔러준 패스까지.
도저히 중1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놀라운 실력이었다.
이 좁은 땅에서 꼭 희한하게 저런 아이들이 한 명씩은 나온단 말이지.
잠시 생각하던 감독은 2, 3학년을 불렀다.
이정후가 무슨 자신감으로 2, 3학년을 뛰게 해달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저 평범한 1학년으로는 저 비범한 아이들을 당해내기 어려웠다.
그렇게 대장고의 주전이, 그것도 수비라인은 전원 교체한 상태로 시작되는 후반.
“태양아.”
반대편 벤치의 이정후 감독은 태양을 불렀다.
“네?”
“오늘 축구 재미있냐?”
* * *
이정후 감독의 말에 나는 곧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봤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갑자기 왜?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재밌지 않냐고.”
그 말에 나는 잠시 생각했다.
무수히도 많은 패스를 찔러주는데도 넣지 못하고, 내가 달려 나가는데 멀뚱히 구경하거나 패스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위치에서 손을 흔들며 내가 의도한 플레이를 1도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들.
오로지 나 혼자 독박 축구를 해야 하는 서울의 공격라인을 생각하자 정신이 아득해진다.
“저, 정말 재미있네요.”
“그래, 그렇지?”
이정후 감독이 다 안다는 듯 실실 웃는다.
그런 감독을 보고 나도 실실 웃었다.
“이제야 조금은 아주 조금은 해볼 만한 것 같네요.”
서울과 비교하면 천국이지만, 내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내 말을 이해한 이정후의 표정이 대번 굳어진다.
“그, 그러냐?”
“네.”
만족할 만한 축구를 할 수 없어 불만이냐고?
사실, 그건 아니다.
나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내가 있던 팀은 대부분 경기에서 언더독이었고, 압도적인 전력 차이에 힘겨운 싸움을 했어야 했다.
변태 같지만, 나는 이런 가학적인 상황이 좋았다.
이런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프리저가 최종진화한 것처럼 주전을 대거 투입한 대장고를 바라보는 내 가슴은 두근거렸다.
아직 어린 몸으로 고등학교 주전을 상대로 힘들 거라고?
글쎄?
나는 지난 선수 생활 내내 단 한 번도 멀쩡한 몸 상태로 뛰어본 적이 없었다.
삐익!
울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들이닥치는 대장고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부딪친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다.
아직 어리긴 해도 다들 내로라하는 선수였고, 그런 선수들 대부분은 승부욕의 화신이다.
시작부터 꺾였던 의지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이후부터 불타오르고 있었다.
“무식하게 들이박지 말고 위치 고수해! 옆에 동료 확인하고!”
뒤에서 배상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수비 조율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공간만 차지한 채로 패스 길을 차단하니 대장고가 좀 더 과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지컬과 기술로 우리 팀 수비라인을 부수려는 시도는 좋았다.
간과한 게 있다면 두 사람.
파퀘트 나이엘과 배상현이었다.
14살이지만, 고등학생이라 착각할 정도인 흑인 특유의 피지컬로 파퀘트 나이엘이 거칠게 몰아붙이고, 배상현이 귀신같이 나타나 공을 따낸다.
그 순간 절묘하게 배상현과 내 눈이 마주친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내가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 류준서와 이성호도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파퀘트 나이엘을 제외하면 힘에 밀려 활약하지 못하는 중원을 무시하고 최전방으로 공이 날아온다.
떨어지는 공의 낙하지점은 수비수의 앞, 하지만 수비수보다 내가 더 가까운 위치였다.
3선과 2선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공이라니 진짜 독일에서 롱패스만 연습한 건가?
공세환한테 배우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이 새끼!”
그 가운데 벌써부터 턱이 수염으로 새카만 대장고 주전 수비수가 나에게 무섭게 달려온다.
어우, 무서워라.
멧돼지가 따로 없네.
나는 히죽 웃으며 왼쪽을 바라봤다.
이성호를 바라보는 내 시선에 그의 시선도 왼쪽을 향하는 사이.
미처 떨어지지 않은 공을 다이렉트로 오른쪽의 류준서에게 패스했다.
류준서가 공을 잡고 하프 스페이스를 향해 달려가며 벌려준 공간을 이성호가 파고 들어간다.
류준서는 자신에게 수비수가 가까이 붙자 욕심 부리지 않고 이성호에게 공을 패스했다.
공이 앞으로 오기 무섭게 한 박자 빠른 벼락같은 이성호의 슈팅!
떵!
좋은 시도였지만, 아쉽게 골대를 때린 공이 도로 필드로 돌아온다.
이때부터 아수라장이다.
모두가 공을 차지하기 위해 페널티 에어리어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공을 가장 먼저 차지한 선수는 류준서였다.
그 순간 대성고 선수들이 좀비처럼 류준서에게 몰려들기 시작한다.
내가 나설 때인가.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류준서를 보고 달려가며 외쳤다.
“준서야! 그냥 때려!!”
내 목소리를 들은 류준서는 뒤를 돌아보고 선수들의 다리 사이에 공을 찔러 넣었다.
“아.”
하필 누군가의 다리에 맞고 굴절된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나아간다.
골키퍼가 잡기 쉬운 위치.
그 순간 전력을 다해 달려간 이성호가 어거지로 공을 골키퍼 옆으로 밀어버린다.
왼쪽으로 힘없이 굴러가는 공.
그 공의 주인은 누구?
누구긴 누구야.
바로 나지.
“이 씨발……!”
골키퍼의 욕을 흥겹게 들으며 나는 공을 슈팅했다.
내 두 번째 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왁! 윤태양 이 새끼!”
“마, 7번 니가 해라!”
“워메, 골 넣는 자격증 있소? 장난 없는디?”
자격증이고 뭐고 깨달은 게 있다.
내 재능은 특별하다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말이다.
내 몸은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상대에게도 쓰러지지 않을 코어 근육을 지니고 있었고, 유연했으며, 빠른데다 발끝은 누구보다 섬세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플레이를 생각하는 대로 펼칠 수 있는 완벽한 몸이었다.
그뿐이랴?
그 몸의 주인은 이미 500경기를 넘게 필드 위에서 뛰었던 노련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필드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수준으로 넓은 시야와 그걸 이용할 지식이 있었다.
대장고?
솔직히 태어난 연도는 형이지만, 따지고 보면 내 입장에서는 아직 프로 데뷔도 하지 않은 애송이들, 귀여운 어린 후배들의 재롱잔치에 불과했다.
“태양, 왜 그리 멍 때리고 있어?”
내가 나를 돌아보는 사이 이성호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아, 생각 좀 하느라.”
“무슨……?”
“대장고… 좀 ㅈ밥 같지 않냐?”
그 말에 이성호가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형들이고, 무서운 팀이야. 네가 잘해주고 있지만, 방심하지 마.”
“방심이 아니라 레알팩트인데? 대장고 못해.”
“그만.”
“못 믿겠어?”
그사이 울리는 휘슬.
나는 이성호에게 공을 달라 요구하며 말했다.
“보여줄게.”
굳이 동료와 전술에 맞춰서 플레이 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서울에서 뛰던 것과 다를 것 없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막힐 때 패스를 주고받으며 혈을 뚫어 줄 수준의 동료가 있다는 것 정도?
그거면 충분했다.
공을 뒤로 돌리지 않고 그대로 전진한다.
제일 앞에 있는 상대편 공격수, K-홀란드라 불리는 방성환을 빠른 스프린터로 제치고 길을 막는 선수는 이성호와 2대1 패스로 가볍게 제쳤다.
나를 기다리는 건 중원의 선수들.
그들이 합심해 나를 압박하기 전에 빠르게, 더 빠르게 전진한다.
내 길을 막는 중원의 한 명.
공을 옆으로 굴리자 상대가 그걸 따라 발을 벌려 길을 막는다.
그대로 툭하고 차 다리 사이로 공을 찔러넣은 다음 그를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깊게 들어오는 슬라이딩 태클, 다시 이성호에게 공을 보내고 훌쩍 뛰어올라 피하고 다시 이성호에게서 공을 받았다.
대장고와 2선과 3선 사이에는 후방으로 내려온 미드필더 한 명이 남아 있었다.
그를 피해 넓은 공간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동선이 짧은 미드필더가 곧 잘 따라와 내 옆에 붙었지만, 내가 더 빨랐다.
반 걸음, 한 걸음… 어느새 세 걸음 넘게 차이가 났다.
남은 건 센터백 라인, 할당된 지역에 맞춰 한 명의 센터백이 내 앞에 섰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간을 보는 그를 보고 공을 왼쪽으로 툭 하고 치고 달려갔다.
수비가 몸을 기울여 내가 뛰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공을 끌어 오른쪽으로 몬다.
“아!”
역동작이 걸려 몸의 균형을 잃은 수비수가 탄성을 지르는 사이, 나는 이미 그를 지나친 뒤였다.
풀백이 내가 제친 수비를 대신해 나를 막기 위해 옆에 붙는다.
스프린트해 그보다 조금 앞으로 달려 나가다 슈팅!!
이에 맞춰 그의 다리가 쭈욱 내 앞을 가로막는 순간 나는 발에 힘을 빼 가볍게 공을 옆으로 밀어내며 그를 피했다.
이제 남은 건 골키퍼, 아니다.
어느새 또 다른 센터백이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공을 툭툭, 옆으로 굴리며 그와 거리를 벌리고 그대로 왼발을 휘둘렀다.
좁은 슈팅 각도에 공이 향하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지만 골대 정면이나 다름없다.
골키퍼가 평온하게 자세를 잡았다. 이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막는다는 자신감이 보인다.
모두가 노골이라 확신하는 그 순간.
나는 웃었다.
그 순간 골키퍼 정면으로 쭉 들어가던 공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왼쪽으로 크게 휘어 뒤늦게 반응한 골키퍼의 손을 피해 골망을 갈랐다.
순간 찾아온 정적.
우리 팀 선수는 물론이고 대장고 선수들 모두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 시선을 뒤로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좁다.”
나에게 한국이란 무대는 너무 좁았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 방향이 서쪽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