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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23화 (23/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3화

뉴 다즐링 파크.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훈련장이다.

New가 붙은 이유는 주변의 부지를 사들이고 대대적으로 신축과 리모델링을 거듭해 기존의 훈련장과 완전히 다른 훈련장이 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돈을 처발랐다는 거다.

세계 최고의 부자 구단이라는 말에 혹해서 입단했는데, 막상 입단하고 보니 그 시설에 감탄하는 중이다.

내가 뛰었던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에서는 본 적 없는 말도 안 되는 시설이거든.

이런 시설에서 최고의 스탭들에게 케어를 받는데 1위를 못하는 게 이해가 안 될 정도다.

더 놀란 건 유스팀 훈련장을 본 뒤였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성인팀만 최고의 시설과 스탭이 있는 게 아니었다.

유스팀도 성인팀 못지않은,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성인팀 보다 더 좋은 시설과 세계적인 명성의 스탭들이 유소년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연령별로 존재하는 훈련장 필드의 잔디.

단언컨데 이 잔디는 세계 최고의 잔디 관리사가 관리하는 게 분명하다.

잔디 상태도 최고지만, 적당히 물을 먹은 상태도 더할 나위 없었다.

“앞으로 이런 곳에서 뛴다 이거지?”

나도 어쩔 수 없는 축미새인가 보다. 이런 걸로 설레는 걸 보니 말이다.

“Yoon.”

잔디를 밟아보는 가운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에이든 브릿지.

내가 테스트를 볼 U-16팀의 감독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래, 기분이 어떠니?”

“그냥 그래요.”

“긴장되거나 그런 건 없니?”

“네.”

“컨디션은?”

“최고예요.”

“좋군. 부디 좋은 결과가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구나.”

“저도요.”

나는 씨익 웃었다.

오늘은 U-16 입단 테스트다.

원래 나는 만 13세이기 때문에 아카데미에 입단해야 했는데, 피지컬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건지 U-16 테스트를 보게 됐다.

이건 중요하다.

아카데미까지는 어린아이의 가능성을 보기는 하되, 어디까지나 학원, 취미의 개념이라면 U-16 부터는 프로 성인 선수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U-16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지.

물론, 나는 자신 있다.

다만, 나를 바라보는 감독이나 코치의 눈은 회의적이었다.

딱 봐도 알 수 있었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쟤가 13살? 왜 이리 작지?”

“원래 저 나이 때 아시안은 유럽에 비해 성장이 느린 편이라더군.”

“저 피지컬로 U-16 선수를 상대할 수 있을까?”

“팀에서 제일 어른 애가 15살이던가? 걔보다도 작은데?”

“차라리 U-15, 아니, U-14부터 시작하는 게…….”

대충 저 얘기와 지금까지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여기는 유럽답지 않게 생각보다 연령에 대해 엄격한 것 같았다.

부상과 멘탈 부분을 우려한 디렉터가 월반을 극도로 꺼려한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귀하게 키워서 애들이 과연 잘 클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멘탈은 일찍이 부서져 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부서지면서 단단해지는 거지.

단단해지지 못하고 깨진 놈은 커서도 깨지기 쉽다.

아무튼, 그건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접어두고.

훈련장 안으로 어슬렁거리며 들어오는 아이들이 보인다.

확실히 크긴 크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 같다.

개중에는 저게 16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아이들도 있다.

어쩌면 일찍이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 완성한 상태에서 키워지기 때문에 유럽이나 남미 애들이 우리보다 잘하는 건가 싶을 정도다.

“부담스럽니?”

그때 에이든 브릿지 감독이 나에게 물었다.

내가 쟤들을 한참이나 봐서 그런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괜찮다고? 다칠 수도 있고, 피지컬에 밀려서 공 한 번 만져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단다. 그래도 괜찮겠니?”

아니, 왜 사람을 슬슬 긁지?

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지.

“우리나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어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음…….”

“그래서 대보려고요.”

* * *

“허……!”

총총 걸음으로 필드로 들어가는 소년을 바라보며 에이든은 헛웃음을 흘렸다.

당돌한 친구였다.

하긴, 저 나이면 세상 무서울 거 없는 나이던가.

“쉽게 보면 안 될 텐데.”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라 하더라도 같이 뛸 U-16의 아이들은 이곳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몇 번이나 지켜보고 직접 뛰며 경험한 아이들이었다.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경험이 없다면 경험이 앞선 사람에게 먹힐 수도 있다.

그것을 간과했다가 큰코다칠 수도 있었다.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뉴캐슬에서 용납하지 않는 월반 아니던가.

여기서 저 아이가 좌절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철학에 확신을 갖게 될 거다.

아이는 1선이라면 어디든 괜찮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에이든 브릿지는 잔인하게 아이에게 중앙에서 뛰도록 지시했다.

잔인한 이유?

프리미어 리그에서 센터 포워드를 본다는 건 엄청난 압박과 견제, 난무하는 몸싸움과 반칙을 견뎌내야 하는 지옥과도 같은 자리다.

물론, 다른 리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프리미어 리그는 그 정도가 심하다.

다른 리그에서 활약하다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해 실패한 포워드가 어디 한둘이던가.

피지컬적으로 뛰어나지 않음에도 저 위치에서 활약한 선수는 일찍이 몇 없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은 하나같이 월드 클래스라 불려지는 데 모자람이 없었고.

유스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어 리그에 맞춰져 자란 아이들은 프리미어 리그 못지않게 거세다.

그걸 견뎌낸다?

저 피지컬로?

그럼 그 아이는 정말 미래의 훌륭한 선수가 될 재목이라는 거겠지.

그사이 코치가 휘슬을 불며 연습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사교성은 좋지 못한지 다른 선수들과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던 아이는 공을 패스하자마자 전방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지금 감독 전술 스타일에 맞춰 태양팀은 빠른 템포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전방으로 빌드업하기 시작했고, 반대팀은 라인을 올려 전방위 압박을 시작한다.

반대팀의 3선이 바짝 올라와 2선과 3선의 간격이 좁아지는 순간, 태양은 그 안에 포위당한 채 감옥처럼 갇힐 수밖에 없었다.

태양팀은 그 가운데 어떻게든 공격의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형광조끼를 입은 태양팀은 애초에 상대적으로 후보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거세게 몰아붙이는 주전팀을 상대로 전진하지 못하고 버거워한다.

과연 이 상황에서 태양은?

감독의 시선이 태양을 향하는 순간, 태양은 상대편 2선과 3선 사이에서 내려왔다.

“내려와?”

공격수가?

의아한 가운데, 그 위치가 절묘해 주변에 태양을 견제할 선수가 없었다.

그것을 인지한 같은 편 아이가 태양에게 패스한다.

태양이 공을 가지기 무섭게 몸을 빙글 돌리며 왼쪽 사이드로 롱패스를 찔러 넣었다.

“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절묘한 패스였다.

왼쪽 윙포워드가 파고들기 좋은 풀백과 센터백 사이 하프 스페이스, 그리고 수비와 골키퍼가 대응하기 애매한 뒷공간에 절묘하게 찔러넣었다.

공을 보자마자 즉각 반응한 태양팀의 레프트 윙포워드가 하프 스페이스를 가로질러 공을 잡고 골대까지 질주했다.

하지만 상대편, 그러니까 주전팀의 센터백은 태양팀의 윙포워드 못지않게 빠른 선수였다.

순식간에 따라잡혀 태클로 공을 따낸 수비수가 전진 패스한다.

에이든의 시선은 다시 태양을 향했다.

회심의 패스가 끊긴 뒤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서였다.

태양은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묵묵히 전방으로 달려갔다.

빠른 템포로 빌드업을 해가는 상대팀 사이에서 빠르게 주변을 훑은 태양은 공을 받으려고 움직이는 한 선수의 뒤에 슬그머니 붙었다.

그리고 그 선수가 공을 받고 몸을 돌리는 순간, 태양은 발 앞에 있는 공을 가로채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공을 가진 채 질주하려는 태양의 앞으로 센터백이 달려온다.

태양은 멈추지 않고 헛다리를 짚으며 달리다 왼쪽으로 접어 들어갔다.

센터백은 몸을 돌려 그대로 태양을 쫓았다.

아까 태양팀의 윙포워드를 따라잡은 발 빠른 센터백이었다.

태양보다 나이가 세 살이나 많은 센터백은 태양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빨랐고 판단력도 좋아 빠르게 움직여 단숨에 태양이 들어가려는 코스를 차단하고 태양의 공을 쉽게 따리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태양이 센터백의 움직임을 본 순간 급제동하고 방향을 전환해 오른쪽으로 달려 나갔기 때문이다.

뒤이어 센터백을 보고 풀백이 센터백이 만든 공간을 점유하고 길목을 막고 있었지만, 태양은 거기서 라크로케타로 가뿐하게 풀백을 제치고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어냈다.

태양이 공을 정면에 두고 달려 페널티 에어리어 인근까지 도달할 즈음, 골키퍼가 과감하게 앞으로 나왔다.

태양이 망설이지 않고 오른발을 휘둘렀다.

반응속도가 빠른 골키퍼가 그에 반응해 움찔하며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순간.

태양의 오른발은 공이 아닌 땅을 짚고 있었다.

슈팅 모션으로 골키퍼를 속인 거였다.

하지만 신체균형이 오른쪽으로 쏠린 태양도 공을 한 번 더 접으며 몸을 간수해야 할 상황.

하지만 태양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른발을 지지대 삼아, 왼발을 휘둘렀다.

지금 이 거리에서 골대를 향해 공을 집어넣기에 큰 힘은 필요 없었다.

가볍게 감아찬 공이 역동작이 걸린 골키퍼의 손에 닿지 않게끔 휘어 들어가 골라인을 넘어갔다.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던 에이든은 뒤늦게 정신 차리고 코칭 스탭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 어떤가?”

“패스가 정교합니다.”

“어린 나이치고 굉장히 빠르네요.”

“양발의 공격수는 귀한 법이죠.”

“신체 벨런스가 대단하네요. 역동작이 걸린 상황인데… 저게 되네요.”

“가로채기가 절묘했습니다. 시야도 좋구요. 솔직히 미드필더를 해도 좋을 재능이네요.”

“음.”

에이든은 코치들의 말을 듣고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지만, 입에서 내뱉는 말은 냉정했다.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 계속 지켜보자고.”

그렇게 재개된 경기.

이번에는 태양팀이 주전팀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태양은 적극적으로 압박에 가담했다.

뉴캐슬에서 훈련을 받은 적도 없으면서 선수들과 삼각대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현 감독체제에 맞춰 훈련을 한다고 해도 어린 아이들인 U-16 팀의 전술은 단순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숨에 이해하고 움직이는 걸 보면 머리도 좋은 선수다.

수비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공을 탈취한 지금 이 순간, 공격 상황에서 상대 수비라인과 같은 선상에서 교묘하게 컷아웃의 무빙을 보여주며 공간을 벌려준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 같은 팀 선수가 공을 찔러주자 수비수의 눈을 피해 뒤에서 파고 들어간다.

그 공간에서 공을 받고서 센터백의 견제가 들어가자 등으로 막아내고 몸을 돌리며 벗겨낸다.

피지컬이 밀리는데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고,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러고 13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속도로 달려 나가 피니쉬.

왼발을 견제하는 골키퍼를 비웃듯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골키퍼를 비켜 나가 골망을 갈랐다.

U-16 최고의 공격수가 슈팅 한 번 해보지 못한 사이, 윤태양은 두 번의 슈팅찬스를 모두 골로 만들어냈다.

“저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우리 팀에 들어와도 될 것 같습니다.”

코칭 스탭들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에이든은 말했다.

“칼센 답지 않게 괜히 집어넣은 게 아니군.”

에이든은 칼센 답지 않은 대담한 결정을 인정하며 태양의 합류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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