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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46화 (46/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46화

자, 우리 팀 상황을 보자.

내가 한독 교류전 때문에 대표팀에 차출된 사이 치뤄진 경기가 네 경기였다.

첫 번째 경기는 UEFA 유스 리그로 만만한 상대인 뒤셀도르프인데, 얘들과는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네.

뭐, 애들 경기가 으레 그렇듯이 이변이 심심하면 일어나니까 그러려니 하자고.

그다음 경기는 리그 6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였다.

결과는 4대0.

유스 리그에서 절대적인 강팀이니 이기기 힘든 건 이해한다만, 네 골이나 먹히다니…….

그래… 그만큼 강한 팀이고 우리 팀 수비라인이야 린데만을 제외한다면 신통치 않으니까 털렸다고 해두자.

그다음 경기는 리그 7라운드 노팅엄 포레스트인데, 졌네……?

아무리 이변이 많은 경기라 하더라도 국제 경기도 아니고 익숙한 같은 리그 팀, 그것도 압도적인 약팀을 상대로 안방에서 싸운 건데 졌다고?

아니, 쾨벤하운은 또 왜 무승부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냐 우리팀?

맨체스터 시티 빼고는 지거나 무승부로 끝난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데?

도대체 뭐가 원인이지?

그 궁금증은 팀에 복귀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아이구야…….”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팀이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상병동 그 자체였다.

주전으로 뛰던 두 명의 센터백은 물론이고 그들을 대체할 자원들도 정상이 아니었다.

그뿐이면 다행이지.

핵심 선수들 대부분이 몸이 성하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왜?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자, 움직여라. 움직여서 전술을 네 것으로 만들어라.”

설마?

훈련장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쉬는 시간은 아직 멀었어! 다들 집중해!”

디괄.

당신이야?

우리팀 아이들을 바라봤다.

언제나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관리를 받아왔던 아이들이 나 없는 사이에 뭔 짓을 당해온 건지 몰라도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우리 뉴캐슬이 유소년을 이 정도로 굴리는 팀이 아닌데?

아, 물론 자기가 원하는 전술을 구현하기 위해 살아 숨 쉬는 선수들을 게임 속 선수마냥 마구 굴려대고 싶어 하는 감독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감독을 충실하게 억제해 온 사람도 있다.

바로 우리 수석코치, 아담 켈링턴.

그러고 보니 안 보이네.

어디 간 거지?

하루, 이틀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은데.

때마침 우리가 사용할 장비를 챙기는 스탭이 지나가길래 물었다.

“저기, 우리 수석코치님 어디 갔어요?”

“응? 못 들었니? 얼마 전에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셨어.”

“아…….”

억제기 하나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유소년 디렉터 프랭키 칼센이 있기 때문이다.

프랭키 칼센은 어디 간 거지?

“아내가 갑자기 아파서 휴가를 갔다네. 어쩌면 다시는 못 올지도 모른다던데?”

맙소사.

디괄을 억제할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거구나.

“태양, 왔구나.”

억제기가 모두 사라져 신나게 선수들을 굴리며 팀의 독재자가 되어버린 디괄이 거만한 얼굴로 나를 반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훈련이라도 거부해야 하나?

어쨌든 당분간은 디괄이 원하는 대로 따라줘야 하나?

다행스럽게도 내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단은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싶어서 빡센 트레이닝을 그대로 소화하는 와중에 팀의 보드진이 대거 나타나 우리를 살폈다.

그들은 우리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코칭 스탭 몇몇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더니 우르르 몰려 나갔다.

디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고 코칭 스탭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다 사라진다?

도대체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뭔지 모르겠다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주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이었다.

하지만, 왕은 그리고 그의 나라는 관여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 조건으로 뉴캐슬의 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모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었다.

그의 돈으로 운영되는 사우디 국부 펀드인 공공 투자 기금이 구단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고, 공공 투자 기금의 이름으로 임명된 회장이 구단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초대 회장이자 현임 회장인 그는 왕의 최측근이었다.

왕이 지시한 것을 충실히 이행하는 충신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 역시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았고, 구단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한 뉴캐슬의 공동 소유주 두 사람과 그들과 함께 임명한 단장에게 거의 일임하고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달라졌다.

일단, 공공 투자 기금이 모든 지분을 소유하게 됐고, 지금까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회장으로 있던 왕의 최측근이 은퇴하며 새로운 회장이 취임했기 때문이다.

탈리크 무함마드 아히야 빈살만.

현 왕의 먼 친척뻘인 그는 그 누구보다 축구에 미친 사람이었다.

구단의 소유주인 왕보다 더 말이다.

그는 뉴캐슬 운영을 위해서는 지금 자신이 맡은 모든 자리를 내려놓을 용의도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뉴캐슬에만 집중하기 위해 다른 모든 걸 내려놓길 바랐다.

능력 있는 이 먼 친척을 어찌할까 고민하던 왕은 우승과 영광을 위해 뭘 해야 할지 열을 올리며 자신에게 어필하는 그를 보며 이내 그의 회장 취임을 허락했다.

그렇게 회장이 된 탈리크는 뉴캐슬의 현 상황이 모두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만 같이 느껴졌다.

월드클래스급 선수 두, 세 명만 영입해도 당장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 1군 전력은 물론이요, 팀의 근본을 키워줄 유스팀은 최고 수준의 스카우터들이 미래를 장담할 정도로 뛰어난 유망주가 제법 많았다.

하지만 그는 마음만 앞선 바보가 아니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우승을 하루아침에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뉴캐슬은 이미 맨시티보다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거다.

그리고 애초에 그는 돈만으로 우승을 샀다는 소리를 듣기 싫었다.

돈을 안 쓴다는 건 아니지만, 근본을 갖춘 모두가 인정하는 완벽한 우승을 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우승을 위해 팀을 개혁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 3년, 최대 5년으로 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드클래스 선수를 수급해야겠지.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금액과 주급을 요구하는 선수를 데려올 생각은 없소.”

그는 단장을 앞에 두고 말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런 선수들은 선수단을 망치기 마련이죠. 아직도 과거의 영광과 거리가 먼 맨 유나이티드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렇소. 그러니 긴 시간을 두고 면밀히 살펴보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자신의 말을 태블릿 PC에 메모까지 하는 단장을 바라보며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유스팀 말일세.”

“네, 유스 말이십니까?”

“디렉터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지?”

“그렇습니다.”

“받아들이게. 그리고 이 사람을 디렉터로 고용하도록 하고.”

회장은 사전에 파악한 칼센을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그가 지향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카우터를 파견해 재능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건 좋다.

하지만 회장은 여기에 공격적인 유스 영입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래가 확실한 뛰어난 선수라면 다소 모험을 하더라도 돈을 들여서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걸맞는 디렉터를 고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르시아노 디아즈.”

“디아즈 감독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말일세.”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다.

비록 유스라고 하더라도 우승을 경험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전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그를 데려왔다 하지만, 그는 책상머리 앞에 전술만 공부한 것 같은 MD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술은 커서 가르쳐도 되고 당장 필요하다면 코치를 영입해 가르쳐도 된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승하는 법을 가르쳐야지.”

“…네?”

“그를 당장 자르게. 그리고 이 사람을 데려오게나.”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한 사람의 사진을 단장에게 전송했다.

그를 본 단장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사람을 말입니까? 이 사람이 과연…….”

“조만간 사임한다 하더군. 접선해 보게. 분명 이리로 올 걸세.”

“아, 네.”

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한다. 그걸 본 회장은 손을 들어 올렸다.

“단장.”

“…네?”

“난 지금 당장이라 했소.”

“…알겠습니다.”

* * *

“디과… 이 아니라, 디아즈 감독이 잘렸어요.”

“어머, 진짜?”

내 말에 엄마가 화들짝 놀란다.

사실 나도 놀랐다.

하루아침에 디괄이 잘릴 줄이야.

새로 부임한 회장의 추진력이 무서울 정도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엄마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오히려 잘될 것 같은데요.”

“그러니?”

“네.”

나는 오늘 잠시 동안 대면했던 회장을 떠올려 봤다.

‘내후년이면 계약이 가능하다고?’

‘그래, 좋아. 그때까지 원하는 조건을 생각해 보게.’

‘나는 자네를 그 어떤 곳으로 보낼 생각이 없어. 자넨 팀의 미래가 되어야 할 테니.’

통보하는 듯한 발언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는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물었더랬지.

‘그래, 혹시 지금 당장 필요한 게 있나?’

잠시 고민했다.

뉴캐슬 내부에서 원하는 건 디괄이 없는 세상이었는데 너무나도 손쉽게 해결돼서 원할 게 더 있나 싶었거든.

금전적인 문제야 2년 뒤에야 해결이 되는 거니 당장 요구할 수도 없고.

그래서 한 가지를 부탁했다.

‘이거 사주세요.’

라고 말이다.

아직은 그 어떤 구단도 사용하지 않지만, 5년만 지나도 이 시설을 너도 나도 가지고 싶어 하고 가지고 있는 구단을 부러워할 최신 훈련 기계였다.

AI가 상황을 부여하면 홀로그램이 나타나고 상황에 따라서 슈팅이나 패스, 압박을 하는 훈련을 할 수 있는 설비인데, 지금쯤 이걸 개발한 회사가 열심히 영업하면서 제발 사주세요 하고 돌아다닐 때였다.

이때 사야지 나중엔 없어서 못 사지.

나한테 필요한 거기도 하지만, 뉴캐슬한테도 좋은 일이니 사주겠지?

솔직히 우리 구단주한테는 껌값 정도잖아?

“그나저나 아들, 다음에는 홈에서 경기하지?”

“네. 왜요? 구경 오시게요?”

“으응, 아빠가 보고 싶으시다네?”

“나 경기하기 전에 오시나 봐요?”

“응.”

한국으로 출장 갔던 아버지가 돌아오시나 보다.

축구 좋아하는 아버지인지라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는 꼭 보고 싶어 할 것 같긴 했다.

그나저나 디오스랑 한판 더 붙게 되는 건가?

아직은 재미없는데.

좀 더 커야 심장이 쫄깃하니 무섭기 그지없는 디오스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크려면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하려나?

얼른 프로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이 더디게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루, 하루가 좁은 통로로 흘러내리는 모래시계 안 모래알 같이 느껴진달까?

하지만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갔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빠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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