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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60화 (60/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60화

스코틀랜드 국적의 스트라이커 딜런 먼로는 세계적인 스트라이커였다.

셀틱과 레인저스가 양분했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쉽에서 미친 득점력으로 에버딘을 우승으로 이끌며 아스날로 이적해 4시즌을 보낸 그는 지금 프리미어 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빅토르 펠리시아노와 함께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고 있었다.

지난 시즌 아쉽게 득점왕을 놓친 그는 이번 시즌 득점기계라 불려도 과언이 아닌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두 골을 추가하며 펠리시아노보다 5골이나 앞서고 있었다.

펠리시아노는 이미 37라운드를 끝냈기 때문에 남은 한 경기에서 더블 해트트릭을 하지 않는 이상 가망성이 없어졌다.

사실상 이번 시즌은 딜런 먼로의 해라고 봐야겠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트트릭이라니.”

전반 28분.

딜런 먼로가 기어이 우리 팀을 상대로 세 번째 골을 꽂아넣었다.

천하의 리첼라도 무력하게 만들 완벽한 득점이었다.

골을 넣은 딜런 먼로는 그대로 우리 벤치 앞까지 달려와 무릎으로 슬라이딩하며 포효한다.

‘너 경질이야, 비응신아.’

우리 감독에게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

어휴, 그러게 크롬웰을 왜 내보냈어?

솔직히 크롬웰을 욕할 게 아니다.

부진했다가 장기부상까지 끊은 애를 복귀하자마자 이런 큰 경기에 내보내는 감독이 문제인 거지.

경기 감각도 돌아오지 못한 애가 욕받이까지 하게 생겼으니, 이거 잘못하다간 영원히 내리막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하빕을 내보낼지언정 크롬웰은 한 시즌 더 지켜볼 만한 사람이었다.

그만큼 해준 것도 있고.

그런데 아무리 봐도 감독의 미래에 더이상 크롬웰은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이참에 크롬웰을 나락 보내고 하빕을 데리고 있으려는 속셈인지도 모르지.

롬멜 감독은 고지식해서 자기가 정한 역할 이상을 시키려 들지 않고, 고집이 세서 자기가 꽂혀서 데려온 선수는 어떻게든 해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게 잘 먹혀서 챔스 진출팀으로 만들고 대박이 난 선수가 있기도 하지만, 그게 한계였다.

아마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닐 거다.

야심만만한 탈리크 회장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그래서 진즉에 했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거겠지.

중요한 건 뭔가를 해보려면 못해도 챔스 진출 티켓을 가져와야 한다는 거다.

챔피언스 리그도 못 나가는 팀을 맡고 싶어하는 탑급 감독은 거의 없다. 선수들은 더더욱 없을 거고.

가만, 이거이거 어차피 재계약 안 될 거니까 엿 먹이려고 이러는 거 아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롬멜을 바라봤지만, 롬멜은 지금 상황이 너무 화나는 듯 얼굴만 붉어있지, 절대 뭔가 더러운 꿍꿍이가 있어보이진 않았다.

그래, 고지식한 만큼 책임감도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책임감 있게 챔스 진출까지 해줄 거면 나를 내보내 달라고!

무섭게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괜스레 몸을 풀어보기도 하면서 롬멜의 시선을 끌었다.

후반에는 반드시 나를 내보내 달라고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그걸 보고 자극을 받은 건지 이젤 에드워드도 내 옆에서 열심히 몸을 풀기 시작한다.

자기도 나가고 싶다 이건가?

“아, 그게 나는 그냥 혹시 모르니까. 하하…….”

내 시선을 느낀 이젤이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냥 솔직해져. 나가고 싶은 거잖아.”

“어, 음… 그게…….”

어리숙하게 웃는 이젤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 골을 넣고 관중의 환호성을 들으면서 MOM까지 됐으니 그 뽕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겠지.

감독이 그런 나와 이젤을 보고 피식 웃는다.

웃음이 나와? 응?

그런데 뭐야?

롬멜 감독이 갑자기 시선을 돌리며 정색한다.

뭐야?

오마르가 다급하게 라인 밖으로 공을 걷어내는 게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 바닥에 누워있는 한 선수.

누구냐?

9번? 크롬웰?

세상에…….

부상 회복해서 첫 출전인데 바로 부상이야?

그러게 아직 폼도 안 올라온 애를 왜 내보내서는… 쯧.

같은 곳 부상인 건 아니지?

같은 곳 부상이네.

의료진이 크롬웰의 상태를 보더니 교체 싸인을 보낸다.

“태양, 준비해라.”

“네.”

바라던 순간이긴 한데 마냥 좋아하기는 힘들었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크롬웰을 바라봤다.

서른 살, 전성기의 나이이긴 하지만, 이제 내려올 일만 남은 나이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장기부상을 당한 것도 치명적인데 또 부상이라니.

에이징 커브가 세게 올 확률이 높았다.

안타깝네.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

나는 이걸 발판 삼아 한 번 더 보여주면서 선발을 차지해야 한다.

“중앙에서 쳐진 스트라이커처럼 뛰어라.”

“네.”

* * *

IN 47

OUT 9

[아, 크롬웰 선수 부상이 심각한 모양입니다. 크롬웰을 대신해서 윤태양이 투입됩니다.]

[아, 크롬웰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바로 부상이네요. 안타깝습니다.]

[이건 롬멜 감독의 실책입니다. 온르 전반전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크롬웰의 폼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이런 중요한 경기에 내보낸 것부터가 문제였습니다.]

[과연 3대0으로 뒤진 상황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ㅋㅋㅋㅋㅋ 3골 따라잡는 게 쉬운 줄 아나

-ㅈㄴ 기대했는데 이렇게 끝나누

-이거 솔직히 지금 크롬웰이 아니었음 두 골은 나왔다

-크롬웰이 두 골은 날림 ㄹㅇ

-크롬웰 욕하긴 그렇지 롬멜 저 ㅂㅅ이 폼도 안 올라온 애를 내보낸 게 문제지

-ㄹㅇ 진짜 뭔 생각이냐

-최근 세 경기 애들 합 ㅈㄴ 잘 맞고 첼시도 두들겨 팼는데 굳이 크롬웰을? 도대체 왜?

-롬멜 경질각 세게 나왔네

-애초에 계약 연장 안 한 거 보면 지금 롬멜 경질각 보고 있었던 거 같음

-진즉에 경질했어야 함 롬멜은 아무리 봐도 우승 노릴 만한 그릇은 아님

-이게 맞지 챔스 진출권 유지는 가능하지만, 뉴캐슬이 토트넘 같은 팀도 아니고 돈이 넘쳐나는데 롬멜 데리고 있었던 거 자체가 웃긴 거임 롬멜로 반석 다지고 우승 경력 감독 데려오고 선수 영입 좀 세게 해서 우승 노렸어야 함

-윤태양이 아스날 상대로 뭐 해주려나?

-이것도 웃긴 게 17살 애한테 뭘 바라냐? ㅋㅋ 큰 경기라 기복 보여줄 수도 있음

-여기서 잘한다? 그럼 ㅅㅂ 얘는 인정이다

-좀 이르긴 하지만, ㅈ이나 갓 칭호 내려줘야지 국내 한정으로

-ㅋㅋㅋ이미 국내에 얘만큼 잘하는 애 없는 거 같은데 ㅋㅋㅋ

태양이 필드 안으로 들어서자 관중석에서 잠시나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리지만, 3경기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후반기 위기에 빠진 뉴캐슬에게 희망을 준 선수였다.

비록 3골이나 뒤쳐진 상황이지만, 혹시 이 아이라면 뭔가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를 받는 가운데 태양은 태연하게 주변을 슥슥 돌아보며 자기 위치로 향했다.

그렇게 라인 밖으로 던져진 공을 아스날에서 스로인하면서 경기가 재개된다.

아스날은 일명 DEL라인이라 불리는 딜런 먼로, 에르완 베트랑쿠르, 리암 바로우 이 세 사람으로 구성된 공격라인이 무서운 팀이었다.

셋의 완벽한 연계, 그리고 딜런 먼로의 마무리로 세 골이나 넣었음에도 그들은 만족하지 않고 무섭게 공격했다.

이미 위축될 대로 위축된 뉴캐슬을 상대로 확인사살을 하려는 것 같았다.

[리암 바로우 공 잡고 버티다가 베트랑쿠르에게 흘려줍니다. 베트랑쿠르 디다를 제치고 그대로 슈팅! 리첼라 펀칭으로 막아냅니다! 앗! 딜런!! 슈팅!!]

간신히 펀칭으로 공을 막은 리첼라는 딜런이 달려오는 걸 보고 급하게 자세를 잡고서 몸을 날려 또다시 선방을 해냈다.

[리첼라 오늘 정말 대단합니다. 리첼라가 없었으면 다섯 골은 먹혔을 거예요!]

리첼라는 억지로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종아리가 땡기는 느낌을 받았다.

애써 태연한 척 다리를 털고 일어난 그는 디다와 아놀드를 무섭게 노려보면서도 그대로 공을 찼다.

[리첼라 공 찹니다! 수비라인까지 단숨에 날아가는 공!]

리첼라의 킥은 정확하게 수비라인 앞쪽에 떨어져 내렸다.

라인을 잔뜩 올린 아스날이 진영을 정비하기 전에 찾아온 역습 찬스.

그 찬스를 살리기 위해 오마르가 분주하게 달려가 공을 낚아챘다.

[오마르가 공 잡기 무섭게 일카이 코작 달려듭니다!]

일카이 코작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아스날의 수비라인을 지키는 유일무이한 월드클래스급 센터백이었다.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공을 가로채는 게 거의 짐승과도 같은 수준이었다.

오마르는 공을 낚아채느라 균형 잃은 몸을 수습할 틈도 없이 억지로 다리를 들어 공을 뒤로 흘렸다.

[윤태양 공 잡습니다!]

후방에서 달려오던 태양이 오마르가 흘린 공을 받아 그대로 달려들었다.

코작이 방향을 틀어 태양의 앞을 가로막으려고 했지만, 태양이 좀 더 빨랐다.

[아! 이게 뚫립니다! 태양 그대로 골대를 향해 달려갑니다!]

[이게 이렇게 1대1 상황이 되나요?!]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다다를 즈음에 치고 나온 골키퍼를 상대로 태양은 침착하게 왼발을 휘둘렀다.

골키퍼는 즉각 반응해서 몸을 움직이며 얼굴을 구겼다.

공이 그대로 태양의 발아래 있었다.

태양은 씨익 사악하게 웃으며 오른발을 슈팅했다.

[골! 골골골! 윤태양 투입 1분 만에 골입니다!]

[전광석화같이 달려가 골까지 넣습니다!]

득점에 성공한 태양은 골대를 향해 달려가 공을 들고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골을 넣고 늘 시큰둥한 태양답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원정석을 차지한 툰들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원정석에 툰들이 태양의 이름을 연호하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태양은 그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태양이 팬들에게 더 많이 환호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렇죠! 경기 아직 안 끝났습니다!]

[팀의 기세를 살리려는 윤태양!]

-와 보소

-어린애가 대단하네

-그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

-이대로 역전 가자

-역전각 나오나? ㅋㅋ

-ㅈㄹ 그사이에 아스날은 노냐? 절대 역전 안 나온다

하프라인 앞에 서기 무섭게 경기가 재개된다.

전반전은 아직 10분이나 남았고 후반전도 있었다.

“두 골 차이인가.”

쉬운 듯 보이면서도 쉽지 않은 점수 차이였다.

그 쉽지 않은 점수 차이를 따라잡으려면 지금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몰아붙여야 한다.

일단, 저 빌어먹을 DEL라인을 막아야겠지?

태양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아스날을 압박해 들어갔다.

아스날의 수비라인은 수비력은 일카이 코작에게 의존한다 할 정도로 형편없었지만, 패스 하나만큼은 수준이 높았다.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공을 보낼 준비를 한다.

여기에 휘둘릴 필요는 없었다.

수비를 하든 패스를 하든 아스날 수비라인의 중심은 결국 코작이었으니까.

“저리 꺼져 징그러운 자식아.”

“응, 싫어. 옆에 있을 거야.”

태양은 코작 옆에 붙어서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다.

“아니, 공을 왜 나한테!”

빡세게 견제가 들어오는 걸 훤히 보고도 아스날의 수비는 기어이 코작에게 패스를 보냈다.

코작은 어떻게든 공을 받기 위해 움직였지만, 태양이 한발 더 빨랐다.

[윤태양 인터셉트!!]

[다시 달려갑니다!]

[골키퍼와 1대1 상황! 윤태양 멈추지 않고 골키퍼에게 달려듭니다.]

윤태양이 오버스텝으로 골키퍼의 눈을 어지럽힌다.

골키퍼는 최대한 침착하게 지켜보다가 윤태양의 신체 균형이 왼쪽으로 치우치는 걸 보고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 윤태양의 왼발이 공 앞을 스치듯 지나가고 오른쪽으로 툭 하고 치고 들어가며 골키퍼를 지나친다.

이미 몸이 기울어진 골키퍼가 망연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윤태양은 비어버린 골대를 향해 가볍게 툭하고 차며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윤태양! 골!]

[골입니다! 골! 골! 골골골!!!]

경기가 재미있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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