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70화
[음바와예, 빠른 발을 이용해서 뉴캐슬을 상대로 두 골을 넣었습니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군요.]
[저런 선수를 도대체 어디에서 데려온 거죠?]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자메이카에서 온 선수입니다. 이전까지는 모로코 리그에서 뛰고 있었네요.]
-와 속도 보소
-저렇게 빠른 애는 첨 보는 듯
-자메이카면 육상이나 해야 하는 거 아니냐? ㅋㅋㅋ
-걔들도 축구 개 조아함
-아놀드랑 디다가 따라잡지 못해서 뭘 해보질 못하네
-ㄹㅇ 존나 느리네
-디다 틀딱 다 됨 ㅠ 안타깝다ㅠ
-에이징 커브 씨게 왔네
-ㅋㅋㅋ솔직히 에이징커브고 나발이고 프리미어 리그 수비수 중에 쟤 잡을 수 있는 애 없을 것 같은데 ㅋㅋ
-ㄹㅇ ㅋㅋㅋ
-근데 우리 태양이는 뭐하냐
-어시 두 개 했자늠
-골을 못 넣네 ㅠ
-ㅋㅋㅋㅋ 프리미어 리그에서 골 넣는 게 쉬운 줄 아나 ㅋㅋㅋ 어시 두 개만 해도 개 잘해주고 있구만
한국에서는 미들즈브러의 예상 밖 선전에 뉴캐슬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가운데, 동점골이 나오고 재개된 경기에서 태양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윤태양 경기 재개되자마자 전진합니다. 미들즈브러가 압박해 들어갑니다. 견제가 살벌하군요.]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음바와예라는 신예 선수를 경계하듯이 미들즈브러 입장에서는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윤태양을 경계할 수밖에 없어요.]
프리미어 리그 출장기록이라고는 지난 시즌 5경기밖에 없는 선수지만, 이번 시즌 뉴캐슬을 상대하는 팀들은 윤태양을 철저히 연구하고 경계하고 있었다.
5경기 출전, 9골과 5도움이라는 전성기의 월드클래스 선수도 쉽게 할 수 없는 기록을 고작 16살밖에 안 된 소년이 해냈는데 견제를 안 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건 미들즈브러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뉴캐슬을 원수로 여기는 미들즈브러 입장에서는 더더욱 철저하게 윤태양을 연구했었다.
만약 저 어린애한테 두들겨 맞고 뉴캐슬에게 또 진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갖췄는데…….
“뭐 저런 애가 다 있지?”
미들즈브러의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 찰튼은 멀리서 보이는 광경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윤태양은 촘촘한 공간 안에서 달렸다 섰다 걸었다가 다시 달렸다가를 반복하며 선수들 사이를 휘젓고 있었다.
화려한 개인기가 없이 그저 공을 몰아 드리블을 하는 것만으로 한 명을 제치고 지금 또 한 명을 제치고 있었다.
두 명을 제친 태양은 후방에서 올라온 메넨데즈에게 공을 패스하고 두 명의 공백으로 생긴 공간을 파고들어 수비라인까지 달려갔다.
메넨데즈는 그 즉시 1선과 수비라인이 자리잡은 위치로 공을 찔러넣었다.
미들즈브러의 센터백 사이에서 일리뉴가 힘으로 공을 차지하고 센터백을 등진 채 서서히 몸을 돌리는 가운데.
센터백이 일리뉴에게 붙어 생긴 공간으로 윤태양이 파고들며 “공 줘!”라고 외친다.
[일리뉴 공을 지키다 윤태양에게 패스합니다! 그대로 윤태양 질주!]
[슈팅합니다!]
[슈우우우우웃!]
[아! 막아냅니다! 찰튼의 선방!]
[엄청난 선방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공을 막아 뒤로 넘긴 찰튼은 크게 심호흡했다.
도박이 성공했다.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반 박자 빠른 슈팅을 자랑하는 윤태양이 어디로 슈팅할지 몰라 도박을 걸었는데, 이걸 막아냈다.
천만다행이었다.
[뉴캐슬의 코너킥입니다.]
[윤태양이 코너킥을 준비합니다.]
[지난 시즌에는 주로 레델리나 오마르가 코너킥을 담당했었는데요, 윤태양이 이번 시즌 코너킥을 책임지는 건가요?]
“다행인 거 맞나?”
뉴캐슬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아르텔리 감독은 이런 부분에 디테일하지 않지만, 세트피스 상황을 책임지고 준비하는 코치가 있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내기 싫어할 정도로 능력 있는 세트피스 깎기 장인이었다.
아르텔리만 보고 온 그는 심혈을 기울여 세트피스를 준비했다.
“후후, 보여줘라.”
코치가 웃음을 흘리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윤태양이 손을 들어올리고 휘슬과 동시에 도움닫기 해 슈팅했다.
“응?”
공이 크게 휘며 나아간다.
“으응?”
이런 코너킥은 지시한 적 없었는데?
모두가 예상치 못한 코너킥에 모두가 의아해하는 가운데 공은 크게 휘어 골키퍼를 피해 골대 구석으로 거짓말처럼 빨려 들어갔다.
“아니, 왜……!”
열심히 세트피스를 구상했던 코치의 좌절과 다르게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아! 코너킥을 골로! 대단합니다, 윤태양!]
[윤태양의 골로 다시 앞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골을 넣은 윤태양은 유유히 하프라인으로 향하며 관중석을 둘러봤다.
오! 나의 태양!
오! 우리의 태양!
오! 모두의 태양!
자신을 위해 하나같이 응원가를 부르며 환호하는 모습에 태양은 자신도 모르게 씨익 웃음을 흘렸다.
* * *
프리미어 리그 34/35시즌
1라운드
뉴캐슬 UTD 3:2 미들즈브러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뉴캐슬의 노쇠한 센터백 듀오, 수비력에 불안을 남기다.]
[빠른 선수를 상대하며 약점을 노출한 뉴캐슬 괜찮은가?]
[이적시장 마지막, 뉴캐슬이 보완해야 할 점은?]
언론에서 주목한 건 역시나 디다와 아놀드였다.
디다의 발은 느려졌고, 아놀드의 판단력은 흐려지면서 수비력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직 이적시장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뉴캐슬의 보드진은 센터백 보강을 위해 알아보고 있었지만, 문제는 디다와 아놀드를 대체할 수준급 센터백을 영입하려면 큰돈이 필요한데, FFP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제한적이었다.
뉴캐슬은 스카우트 역량을 총동원해서 데려올 만한 선수를 찾았다.
그 가운데 1골 2어시를 기록한 태양은 다시금 화제를 몰고 왔다.
윤태양의 활약에 가장 열광하는 건 역시나 한국이었다.
[윤태양 개막전서 1골 2도움 대활약]
[경기 평점 8.1, MOM 윤태양]
[만 16세, 윤태양의 이유 있는 활약]
[미들즈브러 감독, “어리다고 방심하지 않았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그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막을 수 없었다.”]
[아르텔리 감독, “Mi Sol(감독이 태양을 부르는 애칭)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마테오 실바, “경기를 봐서 알듯이 내 뒤를 이은 7번으로서 차고 넘치는 아이.”]
(고딕체)-태양이 1골 2도움 ㅅㅅ
-윤태양 ㅈㄴ 잘하더라
-미쳤다
-지금 이 정도로 활약하는 애가 있긴 하냐?
-뮌헨에 박민규 있잖아
-민규도 저렇게는 못함;
[득점 후 환하게 웃는 태양(사진)]
-날 가져요 태양 오빠 ㅠㅠㅠ
-태양이가 오빠면 님 중딩임?
-아뇨 저 20대인데요
-근데 왜 오빠임? ; 이상한 언니네
-잘생기면 오빠임
-ㅅㅂ
-와 핵존잘 ㅠㅠㅠㅠ 진짜 너무 잘생겨따 우리 태양이 ㅠ
-태양아 ㅠㅠㅠ 영국에서 행복하니? 한국 한 번 와주라 ㅠㅠㅠ 팬미팅 한 번 해주라 ㅠㅠ
-이 사진 영구박제 우리 팬클럽 대문으로 해요 우리
-아… 갖고싶다 윤태양 ㅠ 너란 남자 ㅠ
윤태양을 향한 한국의 관심은 하늘을 치솟아 있었다.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직 국제 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해서 뛴 적도 없었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말도 안 되는 활약을 보여준 것만으로 국민 남동생 취급받을 정도였다.
물론, 잘생긴 외모 덕분도 있었다.
유명세를 타고 방한을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팬들이 대부분인 팬클럽이 생겼으며, 팬카페는 회원수만 6만에 달하고 있었다.
노출도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명세에 광고계에서는 윤태양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 계약하게 된 에이전트 안나에게 광고 제의를 보내는 곳이 많아졌다.
[만 17세 윤태양, 국대 승선 확률은?]
-아직은 이르지 않냐?
-아직 이르다 ㅇㅈㄹ 나이 생각하지 말고 실력만 봐라 ㅂㅅ아
-지금 한국 선수 중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9골 5어시 할 선수가 있음? 없잖아?
-근데 우리 태양이는 5경기만에 그걸 함 ㅋ
-현역 한국 선수 원탑 아님?
-ㄹㅇ ㅋㅋㅋㅋ
-17살인데 원탑임
-그래도 나이가
-위에 조선시대에서 옴?
-ㅋㅋㅋㅋ 펠레가 17살이었음
-그거 명심해라 태양이 이대로 성인까지 국대 안 뽑히면 그사이 영국 국적 획득 자격 얻어서 귀화할지도 모름
-귀화를 왜 해;
-지금처럼 하면 영국에서 제발 귀화해 달라고 빌걸?
-축협 뭐하냐 얼른 모셔와라;
-ㄹㅇ 모셔와야 한다 꼰대질하면 뒤진다 진짜;;;
-꼰대질하던 애들 다 쫓겨나지 않음?
-다시 들어옴 ㅋㅋㅋ
-대단하다 축협 ㅋㅋㅋ 역사는 반복되는구나 ㅋㅋㅋ
-아니 이 ㅅㅋ들아 나이 중요하지;;; 국대 차출 반복하다 어린 나이에 부상당하는 꼴 보고 싶냐? 다 클 때까지 지켜주자고 이 자식들아;
-듣고보니 그건 그렇네?
-이것도 ㄹㅇ이다
윤태양이 활약하니 국가대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실력을 봐서 차출해야 한다, 벌써 부터 무리한 원정을 시키지 말자는 쪽으로 말이다.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양의 아버지는 물었다.
“국대 승선 이야기가 나오던데, 우리 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요, 아직 부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고민할 필요는 없죠.”
“생각은 있고?”
“마음 같아선 가고 싶은데, 장거리 비행기는 힘들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이야기 나오면 구단 하고도 상의해 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네. 일단 리그 경기가 중요하지?”
“네, 계약 이야기 나오고 있으니 리그에 집중해야죠.”
태양의 관심사는 국대보다는 일단 재계약이었다.
유소년 우선 계약으로 체결된 태양의 주급은 한국 돈으로 5천만 원가량.
지금 활약을 생각하면 더 많은 돈을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구단도 이 사실을 알아서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몸값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 가운데 열린 2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홈에서 웨스트햄을 맞이해서 놀라운 결과를 낸다.
2대1 패배라는 놀라운 결과를 말이다.
미들즈브러에게서 영감을 받은 웨스트햄은 집요하게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노리고 공격해 두 골을 넣고 거북이처럼 걸어 잠갔다.
그나마 막판에 윤태양의 득점이 없었다면 무득점으로 경기를 끝냈을 판이었다.
이어지는 3라운드.
[아! 뉴캐슬 유나이티드! 또다시 뒷공간을 내주면서 실점합니다!]
[심각한 수비력이네요! 디다와 아놀드, 믿음직스럽던 두 선수는 어디로 갔나요?]
울브스 원정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계속되는 센터백의 불협화음으로 4대3으로 패배했다.
태양은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팀이 수비력 문제로 계속해서 실패하자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다급하게 바이에른 뮌헨에서 욘더 제나스를 임대 영입해서 데려왔다.
욘더 제나스는 디다와 아놀드의 전성기와 비교해도 크게 모자람이 없는 선수였지만, 문제는 제아힘 하나를 데려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리그 4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에버튼 원정에서 윤태양의 막판 동점골로 간신히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리그 순위는 14위.
시즌 초반이라고 하지만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성적에 툰들은 물론이고 프리미어 리그 전체, 그리고 언론이 뉴캐슬과 감독, 그리고 센터백들과 첫 경기 이후 득점하지 못하는 일리뉴까지 모두 비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