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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72화 (72/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72화

뉴캐슬 선수단에는 작은 변화가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윤태양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천재적인 재능에 부럽기도 하면서도 아껴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소년이었다면, 최근에는 7번을 물려받은 차기 에이스, 차기 리더 정도였고.

요즘 형편없는 성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태양은 완전한 에이스, 팀에서 유일하게 자기 몫을 해주는 선수였다.

지난 네 경기, 1승 1무 2패를 거듭한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도 윤태양뿐이었다.

그런 선수에게 누가 함부로 대한단 말인가?

그리고 결정적인 부분은…….

“야, 태양이 잘 치더라.”

“거대한 덩치를 때려눕힐 줄이야.”

“함부로 싸웠다가 16살 애한테 두들겨 맞겠던데.”

“어디 복싱 같은 거라도 배웠나?”

“쉿, 윤태양 온다.”

그랬다.

동료들은 일리뉴를 주먹으로 잠재운 태양을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덩치는 산만 하고 화려한 삶을 사는 스타들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운동밖에 모르는 혈기왕성한 20대였다.

싸움 잘하는 것도 팀 내부적인 지위에 영향을 준다는 소리다.

“태양, 오늘 너희 집 가도 돼?”

“오늘은 시합이잖아. 안 돼.”

“아…….”

“쟨 너네 집에 꿀이라도 발라놨냐? 왜 맨날 너네 집 가고 싶어 안달이 난 거야? 나도 갈까?”

“아저씨는 가정에 충실하시죠?”

“태양, 나도 다음에 초대 한 번 해주라.”

“오, 초대하는 건가? 나도 한국 음식 먹어볼 수 있나? 가게 되면 내가 아끼는 우리나라 와인을 들고 가지.”

좌일리뉴 우이젤.

거기에 실바와 리첼라까지.

태양의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 때문에 태양의 지위는 더더욱 확고해졌다.

태양에게 얻어맞긴 했어도 일리뉴는 덩치부터 실력까지 무시할 수 없는 선수였고, 이젤은 저래 보여도 팀에 헌신하며 팬들이 아끼는 선수 중 하나였다.

실바와 리첼라는 두말할 거 없이 팀의 실세였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태양은 뉴캐슬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라커룸 안에 아르텔리가 들어왔다.

사람 좋은 웃음을 하고서 들어온 그는 선수들을 불러 모으고 경기 전 마지막 연설을 시작했다.

“나의 선수들. 최근 우리를 비난하는 시선이 많다네. 하지만 난 전혀 걱정하지 않아. 이제 겨우 5라운드일 뿐이야. 아직 시즌은 한참이나 남아있지.”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팀에게 말하게. 팀은 자네들을 케어해 줄 돈과 인력이 있지. 그러니 축구에만 전념해 주게. 팀을 위해서도 팬들을 위해서도.”

감독의 말에 아놀드와 일리뉴가 가장 격하게 공감했다.

그 둘은 최근에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면서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놀드는 팀에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해준 것들을 보답하고 싶어했고, 일리뉴는 친구가 된 동료들과 함께 서둘러 축구를 하고 싶어했다.

“허허허, 표정을 보면 오늘 뭔가를 보여줄 것 같은 표정이군. 그래, 좋아. 가서 보여주게나.”

아르텔리 감독의 말을 끝으로 선수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필드로 나섰다.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번리의 대결이 펼쳐지는 이곳은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만원관중이군요. 아, 팬들이 하나같이 My Sun을 제창하고 있습니다. 윤태양 선수의 응원가죠?]

[최근 4경기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윤태양 군은 이제 완벽하게 툰들에게 7번으로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오! 나의 태양!

오! 우리의 태양!

오! 모두의 태양!

태양의 응원가를 부르는 관중석 안에는 태양의 가족들도 있었다.

“아빠, 이거 우리 오빠 응원가야?”

가을이가 신기한 듯 아빠에게 물었다.

지상은 그런 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래, 오빠 응원가야.”

“신기하네.”

“신기해?”

“응. 수만 명은 되잖아?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오빠를 응원하는 거잖아?”

“그렇지.”

태연한 척 말했지만, 사실, 지성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올 때마다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이 많은 사람들이 태양이를 사랑해 준다는 게 말이다.

“아니, 아니지. 아직 벌써 들떠선 안 되지.”

“응? 뭘 들떠?”

“아, 여보. 그냥. 우리 태양이 잘된 건 좋은데, 앞으로 더 잘될 거니까. 벌써부터 좋아서 김칫국 마시고 그러지 말자 이거지.”

“무슨 김칫국이야, 김칫국은. 더 잘되면 그때는 더 좋아하면 되지!”

아내의 말에 지상은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러네.”

“저기 봐, 우리 영감님들.”

“응?”

지성은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와 장인어른은 원래 자리가 아닌 저 아래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저게 무슨 상황이야?

“어허허허, 내가 태양이 할애비여!!”

“나는 외할아버지지!”

“태양이를 만든 시초이자 근원이군요!”

“그려, 나랑 우리 사돈양반 아니었음 우리 태양이 태어나지도 않았지!”

“영감님들 감사합니다!”

“오! 나의 태양! 오! 우리의 태양! 오! 모두의 태양!”

“그게 뭐여! 더 크게 불러야지!”

“오! 나의 태야아아아아악!”

“그랴! 잘하는구먼!”

맙소사.

두 사람은 태양의 인기에 힘입어 툰들 사이에서 함께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엄청난 친화력이네. 저걸 닮았어야 하나?”

“나도 껴야지! 얘들아 가자!”

“응!”

“와아!”

“나도 부를래 같이!”

아내와 자식들 모두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는 걸 보고 지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래도 나만 안 닮았나보네.”

그 가운데 휘슬이 울려 퍼졌다.

[경기 시작됩니다!]

[번리의 선축으로 경기 시작되는데요. 챔피언십에서 새 시즌을 보내고 힘겹게 올라온 번리인데요, 번리 입장에서는 리그 15위로 괜찮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캐슬은 상황이 다르죠. 이번 달 엄청난 이적료를 지출한 것과 달리 불안한 출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안한 뉴캐슬이라니.

기회는 이때다.

번리는 뉴캐슬의 약점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미들즈브러와 같은 방법으로 말이다.

최근 챔피언십이 느린 발의 수비수와 이를 약점으로 삼고 빠른 발의 공격수를 기용하는 스타일이 늘어났는데, 이 탓에 번리 역시 미들즈브러와 마찬가지로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적인 풀백을 기용해 후방에서 걸어잠그고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빠른 발의 공격수를 두고 있었다.

챔피언십과 다르게 준족의 센터백이 많은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잘 먹혀들지 않는 방식이지만, 이 구성이 지금 뉴캐슬에게는 카운터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번리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상황은 번리가 바라는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놀드 빠르게 메넨데즈를 불러 내리면서 라인을 내립니다! 제나스 달려 나가서 공 따냅니다!]

[공을 따낸 즉시 메넨데즈에게! 메넨데즈 박스올에게 공 보냅니다! 박스올, 오마르에게!]

공을 받은 오마르가 측면 라인을 타고 달리다가 길이 막히자 나란히 같은 선상으로 달려온 메넨데즈에게 공을 패스했다.

메넨데즈는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팀에서 특별히 문제가 없었지만, 사실 막대한 이적료 값을 해주지 못한 건 메넨데즈도 마찬가지였다.

프로답지 않은 행동이다.

비싼 돈으로 이적 와서 나태해진 레알 마드리드 선수와 뭐가 다른가?

난 다르다.

메넨데즈는 그리 생각하며 공을 찔러넣었다.

대지를 가르며 오른쪽, 센터백과 풀백 사이 뒷공간을 노리고 들어가는 패스는 풀백의 앞에서 얼쩡거리다가 귀신같이 풀백의 뒤로 파고든 윤태양이 차지했다.

하지만 번리의 센터백이 이를 보고 있었다.

윤태양과 마찬가지로 공을 쫓은 번리의 센터백이 길을 차단한다.

윤태양은 멈추지 않고 센터백에게 달려들었다.

왼쪽으로 이동하려는 듯 몸을 기울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센터백이 낚이지 않자 공을 그대로 오른발로 바깥으로 밀어낸다.

오른쪽이 확실하구나.

센터백이 그리 생각하며 다리를 뻗는 순간, 공을 밀어내던 오른발은 재빠르게 공을 스치고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공을 끌고 온다.

센터백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밀어넣는 절묘한 프리플랩.

윤태양의 주특기와 같은 기술이 펼쳐지자 어찌할 줄 몰라 균형을 잃고 센터백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뒤를 돌아봤을 때.

윤태양은 골대 구석으로 공을 슈팅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골! 골입니다!]

[윤태양의 선제골!]

[역시 윤태양! 다섯 경기 연속 골을 기록합니다!]

[참 쉽게 돌파하고 쉽게 골을 넣습니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어떻게 이 선수가 16살이죠? 플레이만 보면 이십대 전성기에 다다른 선수 같습니다!]

해설이 흥분해서 외칠 때 구장 안에서는 장내 아나운서가 득점자를 호명했다.

-전반 8분 21초! 우리 팀의 득점입니다! 득점자는…….

아나운서가 말을 멈추기 무섭게 관중석의 툰들이 일제히 외쳤다.

넘버 7!!!!

-태양 윤!!

윤태양의 이름이 나오기 무섭게 관중들이 환호성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짖었다.

[경기 다시 시작합니다. 번리는 다시 라인을 내리고 웅크리는군요.]

[득점을 내줬지만, 아직 전술을 바꾸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지난 네 경기 동안 뉴캐슬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니까요.]

번리는 계속해서 뉴캐슬의 뒷공간을 노릴 모양이었다.

뉴캐슬 선수단은 상황을 알면서도 침착하게 번리를 압박해 들어갔다.

오히려 더욱더 적극적으로 라인을 올리고 압박했다.

번리는 최후방까지 공을 보내 뉴캐슬을 유인하고 뉴캐슬의 뒷공간을 노린 롱패스를 보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최전방의 세 명을 제외하고 뉴캐슬 선수들이 일제히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앞선 건 제나스였다.

빠르게 공의 위치를 확인하고 공을 향해 번리의 선수와 경합하며 달려가는 사이, 아놀드는 빠르게 라인을 정비하며 선수들을 맞이했다.

지난 네 경기와는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

그리고 달라진 만큼 손쉽게 그들은 번리의 역습을 저지하고 오히려 이번에는 뉴캐슬이 역습을 전개해 들어갔다.

제나스가 따낸 공을 아놀드가 메넨데즈에게 뿌리고, 메넨데즈는 최전방을 향해 공을 보냈다.

대포알같이 날아간 공이 떨어지는 위치에 있던 건 윤태양.

윤태양은 두 명의 번리 수비수 사이에서 발등으로 공을 받고서는 그대로 머리 뒤로 넘겨 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수비수들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 사이.

윤태양의 행동을 읽기라도 한 듯 공을 쫓은 일리뉴가 떨어지는 공을 향해 왼발을 휘둘렀다.

쾅! 하고 폭발음이 들릴 것 같은 엄청난 슈팅이 그대로 쭉 뻗어나가 골망을 마구 뒤흔들었다.

[골입니다!]

[일리뉴가 첫 경기 이후 네 경기만에 득점합니다!]

[일리뉴에게 바란 모습이 바로 이겁니다! 강력한 슈팅! 골키퍼도 손쓸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골을 만들어냅니다!]

스코어는 2대0.

번리의 감독은 직감했다.

“통하지 않는군.”

더 이상 뉴캐슬을 공략하던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왜 하필 우리랑 싸울 때 이렇게 되는 걸까?

“Fxck…….”

번리의 감독이 고개를 저으며 욕을 내뱉을 즈음.

경기는 후반 막바지에 달해 있었고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4대0으로 번리를 압도하며 승리를 확정 짓고 있었다.

태양의 득점 이후 태양의 어시스트를 받은 일리뉴의 해트트릭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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