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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76화 (76/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76화

[최연소 기록의 사나이 윤태양!]

[캄 노우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어린 소년.]

[뉴캐슬의 어린 왕자.]

[알바레즈 바르셀로나 감독 “캄 노우에서 기립 박수가 나올 때 마치 사랑하는 여인이 유린당하고 빼앗긴 기분이었다.”]

-챔스 최연소 데뷔 + 챔스 최연소 해트트릭 + 바르셀로나 상대 최연소 골 + 해트트릭 ㄷㄷㄷ

-경기 하나에 기록을 몇 개를 경신한 거야 ㅋㅋㅋㅋ

-미쳤다 ㅅㅂ 진짜 개쩐다

-쟤가 우리나라 선수입니다 여러분!

-두유노우클럽에 들어갈 자격은 이미 충분하네

-해트트릭하고 가만히 서있는데도 화보 같네 ㅅㅂ 다 가졌네

-다 가지지 않음. 아직 우리 누나 못 가짐 ㅎ

-미친놈;;;;

-…사랑하는 여인이 유린당하고 빼앗긴……? 이거 완전…….

-이거 완전 뭐?

-금태양…ㄷ

-금발은 아니니까 축태양 아님?ㅎ

-축태양 ㅋㅋㅋㅋㅋㅋ

프리미어 리그 안에서만 그 천재적인 재능으로 명성을 떨치던 뉴캐슬의 어린왕자는 본격적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은 바르셀로나라고 하더라도 캄 노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프리메라리가에서 가장 강한 팀이자 그들의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도 최근 몇 시즌이 되도록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없으니 말 다 했지.

그런데 16살이란다.

모두의 이목이 소년에게 쏠렸다.

그가 해트트릭한 영상은 세계 각국의 유튜브에 업로드됐고, 뉴캐슬 공식계정 영상은 순식간에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빅클럽들의 시선도 이 소년, 태양에게 꽂혔다.

[레알 마드리드, 윤태양 영입 위해 1억 유로 준비 중?]

[위기의 맨체스터 시티, 윤태양을 영입해 왕좌를 지킬 계획.]

[바르셀로나, 굴욕을 준 윤태양 영입 위해 선수를 팔아서라도 자금 준비한다.]

공신력 없기로 유명한 잡지나 신문사에서 확인된 사실 없는 찌라시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안에는 사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뉴캐슬 보드진이 조금이나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태양에게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다.

태양의 에이전트 안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고.

“이 정도 활약을 하는데 아직도 유소년 우선 계약으로 잡아두실 생각은 아니겠죠?”

“음.”

안나는 탈리크 회장을 마주한 테이블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붙인 채 앉아있었다.

잘나가는 선수를 등에 업고 계약을 하면 모든 게 여유로울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심리전 따위도 없었다.

이 순간 잘나가는 선수는 절대 갑이니까.

그게 뉴캐슬의 태양이라면 말 다 했지.

“당연히 아닙니다. 서로 만족할 만한 계약을 준비 중입니다.”

사실 태양의 정식 프로 계약은 몇 개월 후인 내년이 되어야 가능했다.

하지만, 태양을 노리는 곳이 있어 이렇게 서둘러 구두로나마 계약을 추진하게 된 거다.

단순히 찌라시뿐만 아니라 진짜 태양에 대해서 문의하는 곳이 있었던 것이다.

태양의 유소년 우선 계약 기간은 2년인지라 지금이라도 서둘러 계약을 하지 못하면 시즌이 끝나고 다른 구단으로 떠나 버릴지도 모른다.

뉴캐슬로서는 어떻게든 그를 잡아야 했다.

“아, 혹시 돈과 별개로 태양이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죠.”

안나는 자세를 고쳐앉고 말했다.

“우선 첫 번째 태양은 가족의 안전을 원합니다. 뉴캐슬 안에서는 안전하다 느끼고 있지만… 아시잖아요?”

탈리크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은 치안이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뉴캐슬은 비교적 안전한 곳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처럼 100% 안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정을 간 사이 선수들의 집을 터는 사건이 심심하게 벌어지는 곳이 이곳이었고, 선수의 가족을 해코지하려는 원정팀 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태양은 동양인.

아직도 숨어있는 인종차별자가 있는 곳인지라 안전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탈리크 회장은 그 말을 듣고 바로 답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나의 경호원을 배치하겠소.”

“회장님의 경호원이요?”

“그렇소. 상중할 수 있는 경호원 두 명을 일단 태양의 가족에게 배치하겠소. 홈경기에서는 차량과 경호원을 보내도록 하고, 원정 경기 관람을 원한다면 마찬가지로 차량과 경호원을 보내도록 하지요.”

경호원은 탈리크 회장 개인의 돈으로도 어렵지 않게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경호 업체를 만들어서 태양에게 줘도 그에게 있어서 푼돈에 불과한데, 경호원 몇 명쯤이야.

“그리고 이 지역 최고의 가정교사를 동생들에게 지원해 줄 것을 원했습니다.”

“그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군. 영국 최고의 가정교사로 지원해 주겠소.”

“그 외에는 뉴캐슬의 선수 지원이 너무 좋아서 더 바랄 게 없… 아니다. 하나 있었군요. 이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그 말에 탈리크 회장이 몸을 테이블 가까이 붙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조금 어렵다는 말이 왠지 매우 어렵다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 계약이 이렇게 순조로울 리가 없지.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가운데, 안나가 입을 열었다.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태양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태양의 가족을 지켜본 결과 그들은 모국의 음식을 다 같이 먹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음……! 음식은 중요하죠. 그래서 뉴캐슬 팀 내에서도 한식 셰프가 상주하면서 음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의외로 다른 선수들에게도 인기가 많더군요. 혹시 개인 요리사를 원하십니까? 그것도 어렵지는…….”

“아뇨, 아뇨. 중요한 건 부모님이 만들어주는 음식입니다. 소울 푸드와도 같죠. 엄마가 해준 밥.”

사실 왕족인 탈리크에게는 낯선 것이었다.

왕족이 직접 요리를 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감성은 가지고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만들어준 디저트, 바클라바.

그 어떤 셰프가 바클라바를 내놓아도 어머니가 만들어준 바클라바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렇군요… 그래요. 그건 아주 중요하죠. 선수의 멘탈을 위해서라도.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한국 마트…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한국 마트를 원합니다.”

그 말에 탈리크 회장은 웃었다.

셰프가 아니라 마트를 만들어 달라니.

듣도 보도 못한 조건이지만, 왠지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 보니 더 좋은 방법도 떠올랐다.

“만들어 드리죠. 태양이 아버지 회사를 통해서 한국 식자재를 수입하는 걸로요.”

“아… 그건…….”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겁니다. 뉴캐슬에 그곳만큼 큰 무역회사도 없으니까요. 그곳과 계약하는 게 당연하거든요. 뒷돈을 꽂아주는 것도 아니고 실적만 올려 드릴 뿐이니.”

“더할 나위 없군요.”

안나는 자리에 일어나 탈리크 회장과 악수를 나눴다.

* * *

바르셀로나와 경기가 끝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우리를 기다리는 건 레스터 시티와 경기였다.

일주일 간격도 아니고 불과 4일 만에 경기를 이어간 거다.

당연히 바르셀로나와 경기에 뛴 선수들 대부분이 출장하지 않았다.

나는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저 꼬맹이들 잘하네.”

오늘 경기에서는 콜업된 유스 동료 세 명, 소비올라와 샬렛, 린데만이 모두 출전했는데, 경기 전에 그렇게 긴장하던 놈들이 초반에만 좀 긴장하더니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승리가 보장된 건 아니다.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홈구장 전광판에 보이는 스코어는 1대1.

아르텔리 감독은 지친 나 같은 선수들을 절대 내보내지 않고 승점 1점에 만족했다.

패배하지 않는 이상 굳이 무리 하지 않겠다는 생각인 듯했다.

뭐, 시즌 초반 유난히 강력한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주전 없이 무승부면 선방이지.

가만 이렇게 끝나면 우리 팀 승점이 몇 점이지?

2승 2무 2패, 승점 8점이군.

1위인 첼시가 16점으로 우리 보다 두 배 더 승점이 많네.

물론, 아직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승점 차이다.

비전이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다음 경기는 리그 컵이었다.

첫 상대는 무수히 많은 팀 중에 하필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아르텔리 감독은 과감하게 리그 컵을 포기했다.

구단도 굳이 리그컵에 힘을 빼는 걸 원치 않았다.

2군 선수들과 콜업된 유망주 셋을 포함해 전원 후보 선수들로 구성되어 맨유를 상대했다.

그런데 웬걸?

맨유도 우리와 똑같이 후보를 내보냈는데 우리가 이겼다.

아르텔리는 이겼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 영국 놈들은 쓸데없이 컵 대회를 두 개나 여는 거야?”

지금까지 수많은 감독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걸 똑같이 말한다.

그럴 만하다.

컵 대회 두 개, 리그, 챔스까지 하면 일정이 살인적이니 말이다.

진짜 살인적이다.

고작 4일 만에 프리미어 리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경기는 토트넘.

빅7으로 분류되고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다투는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하지만 뭐랄까.

예나 지금이나 2%가 아쉬운 팀이다.

팀을 이끄는 선수 한, 두 명은 분명 월드클래스 선수인데 꼭 어떤 포지션은 보강이 되지 않는 아쉬운 그런 팀이다.

그리고 꼭 한 번쯤은 아니, 이 사람을 도대체 왜 감독으로? 이런 생각이 들 만한 감독을 선임하기도 한다.

이번 시즌의 토트넘이 그랬다.

생각지도 못한 감독이 선임됐고, 그 감독은 나를 향해 맹렬한 질타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뉴캐슬이 윤태양에게 집중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윤태양은 전술적으로 문제가 많은 아이.]

[어린 선수를 에이스로 삼은 뉴캐슬이 성적이 좋을 수가 없다.]

[윤태양은 개인기밖에 할 줄 모르는 애송이.]

[뉴캐슬과 윤태양의 침몰에 한몫 거들고 싶다.]

[뉴캐슬은 돈만 많고 쓸 줄 모르는 멍청한 팀.]

그 감독은 나와 뉴캐슬을 상대로 계속해서 비난을 거듭했다.

뉴캐슬에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억하심정이 있을 수밖에.

이번 시즌 취임한 감독은 다름 아닌 마르시아노 디아즈였으니까.

그래, 축구판의 조괄이라 불렸다는 디괄, 그 사람 맞다.

유스팀 감독이 어떻게 토트넘을 구워삶아 감독이 된 건지 모르겠다만, 그는 토트넘 감독이 되어 3승 2무 1패로 순항하고 있었다.

사실 토트넘 감독이 됐다고 했을 때 얼마 안 가 경질되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놀랍게도 나름대로 성적을 내고 있었다.

저 정도 성적도 못 낼 줄 알았거든.

하지만 그곳에는 디괄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수가 있었다.

개인기를 좋아하지 않고 패스로 탈압박을 즐기며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서 전방으로 킬패스를 보내줄 수 있는 선수가 말이다.

그 사람이 디괄의 이상을 어느 정도 실현시키고 있었던 거다.

뭐 어쨌든.

[뉴캐슬과 윤태양을 박살 낼 날이 다가왔다.]

이 미친놈은 쉬지 않고 언플을 하고 있었다.

나와 뉴캐슬을 향한 언플이 멈추지 않자 자연스럽게 기자들이 뉴캐슬과 나에게 기웃거린다.

“윤! 디아즈 감독이 당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걸 아나요? 유스팀 당시에 당신을 지도했던 감독으로 알고 있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퇴근길 날 데리러 온 엄마의 차에 올라타기 전, 기자가 다급하게 물어온다.

그 물음에 멈칫한 나는 답했다.

“글쎄요, 본인의 유스팀 감독 커리어 승률은 제가 올려준 거로 기억하는데, 기억을 못 하나봐요. 아마 젊은 나이에 치매가 든 거 아닐까요?”

아니면 뭐 충격 받고 섬망증세라도 들었나? 트럭에 한두 번 치여야 정신 차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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