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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81화 (81/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81화

[윤태양이 밀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합니다!]

[밀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한 최연소 선수로 기록에 남는 윤태양!]

[마찬가지로 챔피언스 리그 최연소 2연속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되네요. 아니, 축구 역사상 최연소인가요? 윤태양이 하는 모든 게 최연소 기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윤태양의 시대요.]

-시발 미쳤다

-영국 해설이 하는 말 들었냐?

-뭐라 그럼?

-대충 윤태양의 시대가 찾아온다는데?

-지리네 ㄷ

-아니, 챔스 2연속 해트트릭;;;; 월클 선수도 못하는 걸 윤태양이 하네 ;

* * *

해트트릭으로 산 시로를 침묵하게 만든 것도 잠시,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경기는 머지않아 전반이 마무리되고 하프타임을 가진 후에 후반전을 앞두고 있었다.

밀란은 센터백 피에르마티를 대신해 베르가라를 투입하고, 오른쪽 윙어 위치에 갈바그니를 투입했다.

둘 다 젊고 빠른 선수들이었다.

반면에 뉴캐슬은 아무런 변화 없이 전반전을 뛴 선수들을 그대로 투입했다.

하프라인에 선 지노는 윤태양을 바라봤다.

“빌어먹을 놈.”

저 악마 같은 놈의 해트트릭, 특히 마지막 파넨카 킥 때문에 파세리니는 라커룸 안에서 바보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누가 봐도 멘탈이 걱정되는 모습이었다.

이탈리아의 수호신이 될 선수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 놈은 도도한 표정으로 필드 위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이 아니꼬운 건지 관중들이 윤태양을 향해 쉬지 않고 야유를 퍼붓고 있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긴 저런 야유와 모독이 먹혔다면 전반전에 해트트릭 같은 건 하지도 못했을 거다.

어쩌면 남들이 자신을 욕하면 욕할수록 승부욕을 불태우는 놈인지도 모르겠다.

삐익!

그때 마침 휘슬이 울린다.

뉴캐슬이 공을 뒤로 돌리고 밀란을 향해 라인을 올린다.

전반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갈 생각인지 빠른 템포로 공격적인 모습을 취했다.

[뉴캐슬이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합니다. 메넨데즈, 박스올, 고메즈의 패스워크가 좋네요.]

[전반과 다르게 산체스의 가세도 적극적입니다.]

지노를 견제하기 위해 수비라인에 계속해서 남아 있던 산체스는 후반에 들어서 중원에 가세해 머릿수를 늘려줬다.

이에 머릿수가 부족한 밀란도 부득불 풀백이 가세해 중원의 숫자를 늘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목적은 어떻게든 최전방에 공이 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밀란의 실책이었다.

차라리 최전방에서 선수들이 내려오는 게 나았을 거다.

왜?

뉴캐슬에는 다양한 패스를 다양한 곳에 보낼 줄 아는 미드필더, 메넨데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캐슬에 온 게 이상한 선수.

레알 마드리드 패스의 심장이라 불리던 선수.

그가 상황을 지켜보다 머릿수가 줄어든 밀란의 후방을 향해 롱패스를 보냈다.

어떻게 그 길을 봤는지 모를 정도로 날카로운 패스가 밀란의 선수들을 가르고 윤태양에게 다다랐다.

달리는 상태로 공을 받은 윤태양이 앞을 봤다.

눈앞에 있는 제후니를 보고 윤태양은 급가속하며 왼쪽으로 공을 한 번 접고 그대로 왼발로 슈팅했다.

낮고 빠른 슈팅이 레이저처럼 골대 왼쪽 구석 하단으로 뻗어나갔다.

태양을 상대로 멘탈이 나가 버린 파세리니는 어정쩡한 위치에 섰다가 다급하게 몸을 날렸지만, 공이 한발 더 빨랐다.

파세리니가 손을 뻗기도 전에 공은 깔끔하게 골라인을 넘어섰다.

[…골… 골입니다!]

[맙소사! 윤태양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밀란을 상대로 네 골! 하울을 기록합니다!]

[윤태양이 또!!! 놀라운 기록을 만듭니다! 역대 최연소 하울입니다!]

하울.

네 골을 의미하는 영어권 단어로 이 기록을 가진 선수는 단 12명, 아니, 이제 윤태양을 포함해 13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쉽지 않은 기록을 오늘 윤태양이 해낸 거다.

[말도 안 되는 기록입니다. 윤태양 선수가 고작 두 경기 만에 7골을 넣었어요.]

[7골이 말이 7골이지 쉬운 득점수가 아닙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골든 부츠의 득점이 8골이었습니다. 그걸 두 경기만에 따라잡은 겁니다!]

네 골을 기록한 태양은 다시 한번 느긋하게 걸으며 관중들을 바라봤다.

[윤태양의 네 골로 인해 스코어는 4대1! 뉴캐슬이 산 시로에서 밀란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야유로 윤태양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윤태양을 자극한 꼴이 됐네요.

-ㅋㅋㅋㅋ태양이 표정 봐라

-또 씨부려 봐 ㅂㅅ들아 이런 표정인데 ㅋㅋㅋ

-ㄴ 축태양이 산 시로를 빼앗는 순간이군

-ntr 축구 오진다

-ㅋㅋㅋㅋㅋ ntr 축구 ㅅㅂㅋㅋㅋㅋㅋ

-지노 저 새끼 별 거 없네

-뭣도 아닌 게 잘난 척 깝치고 다닌 거네

-가서 스파게티나 처먹어라 ㅗㅗ

지노는 충격에 빠졌다.

세상에 저런 미친놈이 있다니.

어떻게 저렇게 쉽게 축구를 할 수 있지?

지노는 타고난 유전자와 인종의 벽은 넘을 수 없다 생각했다.

아니다.

쟤는 규격외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그럼 신이 만든 건가?

빌어먹을.

지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쟤는 그저 오늘 분위기를 탔을 뿐이야. 우리 밀란의 수비진이 분위기에 휩쓸려 말려든 것뿐이고.

여기는 산 시로다.

내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마음을 먹은 지노는 전력을 다해 경기에 집중했다.

[4대1 상황에서도 밀란은 기죽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이 보기 좋군요.]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 후반 28분. 인저리 타임을 감안하더라도 2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과연 3점이나 뒤진 스코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공을 소유한 밀란의 페르난데즈가 지노에게 공을 보냈다.

지노는 날아오는 공을 확인하고 뉴캐슬의 선수들을 살폈다.

그사이 공이 떨어지고 아놀드가 지노에게 달라붙었다.

지노는 발등으로 공을 트래핑해 아놀드의 머리를 넘기고 그 옆으로 파고들었다.

아놀드와 동시에 달려온 반디아가 공중에 뜬 공을 빼앗기 위해 오자 지노는 머리로 볼을 한 번 더 트래핑하고 어깨를 들이미는 반디아를 밀어내며 가슴으로 공을 아래로 떨구며 달려 나갔다.

보이는 건 골대, 그 앞에 리첼라.

아니다.

발 빠른 제나스가 지노의 앞을 막아선다.

지노는 제나스 코앞까지 달려가 발을 놀렸다.

엉덩이를 씰룩대며 과장된 몸짓으로 다리를 놀리며 제나스의 시선을 빼앗은 지노는 공을 옆으로 패스할 것처럼 시늉하다 다시 공을 끌고와 반대쪽으로 달려 나갔다.

단숨에 세 명을 제친 지노의 눈앞에 리첼라가 보였다.

그리고 리첼라의 옆구리 쪽에 보이는 아주 작은 공간.

지노는 그 공간을 향해 거침없이 슈팅했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반 박자 빠르게 들어간 슈팅에 리첼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와아아아아아!

추격골.

스코어를 두 골 차이로 줄이는 지노의 두 번째 슈팅에 관중들이 열광한다.

평소라면 키스를 날리며 세리머니했을 지노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에 지노는 평소답지 않게 골대로 달려가 공을 챙기고 하프라인에 섰다.

서둘러 경기를 이어가겠다는 그의 의지에 선수들이 서둘러 자리를 잡는다.

[경기 재개됩니다.]

[누구보다 축구를 즐기는 낭만가 지노가 저렇게 얼굴을 굳히고 전력을 다해서 뛰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그만큼 승리가 간절하다는 거죠.]

[아, 말씀드리는 순간 전방에 지노에게 다시 공이 갑니다!]

축구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기세가 넘어가면 축구를 하고 있는 사람도, 보고 있는 사람도 느낌이 온다.

왠지 골이 터질 것 같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아놀드는 집중하며 이번에는 섣불리 나서지 않고 라인을 조율하면서 지노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뉴캐슬의 선수들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자 지노는 공을 가지고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올해 19세.

얼마 되지 않은 축구 인생이지만, 지노는 지금 축구 인생 최고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지노의 머릿속에 하나의 영감이 떠올랐다.

떠오른 영감을 구현하기 위해 지노가 달리기 시작했다.

우선 달려오는 제나스를 프리플랩으로 제친 다음에 아놀드에게 달라붙는다.

아놀드가 주춤주춤 물러서며 간격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노가 오른쪽을 바라본다.

자신도 모르게 아놀드의 시선이 지노를 쫓는 순간.

지노의 다리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공을 밀어주고 있었다.

오늘 내내 앞으로 나서지 못하다가 모처럼 달려온 제후니에게 보내는 노룩패스였다.

제후니는 사실 수비적인 부분보다 공격적인 성향이 더 강한 선수였다.

사이드백 치고는 득점도 심심치 않게 하는 선수인데, 위치도 좋다.

절대 방심할 수 없기에 리첼라의 시선이 그를 쫓는 순간.

제후니의 선택은 슈팅이 아니라 슈팅 같은 패스였다.

골대가 아닌 약간 어중간한 위치로 향하는 패스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간 지노가 그저 살포시 발만 들이댔다.

[골! 알베르토 지노! 해트트릭입니다! 새 시대의 판타지스타가 해트트릭으로 뉴캐슬을 추격합니다!]

[스코어는 4대3! 남은 시간은 인저리 타임을 고려하면 13분 정도입니다만, 이 정도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충분히 동점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어요!]

“할 수 있어!”

“한 골 더 넣자! 아니, 두 골도 가능해!”

“나만 믿으라고!”

지노는 나이 많은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어리지만, 멋진 활약과 동시에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려는 그 모습에 선수들이 결연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재개된 경기.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는 뉴캐슬은 공을 뒤로 돌리고 느린 탬포로 경기를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밀란이 이를 가만두지 않았다. 아니, 지노가 가만히 두지 않았다.

공을 가진 반디아가 시간을 끌다가 패스하는 공을 귀신같이 가로채고 그대로 달려 나갔다.

이번 찬스.

이번 찬스만 득점하면 동점이다.

역전까지 바라고 싶지만, 뉴캐슬이 공을 가지고 시간을 끄는 바람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노는 사선으로 텅 비어버린 라인을 확인했다.

좀 더 가야할까?

흘끔 주변을 보니 뉴캐슬의 선수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확인했다.

마음이 급해진 지노는 자신이 본 골 각을 향해 그대로 슈팅했다.

크게 스핀을 먹어 우아하게 뻗어나가는 공은 분명 골대 구석을 향하고 있었다.

이건 골이다.

지노가 확신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그 공을 향해 손이 들어왔다.

[리첼라 선방! 저걸 막아냅니다!]

[중요한 순간에 이걸 막아내는 리첼라! 땅에 떨군 공을 두 손으로 잡고 그대로 킥합니다!]

“아……!”

저걸 막을 줄이야.

아쉽지만, 지금은 아쉬움을 토로할 때가 아니었다.

지노는 뒤를 돌아봤다.

공이 후방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공을 향해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은 오마르였다.

오마르가 높이 뛰어오르며 공에 머리를 갖다댄다.

오마르의 머리를 맞고 떨어진 공이 바닥으로 떨어져 통통 튕기는 사이, 다급하게 달려온 페르난데즈가 발을 들이밀었지만, 짧다.

공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 공이 어중간한 위치로 굴러간다.

그 공을 일리뉴가 차지했다.

하지만 일리뉴의 뒤에는 그의 시선을 피해 다가온 밀란의 선수가 있었다.

일리뉴의 가랑이 사이에 다리를 들이밀어 그 공을 앞으로 걷어낸다.

다시 주인 없는 상태가 된 공을 향해 다른 밀란 선수가 다가가는 순간.

[윤태양!!!!]

윤태양이 그 공을 차지하고서 달렸다.

스치듯 지나가는 윤태양을 향해 밀란의 선수들이 달라붙었다.

한 명을 어깨로 밀어내 떨궜지만, 또 한 명이 끈질기게 태양을 물고 늘어졌다.

태양은 밀려나지 않았다.

피지컬이 압도적인 타입은 아니지만, 태양의 타고난 코어는 어지간한 몸싸움에 밀려나지 않게 만들어줬다.

오히려 노련하게 어깨와 팔을 사용해 선수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제치고 앞에 수비수를 맞이했다.

눈앞에 남은 수비수는 지오반니.

태양의 유니폼을 잡아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였다.

그 선수를 향해 태양이 시저스 드리블을 하며 달려갔다.

빠른 속도에 이뤄지는 시저스 드리블에 지오반니의 시야가 어지러워지는 사이.

태양이 타이밍을 잡고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듯 몸을 기울인다.

지오반니가 본능적으로 방향을 따라 몸을 움직이는 순간, 태양의 왼발은 공이 아닌 그 앞을 스치듯 지나가 땅을 딛고, 오른발로 공을 오른쪽으로 밀어내며 치고 나갔다.

그렇게 또 한 명을 제친 태양의 앞에 파세리니가 달려오고 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달려 나온 파세리니를 보고 태양은 공을 길게 차고 달렸다.

파세리니가 게걸음을 치며 움직이자 태양은 한 번 더 공을 길게 차며 파세리니를 제쳐 버렸다.

그리고 휑하니 아무도 남지 않은 빈 골대를 향해 툭하고 가볍게 공을 찼다.

무서운 속도와 시저스 드리블, 그리고 급가속과 급제동, 방향전환만으로 만들어낸 득점을 보고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한 선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호나우두의 재림입니까? 윤태양이 마치 인테르와 밀란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선수 호나우두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로 글러트(Glut , 다섯 골을 뜻하는 영어권 명칭)를 달성합니다!]

[윤태양 선수! 다섯 골이라니요! 역사상 고작 단 두 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기록을 고작 16살 나이로 해냅니다!]

[이 선수야말로 페노메노죠! 이 선수가 아니면 누구를 페노메노라 하겠습니까?]

[스타디오 산 시로이자, 주세페 메아차인 이곳에서 페노메노가 재림했습니다!]

일 페노메노(El Fenomeno)

하늘이 내린 자.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로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떠받들어진 호나우두를 상징하는 별명이 태양에게 불리어졌다.

지금 이 순간 태양을 향해 온갖 모욕적인 말을 하던 관중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재림한 페노메노를 말없이 바라봤고, 페노메노는 그저 말없이 그런 관중들을 오만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표정이 화가 날 법도 하지만, 그 누구도 그 표정을 오만하다 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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