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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135화 (133/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35화

들려오는 목소리에 일리뉴는 옆을 돌아봤다.

고개 숙인 태양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뭐라 말하고 있었다.

“재미있네, 재밌어.”

왠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지고 있는데 뭐가 재미있다는 걸까?

일리뉴가 알 수 없는 태양의 웃음에 섬뜩함을 느끼고 주춤하는 사이, 태양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평소 그 어딘가 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잘못 봤나?”

일리뉴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태양은 웃은 게 맞았다.

즐거웠다.

그래,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저렇게 실력으로 보여줘야지.

그래야 부수는 재미가 있지.

그사이 주심의 휘슬이 울린다.

킥오프와 동시에 태양이 일리뉴에게, 일리뉴가 공을 뒤로 돌리며 라인을 올려 압박해 들어오는 맨유를 맞이한다.

뉴캐슬은 질세라 마찬가지로 라인을 올리며 거세게 맞받아쳤다.

한 골 뒤진다고 해서 기가 죽어 공격을 멈출 뉴캐슬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 공격 또 공격, 그게 뉴캐슬이다.

패스의 흐름이 중앙으로 집중되는 사이, 공격의 첨병인 태양은 중앙에서 일리뉴와 스위칭하더니 측면으로 빠지면서 측면 뒷공간을 노렸다.

그것을 귀신같이 발견한 고메즈가 그대로 로빙 패스를 보냈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공을 반동 없이 부드럽게 받아낸 태양은 전력질주했다.

측면을 파고드는 집요한 움직임에 맨유의 수비라인이 흔들린다.

애초에 선수와 공이 중앙에 밀집한 건 어디까지나 태양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태양이 측면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가 자유로워졌으니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태양은, 그리고 뉴캐슬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어그러진 공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언제든지 태양의 공을 받거나, 그를 지원할 준비를 한다.

“윤태양 막아! 윤!”

맨유의 감독이 버럭 소리쳤다.

뉴캐슬의 중심은 누가 뭐라 해도 윤태양이었다.

지난 시즌보다 더 강력해진 선수단 한 명, 한 명 다 무시할 수 없지만, 누가 뭐라 해도 1차적으로 막아야 할 건 저 괴물이다.

하지만 넓은 공간을 가지고 움직이는 태양은 막을 수 없었다.

지금 태양은 평원을 달리는 한 마리 종마와도 같았다.

측면에서 요리조리 선수들을 피하며 서서히 방향을 전환해 달리다 코너킥 라인을 타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간다.

일단 치고 달려 한 명 따돌리고, 라 크로케타로 또 한 명을 제친다.

‘이쯤 되면 나타날 것 같은데.’

태양은 지금 필드 위에 미친 새끼 하나를 떠올렸다.

골에 집착하다 자신에게 집착을 보이고, 이제는 공에 집착을 보이는 놈.

아니나 다를까.

분주하게 자신의 옆으로 달려온 펠리시아노가 보였다.

태양은 펠리시아노를 보고 웃었다.

흠칫.

그 불길한 웃음에 펠리시아노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저 웃음은?

뭘 의미하는 거야?

여기서 네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골대와 거리도 있고, 코너킥 라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에 골을 넣을 각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패스인가?

흘끔 페널티 박스 부근을 바라본다.

뉴캐슬의 선수들이 있지만, 그보다 많은 동료들이 뉴캐슬 선수들을 마크하고 있었다.

태양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펠리시아노가 달려드는 순간, 태양은 놀랍게도 공을 찼다.

크로스?

아니, 공이 안으로 휘어 들어간다.

“슈팅?!”

그래, 슈팅이었다.

크게 휜 공은 골키퍼를 지나쳐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와아아아아아!

[골입니다! 윤태양 선수 또 원더골입니다!]

[펠리시아노도 그렇고 윤태양도 그렇고 오늘 작정했나요? 원더골 퍼레이드입니다!]

“야, 안 힘드냐?”

골을 넣은 태양은 망연하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펠리시아노에게 말을 걸었다.

“뭐?”

“수비까지 하러 오면 안 힘드냐고.”

“흥, 그 정도에 쓰러질 내가 아니지.”

의기양양한 그를 바라보며 태양은 고개를 젓고는 하프라인으로 향했다.

스코어는 다시 2대2.

초반부터 놀라운 골을 주고받은 두 팀은 몇 번의 공수가 오고가긴 했지만, 전반이 종료되도록 추가 골을 넣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 * *

“태양.”

라커룸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수석코치가 나에게 바나나를 던졌다.

잽싸게 그걸 받아서 입에 무는데 죽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가만 보니 다들 상태가 가관이다.

경기를 못 뛸 수준은 아닌데, 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라서 그런지 선수들 몸이 성한 곳이 없다.

하긴 거친 프리미어 리그에서 태클 당하고 챠징 당하고 그러다 보면 안 아픈 곳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흐엑, 죽겠네.”

메넨데즈는 자리에 앉자마자 숨을 몰아쉬며 죽는 시늉을 한다.

죽는 시늉을 할 만하다.

이번 시즌 대부분의 경기를 뛰었으니 전반만 뛰어도 죽어나는 거다.

일개 선수인 내가 섣불리 말할 수는 없는 거지만, 우리 팀은 전체적으로 선수 보강이 필요하겠네.

나갈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런데, 그놈.

펠리시아노.

이놈은 시즌을 두 경기 빼고 모두 다 뛰었으면서 왜 그리 쌩쌩한 거지?

나도 나이까지 생각해서 종종 경기를 쉬는 마당에 그놈은 중요하지 않은 두 경기 빼고 모두 뛰고 있었다.

그런 놈이 전반전을 생각해 봐라.

최전방과 최후방을 몇 번이고 왕복하면서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철강왕 그 자체다.

하지만 그놈도 사람이다.

철강왕을 넘어 다이아몬드 같은 체력을 자랑하는 이젤도 펠리시아노처럼 뛰면 지칠 거다.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가 없네.

저런 미친 행동을 감독이 그냥 두고 본다고?

* * *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펠리! 제정신인가?”

감독은 라커룸으로 들어오자마자 붉어진 얼굴로 펠리시아노를 다그쳤다.

누가 보면 알렉스 퍼거슨 경이 재림해 헤어드라이어를 시전하는 줄 알 정도였다.

감독이 성실한데다가 축구의 진심인 그를 이렇게 혼낸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전반에 보여준 모습은 감독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네가 좋은 수비로 태양을 끊어낸 것까지는 좋아! 하지만 골은? 공격은? 누가 하나? 후반까지 그렇게 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겐가?!”

펠리시아노는 감독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이글이글 불타는 눈을 하고서 말이다.

그 기세에 감독이 주춤하는 사이 펠리시아노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감독님은 말도 안 되는 괴물과 붙어본 적이 있습니까?”

감독은 그 말에 퍼뜩 메시를 떠올렸다.

그는 별 볼 일 없는 선수였지만, 스페인 국적이기 때문에 정말 우연한 기회로 메시와 대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감독의 팀은 무력하게 메시에게 두들겨 맞았다.

“그건 왜?”

씁쓸한 기억을 들춰낸 펠리시아노를 불쾌하게 바라보는데 펠리시아노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말했다.

“그 상대를 단 한 번이라도 이겨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랬을 뿐입니다.”

“아니, 그… 어휴, 그 심정은 이해하는데… 자네가 그렇게 뛰면 이길 경기도 이길 수 없네. 내가 필요한 건 자네의 골이지, 수비가 아니야!”

“…알겠습니다.”

감독은 펠리시아노의 어깨를 두드리고 다른 선수들에게 세부적인 작전들을 지시한 뒤, 선수들을 내보냈다.

[후반전 시작합니다!]

[양 팀 모두 전반 내내 박빙의 싸움을 했습니다! 후반에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시작된 후반전.

감독의 말을 들었지만, 펠리시아노의 시선은 여전히 태양을 향했다.

과연 저 괴물을 우리 수비수들이 막을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태양이 무섭게 돌진하며 단숨에 수비라인을 부숴 버리고 일리뉴에게 공을 연결한다.

일리뉴의 강력한 왼발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서 다행이지,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펠리시아노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아니, 차분해지자.”

체력 상태를 확인해 본다.

약간 숨이 가쁘긴 하지만 이 정도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컨디션은 처음부터 최고의 상태였다.

멘탈은?

더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역시 내가 상대해야 해.”

펠리시아노는 홀린 듯 태양에게 달려갔다.

[펠리시아노가 내려와 태양을 마크합니다. 전반에도 그랬는데, 아무래도 감독의 지시인가요?]

[태양을 견제하기 위해선 펠리시아노의 운동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맨유의 공격력이 약해집니다. 저라면 차라리 공격에만 집중하게 할 것 같은데요.]

-맨유 감독이 아무리 ㅂㅅ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짓은 안 시킬 것 같은데?

-펠리시아노가 원래 수비를 잘하는 선수도 아니고 ;;;; 뭐지;;;

-감독 소리 지르는 거 보인다 아무래도 펠리시아노가 지 맘대로 태양한테 붙은 거 같은데?

-저 ㅅㅋ 진짜 경기 전에도 태양한테 ㅈㄴ 집착하더니 제대로 돌은 듯;;;

-아니, 수비 말고 골이나 넣으라고;;;; 아;;; 뭐하냐고;;;

그 가운데 맨유가 가지고 있던 공을 박스올이 차지했다.

박스올이 사선으로 태양에게 공을 패스한다.

그런 태양의 등 뒤로 펠리시아노가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

태양은 허리를 숙이고 골반을 쭉 뒤로 내밀며 펠리시아노를 밀어냈다.

펠리시아노는 혀를 내둘렀다.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이 미친 코어 힘은 뭐란 말인가?

아무리 밀어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태양은 그렇게 펠리시아노를 버텨내며 몸을 빙글 돌리더니 골대 쪽으로 향한다.

펠리시아노는 그대로 태양과 어깨를 부딪치며 마주 달렸다.

“거, 참.”

달리던 태양은 혀를 차면서도 비죽 흘러나오는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 축구를 하면 가끔 이런 미친놈 하나 정도 나와줘야지.

그래야 재미있지.

공격도 포기하고 나만 상대한다면, 그래, 어디 한번 막아봐라.

태양은 그리 생각하며 공을 잡고 급제동했다.

갑자기 멈춰섰음에도 펠리시아노는 즉각 반응해 태양의 앞을 막아선다.

태양은 상체를 이리저리 틀면서 펠리시아노에게 페인팅을 걸었다.

펠리시아노는 살면서 이보다 집중한 적이 없다 할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으로 태양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반응했다.

그때 태양이 빠르게 오른쪽으로 파고든다.

펠리시아노가 그런 태양의 앞을 가로막는 순간, 태양이 공을 중심으로 몸을 빙글 돌리며 왼쪽으로 턴한다.

펠리시아노는 이것에도 반응했다.

태양은 턴을 하다 멈춰서 그대로 펠리시아노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밀어넣고 반대로 턴했다.

순식간에 여러 가지 스킬을 선보이고 나서야 태양은 펠리시아노를 떨궈낼 수 있었다.

“어딜 가!!!”

아니, 그럴 수 없었다.

펠리시아노가 악착같이 태양의 뒤를 쫓았다.

두 사람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태양은 펠리시아노를 뒤에 두고 전력을 다해 달렸다.

속도에서 누군가에게 뒤져본 적 없는 펠리시아노도 전력으로 달린다.

하지만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차 벌어지기 시작한다.

태양이 공을 가진 채 달리고 있음에도 말이다.

점차 멀어지는 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두 사람의 격차로 느껴졌다.

그 상황에서 태양은 여유롭게 수비수를 상대로 라 크로케타를 펼쳐 귀신같이 스쳐 지나간다.

저 속도에서 어떻게 저런 스킬이 나온단 말인가.

펠리시아노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무리 자신이 엄청난 돈을 투자해 관리를 하고 훈련을 하더라도 태양의 타고난 신체와 재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말이다.

태양은 말 그대로 하늘 위에 태양이다.

절대 똑같이 빛날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그런 존재였다.

태양은 골키퍼만 남은 골대를 향해 오른발로 슈팅하려는 듯 무빙을 취해 골키퍼를 속인 다음 왼발로 골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양발마저 자유자재로구나.

멈춰선 펠리시아노는 허무한 마음에 갑자기 기운이 쏙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제야 폐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해트트릭을 한 태양을 향해 툰들이 레즈의 야유 소리를 묻어버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프린스 태양을 부르짖는다.

“졌다…….”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펠리시아노의 꺾이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은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그걸 알기라도 하듯, 감독은 자신의 지시마저 어긴 펠리시아노를 교체했다.

펠리시아노를 교체한 뒤로 맨유는 최선을 다해 뉴캐슬을 상대했지만, 더 이상의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경기 종료됩니다!]

[올드 트래포트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윤태양의 해트트릭으로 승리합니다!]

-ㅋㅋㅋㅋㅋ 캬 우리 축태양이 올드 트래포트도 NTR 하는구나 ㅋㅋㅋㅋ

-어이어이 이 경기장은 이제 내 꺼라구

-펠리시아노 저 비응신 진짜

-두 골 넣고 왜 수비하냐고 공격수가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유나이티드 떼라 이제

-맨유는 무슨 ㅅㅂ 다시 돌아온 맹구네

-펠리시아노는 이제부터 린가드급 개 씹 폐급입니다

-저 ㅅㅋ 그냥 자국 레전드 킹날두 2세 그 자체였네 ;

-팀을 ㅈ으로 보는 선수가 됐네 ;;;

-SNS가 사람 ㅂㅅ 만든다니까

-ㅋㅋㅋㅋ 맹구들 ㅂㄷㅂㄷ 꿀잼이네ㅋㅋㅋㅋ

-자 이제 말해보자 진정한 유나이티드가 누구????

- the 뉴캐슬 “유나이티드”

-뉴캐슬 “더 그레이트 킹 갓 황 원오브올 레알 찐”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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