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48화
마음 같아서는 이탈리아를 북부에서부터 남부까지 모두 구경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보미가 너무 어려서 우리가 요트를 타기로 되어있던 시칠리아만 둘러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왜냐고?
“오, 마이 가쉬! 태양?”
“태양!”
“태양! 여기 좀 봐주세요!”
“워 아이니!”
“태양?! 오, SOL!!!”
길을 지날 때마다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뉴캐슬에서는 나를 알아봐도 나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때문에 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기 전까지는 가벼운 인사만 하고 끝났는데, 이곳은 관광지여서 그런지 몰라도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나를 향해 무수한 악수와 사진, 싸인을 요청해 왔다.
“아무래도 요트나 타러 가야겠구나.”
어딜 가도 번잡하니 아버지는 물론이고 온 가족이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버렸다.
서둘러 팔레르모 항구 쪽으로 이동하려는데 회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휴가 중인데 무슨 일이지?
원래 쉴 때는 공적인 전화 같은 건 안 하는 게 국룰 아닌가?
“네, 전화 받았습니다.”
-안녕한가, 태양?
“뭐,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 안 그래도 그 소식을 들어서 연락했다네. 요트를 빌렸다지?
“…네? 아, 네.”
어떻게 알았데?
위치를 알려주기 뭐해서 SNS도 안 했는데.
아, 엄마 너튜브 보고 알았나?
-요트 빌린 거 취소하게. 위약금은 내가 낼 테니.
“…네에?”
아니, 이게 무슨…….
-대신 내 요트를 타게. 필요한 인력까지 모두 갖춰서 팔레르모 항구에 정착해 뒀으니 말일세.
그러고 보니 이 사람도 사우디 왕족이었다.
그것도 현 왕과 아주 가까운, 살만의 아들이라는 이름이 허락된 몇 안 되는 사람.
하지만 왕을 형이라 부를 수 없고 형제라 공인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한 관계.
그리고 숙청의 대마왕이 건드리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뭔 소리냐고?
사우디가 이루는 부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이거다.
그래서 그런가, 호의도 조금은 일방적인 면이 있다.
그게 불쾌할 법도 하지만… 그 호의가 한, 두 푼이 아니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럼 감사히 쓰겠습니다.”
-하하하하, 오히려 내가 감사하지. 부디 푹 쉬고 구단을 위해 활약해 주게.
“그러믄요. 네네.”
내 통화를 들은 할아버지가 물으셨다.
“뭔 전화여?”
“아, 회장인데, 본인 요트를 빌려주겠다고 하시네요.”
그 말에 아버지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회장님 정도 되는 양반이면 큰 요트 아냐?”
일명 슈퍼 요트.
그 정도는 몰고 다니겠지.
우리가 예약한 요트는 큰 요트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구입하려고 마음먹으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의 요트였다.
물론, 그것도 크긴 하지만.
도대체 무슨 요트일까 궁금해하며 팔레르모 항구에 도착하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작은 요트였다.
“음… 작구나.”
“타고 놀기에는…….”
가족들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요트를 운전하고 오신 분이 웃으며 말했다.
“다들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휴양을 보낼 요트는 바로 저거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작은 부두에 차마 대지 못하고 멀찍이서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요트가 보였다.
진짜 말 그대로 거대한 요트였다.
우리 집보다 몇 배는 더 커보이는 그야말로 슈퍼 요트.
“이건 저 요트 안에 들어가는 레저용 요트입니다.”
세상에 요트 안에 요트가 들어가다니.
어마어마하구만.
이래서 사람은 돈이 있고 봐야 해.
“어서 타시죠.”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호화 요트에서 휴양을 보낼 수 있었다.
이 호화 요트에는 온갖 것들이 다 있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엉아, 나 수영 짱 잘하지?”
“내가 더 잘해!”
여름이와 겨울이는 요트 안에 있는 세 개의 수영장을 정신없이 오가며 수영을 즐겼다.
아버지는 바다에 간이 수영장 플랫폼을 띄워놓고 해수욕을 했다.
나도 질세라 아버지와 함께 해수욕을 즐겼다.
마음 같아서는 스킨 스쿠버를 하려고 했지만,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가족들도, 직원들도 만류해서 하지 못했다.
안전요원이 없으니 충분히 이해한다.
대신에 나는 제일 작은 수영장에서 보미와 수영을 즐겼다.
보미는 목튜브를 해주니 뭐가 그리 좋은지 물에서 정신없이 놀았다.
엄마 배 속에 있었던 기억이 생생해서 그런 건지, 손발이 퉁퉁 불 때까지 놀아서 만족하지 않으면 절대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으베! 베! 으아아아아앙!”
혹시나 만족하지 않은 상태로 꺼내려고 하면 저렇게 소리 내 울음을 터뜨렸다.
“어휴, 그래, 알았다. 엄마가 졌다 졌어! 놀아, 더 놀아! 아주 그냥 실컷 놀아라!”
“끼야!”
수영장 안에 다시 넣으니 좋다고 꺄르르 웃는다.
우리 보미 우는 거 어쩌면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일지도……?
“어휴, 무슨 애가 저렇게 물을 좋아하지?”
“그러게요.”
“발육이 빠른 것도 그렇고 큰오빠를 닮았나?”
“글쎄요?”
보미가… 성장이 조금 빠른 편이긴 했다.
보통 3개월은 돼야 목을 가누고 엎드린 상태에서 목을 들고 움직이고 하는데, 보미는 2개월인데도 그게 됐다.
이렇게 보면 뭔가 재능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보미 수영이 그렇게 좋아요?”
“꺄아!”
보미가 좋다고 활짝 웃는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냐.
저렇게 웃으며 좋아하는데.
흐뭇하게 보미를 둘러보고 이제 나의 여가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결연하게 장비를 꺼내들었다.
“사돈은 뭐 낚을 겨?”
“농어가 잡는 맛이 좋다는데? 자네는?”
“난 대구가 좋을 것 같은디…….”
할아버지들과 나는 바다낚시를 준비 중이었다.
바다낚시는 처음이어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파도도 하나 안 치고 낚시하기 참 좋은 날이네.”
“용왕님이 우리 태양이 왔다고 가만히 구경하시나벼.”
“하하하하.”
할아버지들과 함께 레저용 요트를 타고 낚싯대를 드리웠다.
* * *
@CHOOKTAEYANG
[대구를 들고 환하게 웃는 태양(사진)]
[바다 낚시 너무 즐겁다 ^^^]
-저하 ㅠㅠㅠㅠ
-태양 아래 태양이 떴네요 ^^
-바다색 너무 예뻐요 ㅠ
-나도 같이 휴가 보내고 싶으다 ㅠㅠㅠ
-푹 쉬고 다음 시즌에도 활약해 줘
태양이 바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사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마침내 태양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윤태양,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5년 재계약.]
[윤태양, 추정 금액 1억 9천만 파운드, 거액의 계약으로 이적설 일축.]
[한화 3천억 원의 사나이 윤태양.]
추가 보너스까지 모든 걸 감안하면 무려 3천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계약에 세계가 주목했다.
현역 선수 중에 태양보다 많은 돈을 받는 선수가 PSG의 바실 그라디나루, 칠리기리스, 카싸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가장 높은 주급이었다.
그나마 근접한 선수가 델로아나 펠리시아노, 딜런 먼로 정도였다.
프리미어 리그의 팀들은 주급을 올리려는 선수를 구단과 리그의 명성으로 찍어누르는 편이어서 발롱도르급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거액의 주급을 제시하지 않는 편이었다.
거액의 주급으로 실패하는 사례가 워낙 많아, 어느 순간부터 주급 체계를 워낙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탓도 있었다.
하지만 태양이 이 정도 주급을 받는 것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받을 만하지
-홀란드 보다 많이 넣었는데 홀란드랑 비슷한 수준이면 태양이가 많이 양보했네ㅎㅎㅎ
-사실 PSG나 레알이면 저거보다 더 많이 준다 했을걸?
-ㄹㅇ 세금 제하고 8억 준다고 했을지도 모름
-태양이 뉴캐슬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게 돼서 기뻐 ^^^
대부분 받을 만한 활약을 했고, 오히려 다른 구단이라면 더 큰 금액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뉴캐슬이 필요한 선수들을 모두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이제는 서서히 뉴캐슬에 관심을 보이는 선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뉴캐슬은 이번 시즌을 위해 준비한 돈을 꺼내들었다.
[뉴캐슬, 이번 이적 시장을 위해 3억 파운드(한화 약 4,800억 원) 장전.]
뉴캐슬이 작정하고 돈을 풀었다.
FFP 규정도 규정이지만, 우승이나 선수단 구성의 문제로 원하던 선수를 제대로 수급하지 못하던 뉴캐슬의 봉인이 풀린 거다.
이에 수많은 떡밥성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델로아, 첼시 떠나 뉴캐슬로 가나?]
[레알 마드리드의 칼론지, 뉴캐슬 행 예약!]
[스티븐 헉슬을 지켜보는 뉴캐슬.]
이름 있는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의 이름들이 거론됐다.
뉴캐슬은 이런 소문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그저 뒤에서 묵묵히 이적을 준비할 뿐이었다.
그들이 가장 먼저 영입을 추진한 선수는 프랑코 다미아노였다.
AS 로마에서 뛰는 22세 선수인 그는 후방, 중앙 미드필더, 심지어 윙백까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였다.
일찍이 프리미어 리그 빅클럽과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팀들이 탐을 내는 수준의 선수였다.
프리미어 리그 진출을 꿈꾸던 그는 기다렸다는 이적을 받아들였다.
[뉴캐슬, 프랑코 다미아노 영입.]
[멀티 플레이어, 프랑코 다미아노 툰의 품으로!]
[계약 1년 남긴 프랑코 다미아노, 한화 850억으로 뉴캐슬 유니폼 입다.]
[프랑코 다미아노, 윤태양과 한번 뛰어보고 싶었다.]
이어서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에서 뛰는 실비오 아우레를 영입했다.
23살인 이 선수는 보카 주니어스에서 2시즌 연속으로 시즌 20골 이상 기록하며 유럽 리그에서 관심을 기울이던 선수였다.
그 외 백업 선수로 활용할 선수를 세 명이나 더 영입한 가운데 마침내 7월 1일.
유럽 전체적인 이적시장이 열리는 시점에서 뉴캐슬은 빅사이닝을 알려왔다.
[PSG 카싸마, 충격 이적!]
[한화 1,800억! 카싸마, 뉴캐슬 유니폼 입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카싸마를 영입하다.]
[카싸마, 더 큰 리그에서 내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델로아와 함께 현재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손꼽히는 카우쏘 카싸마가 PSG를 떠나 뉴캐슬의 품에 안긴 거다.
이는 메넨데즈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올해 29살, 전성기에 있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세계 최고의 팀을 떠나 뉴캐슬에 왔으니 말이다.
-아니 도대체 카싸마가 왜?
-카싸마 미친 거 아냐?
-근데 솔직히 PSG가 챔스 빼고 남는 게 뭐 있냐 리그 우승해도 ㅈ밥들 데리고 우승해서 재미없잖아
-ㅇㅇ 그지. 그렇다고 뉴캐슬이 PSG만큼 돈을 못 주는 구단도 아니고 ㅋㅋㅋ
-나 같아도 똑같은, 혹은 더 나은 주급 준다면 프리미어 리그 도전 한 번 해볼듯
-그래도 맨유나 맨시티 같은 팀도 아니고 뉴캐슬을?
-뉴캐슬 무시하냐? ㅡㅡ
-챔스 4강팀 무시하나 마!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의아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잠시 잊고 있는 게 있었다.
[카싸마, 윤태양에게 패스해 보고 싶었다.]
[카싸마, 윤태양은 시대를 이끌 인물. 그와 함께 플레이해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
-아222222
-아333333
-아;;;; 태양이 탓도 있었구나
-패스해 보고 싶다는 말에서 뭔가 진심이 느껴졌다.
-ㄹㅇ 나 같아도 패스해 보고 싶을 듯
-세계 최고 선수 직관 개꿀잼
-그럼 윤태양>>>>>>>>>칠리기리스+그라디나루 이렇게 되는 건가? ㅋㅋㅋ
-팩트 아닌가?
-둘이 합친 골 보다 윤태양이 이번 시즌 넣은 골이 더 많음 ;;;
-와 그렇게 말하니 윤태양 ㄹㅇ 괴물 같네
그렇게 대형 이적으로 뉴캐슬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가운데.
윤태양은 지금…….
[윤태양,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윤태양,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와 여행을 즐기고 싶다.]
가족들과 한국에 방문했다.
할아버지나, 부모님이 한국에 지인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나도 한국 음식 같은 게 그리워서 온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태양아, 정말 이 스케줄 다 할 수 있겠어?”
“그럼요, 엄마.”
“광고 두 개 정도 빼도 될 거 같은데…….”
“광고가 단가 제일 세요.”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장남은 돈을 많이 벌어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