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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154화 (151/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54화

“우리는 런던으로 간다!”

리첼라의 외침과 동시에 버스를 탔다.

“런던에 왔도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리첼라의 외침과 동시에 우리는 버스에서 내렸다.

런던에는 왜 왔냐?

FA 커뮤니티 실드, 흔히 채리티실드로 많이 알고 있는 시합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니, 솔직히 웸블리에서 경기하면 아스날 홈에서 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버스에서 내리는데 아놀드가 투덜거린다.

“그게 그렇게 되나?”

아놀드의 말을 들은 리첼라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래도 아스날의 연고지인 런던에서 하다 보니 우리 툰들 보다는 구너스들이 더 많이 오긴 할 거다.

그렇다고 완전히 아스날의 홈이라고 보긴 힘들지.

아스날이 지기를 바라는 다른 런던 연고팀 팬들도 올 거고, 런던에 사는 툰들도 올 테고, 뉴캐슬에서 우리를 따라온 툰들 역시 웸블리에 올 것이다.

“역겨운 에스널[ASSNAL] 놈들 부셔 버리라고!”

“잘해라 뉴카슬!”

봐라, 우리 버스를 보고 환호하는 런던 시민을 말이다.

참고로 에스널은 최근 생긴 아스날의 멸칭이다.

놀랍게도 아스날의 현지 팬이 붙여준 별명이다.

우리 팀에게 더블을 당한 자기 팀을 똥구멍 같은 놈들이라고 비유하면서 만들어진 밈이기도 했다.

세상에, 항문이라니.

정말이지 모욕적인 별명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웸블리구나.

축구의 성지이자 꿈의 구장으로 불리는 곳.

사실, 감흥은 없었다.

아니, 감정은 남았구나.

지난 FA컵 결승전에서 아스날에게 아쉽게 패배한 경기장이니까.

그리고 나만 감정이 남은 건 아닌 것 같았다. 라커룸에 들어가기 무섭게 감독도 가장 먼저 그날 경기를 상기시켰다.

“지난 FA컵 결승에서 패배한 걸 난 아직도 잊지 못하네. 자네들은 어떤가?”

새로 온 선수들은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기존 선수들은 눈에 불똥이 튀다시피 했다.

“부상이 없었다면 절대 질 일 없었을 겁니다.”

“그래, 맞아. 그때 우리는 종합병원 같았지. 안 아픈 선수가 드물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오늘은 다르네. 새로 온 선수들도 있고, 기존 선수들도 다들 건강한 상태니까. 우린 원래 강했지만, 더 강해졌다는 소리네.”

그래, 우리는 우승을 발판 삼아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팀을 강하게 만들었으니까.

반대로 아스날은 이번 시즌 별다른 영입이 없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다.

현임 감독이 만든 베스트 11은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이었고, 여기서 수준을 더 올리려면 2, 3천억 되는 선수들을 데려와야 할 테니 말이다.

아스날은 그만한 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정도 되는 선수들이 쉽게 이적할 일이 없었다.

막말로 그 수준의 선수들은 PSG나 레알 같은 곳에서 이미 꿀을 빨고 있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면 프리미어 리그에 있거나.

진짜 카싸마가 이례적인 거다.

“응? 왜 보나?”

“경기 시작 전에 에스프레소를 처먹는 미친놈을 보고 있었지.”

“에너지 드링크를 다섯 캔이나 먹는 미친놈을 보면 기함하겠군.”

…그런 미친놈이 있어?

“칠리기리스가 그래.”

득점의 원천이 레X불이었나.

뭐, 아무튼.

일장연설을 한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사이 나 역시 경기를 준비했다.

새로 에이키에서 제작해 준 축구화를 신고 양말 안에 신가드를 넣고, 가볍게 발목을 풀면서 경건하게 바나나를 입에 물었다.

뉴캐슬에서 공수해 주는 바나나는 언제나 최고다.

동네 시장에서 사면 절대 이 맛이 안 나던데, 어디서 사오는지 물어봐야 하나?

“오, Mi Sol!”

마지막 한 입을 먹고 있는데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내 앞에 선다.

“오늘 어떤가?”

“컨디션요? 음, 나쁘지 않아요. 이제 시즌 막 시작한 거 치고는 좋은 편이에요.”

“다행이군.”

감독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뭐 지시 같은 거 없냐고?

감독이 내게 바라는 건 하다.

자신을 놀라게 할 플레이를 해달라는 것.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 * *

[네! 프리미어 리그 새 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찾아온 커뮤니티 실드입니다!]

[웸블리가 만석입니다. 축구의 성지다운 모습입니다.]

[그렇습니다. 아, 지난 FA컵 결승에서 뉴캐슬이 아쉬운 패배를 당했었죠? 기자회견에서 아르텔리 감독이 그날을 설욕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맞습니다. 반대로 아스날도 뉴캐슬에게 설욕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특히 윤태양 선수에게요.]

[그렇죠. 아스날은 지난 시즌 뉴캐슬에게 더블을 당했어요. 게다가 윤태양 선수는 아스날을 상대로 4경기 동안 8골 5도움을 기록하고 있거든요? 구너스들이 가장 싫어하는 현역 선수 1위가 아마 윤태양일 겁니다.]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네, 경기 시작 전에 앞서 오늘 선발 라인업 보고 가시겠습니다.]

뉴캐슬

FW 윤태양/일리뉴

MF 샬렛/카싸마/메넨데즈/파티노

DF 린데만/무리시/바이스티거/산체스

GK 리첼라

아스날

FW 베트랑쿠르/딜런 말론/바로우

MF 몰례스/아카이딘/베인스/레이노소

DF 레드차트/코작/헝크헷

GK 브로리크

[뉴캐슬은 세 명의 이적생을 선발로 투입했군요. 그리고 지난 시즌 343 포메이션과 다르게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아, 아스날은 아카이딘의 파트너로 베인스를 내보냈습니다.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에서 데려온 선수입니다.]

해설들이 선수들을 소개하는 사이, 통로에는 선수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태양은 자신과 함께 입장하기로 한 아이를 내려다봤다.

“이름이 뭐야?”

“…레아요. 레아 맥거핀이에요.”

“좋은 이름이네. 몇 살인지 물어봐도 될까?”

“11살이요.”

“내 남동생이랑 동갑이네. 런던에서 학교 다녀?”

“그럼요.”

태양은 씨익 웃었다.

그 모습에 레아가 수줍은 얼굴로 시선을 돌린다.

“여자를 설레게 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그때 옆에 선 딜런 먼로가 씨익 웃으며 태양에게 말을 건다.

“뭐?”

“아, 솜씨가 아닌가. 타고난 거지. 이래서 잘생긴 놈들은 곤란해.”

그렇게 말하는 딜런 먼로도 잘생긴 얼굴이었다.

다만, 태양과 다르게 어딘가 거칠고 탕아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렇지.

“뭔 헛소리야. 너나 잘해. 얼마 전에 기사 엄청 뜨더만.”

“봤어? 잘 나왔지, 사진?”

태양이 본 사진은 여자 셋이랑 함께 호텔에 들어가는 딜런 먼로의 뒷모습이었다.

“글쎄다.”

“요번 시즌은 몇 골이나 넣을 생각이냐?”

“너 보단 많이.”

그 말에 딜런 먼로는 순간 멈칫했다가 사납게 웃었다.

웃고 있지만, 어딘가 전의가 불타 오르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그게 쉬울까?”

“쉽던데?”

“하하하, 빌어먹을 놈.”

할 말이 없어진 딜런 먼로는 한 번 으르렁거리곤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나란히 서서 입장한다.

자신들을 에스코트 해준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선축과 골대 위치를 정한 뒤 본격적인 경기를 위해 자리를 잡는다.

[경기… 시작됩니다!]

[아스날의 선축으로 시작되는 경기! 아스날이 패스를 돌리며 뉴캐슬 진영으로 올라갑니다!]

343 포메이션을 들고 온 아스날이지만, 공격 시에는 코작이 후방 미드필더 위치까지 올라가 중원에 가세해 머릿수를 채워줬다.

그 가운데 중원에서 경기를 진두지휘하는 건 아카이딘이었다.

프리미어 리그, 아니,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비수인 코작이 미드필더 위치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모두 가져가면서 아카이딘은 마음을 놓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었다.

‘도대체 442는 왜 들고 온 거야?’

뉴캐슬은 지난 시즌 딱 한 번 442 포메이션을 들고 온 적이 있었다.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선수들은 자기 위치를 쉽게 잡지 못하는지 아스날이 티키타카를 해가면서 전진하는 걸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적어도 2선까지 올라온 아카이딘은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서 패스를…….’

아카이딘은 메넨데즈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보고 1선을 살폈다.

언제나처럼 베르탕쿠르와 바로우가 컷아웃해서 수비수들을 끌어가며 공간을 만들어냈고, 딜런 먼로는 언제든지 침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전방 상황을 지켜본 아카이딘은 활짝 열린 하프 스페이스를 향해 공을 찔러넣었다.

딜런 먼로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 바이스티거!!!]

뮌헨의 하얀 호랑이, 아니, 이제는 뉴캐슬의 하얀 호랑이가 사납게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팔을 휘두르듯, 터프하게 딜런 먼로의 공을 가로챈다.

큰 키와는 어울리지 않는 날렵함을 선보인 바이스티거는 공을 걷어내는 게 아니라 그대로 수습해 전방을 훑었다.

뉴캐슬이 재미있는 이유?

그중 하나가 자신의 롱패스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거다.

펑!

힘껏 찬 공이 단숨에 아스날의 뒷공간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걸 잡은 건 발 빠른 샬렛이었다.

샬렛이 골대를 향해 힘껏 슈팅했다.

일직선으로 쭉 뻗어난 공을 향해 브로리크가 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공을 쳐냈다.

[공 튕겨 나갑, 아! 일리뉴우우우우!]

튕겨 나온 공을 향해 이번에는 일리뉴가 왼발로 캐논슛을 날렸다.

펑!

대포알 같은 슈팅, 지금 이 순간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이건 못 막는다 생각하며 환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려는 순간.

퍽!

“끄윽……!”

브로리크가 다시 한번 몸을 날려 공을 막았다.

그것도 배로 말이다.

워낙 강력한 슈팅에 배가 얼얼했지만, 속으로는 희열이 차올랐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놀라운 선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태- 야아아아아앙!]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언제 나타난 건지 윤태양이 나타나 가볍게 툭하고 공을 찼다.

[골! 골입니다!!!]

[뉴캐슬! 환상적인 역습입니다!]

[마무리는 역시 이 선수죠! 윤태양의 고오오오올!]

어려운 슛을 모두 막아낸 게 무색해질 정도로 너무나도 쉬운 슈팅이 만들어낸 골에 브로리크가 망연하게 골대를 바라볼 때.

태양은 총총총 뛰어가 공을 챙겨서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시크한 윤태양 선수입니다. 저게 윤태양만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죠?]

[다른 건 모르겠습니다만, 상대팀을 도발하기엔 최고입니다.]

-빌어먹을 윤태양

-우리 상대로 또 골 넣네 ㅡㅡ

-쟤는 뭔 골을 저리 쉽게 넣어

-주워먹기 오지네 ㅅㅂ

-ㅋㅋㅋㅋ 개집들 ㅂㄷㅂㄷ대는 거 보기 좋네

-개스날 ㅅㅋ들 ㅋㅋㅋㅋ 너넨 태양이 득점 자판기임 ㅋㅋㅋ

-그래도 FA컵 우승은 우리가 했다…….

-응 그래 봤자 리그에서 뉴캐슬한테 더블 당했쥬? 한 번도 못 이겼쥬?

-ㅋㅋㅋ FA컵 우승도르 ㅋㅋㅋ 현실은 다시 돌아온 4스날 ㅋㅋ

-우리 아버지가 4스날 부활했다고 기뻐하시더라 ㅋㅋㅋㅋ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구너스들이 PTSD를 일으키거나 분노에 몸을 떨었다.

지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탈락시킨 기억도 생각나고, 더블을 당했던 기억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 가운데 역습으로 기세를 가져온 뉴캐슬은 공을 가진 아스날을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 카싸마가 공을 뺏습니다! 곧 바로 윤태양에게 패스! 윤태양!!]

최전방에서 샬렛과 카싸마, 파티노, 일리뉴, 윤태양이 일제히 달려들어 압박하더니, 카싸마가 베인스에게서 공을 빼앗는다.

그걸 확인한 윤태양이 수비라인을 향해 파고드는 걸 확인한 카싸마는 수비라인 바로 앞에 생긴 공간으로 공을 찔러넣었고, 윤태양은 득달같이 달려 들어가 공을 차지한다.

일부 사람들은 지난 시즌 파란을 일으킨 윤태양은 수많은 팀들에게 연구되고 있었고,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만큼 활약하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코작이 윤태양의 스탭오버에 속아 넘어가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헝크헷 달려드는데요! 마르세이유 턴! 제칩니다! 그대로 슈티이이이잉! 골입니다! 골골!]

[불과 40초 만에 추가 득점을 넣는 윤태양!!]

아무리 봐도 그들의 예측은 빗나간 것 같았다.

두 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윤태양은 이번 시즌에도 강력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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