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58화
[뉴캐슬 유나이티드!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개막전 대승!]
[개막전 해트트릭, 득점왕의 품격을 보여준 윤태양.]
[제이미 바디 감독, 윤태양은 막을 수 없는 존재다.]
기다리던 새 시즌, 개막전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특히 승리를, 그것도 대승을 거둔 팀의 팬들이라면 말이다.
뉴캐슬의 툰들은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행복했다.
이번 시즌부터 필드 위에서 마테오 실바를 보지 못하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새로워진 뉴캐슬에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그 중심에는 역시 카싸마가 있었다.
뉴캐슬 역사상 유일무이한 발롱도르 위너인 그는 그 명성과 이적료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사랑받는 사람은 역시 윤태양이었다.
이번 시즌도 지난 시즌과 똑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관심을 모은 가운데, 태양은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해트트릭과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역시 우리 왕자
-우리 왕자께서는 여전하시다!
-심지어 더 발전하는 중이지
-왕자께서는 성장 중이니까
-근데 왕도 없는데 이제 왕 해줄 때 되지 않음?
-그것도 그래
-소년왕 태양
-태양왕……!
-오 태양왕
-멋진데? 태양왕이라니
팬포럼에서는 서서히 태양을 왕으로 모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 가운데 이번 개막전에서는 큰 이변 없는 결과가 나왔다.
빅7 중 한 팀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중에 맨유와 첼시는 3대0으로 대승을 거두기까지 했다.
아, 이변이 하나 있긴 하다.
리버풀이 사우스햄튼에게 2대0으로 패배했다. 빅7 중에 유일한 패배이기도 했다.
-찰장군 이 ㅂㅅ 새끼 이 ㅅㄲ 경질해라 이 미친 구단아
-이 ㅅㄲ 때문에 리중딱으로 회귀하기 일보직전임
-이미 리중딱 아님?
-그래도 5위는 함
-아니 챔스 진출도 실패했는데 찰장군 왜 데리고 있는 거임?
-구단은 현상유지만 원함 돈이 더 드는 걸 원치 않아
-ㅅㅂ… 구단주 언제 바뀌냐
리버풀과 거의 무관하다시피 한 찰리 아담을 계속해서 신임하는 구단을 향해,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콥들이 맹렬한 비난을 하는 가운데,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리버풀 구단주 기업, 리버풀 팔 생각이다.]
[아랍 석유 재벌, 리버풀 인수에 관심]
[미국 글로벌 기업도 인수전에 참여하나?]
올드팬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석유재벌을 싫어하던 시절도 이제는 옛말이다.
축구팬의 중심이 된 세대는 돈을 싫어하지 않았다. 다만, 거기에 근본을 갖추기를 바랄 뿐이지.
무엇보다 콥들은 오랜 시간 구단을 매각하니 뭐니 하면서도 계속해서 구단을 손에 쥐고 있는 지금 구단주 기업을 극도로 혐오했다.
갈수록 인색해지더니, 이제는 아예 돈을 쓰는 걸 극도로 혐오했다.
차라리 아스날이나 토트넘처럼 신구장을 짓느라 돈을 아끼는 거면 말이라도 않는다.
구단주 기업은 자기들 수익이 중요할 뿐이었다.
-얘들아 꿈에 부풀어 오른 건 알겠는데 중요한 건 아직 구단 안 팔렸다
-ㅇㅇㅇ ㄹㅇ 이게 맞음
-그러치 그리고 찰장군도 구단주 바뀌기 전에는 안 잘리겠지
-맨시티 지랄 나서 좋아했는데 우리 구단이 더 지랄이었네
-이거 그거냐 불구경 나서 좋다고 가봤더니 우리 집이 불타고 있던?
-ㅋㅋㅋㅋㅋ
한편, 태양이의 집은 새로 온 가족 때문에 언제나 시끄러웠다.
“와, 짱 빨라.”
“얘들아 같이 가!”
다섯 마리 강아지는 자신들이 윤씨 집안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진 걸 아는 건지 몰라도 이제 대놓고 마당을 뛰어다녔다.
여름이와 겨울이와 함께 말이다.
“빠아! 바!”
옹알이를 열심히 하는 보미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어미개와 강아지들을 신기해하며 만지려 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보미도 그렇지만, 개 식구들도 예방접종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신기한 건 어미개의 행동이었다.
보미가 정원 앞 야외 소파에 지민과 함께 나와 앉아있으면 어김없이 두 사람 앞에 몸을 뉘였다.
그러다가 무언가 기척이라도 나면 벌떡 일어나는 게 꼭 두 사람을 경호하는 것 같았다.
“우리 집순이가 지켜주는 거야?”
아마, 보미가 아기이기 때문에 보미한테도 모성본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기특해라.”
지민은 그런 집순이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집순이.
어미개에게 집순이란 이름이 붙은 건 자기가 살던 집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자신이 살던 터전을 지키고 있었기에 붙여준 이름이었다.
그럼 강아지들 이름은 어떠냐고?
월돌이, 화순이, 수돌이, 목순이, 금순이였다.
할아버지들의 작품이었다.
태양 아래 사계절이 있듯이, 태양 아래 오행을 둔다는 뜻이었는데, 태양의 동생들은 휴일 같은 오빠 아래 평일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수컷 둘, 암컷 셋은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
마치 원래부터 한 가족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차가 들어오는 소리라도 나면 어미와 다섯 강아지들은 그 자리에 서서 그쪽을 향해 귀를 쫑긋한다.
“어? 오빠 왔나보다.”
“그러게.”
그리고 득달같이 달려가 주차장 앞에 선다.
“왈!”
“그래, 다녀왔다.”
태양은 자신을 향해 짧게 짓고 배를 까는 집순이의 배를 만져주고 걸음을 옮겼다.
기다렸다는 듯 여섯 개들이 우르르 태양의 뒤를 따랐다.
“엄마, 저 왔어요.”
“응, 왔어? 이야, 아주 그냥 왕 모시듯이 따라다니네?”
“그러게요. 얘들 참 희한한 애들이라니깐.”
“맞아. 우리 앞에선 절대 배도 안 까는 거 아니?”
“그래요?”
태양은 집순이를 바라봤다.
집순이는 웃는 낯으로 태양을 올려다보다 시선을 마주치자 자신을 만져 달라는 듯 앞발을 들어 툭툭 태양을 건드렸다.
“그래, 그래.”
태양은 집순이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끼잉, 낑.”
집순이의 머리를 만져주면 새끼들도 우르르 몰려와 자신을 만져 달라고 독촉한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한 마리씩 만져주다 보면 어느새 한 놈이 공을 물고와 놀아달라 졸랐다.
어느새 개들과 놀아주는 것이 훈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태양의 일과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CHOOKTAEYANG
[개들과 함께 서있는 사진]
[얘들이랑 놀아주면 시간 가는 줄 모름 ㅇㅇ]
그리고 어느새 태양의 SNS 계정에서 개들이 등장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었다.
* * *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라운드가 찾아왔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 승점이 아니라 득실차로 간신히 강등을 면한 번리를 홈으로 맞아들였다.
[아! 윤태양 선수 골입니다! 골골골!]
[윤태양의 어시스트! 아우레가 데뷔전에서 득점합니다!]
[카싸마의 스루패스! 윤태야아앙! 골입니다!]
[윤태양 백힐! 카싸마가 받고 슈티잉! 골! 윤태양 대단하네요,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렸나요?]
그리고 신나게 두들겨 팼다.
태양은 2골 2도움을 기록했고, 카싸마도 첫 골을 넣었으며, 아우레도 데뷔전 데뷔골을 넣었다.
경기를 압도한 뉴캐슬과 달리 이번 라운드에서 다른 경기장에서는 이변이 속출했다.
리버풀은 리즈에게도 패배하며 개막 후 2연패를 당했고, 맨시티는 이번에 승격한 노리치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맨유는 제이미 바디의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2대1로 패배했다.
지난 시즌 우승 레이스를 이어갔던 첼시도 사우스햄튼을 만나 1대0으로 패배를 당했다.
사우스햄튼은 리버풀에 이어 첼시까지 잡으며 이변의 팀이 되었다.
-캬 이변 속출 ㅋㅋㅋㅋ
-이래서 프리미어 리그가 재밌는 거임
-재밌기는 ㅅㅂ 예능 보는 줄 알았다 첼시 이 ㅂㅇㅅ들 괜히 어른들이 첼애우라고 놀리는 게 아니라니까
-빅7 중에 제대로 돌아가는 팀이 뉴캐슬밖에 없는 듯 ㅋㅋㅋㅋ
-맞아 토트넘도 승격팀한테 간신히 1골로 이기고 아스날도 펠레 스코어로 간신히 이김
-ㅋㅋㅋㅋ그만큼 상향평준화 됐다는 거 아니냐
-뉴캐슬은 왜 잘함? ㅡㅡ
-태양이가 있어서
-축태양이 있으니까
-근데 축태양 다음 시즌은 못할 거라던 ㅂㅅ들 어디 갔냐?
-그런 ㅂㅅ들은 궁녀단이 이미 처형했다구
-ㅋㅋㅋㅋㅋ 궁녀단 암살도 함? 대단하네
프리미어 리그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챔피언스 리그 조별 대진이 나왔다.
뉴캐슬의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조별 대진은 F조로 같은 조에 속한 팀은 다음과 같았다.
파리 생제르맹
갈라타사라이 도네츠크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
스코틀랜드의 팀인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을 제외하면 만만한 대진은 아니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는 몰라도 지난 시즌 8강에서 박 터지게 싸웠고, 카싸마의 친정팀인 PSG와 붙게 됐다.
비록 지난 시즌 뉴캐슬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레파뮌으로 분류되는 세계 최강팀이니 조별 단계에서 만나는 게 반가울 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갈라타사라이가 만만한 건 또 아니었다.
팀 수준은 뉴캐슬보다 한참 떨어질지 몰라도 터키 원정은 그야말로 지옥의 원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홈구장도 홈구장이고, 거친 팬들도 팬이지만, 가장 최악인 건 멀다는 거다.
러시아 다음으로 멀다.
특히 영국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비행기를 타고 가도 쉬운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터키나 러시아 원정을 원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지옥의 원정길이었다.
-아 ㅋㅋㅋㅋ 터키 어느 세월에 가냐고 ㅋㅋㅋㅋ
-원정 ㅈ 같은 곳 가네
-그래도 이번에는 죽음의 조까지는 아니네
-PSG 빼면 뭐… 못해도 무난하게 16강은 가겠군
-그래도 모른다 이변이 일어날지
-뉴캐슬한테? 글쎄…….
-이번 시즌에 태양이는 몇 골 넣으려나
-ㅋㅋㅋㅋ 다들 프리미어 리그 50골에 꽂혀서 그렇지 챔스 20골도 말이 안 되긴 함
-ㅋㅋㅋㅋ 17세, 프리미어 리그, 챔스 한 시즌 최다골 보유자ㅋㅋ
챔스 대진이 발표되고 얼마 되지 않아 리그 3라운드가 치러졌다.
뉴캐슬의 이번 시즌 첫 원정경기로 상대는 에버튼.
태양과 일리뉴, 아우레 쓰리톱으로 세 사람의 호흡을 시험하는 경기였는데, 두 선수의 중심에 선 태양은 후반전 교체되기 전까지 1골 2도움을 하며 팀의 3대0 승리를 견인했다.
뉴캐슬은 1위로 순항했고, 돌풍의 팀 사우스햄튼은 토트넘까지 잡아서 뉴캐슬과 똑같은 승점을 가져갔으며, 리버풀은 오늘 첼시를 만나 4대0으로 대패한 걸 제외하면 이변이 없는 경기였다.
에버튼과 경기가 끝난 뒤, 감독은 선수들에게 말했다.
“당분간 팀이 아닌 조국을 위해 헌신을 하는 시간이 되겠군. 다들 부상 없이 무탈하게 오길 바라마.”
“네!”
리그 3라운드 이후 선수들에게 찾아온 건 다름 아닌 A매치 데이였다.
“둘 다 국대 합류 축하한다.”
태양은 샬렛과 린데만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이라 설레긴 하네.”
“국대로 뛰는 건 어떤 기분이냐?”
이번 A매치 데이에서 린데만은 미국에, 샬렛은 독일 국가대표로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글쎄? 처음에는 조금 떨리긴 하더라.”
태양의 말에 샬렛은 고개를 주억거리다 린데만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그냥 독일로 오지 굳이 미국을 선택했냐?”
어려서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간 린데만은 이중국적자인지라 독일 대표팀 합류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하고 미국에 합류했다.
“말이 안 통하잖아. 독일어 다 까먹었는데.”
“고작 그거 가지고?”
“말이 안 통하니 내 조국 같은 느낌이 안 들어. 어차피 가봤자 아직 후보이기도 하고. 미국 가면 닥주전인데.”
“음… 그건 그렇지. 나도 합류했다고 뛴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태양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팀의 핵심임을 뻐기는 게 아니라 내심 부러워했다.
샬렛이나 린데만 수준의 선수를 후보로 기용해야 하는 나라라니.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아시아라면 몰라도 유럽팀이랑 붙으려면 윤태양이 멱살을 잡고 캐리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멱살이 뭐야, 머리끄덩이라도 잡아야지.”
사실, 이건 이것대로 재밌긴 했다.
고인물이 게임 난이도 헬인 게임을 공략하는 느낌이랄까?
그건 그거고……
“그나저나 어느 천 년에 가냐.”
벌써부터 한국까지 갈 생각에 암담해지는 태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