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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182화 (179/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82화

“이런, 이런.”

반 이완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뉴캐슬의 역습은 무섭다. 아니, 윤태양이 무섭다고 봐야겠지.

“공격이 실패하면 높은 확률로 골이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

저런 놈을 매 시즌 두 번이나 상대해야 한다니 생각도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반 이완은 턱을 쓸었다.

자신의 팀이 보여주는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실점은 아쉽지만, 괜찮아! 잘해주고 있다! 이대로만 해!”

선수들은 감독의 외침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쁘지 않았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그랬다.

다만, 자연재해 같은 존재에게 골을 먹힌 것뿐이다.

자연재해는 아무리 잘 막아도 피해가 없을 수가 없다.

“자, 집중하자!”

그림쇼의 외침과 동시에 공이 돌기 시작했다.

사우스햄튼은 다시 자신들만의 축구를 했다.

남들은 지루하고 재미없다 욕하지만, 이기지 않으면 백날천날 재미있는 축구를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패배는 패배일 뿐이다.

온갖 조롱 속에서 힘들어하는 시절, 감독이 해준 말을 떠올리며 선수들은 서서히 전진해 나갔다.

한편, 사우스햄튼을 상대하는 뉴캐슬 선수들은 답답함을 느꼈다.

템포가 느리다 보니 압박이 쉽고 공도 쉽게 뺏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여의치 않았다.

사우스햄튼은 반드시 선수 셋이 삼각 대형을 유지하며 패스가 끊기지 않게 유지하고 있었다.

아예 선수들 옆에 붙어서 공을 뺏으려고 하면, 사우스햄튼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로 인해 생겨난 빈 공간을 노리고 패스를 찔러넣었다.

그렇게 조금씩 전진해 나가며 마침내 올리 콜과 제임스 프리스가 패스를 주도하다가 슈팅을 노린다.

아니, 굳이 그들은 골대로 슈팅을 하려고 들지도 않았다.

[아! 제임스 프리스의 슈팅이 무리시에게 막혀 라인 밖을 벗어납니다! 사우스햄튼의 코너킥!]

세트피스로 이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우스햄튼, 노골적으로 세트피스 상황을 노리는군요.]

[사우스햄튼의 세트피스는 수준이 높습니다. 이번 시즌 득점의 절반 이상을 세트피스로 만들어내기도 했구요.]

“또 시작인가.”

바이스티거는 자신에게 붙은 선수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좋아?”

멘탈을 흔들려는 노골적인 대화에 바이스티거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바이스티거의 멘탈은 흔들리고 있었다.

주심의 시야를 벗어난 수없는 반칙과 욕설, 시비는 그의 정신을 흔들기에 충분했던 거다.

분명, 바이스티거는 19세, 이제 막 성인이 된 어린 선수인데도 불구하고 실력만큼은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센터백과 견주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그의 멘탈은 아직 자신의 실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페리 공 올립니다! 골대 앞 중앙으로 떨어지는 공!]

그 가운데 페리가 코너킥을 차올렸고, 공은 공교롭게도 바이스티거가 있는 위치로 떨어지고 있었다.

바이스티거는 주변의 방해를 뿌리치며 공을 향해 뛰어오르려 했지만, 그 순간 옆구리에는 팔꿈치가, 뒤에서는 바이스티거의 유니폼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이 개새…….”

욕이 절로 튀어나오는 사이, 반칙으로 미처 뛰어오르지 못한 그와 달리 반칙을 시도한 상대들은 높이 뛰어올라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맥과이어 헤딩! 골대를 향합니다! 아, 리첼라?!]

이번 헤딩은 하필 리첼라 앞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이 리첼라에게 닿기 전.

[아아! 프리스!]

프리스가 끼어들었다.

그대로 달려서 점프한 프리스가 공에 머리를 들이밀어서 공의 방향을 바꿨다.

[아! 골입니다! 골골골! 사우스햄튼의 동점골!]

“으어!!”

득점하는 순간 가장 기뻐하는 건 다름 아닌 반 이완 감독이었다.

그는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이런 Fxck!! 이 한 골을 위해 40분을 넘게 개고생을 하다니!”

상대는 너무나도 쉽게 넣은 공을 사우스햄튼은 전반 40분이 넘도록 열심히 막고 거북이처럼 느리게 빌드업을 하고, 역습으로 실점까지 당하고 난 뒤에야 얻을 수 있었다.

그 어떤 득점보다 값진 득점이 아닐 수 없었다.

“헤이, 브로! 형제들! 이제 집중해야지?”

얼싸안고 좋아하던 사우스햄튼 선수들이 감독의 목소리를 들은 건지 몰라도 정신 차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언더독은 자만하지 않는다.

더 위를 바라보며 달릴 뿐.

개똥철학을 남발하는 반 이완의 말 중 하나였다.

그래, 뉴캐슬을 상대로 자만할 틈이 어디 있나. 자만하고 방심하는 순간 순식간에 실점 당하고 만다.

사우스햄튼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수비에 집중했다.

여덟 명의 수비수들이 단단히 걸어 잠그고 골대를 지킨다.

[네, 동점 상황에서 전반전 종료됩니다!]

[공격적인 뉴캐슬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사우스햄튼이 자기들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마무리된 전반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과연 후반전에는 어떻게 진행될지 잠시 후 뵙겠습니다!]

* * *

“축구하다 잘 뻔했다.”

일리뉴가 불퉁스럽게 말한다.

“자긴 뭘 자 이 자식아.”

“살면서 이렇게 지루한 축구는 처음이다. 사우스햄튼 재미없다.”

일리뉴의 말에 다른 선수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근데 먹히고 있잖아.”

“안 먹혔다. 일리뉴 골 넣을 거다.”

“진즉에 넣지 그랬어. 지금 와서 말만 하지 말고.”

“그게 안 된다!”

불만 가득한 일리뉴와 그런 일리뉴와 티격태격하는 메넨데즈를 바라보며 나는 바나나를 입에 물었다.

“음?”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거 사우스햄튼에서 준비한 건가?”

평소 먹던 바나나 맛이 아니었다. 우리 스탭들이 항상 준비하던 완벽하게 적절하게 익은 그 달디단 바나나가 아니다.

혀로 눌렀을 때 부드럽게 뭉게지면서 입안에 단맛과 바나나향이 퍼져야 하는데.

“왜 그래? 어디 불편한가?”

인상이 굳은 나를 보고 카싸마가 걱정스럽게 물어온다.

“바나나가… 맛이 없어.”

“아니, 그게 무슨…….”

카싸마가 어이없어 하는 것과 달리 그 말을 들은 스탭들이 기겁했다.

“바나나? 바나나 누가 준비했어?”

“아, 스탭이 바나나를 깜빡해서 급하게 근처에서 사온 건…….”

“아니, 킹한테 바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이따위로 준비해? 누구야?!”

“죄송합니다!”

“다른 바나나는 없어?”

내가 바나나로 인해 뭔가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난리가 났다.

“아니, 그…….”

바나나가 맛이 없어도 경기 못하고 그럴 정도는 아닌데… 괜히 민망해지네.

“제길… 사우스햄튼 놈들 우리 태양이 경기력 떨어지게 주변 가게에 있는 바나나를 죄다 맛없는 걸로 구비한 걸까?”

“하는 꼬라지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한데요?”

아니, 무슨 되먹지도 못한 음모론이냐 그건.

그렇게 스탭들이 소란을 피울 때 감독이 들어왔다.

순간 라커룸이 조용해진다.

“허허허, 바나나. 그거 참 심각한 문제로군. Mi Sol이 바나나를 참 좋아하는데 말이야.”

“죄송합니다, 보스.”

“아니야, 아니야. 하지만 다들 다음에는 반드시 바나나를 잘 챙겨두게. 선수의 미묘한 컨디션이 경기를 좌우할 수도 있으니까. 태양이잖나, 응?”

“네!”

아니, 감독님도 그리 살벌하게 이야기할 그게 아니라니깐요.

“미안하네, 태양. 오늘은 그 맛없는 바나나로 참아주게.”

“아닙니다, 괜찮아요, 감독님.”

“그래, 그래. 착하기도 하지.”

감독은 그리 말하고 선수들을 훑어본다. 선수들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한 감독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자, 전반전은 나쁘지 않아. 골치 아픈 세트피스 찬스도 많이 주지 않았고. 하지만 그 몇 안 되는 세트피스 찬스에서 결국 1골을 내줬지.”

사우스햄튼의 골치 아픈 세트피스를 만들어주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서 세트피스 찬스는 많이 생기지 않았지만, 그 몇 안 되는 찬스를 놈들은 골로 연결했다.

대단한 놈들이긴 하다.

나는 슬쩍 바이스티거를 바라봤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니,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하아.”

내가 알던 냉철한 뮌헨의 장벽, 차가운 설원의 하얀 호랑이는 여기 없다.

아가 호랑이만 있을 뿐.

하긴,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멘탈이 강했으면 의심해 봐야지.

뭐를?

뭐긴 뭐야 나처럼 회귀를 의심해 봐야지.

아니면 타고난 놈이거나.

바이스티거는 실력은 타고났지만, 멘탈은 타고난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회귀한 사람도 아니고.

감독이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고 나간 뒤 나는 바이스티거에게 다가갔다.

“야, 얼굴 좀 펴. 잘하고 있어.”

“놈들이… 비겁한 축구를 해.”

하,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자식.

“비겁한 축구는 없어.”

“반칙을 서슴없이 하는 게 비겁한 축구가 아니라는 건가?”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보는 거 아니냐? 프로 세계에서 비겁이란 없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고 하는 잔인한 승부의 세계만 있지.”

내가 말하긴 했지만, 꽤나 오글거리는 말이네.

“잔인한 승부의 세계……?”

“그래. 어떻게든 이겨야 하지. 팬과 감독, 구단에게 승리를 안겨줘야 하는 게 선수의 사명이란 소리야. 그걸 못하면 어떻게 되겠냐?”

“…….”

“몰라? 당연히 팀에서 쫓겨나지. 그렇게 더 수준 낮은 팀으로 가고, 더 적은 연봉을 받고, 거기서도 못하면 또 더 못하는 팀으로 내려가고 거기서도 못하면… 결국 선수 생활 끝나는 거야.”

엘리트 코스를 밟고 나락으로 떨어질 걱정 없는 재능을 가진 바이스티거로서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일일 거다.

“비겁? 프로의 세계에서 비겁한 플레이 같은 건 없어.”

바이스티거는 내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듯하다.

나는 그런 바이스티거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너에게 그 사람들의 플레이를 따라하라는 소리가 아냐. 그 사람들이 그렇게라도 너를 견제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라는 거지.”

“…이해했다.”

“확실해?”

“그래, 적어도 그들이 비겁한 플레이를 한다고 병신같이 멘탈이 흔들릴 일은 없을 거야.”

“믿을게.”

글쎄, 근데 그게 하루아침에 될까?

* * *

“…되네?”

시작된 후반전, 태양은 바이스티거를 바라보며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전반과 다르게 난데없이 빠른 템포로 단숨에 최전방까지 공을 운반한 사우스햄튼의 벼락같은 슈팅이 리첼라의 선방으로 코너킥으로 이어진 상황.

바이스티거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을 괴롭히는 선수들을 뿌리치고 기어이 높이 뛰어올라 헤딩으로 공을 걷어냈다.

바이스티거가 따낸 헤딩을 무리시가 잽싸게 차지하고는 전방을 바라봤다.

“이런…….”

사우스햄튼이 노골적으로 태양을 가로막고 있었다.

역습의 첨병은 태양인데, 태양으로 빠른 역습이 불가능하다면?

무리시는 미련 없이 측면에서 올라가는 린데만에게 공을 패스했다.

린데만이 공을 가지고 측면을 질주해 달려간다.

[린데만 달립니다! 호흡을 맞춰 달리기 시작하는 뉴캐슬 선수들! 사우스햄튼, 이거 예상한 걸까요? 후방에 대기하던 선수들이 많고, 그 선수들이 빠르게 수비진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누누이 말했지만, 사우스햄튼의 선수들은 두 명을 제외하면 수비수이거나 수비수 출신인 선수들이었다.

단숨에 수비진영으로 달려온 그림쇼와 올리버, 스몰과 베이커 모두 수비수다.

센터백 출신인 그림쇼가 중앙에서 선수들을 조율하며 양 측면 수비수들인 올리버와 스몰, 베이커가 그림쇼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나란히 달리는 뉴캐슬 선수들을 하나씩 마크한다.

사우스햄튼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에 실패하고 역습을 당해도 실점을 잘 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다르다.

수도 없이 많은 골을 역습으로 얻어낸 팀이 이런 것 하나 대응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중앙으로 들어온 린데만이 어그로를 끌다 메넨데즈에게 패스하고 앞으로 달려 나가며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빼앗는 사이, 귀신같이 카싸마가 자신을 마크하는 선수와 거리를 벌리며 빠져나갔고, 메넨데즈가 그걸 보고 곧 바로 기가 막힌 패스를 연결한다.

[카싸마 달립니다! 달려요! 카싸마보다 앞서 달려가던 그림쇼가 길을 막아서는데요, 아, 카싸마 저게 뭔가요?!]

정면에서 그림쇼와 붙은 카싸마가 공을 옆으로 깎아서 찼다.

그러자 그림쇼를 중심으로 반월을 그리며 뒤로 빠져들었고, 카싸마는 그림쇼가 공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사이 그 공을 다시 치고 달려 나갔다.

단숨에 그림쇼를 제친 카싸마는 골대를 바라본다.

[골키퍼가 미리 나와 있었습니다! 카싸마 정면에서 길을 막아서는 셋포드!!]

카싸마는 셋포드를 바라보며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

골대와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슈팅해 봤자 골대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다는 판단이 나왔다.

제쳐야 하나?

그때였다.

“싸마!”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싸마는 본능처럼 힐로 백패스를 한다.

[백패스! 윤태양이 공 잡고 카싸마가 골키퍼의 시야를 가린 틈에 옆으로 치고 달려 나갑니다!]

카싸마가 골키퍼의 시야를 가리는 영리한 플레이 덕분에 골키퍼와 거리를 벌린 태양은 빈 골대를 향해 그대로 슈팅했다.

[골! 골입니다! 역습! 그리고 카싸마와 윤태양의 환상적인 호흡이 득점으로 연결됩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스코어는 2대1!! 뉴캐슬이 앞서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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