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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190화 (190/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90화

역대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리오넬 메시가 발롱도르를 처음 수상한 당시 나이는 22세.

원더보이라 불리며 프리미어 리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마이클 오웬이 발롱도르를 탄 나이도 22세.

역대 최연소 발롱도르 수상자는 브라질의 호나우두로 21세다.

사람들은 호나우두가 21살에 딴 발롱도르가 불멸의 기록이 될 거라 생각했다.

호나우두 이후 메시나 호날두, 홀란드나 음바페 같은 선수들도 넘지 못한 그 기록을 누가 넘을 수 있을까 싶었겠지.

하지만 2035년 오늘.

마침내 그 불멸의 기록이 깨졌다.

17세, 어린 아시안 소년이 손에 황금색 공을 거머쥐고 높이 들어올렸다.

-미쳤다

-최연소……!!

-고등학교 2학년 급식이 이걸……!!!

-아시아, 그것도 최연소.

-시발… 아시아 GOAT!! 반박은 안 받는다.

-반박할 수가 없음

-윤태양 넘었냐? 발롱도르부터 가지고 와야 함 ㅋㅋㅋ

-일본 중국 ㅂㄷㅂㄷ하는 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네 ㅋㅋㅋ

-안 그래도 지금 중국 열등감 폭발 중 ㅋㅋㅋㅋㅋ

-다 닥쳐봐 윤태양 수상 소감 말한다

태양은 손에 든 발롱도르 트로피를 가만히 바라봤다.

때마침 조명을 받은 금색 공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울 정도로 말이다.

“아… 멋지네요. 발롱도르.”

지난 삶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마치 TV 속 연예인들의 축제를 보듯이 지켜보기만 하던 시상식 무대였다.

지금은 그 무대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상을 손에 쥐고 있었다.

살다살다 한 번 더 살게 되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말없이 상을 바라보며 쓰다듬던 태양은 고개를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퍼거슨 경같이 흐뭇하게 보는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는 질시 어린 시선을, 누군가는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온갖 시선들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태양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부정적인 시선은 온통 자신을 향한 도전의식을 불태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느낀 순간 필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몸이 뜨거워진다.

태양은 발롱도르 위에 손을 턱하니 올려놓았다.

그것은 제 것을 탐하는 게 아니라 마치 인질을 잡아둔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제 나이 17살입니다. 그 말은 못해도 10년? 15년? 그 시간 동안 전성기인 상태로 선수 생활을 하겠죠.”

순간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가운데 태양은 웃음을 피워 올렸다.

“아…….”

“저 웃음은…….”

그 웃음을 본 뉴캐슬의 동료들의 인상이 굳었다.

저, 저 사악한 웃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 상은 앞으로 제가 은퇴할 때까지 제 겁니다.”

태양은 그리 말하며 오연하게 시상식 무대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을 내려다봤다.

-키야~ 광역도발 미쳤네

-칠리기리스 손 ㅂㄷㅂㄷ 떠는 거 봐라 ㅋㅋㅋㅋ 그라디나루도 같이 떨고 있네?

-저 듀오는 이제 끝나지 않았냐? ㅂㅅ 듀오 주제에 ㅂㄷㅂㄷ 떨기는 ㅋㅋㅋㅋ

-델로아는 당장 올라가서 발롱도르 뺏을 기세인데? ㅋㅋㅋㅋ

-일리뉴는 밸도 없다냐? 좋다고 박수 치고 있다 ㅋㅋㅋㅋㅋ 충신이 따로 없네

-ㅅㅂ ㅋㅋㅋㅋ 최소 10년 이상은 해먹겠다는 소리네 ㅋㅋㅋ

-그게 가능할까?

-지금 폼으로 보면 누가 태양이한테서 가져갈 수 있겠냐;

-현역 최고 선수들 이미 다 깨부수고 옴 ㅋㅋㅋ 유망주들 중에서 얼른 커야 간신히 한, 두 개? 정도 가지고 갈듯

-말하는 거 봐라 건방지다 못해 싸가지 ㅈㄴ 없네 ㄱㅅㅋ

-싸가지 없긴 ㅂㅅ아; ㅈㄴ 멋있기만 하구만

-열등감 오지는 새끼

-저 어린애가 개같이 열심히 뛰어서 발롱도르 탔으면 축하는 못해줄 망정;

-막말로 저거 국위선양급 아니냐?

-재능 로또 당첨 돼서 저 ㅈㄹ하는 게 좋아보이냐? 재능빨로 으스대는 ㅅㅋ들 하나같이 ㅈㄴ 재수 없음

-그렇게 따지면 저 자리 있는 후보들 다 재능 로또 당첨된 선수들인데? ㅋㅋㅋㅋ

-이 새끼 ㄹㅇ 열등감 덩어리였누 ㅋㅋㅋ

-근데 부럽긴 하다. 윤태양으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태양의 발언에 한국이, 아니, 전 세계가 뜨겁게 달궈진 가운데 태양은 발롱도르를 높이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상을 탈 수 있게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 그리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내 사랑하는 동생 가을, 여름, 겨울, 보미에게 감사하단 말 드립니다. 그 외에도 감사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어, 그건 사적으로 할게요. 너무 많아서요.”

태양은 그리 말하며 발롱도르를 들고 시상식으로 내려왔다.

태양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밤이었다.

* * *

[최연소 발롱도르 위너 17세 윤태양!]

[뉴캐슬 최초의 발롱도르 위너.]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쭉 발롱도르를 독차지 하겠다, 당돌한 발언으로 화제에 오른 윤태양.]

[뉴캐슬 시민들, 왕다운 말이고 지극히 옳은 말씀을 했을 뿐.]

[델로아, 그는 동료 선수들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일리뉴, 델로아 그리 말할 시간 있으면 동료들에게 시비 좀 걸고 다니지 말라, 일침.]

[칠리기리스, 그라디나루, 인터뷰 요청에도 똥 씹은 표정으로 시상식장 퇴장.]

윤태양이 발롱도르를 타기 무섭게 잉글랜드은 발롱도르를 프리미어 리그의 품에 다시 돌아오게 해준 윤태양에게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뉴캐슬어폰타인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정말 자신들의 국왕이 세계적인 상을 타기라도 한 듯 어지간한 모든 펍에서는 브라운 에일을 무료로 제공하며 축제 분위기를 조성할 정도였다.

한편, 이번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외면당하다시피 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나 팬들은 불만이 폭주한 상황이었다.

엄연히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이자, 선수들을 이렇게 박대할 수 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발롱도르를 줄 선수에게 굳이 골든보이-코파상까지 줄 필요가 있었냐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오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사랑하는 축구천재 디오스가 상을 받지 못한 것 때문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디오스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시상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유럽이나 남미나 전체적으로 태양이 발롱도르를 탄 걸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앞으로 쭉 자기가 차지할 거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아시아에서는 수백 년 만에 처음 나온 선수겠지만, 우리 아르헨티나에서는 마라도나가 나오고 메시가 나왔듯이 저 친구를 능가할 선수가 나올 거야

-유럽도 마찬가지지

-당장 스페인에는 디오스가 있다고, 성장은 윤태양보다 늦었을지 몰라도 포텐은 비슷하다 보거든

언젠가는, 아니, 조만간 머지않은 순간에 윤태양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나올 거라 믿고 있었다.

-어리석은 우민들. 우리 왕을 능가할 선수가 나올 거 같아?

-우리 왕이 성장하면서 더욱더 강해질 때 너희들의 선수는 늙어 은퇴하고, 새로 등장한 선수는 기가 질려서 발전도 못하고 사라질 거야

…뉴캐슬의 툰들만 빼고 말이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전체적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아시아 최초의 발롱도르 위너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자체적으로도 역사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시상식은 물론이고, 시상식 이후에도 윤태양 특집까지 편성하며 윤태양을 분석하는 분위기였다.

[잉글랜드에서 타이요 오-사마(태양왕)가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유는요?]

[슈팅을 잘하기 때문입니다.]

[나루호도-!!]

[스게-!!]

-…같은 일본인으로서 부끄럽다

-당연한 걸 왜 저렇게 비장하게 이야기하는 거야?

-고이즈미 의원이 재림한 줄 알았다는. wwww

일본이 태양을 심층 분석(?)하고 있을 때, 중국은.

[윤태양의 발롱도르는 아시아의 승리!]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운 윤태양.]

-윤태양의 윤씨 가문은 사실 우리 중국에서 건너간 성씨야

-한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선수들의 시조는 중국이지

-대국에서 건너간 중국의 후손들이 한국을 빛내고 있다니 웃긴 일이네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서 좋아 보이는 건 모두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기는 중국의 반응은 한국의 반발과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미친놈들

-이 새끼들은 김치나 한복도 모자라서 선수도 지들한테 나왔다고 하네

-ㅋㅋㅋㅋㅋ ㅅㅂ

-욕밖에 안 나온다

-지들이 다 없애놓고 왜 다른 나라에서 지들 근본을 찾으려 드냐고

-누가 보면 문화대혁명을 한국이 한 줄 알겠네 미친놈들;

-웃기는 친구들 많네 ㅋ 정작 공자는 물론이고 한푸, 파오차이를 자기들 거라고 우기는 건 우리 한국 아닌가?

-네 다음 조선족

-꺼져라 선족아 ;

울분을 토하는 한국인들과 그들 틈에 섞여서 한국인을 조롱하는 자칭 동포들까지 한국의 커뮤니티가 대혼돈의 도가니에 빠진 가운데.

이 전쟁을 당사자가 마무리 지으려 등장했다.

@CHOOKTAEYANG

[아니;;; 나의 승리이자 내 자존심을 세운 건데 중국이 뭔 상관?;;

댁들 유럽파한테나 잘하지… 아, 없구나.

#칠원윤씨#중국이랑관련ㄴ]

-키야 그렇지

-우리 태양이의 승리지 태양이 자존심 세운 거고 ㅎㅎㅎ

-우리 전하가 칠원 윤씨였구나 ㅎ 저랑 같은 성씨네요 ㅎ 흔치않은데 ^^ 소녀 기쁘옵니다

-그지 ㅋㅋㅋ ㅂㅅ들 모든 윤씨는 중국이랑 연결점 자체가 없다 이 ㅅㅋ들아 ㅋㅋㅋ

-통일신라에서 내려온 토착성씨임 ㅋㅋㅋ

-중국에서 최근에는 백가성 안에도 못 드는 희귀 성씨임 ㅋㅋㅋ 걔들도 연관점 자체가 없음ㅋㅋㅋ

-알고 보면 중국에 있는 윤씨도 통일신라에서 건너간 걸 수도 ㅋㅋㅋ

-우리 중국을 무시하면 큰코다칠 거다 윤태양

-축구 좀 안다고 소국의 개가 까부는구나

-ㅋㅋㅋ ㅂㄷㅂㄷ 오지네

-아니 중국에서 인스타는 어떻게 하는 거야?

-ㅈ선족인 듯 ㅋㅋ

아시아에서 태양이 한국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사이, 뉴캐슬에서는 열심히 윤태양의 유니폼을 찍어내고 있었다.

발롱도르 위너가 되는 순간 가뜩이나 유니폼 판매 수요가 높았는데, 지금은 폭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단은 FIFA와 윤태양의 허락을 받고 발롱도르 트로피 모조품을 만들어 뉴 세인트제임스 파크 구장 입구에 떡하니 전시를 해놓았다.

전시된 발롱도르의 뒷벽에는 윤태양의 대형 사진과 함께 ‘THE KING’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뉴캐슬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발롱도르를 전시할 유리관을 하나만 만든 게 아니라 10개나 나란히 설치해 둔 것이다.

마치 당연히 태양이 뉴캐슬에 남아 발롱도르를 최소 10개는 탈 거라고 생각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툰들 그 누구도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니, 태양이 발롱도르를 놓치거나, 혹은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이 왕의 진열장은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마테오 실바의 황금동상과 함께 뉴캐슬의 영원한 자랑이 될 예정이었다.

그 가운데 프랑스에서 돌아온 태양이 마침내 뉴캐슬의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리미어 리그 13라운드를 준비하기 위해 훈련장으로 향하는 태양을 향해 훈련장 입구에서부터 도로 양옆 길가에 사람들이 나란히 서서 자신들의 왕을 향해 환호성을 보내며 발롱도르 수상을 축하했다.

그것을 본 영국의 유명 일간지 기자는 그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 기사를 올렸다.

헤드라인은.

[King’s Victory Parade]

왕의 개선식.

그 현장의 모습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기사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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