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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191화 (191/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91화

12월 뉴캐슬의 첫 상대는 노리치 시티였다.

2부 리그에서 힘겹게 올라왔지만, 이번 시즌 12라운드 동안 단 1승만 거두며 강등권 싸움을 하고 있는 그들은 뉴캐슬의 상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태양과 일리뉴, 카싸마가 나란히 한 골씩 넣으며 팀은 3대0으로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13연승, 태양의 13경기 연속골을 기뻐하는 것도 잠시, 팀은 3일 뒤에 곧바로 14라운드를 치러야 했다.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만난 14라운드 상대는 울버햄튼, 울브스는 현재 4승 2무 7패로 리그 14위에 있는 상황이었다.

포르투갈 커넥션이라 불릴 정도로 포르투갈 선수들을 많이 데리고 있고 나름대로 단단한 팀으로 한때를 보냈던 이 팀은 더 이상 예전 그 팀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뉴캐슬 역시 타이트한 일정으로 핵심 선수들이 상당히 지친 상황이었고, 다가오는 박싱데이를 우려한 탓에 이 팀을 상대로 나름대로 로테이션을 돌린 상황.

전반전까지는 예상외로 박빙의 경기를 펼쳤고, 후반에는 놀랍게도 잠시 동안 울브스가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선제골까지 넣었지만, 윤태양이 막판에 두 명의 선수를 제치며 밀어준 패스를 아우레가 골로 연결하면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서 메넨데즈가 중거리 슛을 터뜨리며 역전하며 2대1 승리를 거뒀다.

오늘 이 경기에서 태양은 연속골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팀은 개막 후 연승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3일 뒤.

팀은 15라운드를 맞이했다.

너무나도 타이트한 일정 끝에 아르텔리는 주전 선수들은 물론이고 윤태양까지 벤치에 앉혔다.

아무리 윤태양이라고 하더라도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게다가 상대는 왓포드, 뉴캐슬 입장에서는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팀이었다.

그렇게 윤태양도 없고 일리뉴도, 카싸마도, 메넨데즈, 바이스티거까지 없이 치러진 경기.

아우레가 미쳐 날뛰며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대1로 승리를 차지했다.

이어서 또다시 3일 뒤, 뉴캐슬은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마지막 일정을 맞이했다.

이미 5전 전승으로 진출이 확정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을 상대했지만, 같은 조인 샤흐타르와 PSG는 이야기가 달랐다.

2승 1무 2패로 승점 7점인 샤흐타르, 그리고 1승 2무 2패로 승점 5점인 PSG.

이들은 16강 진출을 위해 운명의 결투를 벌여야했다.

“와, 누가 이길까?”

“아무리 그래도 PSG가 이기겠지.”

“PSG 요즘 돌아가는 꼬라지 보면 모르겠는데.”

“그래, 어쨌든 축구공은 둥그니까.”

“둥글어도 샤흐타르랑 PSG 팀 수준 차이가 있는데?”

“야, 이미 첫 번째 경기에서는 샤흐타르가 이겼어. 이번에 또 이기지 말라는 보장 있냐?”

“제길, 내기할래?”

심지어 뉴캐슬조차도 본인들의 경기보다 PSG와 샤흐타르의 경기에 관심을 기울일 정도인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뉴캐슬은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을 상대로 윤태양의 1골과 아우레의 1골로 승리를 거두며 6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들은 모두 다 같이 모여서 라커룸에서 PSG와 샤흐타르의 경기를 지켜봤다.

스코어는 2대0으로 PSG가 앞서가고 있는 상황, 남은 시간은 고작 3분.

“야, 돈 내놔라.”

메넨데즈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샤흐타르에 돈을 건 아우레와 무리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때였다.

“어?”

샤흐타르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행운의 득점을 올리며 스코어가 2대1이 되었다.

“이것 봐.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니까?”

“그래, 2분 안에 한 골 더 넣지 말라는 보장 있냐?”

“무슨 소리야, PSG가 작정하면 저기서 어떻게 또 골을 넣어. 샤흐타르가?”

메넨데즈가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하고, 메넨데즈와 함께 PSG에 건 동료들 역시 헛소리 말라며 손을 내미는 사이.

“이야…….”

윤태양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거다.

추격골을 넣은 샤흐타르가 기세를 타더니 경기 재개 30초 만에 PSG의 공을 빼앗고 돌진해 기적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와…….”

“메넨데즈? 돈 내놔라.”

“뭘 돈 내놔? 아직 진 게 아닌데?”

“무슨 소리야 우리 내기 챔스 진출 어디가 하냐로 내기 한 거 아니었어?”

“그러니까, 아직 PSG가 탈락한 게 아니잖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남은 시간에 다시 골 넣을 수도 있잖아?”

메넨데즈의 항변에 다들 그런가? 라고 생각하는 사이.

-삐익, 삐익- 삐이이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가 TV 너머에서 들려왔다.

PSG가 무려 11년 만에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메넨데즈의 얼굴이 단숨에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저 병신들이 하다못해 챔스 탈락까지 해?”

“카싸마 없으니 진자 쭉정이 팀이 다 됐네, 저기는.”

카싸마는 자신이 거론되자 어깨를 으쓱했다. 태양은 그런 카싸마를 보고 히죽 웃으며 물었다.

“친정팀이 몰락하는 걸 보는 소감이 어때?”

“…여전히 팀은 사랑한다. 하지만 저긴 썩었어. 이번 일을 계기로 고쳐졌으면 좋겠군.”

“돈 많으니 금방 해결되겠지.”

돈이 많기 때문에 위기도 돈으로 해결할 PSG였지만, 일단 당장 파리에서 폭동 수준으로 난리가 나고 욕을 먹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렇게 F조에서 PSG가 탈락이란 이변을 맞이했을 때, A조에서는 인테르가 아약스에게 밀려 3위로 탈락하며 또 하나의 이변을 연출했다.

두 팀의 이변 연출을 제외하고 무난한 조별 예선 끝에 16강 대진이 발표됐다.

바르셀로나 VS 레버쿠젠

프라이부르크 VS 맨체스터 UTD

아약스 VS 아스날

AT마드리드 VS 샤흐타르

도르트문트 VS 뉴캐슬 UTD

갈라타사라이 VS 바이에른 뮌헨

포르투 VS AC밀란

첼시 VS 레알 마드리드

-뉴캐슬은 도르트문트랑 붙네

-도르트문트가 쉬운 팀은 아니지 도르트문트가 쉬운 팀은 아니지

-어라 왜 두 번 쳐지지? 어라 왜 두 번 쳐지지?

-콩르트문트 ㅠㅠㅠㅠ

-만년 콩라인 콩르트문트 ㅠㅠ

-근데 16강 왜 이렇게 밋밋하냐

-빅매치라고 할 만한 게 콩문이랑 뉴캐슬, 그리고 첼시랑 레알밖에 없네

-뉴캐슬이 정배고 첼시랑 레알은 레알이 정배인가?

-ㅇㅇ

-레알이랑 뉴캐슬은 언제 붙으려나 붙을 수 있으려나? 저번 시즌 경기 개꿀잼이어서 기대되는데 ㅋㅋ

-뉴캐슬도 6전 전승인데 레알도 6전 전승이더라 ㄷ

-너네 지금 챔스 득점 1위 누구인지 앎?

-윤태양 아님?

-ㄴ 디오스임

-디오스???

-지금 6경기 9골로 윤태양보다 한 골 앞서감

-ㄷㄷ 언제 그리 컸냐

-포텐 터졌나 보네

-ㅋㅋㅋ ㄹㅇ 리그에서도 지금 10경기 15골로 폭주 중임

-ㅋㅋㅋㅋ 10경기 15골 미쳤네라고 하고 싶은데 윤태양은 리그 14경기 27골

-ㅅㅂ 27골 실화냐 홀란드가 제일 못한 시즌이 34경기 27골인데 14경기 27골 시발 ㅋㅋㅋㅋㅋ

-아직 디오스가 따라가긴 힘든데, 그래도 무시 못하겠네

-나중에 윤태양 유일한 라이벌까지 성장해 줬음 좋겠다

-???

-난 라이벌 그런 거 조아함 ㅎ

* * *

훈련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와 방으로 가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면 가장먼저 2층 거실이 보인다.

우리 가족은 따로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을 본채가 아니라 본채에 붙어있는 별채에 두고 있기 때문에 본채 1층에 있는 응접실 겸 거실을 가족 거실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원래 패밀리룸으로 쓰여질 2층 거실은 어떻게 돼있냐고?

내 상들을 진열한 일종의 전시장이 되어 있다.

MOM 트로피, 이달의 선수, 올해의 선수, 프리미어 리그 골든 부츠, 챔피언스 리그 골든 부츠, 푸스카스 상, 게르트 뮐러 상, 코파상, 그리고… 발롱도르까지.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하고 고작 두 번째 시즌인데 진열장이 다 차서 새롭게 진열장을 주문해 세워둔 상황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진열장 가장 가운데 잘 보이는 자리를 바라봤다.

“아버지가 오셨나?”

가장 잘 보이는 그 자리에는 원래 발롱도르가 진열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퇴근하신 뒤에는 한동안 그 자리에 없어진다.

나는 방으로 가려던 걸 멈추고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살며시 열린 아버지 서재 문 너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사진 봤냐? 그래, 인마! 우리 아들이 타온 거야 그래!”

“하…….”

자식 자랑은 끝이 없다더니…….

“부럽지? 발롱도르 실물 만져봤냐? 어? 난, 인마, 아들 하나 잘 낳아서 매일 만진다! 그래, 끼고 산다 살아! 추하다고? 뭐 어때 인마, 발롱도르라고! 발롱도르!”

아직도 친구들한테 자랑을 하고 계신 모양이다.

어쩌면 자식 자랑이 요즘 우리 아버지의 유일한 낙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유일한 낙을 방해할 수 없지.

이 상황에서 내가 들어가면 오히려 아버지가 민망해하실 거다.

나는 슬그머니 내 방으로 들어갔다.

“응?”

방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번호를 확인한 나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이분이 왜……?”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정후 감독.

대한민국 유소년 총괄 감독이었고, 지금은 다가오는 이스탄불 올림픽의 감독으로 있는 사람이었다.

“네, 감독님.”

-아이고, 세계 최강의 축구 선수가 제 전화를 다 받아주시고!

“하하, 장난치지 마세요, 감독님.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은 무슨 어쩐 일이야. 우리 선수 상태를 확인하려고 전화한 거지. 괜찮지?

“저야 뭐 괜찮죠……?”

-그래, 그래. 다른 게 아니라 이번 올림픽 말이다.

올림픽……!

“네, 감독님.”

-참가할 거지? 올림픽?

“…불러만 주시면 당연히 가야죠.”

올림픽 축구.

사실, 축구 선수에게 올림픽이란 챔피언스 리그나 월드컵에 비해서는 큰 메리트가 없는 시합이긴 하다.

하지만, 금메달은 와일드카드가 아닌 이상 23살 이전에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가장 화려한 커리어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나 같은 한국 선수에게는 중요한 게 걸려있기도 하고.

알잖아, 병역특례.

물론, 정말, 진심으로 병역특례 때문만은 아니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

이십대, 선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군대에서 보낼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 다른 나라에서 치트키 쓰는 거 아니냐고 욕할지 몰라도 우리는 네가 정말 필요한 거 알지? 너 말고 유럽에 간 너희 세대 아이들 군대 안 가고 축구에 전념해서 성장해야 할 거 아니냐?

그리고 이 축구의 미친 감독은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받고 유럽에서 활약해 주길 정말 진심으로 바라는 감독이었다.

한국 축구 발전에 미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구단에는 제가 말할게요. 아니, 굳이 말할 필요 없이 군대 이야기만 꺼내도 기겁을 하고 올림픽 보내려고 할걸요?”

-그지? 그럼 당장 공문 보낸다?

“알겠습니다.”

-내년… 내년에 보자! 그때까지 다치지 말고!

“네, 감독님. 들어가세요.”

이정후 감독과 전화를 끊고 나니 가슴이 설렌다.

순서가 거꾸로 돼서 인생 최고 목표 중 하나인 발롱도르를 먼저 타버리긴 했다만, 올림픽 금메달은 내가 꿈꾸던 커리어 중 하나였다.

20대 초반에 국대는커녕 유소년 대표조차 뽑혀본 적 없으니 부러웠거든.

“음, 오늘은 낚시도 안 땡기니까 소환사의 협곡이나 들어가 볼까?”

감독과 대화를 끝내고 컴퓨터로 향하는데 또 전화가 걸려온다.

뭐야?

일리뉴네?

아니, 얘는 별채에서 머무는 애가 뭣하러 전화를 하는 거야?

“왜, 인마.”

-큰일 났다, 태양!

“왜?”

-나온다! 나온다!!

“아, 그러니까 뭐가?”

-우리 아기들! 아나가 애를 낳으려고 한다!

…이런.

일리뉴의 2세가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셋이나.

-어, 어쩌지?

“엄마!!!!”

일리뉴의 다급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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