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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193화 (193/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93화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팀의 수비라인을 지켜주던 든든한 미드필더 비엥베누를 PSG에게 강탈당하다시피 한 그들은 비엥베누를 판 돈과 구단의 자금을 동원해 선수들을 영입했다.

믿고 쓴다는 공격수 육성의 요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요즘 한참 뜨고 있는 리안드로 아벨을 영입하고, 제2의 케빈 데 브라이너로 불리는 RB 라이프치히의 얀스 페터르스와 뮌헨의 수비수 마이크-스티븐 헉슬도 데려왔다.

셋 다 몸값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직도 재정적으로 풍족한, 구단의 이익만으로 석유 재벌들의 구단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구단이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펠리시아노가 죽을 쑤는 동안에도 맨유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순위가 5위여서 그렇지 뉴캐슬만 없었다면 1위, 우승 다툼을 할 성적이었으니 말이다.

그 상황에서 펠리시아노가 부활했다.

맨유의 팬들은 확신했다.

-이제 우리 맨 유나이티드를 막을 팀은 없다.

-뉴캐슬? 이제 쫓아가는 일만 남았지

-오늘 이기면 가능성 있어

-우리 맨유도 빛볼 날이 오는 건가?

-이봐, 친구들. 현실을 인지해. 뉴캐슬은 16연승이나 한 챔피언 팀이고 우리는 고작 5위일 뿐이야. 왜 그렇게 설레발을 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지금도 우승이 가능한 전력이지만, 뉴캐슬의 기세는 무서워. 아직 우리가 이기기 힘든 팀이라고 생각해.

-닥쳐 우리에게는 영광뿐이다. 글로리 글로리 맨 유나이티드!!

-그 영광, 퍼기 경 이후 누가 이어갔는데?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어

-퍼기 경 은퇴 이후 아무도 우승을 못했지. 그 수 많은 감독들이.

-닥치라고!!

-우리 맨 유나이티드가 이긴다.

물론, 현실을 인지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그 모든 이의는 모두 묵살됐다.

현실은 뒤로하고 그들은 아직도 영광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맨유의 선수들 대부분은 그 영광의 시절을 재현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안 그런 선수도 있겠지만, 여기 있는 선수들 중에는 그 시절의 맨유를 자신들의 힘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펠리시아노가 있었다.

말년이 추하긴 하지만, 포르투갈 선수로서 동경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걸 보고 선수와 별개로 팀에 매료되어 이곳까지 오게 된 그는, 호날두 그 이상의 존재가 되는 게 꿈이었다.

아쉬운 건 이제 이십대 후반에 들어섰음에도 호날두의 커리어와 자신의 커리어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거지만, 애초에 그의 꿈은 맨유에서 호날두를 능가하는 거였다.

득점도, 기록도 많은 것을 그를 추월했지만, 단 하나, 우승을 해보지 않았다.

이번에 2군까지 밀려나면서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자신이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냉정한 보드진은 팬들의 의견과 별개로 언제든지 자신을 2군으로 밀어내고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봤다.

큰소리만 칠 줄 알고 자기애와 승부욕만 불태우는 과거의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거기에 매일같이 훈련을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다.

이걸 뭐라고 하지?

그래, 초심을 잃었다.

부처님을 마주하고 108배를 하며 자신을 되돌아본 펠리시아노는 경건한 마음으로 옛날의 자신을 찾기로 했다.

언제나 간절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했던 과거의 자신을 말이다.

끝없는 승부욕은 꺼지지 않았지만, 자기애는 사라졌다.

질투심은 이글이글 타오르지만, 그걸 바탕으로 자신을 더욱더 몰아붙이며 성장하던 정신을 되살렸다.

그렇게 펠리시아노는 자신을 되찾아갔다.

그리고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

필드로 향하는 출구에서 펠리시아노는 태양을 애써 외면했다.

그를 의식하면 안 된다.

그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은 뉴캐슬의 수비수를 상대해야 하니까.

펠리시아노의 시선은 바이스티거와 무리시를 향했다.

펠리시아노는 오늘 경기를 위해 윤태양을 연구한 게 아니라 본래의 임무대로 바이스티거와 무리시를 상대하는 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이제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알 일이었다.

* * *

[프리미어 리그 17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나이티드의 대결이 이곳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펼쳐집니다.]

[뉴캐슬이 비상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는 오늘 이 경기를 유나이티드 더비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아셨습니까?]

[네, 서로 진정한 유나이티드, 최고의 유나이티드는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이라고 우기면서 축구 팬들의 설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죠. 하하, 과연 오늘 어떤 팀이 승리하면서 유나이티드의 자존심을 지킬지 기대되네요.]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필드 위로 선수들이 에스코트 키즈와 함께 입장한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입장해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작은 서비스를 해준 뒤 본격적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가볍게 몸을 푸는 선수, 잔디에 입을 맞추며 기도하는 선수, 아무 생각 없이 앞을 바라보거나 심호흡하는 선수 등.

그 가운데 펠리시아노는 크게 심호흡하고 태양을 흘끗 바라봤다.

질투와 승부욕이 치솟아 오른다.

그 순간 펠리시아노는 불교 경전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태양 너머 뉴캐슬 진영의 골대를 바라봤다.

목표는 윤태양이 아니라 저 골대이니까.

[경기 시작 전에 앞서 오늘의 라인업 보고 가시겠습니다.]

[먼저 홈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

뉴캐슬 UTD

샬렛/윤태양/일리뉴

카싸마

메넨데즈/다미아노

린데만/무리시/바이스티거/산체스

리첼라

맨체스터 UTD

펠리시아노/아벨

가리도/마르셀로/페터르스/브라이언

다비즈/세겔/헉슬/비네스빌

스토일리코비치

[양 팀 모두 약간의 포메이션 변화가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할 걸로 예상되네요.]

[그렇습니다. 말씀드리는 사이 경기 시작됩니다!]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뉴캐슬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뉴캐슬은 차분하게 공을 돌리며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이내 템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전진 상황에서는 메넨데즈가 3열이 아니라 카싸마와 나란히 2열에 올라가며 전방 빌드업을 함께 주도해 나갔다.

발롱도르 위너와 함께하면서 무섭게 성장해 나가는 메넨데즈의 패스워크는 환상적인 수준이었다.

여기에 윤태양이 아주 살짝 내려와 1.5선 위치에서 삼각대형을 만들어 합류하니 맨유는 뉴캐슬의 전진패스를 끊어내지 못했다.

[뉴캐슬, 패스가 정교합니다! 카싸마가 공 잡고 페터르스를 제치며 윤태양에게! 윤태양! 공 찔러줍니다!]

윤태양의 패스가 날카롭게 뻗어나간다. 일리뉴가 이에 반응해 파고드는 그 순간, 헉슬이 일리뉴와 나란히 달리며 일리뉴를 밀어내고는 공을 걷어냈다.

[헉슬! 공 걷어냅니다! 과연 헉슬이군요! 분데스리가 최고의 수비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 오기 무섭게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어요!]

공을 걷어낸 헉슬은 이 정도는 별것 아니라는 듯 차분한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고, 일리뉴가 스로인을 준비했다.

[어? 일리뉴가 스로인을 준비하는군요.]

[스로인을 통한 작전을 준비한 건가요?]

공이 나간 위치에 선 일리뉴는 공을 양손으로 쥐고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공을 높이 들어 있는 힘껏 양손으로 던졌다.

놀랍게도 공이 발로 가볍게 크로스를 올린 것과 견줄 수 있는 속도로 페널티 에어리어를 향해 뻗어나갔다.

그 공을 향해 맨유와 뉴캐슬의 선수들이 하나같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공을 잡은 건 샬렛이었다.

샬렛은 공을 잡기 무섭게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세겔! 세겔이 발을 내밀어 슈팅을 막아냅니다!]

세겔이 잽싸게 공을 막아내며 공이 높이 솟아올랐다가 떨어진다.

다시 한번 볼 경합이 벌어지고 이번에 공을 차지한 건 누구보다 높이 뛰어오른 헉슬이었다.

헉슬이 머리로 공을 걷어내는 데 성공했고, 골대 반대편으로 뻗어나가는 공을 향해 다비즈가 다가가 더 멀리 공을 보내려는 순간, 다비즈 보다 한발 빠르게 메넨데즈가 공에 발을 뻗었다.

힘이 실린 패스가 다시 골대 방향으로 쭉 뻗어나간다.

선수들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메넨데즈는 그 짧은 시간에 목표를 찾아내고 선수들 사이의 그 좁은 패스길을 찾아낸다.

[패스가 너무 강한 것 아닌가요? 이걸 누가 받을까요? 중거리 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중거리 슈팅이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패스지만, 그 공을 어렵지 않게 받아내는 선수가 있다.

[윤태양은 받아내는군요!]

윤태양이었다.

아웃사이드로 가볍게 공을 받아낸 태양은 그대로 옆으로 공을 흘리며 몸을 빙글 돌렸다.

단 한 번의 볼터치만으로 자신에게 붙은 세겔을 제쳐 버린 태양은 눈앞에 보이는 골대를 향해 그대로 공을 감아찼다.

감아찬 공이 빠르게,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골대 구석 상단으로 빨려 들어간다.

와아아아아아!

[윤태양! 단 한 번의 슈팅으로 득점을 만들어냅니다! 스나이퍼 그 자체로군요!]

[전반 12분!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앞서 나갑니다!]

[지난 세 경기 동안 두 경기에 출전해 단 하나의 득점도 올리지 못했다고 우려하던 사람들을 비웃는 완벽한 득점입니다!]

[사실, 리그에서만 27골을 넣은 선수에게 두 경기 골을 못 넣었다고 비난하는 게 웃긴 거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경기당 1.75골을 넣는 선수에게 위기라니요? 말이 안 되죠!]

선제골을 넣은 태양은 자신의 엠블럼을 가볍게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보여주며 하프라인으로 걸어갔다.

툰들은 그런 태양을 향해 왕을 위한 응원가를 아낌없이 부르짖었다.

그 가운데 펠리시아노는 크게 심호흡했다.

저기에 자극받아 나대면 안 된다. 지난 경기에서도 무리해서 수비까지 도맡아 움직이다가 경기를 말아먹지 않았던가?

센터써클 안에서 공을 잡은 펠리시아노는 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리다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공을 돌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맨유도 뉴캐슬 못지않게 빠른 템포로 공을 앞으로 전개시킨다.

[맨 유나이티드, 전진패스를 계속해서 시도합니다. 하지만 뉴캐슬과 달리 다소 어려워 보입니다?]

[중원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하는 다미아노와 메넨데즈의 호흡이 좋습니다. 여기에 린데만과 산체스까지 중원에 가세하니 뉴캐슬의 수비진영까지 나아가는 게 쉽지 않네요.]

맨유의 마르셀로와 페터르스가 중원에서 자신들만 공을 주고받기 시작하니 서서히 선수들이 중앙에 모이기 시작한다.

선수들의 간격이 좁아지며 중앙에 몰리는 그 순간, 페터르스는 린데만의 뒤, 브라이언이 침투할 수 있는 측면 공간으로 공을 찔러넣었다.

린데만보다 더 바깥에 위치하며 자신의 존재를 죽인 채 대기하던 브라이언이 득달같이 달려가며 공을 차지해 측면라인을 타고 질주했다.

그리고 곧 바로 크로스.

브라이언과 나란히 달리던 아벨과 펠리시아노는 공의 낙하지점을 파악해 자리를 잡고 뉴캐슬 선수들과 경합에 들어간다.

바이스티거와 붙은 펠리시아노는 어린 친구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하긴 이 정도가 되니까 뉴캐슬에서 주전을 차지했겠지.

다시 시선을 돌리니 공이 자신과 바이스티거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그 순간, 펠리시아노는 참아왔던 질투심, 승부욕, 골을 향한 집착과 같은 모든 것들을 뿜어냈다.

그와 동시에 뛰어오른다.

펠리시아노.

제2의 호날두라 불리며 포르투갈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이 선수는 호날두나 심지어 윤태양보다 훨씬 앞서가는 재능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농구선수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서전트 점프.

바이스티거 보다 작은 그가 바이스티거보다 높이 뛰어올라 공을 헤딩한다.

높은 위치에서 뚝 떨어지는 공을 향해 리첼라가 몸을 날리며 막아보려 했지만, 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섰다.

[골! 골입니다! 펠리시아노오오오오! 실점 후 불과 4분 만에 동점공를 만들어내는군요!]

[펠리시아노! 포효합니다!]

그래, 모든 감정은 이럴 때 쏟아내는 거지.

포효하며 윤태양을 확인한 펠리시아노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펠리시아노는 공을 챙겨서 하프라인으로 달려 나갔다.

마치 윤태양처럼 말이다.

그걸 지켜본 윤태양은…….

‘저 미친놈 또 웃네.’

스산하게 웃고 있었다.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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