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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194화 (194/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94화

펠리시아노가 단기간에 육체적인 성장을 이룬 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타고난 재능이 더욱더 발전한 건 더더욱 아닐 터였다.

타고난 건 한계가 있고, 펠리시아노는 분명 자신이 가진 재능을 진즉에 만개해 한계까지 다다른 사람이었으니까.

가진 잠재력을 모두 터뜨린 선수가, 심지어 한동안 골까지 넣지 못하며 이른 에이징커브까지 의심되던 그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멘탈에 있다.

그는 자신의 멘탈을 더없이 단단하게 만들었으며, 정신적으로 성장을 이뤄냈다.

승부욕이 강하다 못해 병적인데다가 자기애가 강해 자신이 곧 죽어도 최고라고 생각하며 안일했던 그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면서 본래 기량, 아니, 어느 순간 미처 끌어내지 못하던 가장 뛰어났던 시절의 기량까지 끄집어낸 것이다.

“재미있네.”

전성기의 펠리시아노는 무시할 수 없다.

득점은 기껏해야 38골 남짓으로 40골의 벽을 넘지 못한 선수였지만, 나 개인적으로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홀란드 보다 펠리시아노를 더 위에 두고 있다.

아, 38골을 넣던 최전성기 시절 한정으로 말이다.

왜냐고?

그 당시 그는 골이 전부인 선수가 아니었거든.

아버지 말을 빌어서 설명한다면 호날두같이 골을 넣고 외질처럼 어시스트하며 벤제마처럼 연계를 한다고 했다.

어느 순간 점점 골밖에 모르는 레알 시절 호날두 화 되어가고 있었는데, 오늘 경기에서 득점을 한 이후에 그는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발롱도르를 탔던 그 시절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골을 넣어 기세를 돌려놓고 1선과 1.5선을 오가며 휘젓고 다니니 우리가 밀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내가 내려가고 카싸마도 내려보내야 하나 싶은 사이.

펠리시아노가 2선까지 내려와 공을 잡더니 최전방으로 전진해 나아간다.

다미아노가 그를 쫓았지만,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웠고, 바이스티거가 펠리시아노를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분명 지금도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가 될 재능을 가진 바이스티거였지만, 펠리시아노는 이미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손꼽히는 선수였다.

그는 단 두 번의 트릭으로 단숨에 바이스티거를 제치고는 골대를 향해 슈팅할 준비를 한다.

그걸 목격한 산체스가 측면에서 달려와 그 앞을 막아서는 순간, 펠리시아노는 미련 없이 공을 옆으로 패스했다.

그런데 높고 길다.

실수인가?

아니었다.

그는 아벨의 앞에 무리시가 있는 걸 확인하고 이어서 그 너머 반대쪽 측면이 비어있으며, 브라이언이 그곳으로 침투하고 있는 것까지 확인한 뒤, 그곳을 향해 공을 패스한 거였다.

허벅지로 공을 받아 왼쪽에 공을 떨군 브라이언은 곧바로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낮고 빠르게 뻗어간 공이 골로 연결됐다.

와, 그래, 저거다.

아버지가 극찬하던 시절의 펠리시아노의 모습 말이다.

문득, 이 말이 생각났다.

그는 현대 축구가 원하는 가장 완성에 가까운 스트라이커다.

누가 그랬더라?

그래, 펠리시아노가 발롱도르를 타고 레알 마드리드랑 연결되던 당시 베이트호번 감독이 했던 말이었구나.

득점한 브라이언과 짧게 기쁨을 나누고 서로 교차하듯 하프라인을 지나가는 순간, 나는 한 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왔구나, 펠태식이.”

“…뭐?”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앞서갑니다. 전반전을 지배하는 건 현재 맨 유나이티드입니다.]

[펠리시아노와 페터르스의 연계가 특히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가리도와 브라이언의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중앙 미드필더가 되기도 하고 측면 공격수가 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어요.]

[오늘 유난히 맨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이 좋게 느껴지네요.]

[이게 이번 시즌 맨 유나이티드의 감독이 원하던 모습의 완성형이 아닌가 싶습니다.]

맨유의 선수들은 오늘 놀라울 정도로 경기가 잘 풀려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이내 깨달았다.

지금까지 뭔가 부족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부족한 부분을 펠리시아노가 채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자신들의 리더는 다시 부활했다.

그것이 맨유의 선수들의 사기를 더욱더 끌어올렸다.

골을 넣어서 뉴캐슬이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호기롭게 뉴캐슬의 선수들을 압박해 들어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마르셀로가 다미아노에서 카싸마로 이어지던 패스를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다시 맨유의 공격이 시작됐다.

[마르셀로! 페터르스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페터르스 그대로 전방에 아벨에게! 아벨, 무리시를 등진 상태로 공 받고 턴합니다! 무리시를 제치는군요! 그대로 전진합니다! 슈팅하나요? 슈티이이잉!]

리첼라가 아벨의 슈팅 위치를 확인하고 잽싸게 달려가 정면에서 슈팅을 품에 안았다.

[리첼라 막아냅니다!]

“두 골이나 먹혔으면 됐지.”

더 이상 골을 내주기는 싫다 생각하며 리첼라는 그 즉시 전방으로 공을 찼다.

[뉴캐슬의 역습이 시작되나요? 리첼라가 찬 공이 단숨에 맨 유나이티드 수비라인 앞쪽에 떨어집니다! 공을 잡은 건 날쌘 샬렛입니다! 샬렛, 공을 잡고 잠시 멈췄다가 달려오는 윤태양에게 넘깁니다!]

[윤태양!!]

기세를 잡고 흥이 올랐던 맨유의 수비수들의 얼굴이 단숨에 굳었다.

비록 기세는 맨유에게 있다고 하지만, 이번 시즌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발롱도르 위너가 된 윤태양의 존재는 그들을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니, 사실 발롱도르와는 상관이 없다.

몇 번이고 윤태양에게 두들겨 맞은 그들은 윤태양이라는 존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 아니, 축구계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괴물 같은 소년.

축구의 악마가 있고 그들이 모시는 사탄이 존재한다면, 태양은 축구의 사탄이 낳은 아들일 것이다.

재앙이자 공포의 존재.

그 존재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든다.

“치, 침착해!”

맨유의 선수들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챔피언스 리그에서 뮌헨의 선수로 윤태양에게 2경기 4골 2도움이나 내주면서 두들겨 맞은 헉슬은 침착하라 외치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조차도 말을 더듬고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신 차려라! 잘 막고 있었잖아!”

감독이 그리 외쳤지만, 선수들은 감독의 말을 부정했다.

잘 막기는 무슨.

첫 골 이후로 윤태양이 공을 잡은 적이 없었을 뿐인데.

그렇다고 넋 놓고 구경할 수는 없는 노릇.

세겔이 호기롭게 윤태양에게 달려가 거리를 좁히고 몸을 돌려 달리며 윤태양의 공을 끊을 준비를 한다.

그 순간 태양은 공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도 이리저리 뱀처럼 구불구불 달리며 세겔의 스탭을 꼬이게 만든다.

세겔이 달리는 박자를 잘못 타 살짝 삐끗한 순간, 태양은 공을 살짝 접어 세겔의 등 뒤로 침투해 들어갔다.

세겔이 다급하게 몸을 돌리며 태양을 쫓으려 했지만, 단숨에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드리블을 하는 태양은 무섭고, 드리블을 하다 개인기를 하는 태양은 더 무서웠지만, 전력을 다해 달리면서 드리블을 치는 태양은 재앙 그 자체,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수비는 세겔만이 하는 게 아니었다.

세겔이 태양과 나란히 달리며 그를 견제할 때 서서히 간격을 좁히고 있던 다비즈가 태양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전력을 다해 달리며 드리블을 치는 것도 모자라 개인기까지 발휘하는 태양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전력을 다해 달리던 그대로 레인보우 플릭!!!!]

무지개를 만들어내며 태양은 다비즈가 공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를 지나쳐 떨어지는 공을 잡고서 다시 달려갔다.

이제 남은 건 골키퍼.

[스토일리코비치 간격을 좁혀 들어갑니다!]

최대한 골대의 각을 죽이며 달려오는 스토일리코비치였지만, 사실 그는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다.

[태양, 그대로 칩슛! 스토일리코비치 팔을 쭉 뻗어 막아보려 하지만, 애처로운 손짓일 뿐입니다!]

어차피 들어갈 거라는 걸 말이다.

[골입니다! 윤태양, 두 번째 골입니다!]

[엄청난 퍼포먼스였습니다! 과연 최연소의 나이로 발롱도르 위너가 된 이유를 보여주는군요!]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동점이 되면서 기세가 다시 뉴캐슬로 넘어가는 것 같은 가운데, 머지않아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얘들아 너무 휘둘리는 것 같다. 좀 더 집중해 보자.”

리첼라가 라커룸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선수들에게 말했다.

“페터르스, 얘 진짜 물건이더군.”

카싸마는 경기 내내 펠리시아노와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경기를 주도한 페터르스를 칭찬했다.

“펠리시아노, 이 새끼 경기 뭐같이 하더라.”

무리시는 펠레시아노를 욕했다. 뭐같다고 욕하는 걸 보면 오늘 확실히 펠리시아노가 잘하는 모양이다.

“바나나, 바나나.”

태양은 흐느적 안으로 들어와 바나나부터 찾았다.

그런 태양을 보고 리첼라가 그를 툭 하고 밀었다.

“왜요?”

“너는 인마, 오늘 왜 이렇게 활동이 없어? 많이 움직여서 분위기 좀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

“그러게요.”

“그러게요는 뭐가 그러게요야.”

리첼라의 갈굼에 태양은 말없이 바나나부터 입에 물었다.

사실, 이 라커룸에서 가장 어린 태양이지만, 태양에게 뭐라 할 수 있는 선수는 리첼라가 거의 유일했다.

누가 뭐래도 주장이고, 최고참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조금 피곤해서 후반에 빡세게 뛰려고 살살 뛴 것도 있어요.”

“피곤해? 네가?”

리첼라가 놀란 눈으로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본인이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거기에 뉴캐슬이 얼마나 애지중지 관리하던가.

그런 태양이 피곤하다 하다니?

“어떤 머저리 자식이 자기 자식들 기저귀도 제대로 못 갈고 젖병도 못 물리길래 가르쳐 주면서 대신하고 있어서요.”

…라고 말하며 태양이 무섭게 일리뉴를 노려봤다.

일리뉴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걸 본 리첼라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보통 첫 아이 때는 어려운 법이지. 능숙한 네가 특이한 거야.”

“저 자식 일부러 저러는 걸 수도 있어요. 얼마나 약았는데.”

“에이, 설마. 할 줄 알면서 못한다고 하겠어? 그렇지, 일리뉴?”

“응.”

일리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수하게 눈을 빛냈다.

태양은 말없이 일리뉴에게 바나나 껍질을 던지고는 옷을 새롭게 갈아입었다.

전반에 체력을 비축했다는 것이 마냥 틀린 말은 아닌 듯 피곤하다고 말한 것 치고 태양은 몸이 가벼워 보였다.

라커룸에 들어선 아르텔리도 그런 태양의 상태를 보고서는 굳이 그에게 무언가를 더 요구하지 않았다.

알아서 하는 선수니까.

그렇게 하프타임이 마무리되었다.

다시 필드 위.

[후반전 시작합니다! 맨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면서 서서히 전진하는군요.]

[전반 막바지에 동점골을 허용해서 그런지 맨 유나이티드가 신중하게 접근하는군요.]

[아, 말씀드리기 무섭게 페터르스가 공 한 번 접고 들어갑니다! 공 찔러줍니다!]

페터르스가 찔러준 공이 펠리시아노를 향해 뻗어나가는 순간.

[바이스티거!]

뉴캐슬의 하얀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채 듯 공을 커팅해 버렸다.

[공을 잘라낸 바이스티거 그대로 메넨데즈에게! 메넨데즈 다미아노에게! 다미아노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메넨데즈에게! 메넨데즈, 이번에는 카싸마에게 찔러줍니다!]

공을 잡은 카싸마가 선수들을 끌어모으다 로빙 패스를 찔러넣었다.

허공에 떠올랐다 떨어지는 공은 윤태양의 발등에 닿았다.

윤태양은 헉슬을 축으로 삼고 발등에 닿은 공을 다시 한번 띄워 옆으로 날리더니 몸을 빙글 돌리며 떨어지는 공을 향해 발리로 슈팅했다.

윤태양의 발끝이 공의 정중앙을 강하게 때렸고, 공은 대포알처럼 빠르게 뻗어나갔다.

스토일리코비치는 골대 앞에서 공을 지켜본다.

눈에 불안감이 스쳐 지나간다.

공의 회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골대를 향해 뻗어오던 공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윤태양의 장기 중 하나인 빌어먹을 무회전 슈팅이었다.

최대한 침착하게 끝까지 지켜보자.

스토일리코비치가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공은 위로 치솟는 듯하다가 급격하게 뚝 떨어져 내린다.

스토일리코비치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말이다.

몸을 뻗어도 막기에는 글렀다.

망연하게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공은 골라인을 넘어서 통통 튕기고 있었다.

[유, 윤태양! 해트트릭입니다! 해트트릭!]

[뉴캐슬의 왕이 자신의 위엄을 실력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King! King! King! King!!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왕을 부르짖는다.

그리고 윤태양이 엠블럼을 두드리는 순간, 너나 할 거 없이 모든 툰들이 윤태양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의 엠블럼을 두들겼다.

쿵! 쿵!

일제히 가슴을 두드리는 그 소리가 마치 진군하는 왕의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같이 느껴진다.

필드 위 맨유 선수들은 왕을 따르는 툰을 보며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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