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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196화 (196/20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96화

프리미어 리그 17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4: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윤태양 ㅈㄴ 잘하더라

-ㅋㅋㅋ솔직히 두 경기 골 못넣었다고 위기니 부진이니 하는 거 자체가 웃기지

-16경기 31골 ㅋㅋㅋㅋ 반 시즌 뛰고 득점왕 확정

-이 기세라면 한 시즌 60골도 가능한 부분?

-내가 보기엔 ㅆ가능인 거 같은데

-그건 확실하지 않음 박싱데이 지나면 아무래도 지칠 수밖에 없으니까

-근데 진짜 미친놈 아니냐 ;;; 득점기계 수준이네 ;

-득점만 잘하는 게 아니라 어시도 ㅈㄴ 많이 함 ;

-아니 어떻게 한국에서 저런 애가;;;

-윤태양만 있으면 최소 4강 가능?

-메시도 그 멤버로 말년에 우승 한 번 했는데 어렵지 않을까? ㅋㅋ

-월드컵이 ㅈ으로 보이냐 ; 월드컵은 ㄹㅇ 혼자 하는 게 아님

-펠레도 솔직히 말하면 본인도 ㅈㄴ 잘하긴 했지만, 팀도 ㅈㄴ 쩔긴 했어

-맨시티든 맨유든 윤태양만 보면 치를 떨겠다

-ㄹㅇ 맨체스터에 무슨 억하심정 있는 거 아니냐? ㅋㅋㅋ

-저 정도면 한국이 일본, 중국 싫어하는 급일 듯 ㅋㅋ

윤태양은 언제나 그랬듯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워낙 골을 많이 넣으니 이제는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분위기도 생기기도 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한국에서는 언제나 축제 분위기였다.

윤태양의 활약으로 팬들이 즐거워하는 건 당연한 거였고, 윤태양과 관련된 기업들도 호재를 맞이하고 있었다.

윤태양 때문에 한국에 프리미어 리그 중계를 하는 OTT인 스포츠TV가 유료 구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윤태양을 모델로 광고하는 모든 업체는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었다.

재주는 윤태양이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들이 벌어들이는 것 같지만, 윤태양 역시도 이익을 보고 있긴 했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지금 윤태양의 몸값은 한국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연예인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 한국에서 할리우드 배우, 그것도 내노라할 배우를 모델로 데려올 때의 몸값과 같은 수준이었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하지만, 위상이 세계적인 수준인데다가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 너나 할 거 없이 돈보따리를 싸들고 태양에게 제발 우리 회사 모델이 되어주십시오, 라고 매달릴 지경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이키는 어떻게든 태양에게 나이키 용품 하나라도 더 쓰게 하려고 안달이 났고, 태양이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걸 알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도 태양에게 제발 우리 자동차를 타주세요 하고 차를 제공하려고 들었다.

이는 명품으로 취급받는 패션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있어도 돈보따리를 싸들고 찾아오는 상황에서 정작 태양은 그런 것들 대부분 마다하고 있었다.

돈이야 구단에서 주는 주급, 여기에 딸려오는 보너스 조항만으로도 일주일에 못해도 한화 10억에서 20억 안팎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고, 지금 계약한 광고의 모델료도 엄청난 수준이었다.

돈을 더 벌려면 벌 수도 있지만, 여유가 있으니 굳이 이것저것 모두 다 도맡아서 시즌 중에 컨디션을 낭비하는 일을 자제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축구 실력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실, 당사자만 의식하지 않지 이 모든 게 실력 때문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물론, 실력도 역사상 이런 선수가 없었다 할 정도로 엄청나긴 하지만, 태양은 여기에 역대 스포츠 스타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외모가 한몫하고 있었다.

그만큼 외모가 중요하냐고?

지금 윤태양은 전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던 홀란드보다 광고 몸값이 두 배, 아니, 세 배 가까이 비싸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여러모로 윤태양은 점점 축구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작, 아이콘이 되어가는 그 선수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다가올 박싱데이 이전 마지막으로 주어진 단 하루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 * *

“으아! 꺄아!”

보미가 벽을 바라보며 옹알이를 하고 있다. 가만히 보면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뭐가 보이는 건가?

“보미야, 뭐 보여?”

내 목소리에 보미가 몸을 돌리고는 환하게 웃고는 나에게 무릎을 세워 기어오기 시작한다.

보통 이맘때쯤 배밀이로 기는데, 보미는 조금 더 빨라서 벌써 무릎으로 능숙하게 기어다닌다.

이런 걸 보면 커서 운동신경이 제일 좋을 것 같단 말이지.

“꺄아!”

“그래, 아이고, 우리 보미는 안아줄 때마다 무거워지는 거 같네.”

“브아!”

요즘 일정이 타이트해진 덕분에 보미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는데, 어째 볼 때마다 크는 것 같다.

함께하지 못한 그 시간이 아쉬워서 그렇게 느끼는 걸까?

무릎으로 기어다니는 첫 순간도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네.

일어날 때는 제발 내 앞에서 처음으로 일어나 줬음 좋겠는데.

“므아! 므! 마!”

“그래, 그래.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만, 알았어, 보미야.”

나는 보미의 토실토실한 볼에 입을 맞춰 주었다.

“어으마! 마!”

평소라면 꺄르르 웃음을 터뜨려야 할 보미가 내 얼굴을 밀어낸다.

벌써부터 뽀뽀가 싫을 나이야?

그건 아니잖아?

서운한 얼굴로 보미를 바라보자 보미가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서 조그마한 입을 놀린다.

“어으마!”

“응?”

뭔가 느낌이 온다.

“어으마! 마! 어엉마! 어마!”

“호, 혹시 엄마?”

“어마!!”

엄마라는 말에 보미가 반응한다.

나는 보미를 안고서 허겁지겁 방을 나섰다.

“엄마! 엄마!!”

“왜 그러니?”

엄마 목소리가 들려온 건 엄마 서재였다. 나한테 보미를 맡겨두고 유튜브 편집을 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엄마, 들었어요?”

“응? 뭘?”

안경을 쓰고 한참 컴퓨터를 보고 계시던 엄마에게 보미를 스윽 내밀고 보미에게 말했다.

“보미야, 다시 한번 말해봐!”

“베엡.”

“아니, 메롱 하지 말고. 엄마! 해봐, 엄마!”

“어으마! 어마! 어마!”

보미가 엄마에게 양손을 내밀고 잼잼하면서 엄마를 외친다. 발음이 부정확하지만, 누가 들어도 엄마였다.

그 말에 엄마는 웃으며 보미를 알아들고 말했다.

“우리 막내가 발음이 제법 정확해졌네?”

“뭐야, 알고 계셨어요?”

“그럼. 보미가 얼마나 빠른지 아니? 무릎 기기도 조금 빠르더니, 엄마도 보통 애들보다 빠른 편이더라고.”

“원래 한 돌쯤 되면 말하는 거 아니에요?”

“엄마 정도는 8개월에서 돌 사이에 말해. 너도 보미랑 비슷하게 엄마라고 했어.”

그렇구나.

너무 바빠서 보미가 엄마라고 말하는 것도 몰랐네.

“오빠가 요즘 너무 무심했나 봐, 보미야. 오빠가 미안해?”

내가 보미를 보며 말하자 보미가 어정쩡하게 검지를 내밀며 나에게 말했다.

“바! 빠!”

응? 설마?

“오바! 오바!”

“어머, 얘가 오빠를 하네?”

“오오… 엄마가 들어도 오빠죠?”

“으응. 세상에 아빠보다 오빠를 먼저 하네?”

지금까지 동생들은 엄마 다음으로 아빠를 먼저 말했다.

내가 더 오랫동안 같이 있는데도 역시 부모는 이길 수 없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록이 처음으로 깨진 거다.

“그래, 보미야. 내가 네 오빠야.”

나는 감동한 얼굴로 엄마한테서 보미를 넘겨받아 안아 높이 들어올렸다.

“꺄아! 빠! 오바! 오빠!!”

“하하하하, 그래, 내가 오빠다! 보미 오빠 여기 있다!”

나는 이 놀라운 순간을 집안사람들에게 자랑하기로 했다.

보미를 안아 들고 집을 돌아다닌다.

동생들은… 학교에서 아직 오지 않았나? 아, 여름이는 뒤뜰에서 훈련하고 있겠구나.

훈련하는 애한테 가서 자랑하기도 좀 그렇네. 오빠 소리 들었다 그러면 질투할 수도 있고.

그럼 할아버지들은?

살펴보니 펍에 가신 것 같다.

“끄응… 자랑하고 싶은데 자랑할 사람이 없네.”

“월!”

응?

“집순이구나.”

“바, 바아!”

집순이를 보자 보미가 내려달라고 내 품에서 버둥거린다. 나는 보미를 내려주었다.

처음에는 대형견인 집순이가 혹시나 보미를 해코지 할까봐 조심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섯 강아지의 어미였고, 떠나간 주인을 그리며 한자리에 오래 있던 충직한 우리 집순이는 보미를 잘 돌봤다.

이 똑똑한 녀석은 보미가 무릎으로 맹렬하게 달려들면 거리를 벌리며 술래잡기를 하고 보미가 혼자 기어다니면 옆에 나란히 걸으며 보디가드 역할도 해준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면 보미는 아무 곳에서나 누워서 잠을 자고는 하는데, 집순이는 옆에 있을 때면 그런 보미의 쿠션이자 베개가 되어주고는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식들이 형제들에게 그러듯 거칠게 보미와 놀려고 하면 이를 드러내며 주의를 주기도 한다.

보미한테도 이러는데 가족한테는 오죽할까?

처음 집순이를 들일 때는 걱정이 컸는데, 이제는 이 예쁜 녀석이 없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가족이었다.

“그래, 집순아. 들었냐? 우리 보미가 나더러 오빠라고 했다?”

“왈!”

“너도 언니 소리 듣고 싶다고?”

“헥헥!”

“부아! 꺄아!”

나를 바라보는 집순이에게 보미가 다가가 매달린다. 집순이는 그런 보미를 부드럽게 밀어내고 보미의 이마를 할짝, 하고 핥았다.

“보미랑 같이 산책이나 갈까?”

“왈! 왈!”

산책이란 말에 집순이가 벌떡 일어난다.

“잠깐만, 보미 옷 좀 입히고.”

보미 방으로 올라가 보미 옷을 단단히 입히고 유모차에 태워 집순이와 함께 셋이서 집을 나서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 어디 숨어있었는지 모를 집순이 자식 5남매가 우르르 우리를 따라 나선다.

“보미야, 이건 눈이야.”

봄에 태어난 보미에게 겨울은 낯선 것들 투성이었다.

어젯밤 사이 눈이 내려 쌓인 눈을 뭉쳐서 보미에게 내밀었다.

보미는 그걸 손에 쥐고 입으로 가져가려 하다가 차가웠는지 손에 든 눈을 던져 버렸다.

“에! 에베!”

보미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보인다.

“그래, 눈은 차갑지. 그래도 눈이 내리면 보기 좋아.”

보미에게 그리 말하며 마당에서 정원으로 갔다가 뒤뜰로 향한다.

뒤뜰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잔디를 밀어내고 만든 투구를 할 수 있는 마운드가 있다.

투수가 되고 싶어하는 여름이를 위해 만든 작은 훈련장이다.

원래 지하에다가 만들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냥 넓기만 하고 쓰지 않는 뒤뜰을 이용했다.

팡!

여름이가 공을 던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훈련하는 것도 못 봤구나.

궁금한 마음에 그곳으로 가니 여름이와 투수 코치가 있었다.

투수 코치의 이름은 레이먼 클레이튼.

메이저 리그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고 은퇴해 코치 과정을 밟다가 뉴캐슬이 데려온 사람이었다.

팀도 나름 큰 팀이라는데, 어디더라? 야구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서 모르겠다.

“어, 형!”

꾸준히 훈련을 하면서 여름이는 하루가 다르게 몸이 다부져지고 있었다.

근육이 빨리 늘어나는 편인가?

확실히 우리 집은 피지컬이 남다른 건가.

“자,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때마침 훈련이 끝날 시간인지 레이먼이 여름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무슨. 아, 이거 오랜만에 뵙네요.”

레이먼이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민다. 나는 그와 악수를 나누고 여름이에게 말했다.

“여름아, 땀 식으면 감기 걸리니까 얼른 가서 씻어.”

“어, 형!”

여름이가 집으로 가는 걸 보고 자신의 짐을 정리하는 레이먼에게 물었다.

“우리 여름이는 어떻습니까, 코치?”

“지난번 뉴캐슬 스포츠 과학팀 검사 결과도 그렇고, 어린 나이에 가진 구속을 봐도 그렇고, 크게 될 자질이 있습니다.”

“그게 될 자질이요?”

“네, 잘 크면 충분히 메이저 리그에서 통할 재능이에요. 하하, 형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인데, 동생은 메이저리거라. 그렇게 되면 엄청난 유전자군요.”

메이저리거라.

축구로 치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것과 동급이려나? 아니면 그 이상인가?

뭐, 비슷하겠지. 그 분야 최고의 리그인 건 프리미어 리그나 메이저 리그나 똑같으니까.

“혹시 야구 좋아하십니까?”

“아, 미안해요. 야구는 잘… 아니, 사실 축구 빼곤 아는 스포츠가 없어요.”

“하하, 그러시군요. 사실 저도 은퇴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미국인인 주제에 풋볼이나 농구도 몰랐죠. 아, 풋볼은… 아시죠?”

미국이 축구를 풋볼이 아니라 싸커라 하는 것 정도는 안다.

“은퇴하니까 그제야 다른 스포츠에 눈이 가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합니다. LA 갤럭시 팬이죠.”

“오!”

“아시나요?”

“알죠. 음, 뭐… 한때는 좋은 팀이었죠.”

“하하하, 맞습니다.”

미국 메이저 리그 사커에서 LA 갤럭시는 한때 제일 잘나가는 팀이었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우승이 한 번도 없는 중위권 팀이 되었다.

망할 맨시티의 오일머니가 유입된 뉴욕시티나 뉴욕 레드불스, 로스엔젤레스 FC 3강 체제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뭐, 연고지 팀이 우승 많이 한다고 좋아하나요, 뭐. 가슴이 시켜서 좋아하는 거죠.”

“그거 멋진 말이네요.”

“야구도 그래서 하게 됐습니다. 야구에 재능이 있단 소리를 듣고 내가 좋아하는 야구팀을 우승시키고 싶단 꿈으로요.”

그리 말한 레이먼은 공 하나를 들어 가볍게 던졌다.

펑!

하지만 구속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대충 던져도 한때 최고의 선수라는 걸 입증하듯 여름이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가 들렸다.

내가 신기한 듯 바라보자 그가 물었다.

“한 번 던져보시겠습니까?”

“음… 전 던질 줄 모르는데요.”

“뭐… 대충 이렇게 던지면 됩니다. 봐요.”

그는 나에게 야구공은 건네며 간단하게 자세를 가르쳐 주고 교정을 해주었다.

귀찮을 법했지만, 여름이나 레이먼이 던질 걸 보고 흥미가 동해서 그가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했다.

그렇게 초간단 코칭을 받은 나는 공의 그립을 확인하고 자세를 잡은 다음에 힘껏 던져봤다.

뻥!!

세워둔 매트에서 호쾌한 소리가 들린다.

아니, 근데 왜 빠르지?

“괜찮았…나요?”

신기해서 레이먼을 바라보니 그의 두 눈은 더할 나위 커져 있었다.

코치가 보기에도 빨랐던 건가?

“…아니, 속성으로 배운 구속이… 이 정도면 KBO나 NPB에서도 통할… 아니, 아니, 훈련만 한다면…….”

음… 몰랐는데 아무래도 나 야구에도 재능이 있었나봐.

손으로 하는 건 잼뱅이인 줄 알았는데.

“코치님.”

“…네?”

“여름이한테는 비밀입니다.”

자신만의 재능이라고 좋아하던 여름이를 떠올린 나는 레이먼의 입을 단속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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