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화물칸 다음은 어디로 갈 것인가?
사실 갈 곳은 이미 정해뒀다.
‘원자로 옆 냉각실로 가자.’
우주시대가 돼도 인류가 발열을 처리하는 방법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배의 심장인 핵융합 엔진, 즉 원자로가 있는 곳 옆에는 온도 조절을 담당하는 냉각실이 존재했다.
‘냉각실은 중요한 시설이라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최중요 시설이라서 삼엄한 경비 아래에 있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방문자가 적다는 말이 된다. 소위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할까. 내가 냉각실을 물리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이상, 냉각실 부근은 감시자의 시선을 피해서 성장하기 좋은 장소다.
또 한 가지 장점은 냉각실의 위치가 원자로의 바로 옆이라는 점이다.
가령 내 존재를 사람들에게 들킨다고 해도 냉각실은 최후의 방어수단으로 삼기 용이한 곳이다.
‘정 안 되면 원자로랑 냉각실을 망가뜨리고 도망치면 되니까.’
냉각실에 문제가 생기면 원자로에도 이상이 생긴다는 뜻이고, 심장에 이상이 생긴 배는 운행을 멈출 수밖에 없다.
운행을 멈추면 내부의 환경을 유지해주는 모든 생존시설도 기능이 정지된다.
처음이야 보조엔진을 돌리는 등 배를 되살리기 위해 발악을 하겠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심장이 파괴된 생물이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함선 또한 마찬가지다.
주변에 불시착할 행성이 없다면 배에 있는 사람들은 운명은 하나밖에 없다.
떨어져가는 산소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 서로를 죽고 죽이는 비참한 운명뿐.
물론 함선이 멈춰버리면 나 또한 갈 곳이 없어지기에 원자로를 공격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겠지만.
‘그럼 가 볼까.’
출발하기 전 칼로리바 두 개를 더 먹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나는 천장으로 뛰어올랐다. 발톱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빨판들이 천장에 붙은 내 몸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곤충들이 벽을 타고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욕반(褥盤)이라고 불리는 빨판 형태의 돌기 덕분이라고 한다. 욕반으로부터 점착성이 강한 물질이 분비되어 매끈한 벽을 쉽게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나 또한 곤충들처럼 발톱 사이의 빨판에서 나오는 물질 덕분에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상태로도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천장 위에 거꾸로 서서 사뿐사뿐 걷다 보니 환풍 통로로 이어지는 입구가 보였다.
외형은 창문형 환풍기를 어린아이 크기만큼 확대한 형태인데 바깥쪽에 철망이 나사로 고정되어 있었다.
안쪽에서는 거대한 날이 쉴 틈 없이 제 일에 전념하며 살벌한 소리를 냈다.
‘아직 철망을 찢는 것은 무리야.’
멋지게 다 부수면서 들어가면 좋겠지만 해츨링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저 가느다란 철망조차 고도의 기술로 제련된 특수 합금으로 이루어진 물건이다. 무턱대고 발톱으로 내리찍었다간 내 발톱이 부러지고 말리라.
‘여기서는 지성의 힘을 빌려야겠지.’
나는 발톱을 세워 철망을 고정한 나사를 돌렸다. 함선의 인간들이 보안에 좀 더 신경을 썼다면 여기다가도 땜질을 해놨겠지만, 다행히도 이들은 화물 번호를 1234로 정하는 족속들이었다.
환풍 통로를 막고 있던 제1 저지선은 내 발톱에 의해 아주 쉽게 무력화되었다. 철망 다음으로 나를 반기는 것은 안쪽에서 있는 환풍기 날이었다.
‘여기가 고비야.’
내가 여기를 통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타이밍에 맞춰 날을 피해서 들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 물건이나 들고 와서 환풍기 날을 고장 내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후자의 방법은 시도할 수 없다.
저 단단한 합금으로 만든 날에 물건을 던진다고 해서 망가뜨릴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가 설령 망가트리는데 성공해도 문제다. 환풍기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함선을 통제하는 슈퍼AI가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AI는 새로 발생한 오류를 즉시 인간에게 보고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에게 남은 미래는 추적과 죽음뿐이다.
‘이곳을 통과해야 해.’
이제부터는 에이모프의 능력에 기댈 시간이다.
그냥 들어갔다가는 저 날이 나를 잘게 회를 칠 것이기에 나는 제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보조기관이 공기의 흐름, 날의 접합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흐름 등 여러 정보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보조기관뿐이 아니었다. 고도로 발달된 시각은 저 정밀한 기계의 약점을 찾기 위해 반복해서 회전하는 날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보조기관이 공기 중에 섞여 있는 산화철 성분과 바람에 의해 휘날리는 미세한 금속 가루들을 감지해냈다. 거기에 더해 시각이 회전하는 날의 접합부가 낡아서 특정 시점에 아주 잠깐 느려진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눈과 보조기관이 제공한 정보를 모두 검토한 나의 뇌가 말하고 있다.
지금 당장 뛰어들라고.
‘모 아니면 도다.’
나는 초감각을 믿고 환풍기 안으로 뛰어들었다.
자비라고는 조금도 없는 기계의 신이 낫을 번쩍 쳐든다. 낫이 공기를 가르면서 발생한 공기의 압력이 내 등갑을 사정없이 때린다.
인간 시절의 잔재가 여기를 빠져나가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에이모프의 작은 심장에서는 그 어떠한 동요도 발견할 수 없었다. 생각은 사치라는 듯 전신의 감각이 길로틴의 날을 피하는데 집중되었다.
환풍기의 날은 내 꼬리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사신의 손길이 나를 어루만지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다.
‘살았어! 살았다고!’
인간이었으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웃었겠지만, 내 구강구조는 웃음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저 쉭쉭 하고 스산한 울음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잠시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출발했다.
환풍 통로는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었지만 내 초감각 앞에서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조용했을 함선의 혈관이 오늘은 낯선 방문자를 맞이해 한층 더 소란스러워졌다. 곳곳마다 있는 환풍기를 통해 오가는 바람 소리, 나의 발톱과 철판이 부딪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섞였다.
‘거미가 있네.’
가던 도중에 만난 거미와 날벌레들은 짧지 않은 여행에서 좋은 간식거리가 되었다. 바퀴벌레도 그렇고 거미도 그렇고 우주선에 있는 주제에 다들 잘 먹고 잘 지냈는지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덕분에 가는 길에 굶주리거나 에너지가 부족할 일은 없었다.
거미의 다리를 오물오물 씹으면서 걷고 있는데, 발톱 끝으로 통로에 남아 있는 잔열이 희미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냉각실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서둘러 가려는데 중간에 보조기관이 제동을 건다. 요 앞에 중요한 것이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음?’
아직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빛의 파장이 감지되었다. 4쌍의 발이 쉬지 않고 10분 정도 걸어가니까 통로 바닥에 깔린 철망이 나타났다.
나는 철망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봤다. 하얀색 가운을 걸친 사람들이 커다란 실험관과 인큐베이터 사이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실험실? 일반 함선이 아니었나?’
화물칸에 식량이나 무기가 많아서 보급선이나 무역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험실이라니.
이 함선의 정체가 연구선이라면 나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이봐, 실험체 026의 결과는 어때?”
“이번에도 실패야.”
“쯧, 팀장이 또 개지랄하겠네.”
“지구 출신이잖아. 선장도 설설 기는 마당에 어쩔 수 없지.”
“에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남자 둘이 실험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뒤, 철망의 나사를 풀고 아래로 내려왔다.
‘생긴 것을 보니 메가콥 쪽인가 보네.’
메가콥은 태양계를 중심으로 번성한 인류 집단, 간단히 말하면 지구인을 모티브한 종족이다.
종족 설정에 따르면 정부 대신 거대기업이 국가를 지배하고 있고, 구성원들 대부분이 극단적인 물질만능주의자다.
스페이스 서바이벌에는 여러 계열의 인류 종족이 등장하고 대부분은 중립 성향에 가깝지만, 메가콥은 설정 때문인지 그중에서도 악 성향에 가까웠다.
‘멀쩡한 사람을 개조해서 노예로 만드는 곳은 메가콥 밖에 없지.’
메가콥은 돈이 없는 사람이나 다른 외계 종족을 잡아다가 개조 시술을 통해 전쟁 노예로 만든다. ‘고용’이라고 부르는 종족 고유 특성 중 하나인데, 메가콥을 플레이하다 보면 고용을 통해 얻는 이득이 매우 커서 자기도 모르게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게임에서도 그러는 마당에 현실이라면 오죽 하겠는가. 실험실 내의 공기에는 피의 잔향이 짙게 배어 있었다.
‘어떻게 할까.’
보조기관이 유전자 샘플이 보관된 냉장고의 위치를 알려 줬지만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언제 먹을지가 중요해.’
에이모프에게 진화의 조건은 유전자 정수를 모으는 것만이 아니다.
해츨링 단계를 넘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은 바로 살아있는 지성체를 먹는 것. 즉, 해츨링에서 유체(幼體)가 되려면 사람 한 명을 죽여야 한다.
‘사람을 죽인다라.’
게임에서야 문제없이 사람을 죽였지만,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당장은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막상 코앞에 닥쳤을 때 망설이면 그것으로 끝이다. 내 몸은 아이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연약한 상태이기에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내야만 한다.
‘각오가 서기 전에는 이곳을 터는 것도 유보해야 해.’
유전자 샘플이 탐나지만 이 자리에서 먹어 치웠다간 추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험실을 공략하는 것은 내가 사람을 잡아먹은 뒤가 될 것이다.
‘오늘은 뭐가 있는지만 살펴보자.’
이 배가 어떤 목적을 가진 연구선인지에 따라 내 진로는 크게 바뀐다.
육상 전투에 특화된 돌연변이 병사, 헐크 뮤턴트를 연구하는 시설이면 난 튼튼한 신체와 전투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우주판 엘프, 컬트의 초능력을 실험하는 곳이라면 강력한 사이킥 파워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컬트 쪽이면 좋겠지만 초반부터 사이킥 파워를 얻는 것은 무리겠지.’
나는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해서 실험실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둡고 칙칙한 화물칸과 달리 깔끔한 백색의 벽으로 둘러싸인 실험실.
이미지상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 보이지만 밝은 표면 뒤에는 역설적으로 죽음과 고통이 가득했다.
실험관에는 살아있는 인간의 뇌, 강제로 끌려온 생물 등이 화학 용액 속에 잠겨 있었다. 인큐베이터에서는 AI가 배아들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전자신호를 보냈다.
화학 약품 냄새, 허공을 분주하게 오가는 전자파, 피와 부패한 피부 조직 냄새, 생물들이 고통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내뿜는 페로몬 등 온갖 정보들이 내 머리로 쏟아져 들어왔다. 보조기관의 홍수처럼 넘쳐흐르는 정보들을 마구 받아들이고 있는 와중에 나는 한 가지 이색적인 정보를 잡아냈다.
‘도움? 도와달라고?’
인간이면 감지할 수 없는 특수한 파장을 이용해서 어떤 생명체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흥미가 생겨서 파장을 따라 가 보니 그 끝에는 실험관이 있었다.
[026]
26번이라는 숫자판이 붙어 있는 실험관 안에는 물방울처럼 생긴 분홍색 생물이 둥둥 떠 있었다.
‘버블아메바네.’
버블아메바는 해양 행성에만 서식하는 논플레이어 생물이다. 평소에는 물방울 모습으로 물속을 떠다니다가 먹이가 가까이 오면 한순간에 덮쳐 소화액으로 녹여 먹는 방법으로 사냥을 한다.
덩치가 크다면 모를까 대부분 사람 손바닥 정도의 크기라 유저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무해하고 생긴 것도 귀여워서 가혹한 스페이스 서바이벌 세계에서 힐링을 원하는 유저들이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관상용 애완동물 같은 녀석이라 지성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말까지 걸어오다니 의외였다. 내가 가까워지자 녀석이 한 번 더 파장을 내게 쐈다.
「고통. 도움.」
정확한 해석은 불가능했지만 에이모프 특유의 뛰어난 감각 덕분에 대충 의미는 파악할 수 있었다. 녀석은 모종의 이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어서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떻게 할까.’
녀석을 잡아먹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내 기억에 의하면 버블아메바가 가진 특성은 에이모프에게 가장 쓸모없는 특성이었다.
특성 이름은 ‘산소 저장’으로 무산소 공간에서 일정량의 산소를 제공하는 특성이었다. 다른 종족이었다면 꽤 유용했겠지만 에이모프는 산소 없이도 장기간 생존이 가능하므로 이 특성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먹는 것은 됐고. 도와주고 싶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걸.’
나는 단서를 찾기 위해 실험관에 감각을 집중했다. 하단에 연결된 굵은 호스 안에서 혼합물이 순환하는 흐름, 기계 내부에 있는 측정기가 액체의 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는 움직임들, 액체 위로 흐르는 미약한 전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전기?’
그러고 보니 녀석의 몸에 작은 센서가 붙어 있었다. 전선으로 연결된 센서에서 주기적으로 녀석의 몸에 전기를 쏘아 보냈다.
녀석이 무엇을 요청하는지 이해한 나는 실험관 옆에 붙어 있는 단말기에 기어 올라갔다.
단말기 화면 위로 생체 바이오리듬 그래프와 AI의 실험 결과들이 출력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까 그 연구원 두 명이 말하던 게 이거였나.’
실패했다느니 뭐니 하며 투덜대면서 나가더니 아무래도 기계를 끄는 것을 잊어버렸나 보다.
나는 단말기 버튼을 눌러서 실험을 중지시켰다. 센서로부터 전해져오는 미약한 전기 신호가 차단되었고 녀석은 활력을 되찾았다. 녀석이 분홍빛 물방울 같은 몸을 깜빡깜빡 빛내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감사.」
‘감사라.’
감사받을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녀석이 내게 필요한 존재였다면 나는 가차 없이 녀석도 정수 흡수 대상으로 삼았을 테니까. 무해, 무능한 생물이라고 판단했기에 잠깐 변덕을 부렸을 뿐이다.
‘알아서 잘 살라고.’
메가콥의 실험실에 있는 이상 파멸은 피할 수 없다. 그래도 남은 삶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길 기원하고 나는 실험실을 떠났다.
통로를 걷기 시작한지 30분 정도 지나자 온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벽에는 물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통로 바닥에는 얇은 서리가 끼어 있었다.
마침내 냉각실 위에 도착한 것이다.
‘좋아. 이제 둥지를 만들자.’
나는 벽에 묻은 물방울들을 긁어모아 쭉 들이켰다. 그리고 가글하는 느낌으로 입안에 물을 머금고 있다가 다시 토해냈다.
좀 전까지는 순수한 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물은 내 몸 속에 들어오면서 에이모프를 제외한 다른 생물에게는 유독한 성분의 물질로 변이된 상태였다.
씹다가 뱉은 껌처럼 생긴 이 불결한 점액은 근처에 있는 에이모프의 생명력을 연장시키고, 초감각 효과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지녔다.
냉각기 위쪽 통로의 도배가 끝나면 나는 여기에 앉아서 함선의 절반가량의 범위를 감시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물을 입에 머금고 토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냉각실 위의 통로가 에이모프가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변모했다.
끈적끈적하고 유독하며 불결한 오염된 공간.
그 어떤 생물들도 혐오스러워할 공간 한가운데에 나는 몸을 뉘었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것 같은 아늑함을 느끼며 나는 눈을 감았다.
‘느껴진다. 함선이 마치 내 몸처럼 느껴져.’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정보다.
메가콥의 인간들과 나 에이모프.
그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들을 안다.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누구랑 대화하는지 등 모든 정보가 통로에 묻은 액체를 통해 내게 전달된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들은 이미 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어두컴컴한 둥지에서 나는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