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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32화 (33/400)

Ep.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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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라스는 출근하기 전, 어제 봤던 기이한 남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했으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나머지는 경찰이 알아서 할 터.

그렇게 그는 어제의 일은 싹 잊은 채 바쁜 직장에서 하루를 보냈다.

정신없이 일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 재빨리 가방을 챙겨 이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려고 했는데 팀장이 그를 붙잡았다.

“라스 이 새끼. 오늘은 못 간다.”

팀장의 표정을 보니 그냥 갔다간 그를 마운틴크롤러의 먹이로 줄 것 같았다. 결국 라스는 다른 팀원들과 함께 원치 않은 야근을 해야만 했다.

“…팀장 또라이 같은 년.”

심야가 다 돼서야 그는 업무로부터 간신히 해방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업소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어야겠지만 이미 시간이 많은 늦은 상황. 내일 출근하기 위해서는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라스는 오늘도 어김없이 합성주를 사 들고 주거 지구의 지하철역을 걸어 나왔다.

어제 깨져 있던 가로등이 원상 복구된 상태로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가로등으로 인해 환해진 거리에는 수상한 자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 그의 눈에 또다시 맨홀의 모습이 보였다.

뚜껑은 어제와는 달리 꽉 닫혀 있었다.

맨홀을 보니 어제의 무서웠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라스는 침을 삼키고 맨홀을 지나쳤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아파트 단지에 도착할 때까지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휴.”

단지 입구를 통과한 라스는 한숨을 쉬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안심이라고 생각한 그는 자신의 집이 위치한 3층 복도를 올려다봤다.

거기서 라스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아파트 복도에 새까만 뭔가가 서 있었다.

긴 꼬리와 팔 4개를 가진 그것은 기괴한 몸놀림으로 움직이더니 그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

그는 말없이 통신기를 꺼내 들었다.

-

‘좁네.’

예상대로 사이보그의 집은 그리 넓지 않았다. 구조는 화장실, 거실, 베란다로 구성된 원룸형 아파트에 가까웠다.

사이보그를 노리기로 결정한 이후, 나는 이 아파트에 누가 사는지 전부 체크했다.

‘낮에는 대부분 출근하거나 자는 사람이 많아 조사하기 편했지.’

낮 동안 옥상과 복도를 누비며 누구부터 노릴지, 어느 시점에 모습을 바꿀지 등 필요한 정보를 전부 수집했다. 사람이 없으면 집 안에 들어가 흔적을 살피고, 누가 있으면 밖에서 보조기관으로 안을 관찰했다.

그렇게 열심히 조사한 결과, 인간과 사이보그 말고도 생각보다 여러 종족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늘을 가진 파충류 인간 콜드 블러드, 반인반수 종족 볼프 등등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게 있었다.

‘준성체가 되려면 먹어야 할 종족이 까다로워지니까 잘 됐어.’

준성체부터는 진화 조건이 전과 달리 복잡해진다.

‘변신이 가능한 종족 20명, 인간형 종족 20명, 사이킥 파워를 사용하는 종족 20명. 그리고….’

총 60명의 플레이어블 종족을 잡아먹어야 하고 추가로 난이도 높은 조건 하나를 달성해야 한다.

‘타입 4개 획득이 조건이지.’

스페이스 서바이벌은 PK가 강조되는 게임. 다른 종족을 잡아 먹는 일은 에이모프에게 크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저 타입 4개 획득이라는 조건이다.

현재 나는 육체 강화 타입 하나를 이미 얻었고, 초능력 강화 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반쯤 온 것 같지만 타입 페널티를 생각해 보면 아직 한참 남은 거나 다름없다.

‘여기서 접는 유저도 많았지.’

타입은 단순히 특성만 많다고 해금되지 않는다. 타입 조건 해금을 위한 키 역할을 하는 특성도 필요하고, 관련 특성들 위주로 모아야 하니 어려울 수밖에. 더군다나 포식 효과가 무조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에이모프 플레이어는 여기서 접고, 다른 종족을 키웠다. 어찌 보면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준성체 이후의 진화하는 조건은 훨씬 더 어려우니까.

‘특수무역중심지에는 외계 종족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한 번에 유전자를 모으기 편해.’

필요한 종족들이 사는 행성에 일일히 찾아다니면서 유전자 정수를 모으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렇게 다수가 모여있는 장소를 치는 것이 빠른 진화의 지름길이다.

특히 메가콥은 컬트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어서 이곳 특수무역중심지에는 메가콥으로 이주한 컬트들이 적지 않다.

‘중앙 행정 지구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들까지 먹으면 60명의 외계 종족을 먹는 조건을 수월히 달성할 수 있을 거다.

‘좋아. 그럼 한동안 여기서 지낼 테니 어떤 곳인지 한번 볼까?’

나는 집 전체를 꼼꼼히 살펴봤다. 26호는 이 좁고 더러운 공간이 마음에 드는지 여기저기 빨빨 거리며 돌아다녔다.

‘방음이 별로 좋지 않네.’

둘러본 다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었다. 옆집과 윗집에서의 시끄러운 TV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아랫집에는 사람이 안 살고.’

입주예정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공실이다. 아성체로 진화하면 무게가 크게 늘기 때문에 아랫집에서 윗집이 이상하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거다.

‘그것도 계산한 거지만…응?’

보조기관이 내게 경계 신호를 줬다. 복도에서 누가 오고 있다.

[즈즈즈(이리 와)]

「애기야 왜 그래?」

[즈즈즈(누가 와)]

26호를 부른 나는 복도를 걷고 있는 걸음걸이를 계산했다. 상대는 총 3명. 사이보그와 내가 모르는 두 명이 따라 붙었다.

‘경찰.’

벌써부터 공권력하고 싸울 생각은 없다. 나는 집 안에 숨기로 했다.

-

“괴물이 집에 들어갔다고 하셨죠?”

“예.”

“문은 멀쩡한데.”

“문을 따고 들어갔다니까요!”

“아하. 그러시구나.”

라스는 경찰들의 태평한 태도가 너무 답답했다. 분명 신고할 때 지원 병력을 모두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딱 두 명만 온 것부터가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손에 든 거 혹시 술인가요?”

“예?”

“기록을 보니까 이상한 사람을 봤다고 허위신고하셨던데. 혹시 취하신 건가 해서.”

“…….”

하마터면 쌍욕이 나올 뻔했지만 라스는 간신히 참았다.

라스의 계층은 로우캐피탈. 만약 그가 미들캐피탈이었다면 이들은 절대로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나오지 않았을 거다.

경찰들도 같은 로우캐피탈이긴 하지만, 그와 달리 저들은 공무원이다. 계층은 같아도 지위가 높다보니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리라.

물론 라스 또한 자기보다 낮은 논캐피탈을 개처럼 대우하지만 원래 사람이 다 그렇지 않은가. 본인이 한 일은 생각 안 나고 당한 일만 기분 나쁜 법이다.

“신고가 들어왔으니 확인은 해드리죠. 문 여세요.”

“…으득, 예.”

라스는 이를 갈며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문이 열리고 경찰들이 그의 집에 들어섰다.

경찰들은 빈말로라도 깨끗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라스의 집을 보고 혀를 찼다.

“어휴, 무슨 돼지우리야.”

“큼, 방 좀 치우고 사시죠.”

라스가 빨리 확인이나 하라는 눈빛을 쏘아대자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경찰 한 명은 화장실을 살펴보고, 다른 한 명은 베란다를 훑어 봤다.

“딱히 뭐 없는데요?”

“그럴 리가요!”

“보세요. 화장실에도 아무도 없잖습니까.”

경찰이 보란 듯이 화장실 문을 열었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때묻은 욕조와 언제 닦았을지 모를 지저분한 변기가 주인을 반겨줄 뿐이었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아무리 봐도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베란다를 가리는 커튼을 활짝 펼쳐도 보이는 것은 단지 전체에 내리깔린 어둠뿐이었다.

“냉장고도 살펴볼까요?”

조롱하듯 묻는 경찰에게 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이 비웃음을 흘리며 냉장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먹다 남은 샌드위치 외에 합성주병으로 꽉 차 있었다.

“쩝, 술 좀 적당히 드시죠.”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쯧쯧, 사이보그면 눈이나 먼저 갈아 끼지.”

경찰의 선 넘은 폭언에도 라스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괴담, 귀신 같은 것을 전혀 믿지 않는 주의였지만 지금 처한 상황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묘했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 눈을 떼지 않고 있었는데….’

설마 창문으로 나갔나 싶었지만 따로 열고 닫은 흔적은 없었다. 그리고 괴물이 버젓이 창문 너머로 기어 다니는데 다른 집에서 눈치를 못 챌 리 없었다.

“다른 집에서 신고는….”

“이봐요. 신고한 사람은 당신뿐이라니까. 정신 차리세요.”

“그, 그럴 리가…!”

라스가 소리를 지르자 옆집에서 시끄럽다는 듯 벽을 세게 두드렸다.

쿵쿵 거리는 소음에 경찰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더는 이런 곳에 있기 싫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흠흠, 집 안에 없다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더 할 말 없으시죠?”

“…그런, 말도 안 되는….”

“저희도 순찰 중에 온 겁니다. 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경찰들은 나가 버렸다.

혼자 남은 라스는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그가 다시 신고하면 저쪽에서도 접수는 하겠지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 뻔했다.

‘씨발, 내가 잘못 봤다고? 아니면 정말 그사이에 나간 건가?’

경찰들의 태도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다 확인했다. 화장실, 베란다, 심지어 냉장고까지. 이 집에 괴물이 있을 만한 공간은 더 이상 없었다.

‘호, 혹시 모르니까 한 번 더….’

라스는 덜덜 떨면서 화장실 앞에 다가갔다. 아침마다 열고 들어가는 문이 오늘따라 낯설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문을 활짝 열었다.

아까 확인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라스를 보고 화들짝 놀라 배수구로 도망쳤다.

“…….”

불길한 예감은 예감으로 끝났다. 그 후 베란다까지 살펴본 뒤에야 라스는 안심할 수 있었다.

“휴우, 니미. 몸이 허한가? 내가 헛것을 다 보네.”

사이보그가 몸이 허하다는 말만큼 웃긴 표현도 없지만, 그는 진심이었다.

냉장고에서 합성주 하나를 꺼내 든 그는 침대 위에 앉아 버추얼 TV를 틀었다. 헐벗은 여자들의 홀로그램이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며 술을 들이켜니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

합성주 한 병을 다 마신 라스는 고민했다. 앞으로 몇 시간 후면 출근해서 직장에 돌아가야 하는데 과음하면 온종일 두통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에이 씨발 내가 언제 신경 썼다고.”

술이 당기는 것도 있지만 취하지 않고선 잠이 안 올 것 같은 느낌도 그의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병 하나를 더 비운 그는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집은 개집이지만 잠만은 상위 캐피탈처럼 자고 싶었기에 그는 비교적 큰 침대를 샀었다.

‘기분 좋네.’

넓고 푹신푹신한 침대가 그를 폭 껴안았다. 취기와 편안함이 그의 머리를 잠식해 갔다.

‘내일 퇴근하면 팀장처럼 생긴 여자를 고르자.’

야근을 시킨 그녀에 대한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리겠다고 다짐하는데, 그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렸다.

아랫집에서 뭔가 큰 물건을 옮기는지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그극 그그극 그극

‘또라이 새끼, 밤인데 낮에 좀 하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그는 다시 잠들려고 했다. 막 잠들려는 순간, 그는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그의 아랫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그극 그그극 그극

“…….”

전신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라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의 귀에 꽂히듯 들리는 이 거슬리는 소리는 너무나도 가까웠다.

마치 그의 넓고 큰 침대 아래에서 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가 봤던 괴물. 처음에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꼬리를 제외하고 딱 성인 남성의 3분의 2정도. 정확히 말하면 침대 아래에 아슬아슬하게 숨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그극 그그극 그극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라스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망상에 불과하길 간절히 빌며 그는 간신히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에서 시선을 돌려 발밑을 향했을 때.

거기에는 「그것」이 머리만 빼놓은 채,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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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는 야밤에 소리를 질러대는 옆집 사람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미친 새끼, 이번에는 진짜 가만 안 둔다.”

씩씩거리며 문을 박차고 나온 그는 옆집 문을 세게 두드렸다.

“야 이 새끼야! 당장 안 나오…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문을 두드리던 그는 정체불명의 냄새에 눈살을 확 찌푸렸다. 철물점에서 나는 쇠 냄새 비슷한 것에 뭔가 알 수 없는 페로몬 같은 게 섞인 듯 묘한 냄새였다.

‘한밤중에 웬 철 냄새가?’

갑작스럽게 나는 냄새에 그가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문이 열렸다.

“밤인데 왜 자꾸 시끄럽게 지랄이야? 여기 전세 냈어?”

“죄송합니다.”

개리의 분노에 옆집에 사는 남자, 라스가 사과했다. 개리는 욕을 한 무더기 퍼부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라스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다. 평소에 몇 번 마주쳤기에 개리는 그가 어떤 인상인지 얼추 알고 있었다.

지금의 라스는 명백히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뭐, 뭐가 이리 섬뜩해?’

그는 눈을 전혀 깜빡이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개리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압도된 개리는 말문이 막혔다.

“크, 커흠, 밤이잖아. 좀 조심해주면 좋겠어.”

“죄송합니다.”

“알면 됐어. 앞으로 조심해.”

망가진 기계처럼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그를 보니 개리는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대충 그에게 조심하라는 말만 던지고 그는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라스가 남긴 말을 듣지 못했다.

“다음 타깃은 정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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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사람을 돌려보내고 다시 집에 들어오니 26호가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녀석은 냉장고에 있던 샌드위치를 하나 둘씩 몸 안에 집어넣었다.

「배고파. 밥 먹을래.」

[즈즈즈 즈즈(많이 먹어)]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챙기고 있는 26호를 내버려 두고, 나는 피바다가 된 방바닥에 놓여있는 팔 한 짝을 쥐어들었다.

‘맛없네.’

놀랍게도 라스는 내가 여태까지 먹었던 모든 먹이들 중 두 번째로 맛이 없었다. 그의 살점에서는 알코올 냄새와 오래된 고기에서 날 법한 부패한 냄새가 났다. 맛 자체가 아예 없는 칼로리바를 제외한다면 가장 맛이 없다고 해도 좋으리라.

‘건강과 맛이 상관관계가 있나 보네.’

딱 봐도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인물 같지 않던데 설마 맛까지 없을 줄은 몰랐다. 앞으로 이 아파트에 있는 비슷한 부류의 지성체들을 잡아먹어야 하는데 살짝 걱정이 될 정도였다.

‘쩝. 억지로라도 먹어야지.’

진화를 하려면 적어도 이 사이보그는 다 먹어야 한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다 먹어 치우자 텍스트창이 나에게 수고했다며 메시지를 쐈다.

「‘유체’->‘아성체’ 진화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진화하시겠습니까?」

원래 메가콥 연구선에서 끝마치려고 했는데 참 멀리도 돌아왔다.

[즈즈즈즈 즈즈즈(나 잠깐 알이 될 거야)]

「알? 애기인데 왜 알이 돼?」

[즈즈즈 즈즈(더 커지려고)]

「애기가 큰 애기가 되는 거야?」

[즈 즈즈즈 그그(응. 걱정하지 마)]

혹시라도 26호가 놀랄 수도 있어서 녀석에게 미리 말해 준 뒤, 승낙했다.

사이오니움으로 잠깐 맛봤던 아성체의 위용, 제대로 누려볼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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