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39화 (40/400)

Ep.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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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총괄보안팀.

각 지구마다 위치한 경찰서, 지구보안팀 뿐만 아니라 행정 지구에 주둔하는 위기관리팀까지 관리하는 티앤씨 특수무역중심지 내 최고보안기구다.

평소라면 그렇게 분주하지 않는 곳이지만 이사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그런지 매우 부산스러웠다.

“스타유니언 테러리스트는 어떻게 됐어? 심문 보고서는 언제 올라오는 거야?”

“에저튼의 함대 주둔 요청은 어떤 새끼가 처리한 거야! 이딴 식으로 보고서를 올려?”

“유흥지구보안팀은 전부 5번 회의실로 집합!”

여기저기서 서류가 날아들고 제복을 입은 보안팀원들이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조용한 곳은 4번 회의실이었다.

항만지구보안팀 산하 형사팀은 이사회 개시에 앞서 그동안 추적 중이었던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총괄관리자 라일라 쳄벌린이 지구총괄보안팀에게 위험 요소는 모조리 배제하라는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브로커 S라는 자는 어떻게 됐지?”

“이사회 발표 이후 밀수를 중단했지만 갑자기 이번 달에 들어 건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총 6회에 걸쳐 밀수가 진행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실상 매일 밀수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 갑자기 활동이 왕성해졌다고? 이상하군.”

팀원의 브리핑에 형사팀장 윌리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브로커 S는 형사팀에서 반년 전부터 잡으려고 벼르던 인물이었다. 증거는 이미 확보해 둔 상태지만, 놈이 위에다 찔러둔 크래딧이 어찌나 많은지 주변에서 계속 방해가 들어오는 바람에 결국 검거에 실패했었다.

실패 이후 계속 감시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사회가 다가오면서 놈을 정식으로 체포할 기회가 생겼다. 부패한 공무원들이라 해도 노블캐피탈이자 우주도시의 지배자가 직접 내린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으니까.

“밀수 방식에는 따로 변화가 없고?”

“그 부분도 특이합니다. 놈은 행성 간 밀수 중계를 주로 맡았는데 최근 발생한 6회는 모두 도시 내 인물을 대상으로 행해졌습니다.”

“감시가 삼엄한 때라 그런 것 아닐까요?”

“아니. 도시 내에서의 거래는 딱히 이득이 안 돼. 브로커 S는 신중한 놈이야. 적은 거래로 최대의 수익을 뽑아내는 놈이 과연 그런 짓을 할까?”

체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데 상대가 이렇게 허술하게 나오다니. 원래라면 좋아해야겠지만 윌리엄은 왠지 찝찝했다.

“거래상대가 특정될 텐데? 누구지?”

“그게 지금까지 거래하지 않던 뉴페이스입니다.”

“뉴페이스?”

“저희도 3일 전에 발견했습니다. 잠옷을 입고 다니는 남자인데 아주 귀신 같은 작자입니다. 카메라에는 절대 안 걸리더군요.”

“스페이스독 쪽에서 온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자 같습니다. 저희도 몇 번이나 뒤를 쫓았지만 번번이 놓쳤습니다.”

브로커 S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만만치 않은 새 범죄자의 등장에 윌리엄은 침음을 흘렸다.

그동안 S가 거래한 건들만 봐도 스페이스독이 그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S의 실력이라면 그야말로 돈이 복사가 되는 기적을 안겨줄 테니까.

하지만 윌리엄은 단정 짓지 않았다.

‘하필 지금 시점에? 이건 S답지 않아.’

조심성 많은 S가 이렇게 막 나가는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윌리엄은 생각을 정리한 뒤,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잠옷쟁이를 따라갔던 애들은 몽타주 작성해서 감시팀에 분석 요청하고, 항만 지구 쪽에 연락해서 놈이 언제쯤 들어왔는지 알아봐. 브로커 S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혹시 모르니까 스페이스독에서 따로 접촉하려 할지도 몰라.”

“옙!”

“그럼 해산.”

회의가 끝나고 팀원들이 모두 나갔지만 윌리엄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쪽 팔을 괸 채 고민하던 그는 통신기를 들었다.

‘친구를 이용하는 것은 걸리지만.’

전에 같은 부대에 있던 동료였고, 은퇴한 뒤 경호원으로 근무하는 친구. 윌리엄은 현재 그가 누구를 지키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브로커 S를 경호하고 있지.’

윌리엄은 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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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5분. 곧 올 때가 됐나.’

나는 26호와 함께 샌더를 기다리는 중이다.

우리가 있는 곳은 상업 지구와 항만 지구 간의 경계 부근이다. 이곳은 유흥 지구와 달리 저녁 9시가 되면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기에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

‘비밀통로하고도 가깝고.’

여기라고 카메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카메라가 깔리다시피 한 하역장에 비하면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한 곳이다.

‘뭐 그런 이유만으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내가 장소를 옮긴 이유는 감시자들 때문이다.

3일 전, 나는 옆집 남자의 모습으로 하역장 크레인 근처에서 샌더를 만났다. 그날은 별다른 문제없이 끝났지만, 나는 감시자들이 먼 거리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음을 감지했다.

샌더는 나에게 복속되었기 때문에 저항이 불가능하다. 감시자의 정체는 그동안 샌더를 뒤쫓았던 경찰일 터. 그들에게 걸리면 나도 곤란해지기 때문에 장소와 시간을 변경했다.

밤 11시 상업 지구와 항만 지구의 경계 부근에서 만나는 걸로.

내가 장소를 옮긴다는 것에 대해 샌더는 불만을 표시했지만 의미 없는 반항이었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내게 복종하는 것뿐이니까.

‘저기 오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검은색으로 도색된 냉동 트럭이 약속 장소를 향해 오고 있었다.

트럭이 멈추고 샌더가 내려서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가 내게 압류된 생물을 바친 지 벌써 일주일째.

그의 얼굴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몸무게가 거의 3분의 2가량이 빠졌다고 해도 믿을 만큼 수척한 모습이었다.

샌더를 이렇게 만든 원인은 바로 뇌에 붙어 있는 기생충이다.

기생 군체로 다른 생물에게 기생충을 심을 때, 얼마나 숙주를 제약할지 단계를 지정할 수 있다. 1단계는 가장 약한 수준의 제약이고 5단계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제약이다.

샌더에게 들어간 기생충은 4단계. 숙주가 조금이라도 저항할 낌새를 보일 시, 기생충이 바로 제약할 정도의 단계다.

그 명령 때문에 그는 밥을 먹을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일할 때도 기생충에게 시달릴 것이다.

내게 복종하라고. 나의 의지에 거역하지 말라고.

‘게임에서도 기생충에 감염되면 메시지가 뜨지.’

내 기생충에 당한 플레이어가 올린 동영상을 보고 알았다. 기생충에 감염되면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메시지가 뜬다. 거기까지만 하면 괜찮지만 메시지가 뜰 때마다 체력이 일정량 감소한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기생충을 다른 장비나 특성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냥 자살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살하면 기생충 효과도 사라지니까.

‘여긴 현실이니까 자살이 불가능하지.’

그저 고통을 감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나는 약속 장소 근처의 골목에서 나와 샌더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수차례 봤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지 샌더는 나를 보고 숨을 삼켰다.

하지만 그는 곧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말씀하신 물건을 가져 왔으니 제발….”

내가 무섭지만 머리 안에 있는 기생충은 더 무섭겠지. 24시간이 지나면 그는 기생충과 함께 명을 다할 테니까.

‘아직 시간이 좀 남았지만.’

나는 그의 머리에 팔을 가까이 대고 기생 군체를 활성화시켰다.

“끄어어어….”

그러자 샌더의 눈이 뒤집어지고 입에 헤 하고 벌어졌다. 이어서 그의 콧구멍으로 기생충이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온 기생충은 몸을 한 차례 크게 떨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수고했어.’

죽은 기생충을 대신해 새로운 기생충이 내 손바닥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녀석은 좀 전에 나왔던 놈과 똑같은 방법으로 샌더의 몸 안에 들어갔다.

“커, 커컥!”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샌더가 세게 기침했다. 그는 자신의 무릎 위에 널브러진 기생충을 보며 소름이 끼친다는 듯 털어냈다.

진저리치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 그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서류를 내밀었다.

“…크흠, 생물 목록입니다.”

나는 목록을 자세히 확인해 보기 위해 전투형 팔로 샌더가 준 서류를 받았다.

“…….”

보이지 않는 팔이 서류를 가져가는 것이 무서운지 샌더가 움찔 떨었다.

[즈즈 즈즈즈즈 즈즈(내가 그렇게 무서운가)]

「큰애기는 귀여워.」

[즈즈즈(고마워)]

「응.」

어깨 위에 있는 26호를 감사의 뜻을 담아 쓰다듬은 나는 서류를 넘겼다.

‘오늘은 플렌트리자드랑 페어리윙인가.’

플렌트리자드는 생긴 것은 스테고사우루스를 닮았지만 실제로는 공룡이 아니라 식물형 생물로 분류된다. 내가 두 번째로 얻은 특성인 강인한 생명력을 고유 특성으로 가진 생물이기도 하다.

‘플렌트리자드 다섯 마리. 많지는 않네.’

플렌트리자드는 덩치가 큰 생물이니까 트럭으로 여러 마리를 옮기기는 쉽지 않을 거다. 아마 저 트럭으로는 8마리 정도가 한계겠지.

‘다음은 페어리윙 한 마리.’

페어리윙은 보통 사람 손바닥만 한 크기의 육식성 조류로 눈이 없고, 갈고리 이빨이 달린 푸른색 까마귀처럼 생긴 생물이다. 별명으로 날아다니는 피라냐라고 불린다.

‘응? 돌연변이?’

돌연변이 페어리윙이라니. 게임에서는 본 적 없는 생물이다.

흥미가 생겼지만 안타깝게도 돌연변이라 그런지 한 마리밖에 없었다. 다수였으면 유전자 정수를 노려볼 만도 한데 한 마리면 어렵겠지.

서류를 모두 확인한 내가 손끝으로 트럭을 가리키자 그가 서둘러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여, 열어드리겠습니다.”

그가 트럭과 연결된 무선단말기를 조작하자 화물칸이 기계음을 내며 열렸다.

「차가워.」

[즈즈즈즈(여기 있을래?)]

「아니. 고향 생각이 나서 좋아.」

하긴 씨 데몬은 심해에 서식하니까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샌더는 화물칸 내 냉각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무서워서 그런 것인지 덜덜 떨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그를 내버려두고 트럭의 화물칸에 들어갔다.

합금으로 제작된 우리 안에는 플렌트리자드 5마리가 마취된 상태로 누워 있었다. 나는 철창을 가볍게 구부러트리고 우리 안에 발을 디뎠다.

“아, 우리는 제가 열어…드릴 필요는 없겠군요.”

샌더가 뒤늦게 나에게 말하려다가 내 괴력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먼저 죽이고 먹을까.’

나는 플렌트리자드를 차례대로 목을 부러뜨려서 죽였다.

도중에 마취가 덜 된 녀석이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꼬리로 나를 공격했지만 내 외피를 뚫는 것은 무리였다. 녀석은 나의 전투형 팔에 의해 머리가 깨져 죽었다.

놈들의 숨통을 끊은 나는 이 거대한 식물형 생물의 고기를 맛봤다.

‘…건강해지는 맛이네.’

설정상 에이모프는 잡식이지만 아무래도 육식에 가까운 잡식인 것 같다. 플렌트리자드의 고기에서는 녹즙맛이 나서 솔직히 취향은 아니었다.

「맛있어?」

[즈즈(아니)]

「큰애기는 더 커져야 하니까 다 먹어.」

26호의 말이 맞다. 나는 앞으로 더 진화해야 하니까 이런 것도 남김없이 먹어야겠지.

억지로 꾸역꾸역 다 먹어 치웠지만 녀석들에게서는 포식 효과가 발동하지 않았다.

‘쩝. 안타깝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네.’

지난번 사이보그 라스가 남긴 목록을 봤을 때 플렌트리자드는 총 30마리였다. 앞으로 25마리가 남았으니 그중에서 뭐라도 뜨겠지.

‘입가심은 돌연변이 페어리윙으로 해야겠네.’

조류니까 치킨 맛이 나지 않을까 기대하며 나는 냉동관을 열었다.

냉동관 안을 확인한 순간 나는 멈칫했다.

「왜 그래?」

‘…….’

옆에서 26호가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푸른색 피부에 파충류를 닮은 몸.

등에 달린 작은 날개와 머리에 달린 뿔.

입 대신 달려 있는 긴 촉수다발.

‘갤러곤이잖아?’

냉동관에 있던 것은 페어리윙이 아니었다.

우주의 용이라 불리는 갤러곤의 해츨링, 블루 갤러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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