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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42화 (43/400)

E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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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지구보안팀 휘하 형사팀장 윌리엄은 현재 주거 지구에 와 있다.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일주일이 넘게 답신이 없는 친구에 집에 직접 찾아가기 위해서다.

‘아무리 바빠도 연락은 꼭 하던 놈이야.’

그런 자가 일주일 넘게 무소식인 것은 신변에 문제가 있다는 뜻.

윌리엄은 친구의 집 문을 두드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그는 품속에 숨겨놨던 단말기를 꺼냈다. 보안팀에서 범죄자들로부터 압수한 해킹 장비로 그가 팀장의 권한으로 몰래 빼왔다.

그가 장비를 연결한 뒤 조작하자 문에서 철컥 하고 소리가 났다. 그는 락이 해제된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다.

윌리엄의 친구는 군인 출신답게 깔끔히 정리해 놓았다.

다만 오랫동안 문을 열지 않아서 그런지 집 구석구석에서 텁텁한 먼지 냄새가 났다.

둘러봐도 사람이 다니지 않은지 한참 된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벽 너머에서 들리는 옆집의 버추얼 TV소리와 그의 발소리만이 집의 정적을 깨는 유이한 소음이었다.

그의 눈에 식탁 위에 놓인 커피잔이 들어왔다.

‘마시다 남은 커피.’

잔 안에 커피가 바짝 말라붙은 자국이 있었다. 건조한 방 안에서 긴 시간 방치되었다는 증거였다.

‘역시 무슨 일이 생겼어.’

윌리엄은 그렇게 확신하고 수색을 시작했다. 벽장 속, 침대 아래 등등 친구가 무기를 숨길만한 곳들을 찾아서 일일이 뒤졌다.

그 결과, 그는 무기와 장비 중 일부가 빠진 것을 확인했다.

‘무장하고 나가서 실종, 혹은 사망.’

여기에 오기 전 항만 지구에서 보고된 폭력 사건은 전부 살펴봤었다. 개중에 레이저 소총 이상급의 총기가 사용된 사건은 없었다.

즉 그의 친구는 비밀리에 제거되었다.

‘그 잠옷 입은 남자의 조직.’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브로커 S와 만나는 자가 다른 이로 바뀌었다. 저쪽에서 경찰의 감시망을 눈치채고 어떻게든 피하려고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

윌리엄은 통신기로 팀원에게 연락한 뒤, 자리에 앉아 챙겨온 노트북을 열었다.

“나다. 감시팀에 보낸 뒤, 결과는 어떻게 됐어?”

경찰들은 부지런히 브로커 S와 수수께끼의 남자를 추적했지만 결국 카메라에 담는 것은 실패했다. 회의 중에 팀원이 말한 것처럼 그 남자가 워낙 신출귀몰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진이 아니라 경찰들이 기억하는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만든 몽타주만을 감시팀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감시팀은 밤낮으로 도시 내 카메라에 찍힌 얼굴들을 몽타주와 일일이 대조해야만 했다.

「새로 나타난 자는 아직 분석 중입니다.」

“처음 조우했던 그 잠옷쟁이는?”

「그쪽은 이미 완료됐습니다. 특수무역중심지 전체에 깔린 카메라에 찍힌 얼굴들과 대조해서 유사한 대상 20명을 추려 냈습니다. 관련자 내역은 바로 전송하겠습니다.」

잠시 후 노트북에 파일이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20명의 내역을 살피던 중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상업 지구 노동자? 이 사람 뭐 나온 것 없어?”

「그게 범죄 이력이 없더라고요.」

“생긴 게 그놈하고 완전 똑같은데? 가게에는?”

「연락해봤는데 안 나온 지 한참 됐다고 합니다. 어차피 일용직이라 그쪽에서도 별로 신경을 안 쓰고 넘긴 것 같습니다.」

“…….”

윌리엄은 왜 더 알아보지 않았냐고 추궁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곳 티앤씨 특수무역중심지에서 낮은 캐피탈은 그야말로 인간이 아닌 부품. 도시에 유입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직원이 어떻게 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부하도 이 도시의 일원. 혼낸다고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병들고 썩은 도시지.’

메가콥 내의 모든 인간이 부조리한 구조를 긍정하지는 않는다. 인명경시사상이 밑바닥까지 침투한 사회에 진저리가 나서 스타유니언이나 스페이스독으로 이탈하는 자들도 적지 않다.

윌리엄 또한 군인 출신이었기에 전쟁터보다 유흥 지구에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결코 좋게 보지 않았다.

‘…아니야. 나는 메가콥에 봉사하는 자.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자를 잡는 것이 나의 사명.’

그는 고개를 흔들어 무의미한 생각을 털어냈다.

통신기 너머에서 답변을 기다리는 부하에게 그는 지시를 내렸다.

“일단 가게에 애들 보내서 다시 조사시키고, 나머지 19명도 직장, 거주지, 인간관계 전부 다시 조사해.”

「옙!」

“마침 내가 주거 지구에 와 있으니까 얘는 내가 직접 확인해 보겠다.”

「예? 오늘 휴가 아니셨는지….」

“우리 일에 휴가가 어디 있어? 아무튼 수고해라.”

통화를 종료한 윌리엄은 노트북을 닫았다.

집을 나서기 전, 그는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높은 친구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너의 복수는 내가 대신 해 주마.’

이력을 보면 잠옷 입은 남자는 이곳과 가까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친구의 집을 빠져나온 그가 향한 곳은 이곳보다 좀 더 낡은 아파트 단지였다.

‘놈이 사는 곳이 3층이었지?’

계단을 올라와서 막 3층 복도에 진입한 순간, 윌리엄은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친구가 살던 곳도 그랬지만 주거 지구의 아파트들은 그다지 좋은 거주 시설이 아니었다. 단가를 줄이기 위해 저렴한 자재로 지은 건물들이라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다. 여러 문제 중 특히 방음은 정말 최악이었다.

‘소리가 없다.’

현재 시간이 낮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조용한 것은 명백히 이상 징후였다.

마치 3층 전체에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

긴장한 그가 레이저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는 작게 심호흡을 한 뒤, 목적지의 문을 두드렸다.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몇 차례 더 두드렸지만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외출 중인가?’

원래라면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서 와야 했지만 윌리엄은 그러지 않았다.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놈이 도주하면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결심한 그는 해킹 장비를 다시 꺼냈다. 가볍게 문을 따고 문짝을 열었을 때, 윌리엄은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피 냄새!’

오랫동안 군인, 형사팀에서 근무한 만큼 그는 이 비릿하면서도 역한 냄새의 정체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냄새와 달리 집 안에는 어떠한 이상한 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친구의 집만큼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윌리엄은 그 정돈된 집이 마치 살인자가 현장을 감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모형 같다고 느꼈다.

‘아무 것도 없어?’

냄새가 계속 나는데 증거가 전혀 없었다. 정말로 영장을 받아서 다시 와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그의 눈에 냉장고가 들어왔다.

그는 뭔가에 홀린 듯 냉장고를 열었다.

“…!”

그곳에 시체는 없었다.

대신 말라붙은 핏자국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윌리엄은 서둘러 집을 나왔다.

“나다! 브로커 S와 결탁한 자를 발견했다! 장소는….”

그의 다급한 무전으로 마침내 항만지구보안팀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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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성체->준성체’ 진화 조건 중 일부가 충족되었습니다.

변신 가능 지성체 2/20(미달성), 인간형 지성체 12/20(미달성), 사이킥 파워 사용 지성체 0/20(미달성)」

「포식 효과 발동! ‘맹수의 발톱’ 유전자 정수 획득 성공.」

「‘볼프’의 생물 특성 중 ‘맹수의 발톱’을 탈취.」

「‘맹수의 발톱’을 적용하시겠습니까?」

‘오?’

요사이 샌더와 만날 때 빼고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원을 잡아먹고 있었다.

방금 3층 마지막 호수에 있는 집에서 식사를 마쳤는데 오랜만에 포식 효과가 떴다.

이 시점에 특성 획득이라니, 마치 텍스트 박스가 나를 축하하기 위해 케잌을 보낸 것처럼 느껴진다.

‘맹수의 발톱이라.’

이름처럼 발톱을 강화시켜줘서 근접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특성이다. 특별한 부가 효과는 없지만 이런 류의 강화 특성이 대개 그렇듯이 딱히 나쁘다는 평가는 받지 않는다.

‘육체 관련 특성이 아쉬운 상황인데 잘 됐다.’

현재 내가 가진 육체 관련 특성은 오염 둥지가 기생 군체의 재료가 되느라 빠지면서 총 10개.

초월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13개 되어야 하니 앞으로 2개만 더 모으면 된다.

‘적용.’

수락하자 내 전투형 팔이 뼈가 부딪치는 것같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변화했다.

4개의 손가락에 달려 있는 면도날 같은 손톱이 굵고 길어지더니 이제는 마치 한손낫처럼 거대해졌다. 그렇다고 예리함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서 사람의 몸을 과일 깎듯 베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변이를 끝마친 내 앞에 텍스트 박스가 보고하듯 떠올랐다.

「종족: 미확인 적대적 우주생물

상태: 아성체

목표: 생존하라(진화 2회 성공).

보유 특성

① 육체 관련(타입 적용 중): 날개, 키틴질 외피, 재생력(융합), 신경독샘(융합), 괴수 골격, 산성피, 각력 강화, 의태 기관(융합), 톱날 촉수, 가시뼈 발사 기관, 맹수의 발톱

② 초능력 관련: 포식자 감각(융합), 괴물의 촉수(융합), 인간성, 투시, 초능력 내성

③ 감염 관련: 기생 군체(융합)

타입: 육체 강화 타입

‘좋아.’

진화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진화 조건도 느리지만 차근차근 채워가는 중이다.

‘로이드와 로이드 남자 친구, 경호원 9명 중 대장과 케이트를 뺀 나머지 7명, 그리고 요 며칠 동안 먹은 3층의 인간 3명까지 포함하면 총 12명이야.’

옆집남자와 경호원 대장은 내가 죽이긴 했지만, 시체를 26호와 나눠먹었기 때문에 진화 조건으로 카운트가 안 됐다. 그래서 인간형 종족은 총 12명을 먹은 것으로 계산되었다.

‘볼프는 케이트랑 오늘 것까지 합쳐셔 2명.’

변신이 가능한 플레이어블 지성체 종족은 볼프 말고도 많지만 이 우주도시에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볼프가 제일 흔하므로 아마 볼프로 진화 조건을 채우게 되지 않을까.

‘단지 내의 볼프까지 다 먹으면 얼추 절반 이상은 채울 거고, 인간은 이 아파트 내만 정리해도 채우고도 남아.’

다른 조건이 완료되면 그 다음에는 컬트를 잡아먹을 준비도 해야 한다.

초능력 강화 타입의 획득과 진화 조건 양쪽에 걸려있는 만큼 컬트 사냥은 현재 내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래도 다행이야. 괴물의 촉수 같이 사이킥 관련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설정상 컬트는 자기 종족이 위대한 의지에 선택을 받아서 사이킥 파워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이킥 파워를 못 쓰는 종족은 원숭이 취급을 하는 오만한 녀석들이다.

물론 사이킥 파워는 매우 강력한 능력이기에 그들이 오만함이 딱히 잘못됐다고는 볼 수 없다.

내가 아닌 다른 상대와 싸울 때는 말이다.

‘나랑 싸울 때도 방심하면 오히려 나야 좋지.’

그들의 오만함이 나에게는 이득이다. 내가 습격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당할 테니깐.

‘컬트 사냥은 딱히 문제가 없지만 역시 장소가 문제야.’

컬트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행정 지구지만, 거기를 준비 없이 바로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밀통로가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맨홀 주변에 카메라가 많아서 다른 지구에 가듯이 몰래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행정 지구는 더 강해지기 전에는 공략하기 부담스러우니까 그 전에 다른 곳부터 노려야 해.’

행정 지구 공략은 적어도 초능력 강화 타입을 획득한 이후가 될 거다. 그 전까지 대체제로 생각하는 곳이 바로 상업 지구다.

컬트는 메가콥이 제공하는 유흥거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유물이나 귀한 장비에는 환장하므로 상업 지구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특히 최근 이사회로 인해 도시를 찾아오는 컬트도 많기 때문에 진화 조건을 채우는 데 무리는 없을 거다.

‘감시가 삼엄하긴 하지만 그래도 유흥 지구나 행정 지구에 비하면 훨씬 낫지.’

물론 걸릴 가능성도 높아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주거 지구가 다 정리되면 비밀통로에 둥지를 깔자.’

오염 기관이 없어지기 전, 비밀통로에 깔아놨던 포자들이 현재는 많이 성장했다. 거기에 추가로 내가 자주 다니는 항만 지구 쪽과 주거 지구 쪽에 둥지를 설치하면 적들의 움직임을 무리없이 감시할 수 있으리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고 있는데, 내 보조기관이 얕은 발자국 소리를 포착했다.

‘응?’

3층은 내가 전부 비웠기 때문에 발소리가 날 일이 없다.

볼프의 집을 나오니 한 남자가 복도 저 너머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바로 뒤쫓지 않고 보조기관의 감각을 그에게 집중했다.

“장소는 C단지 3번 아파트! 브로커 S와 관련되었을 뿐 아니라 무장한 경호원도 살해한 흉악범이니 서둘러 지원….”

인간을 초월한 감각 덕분에 그가 통화기에 대고 외치는 말을 작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경찰인가.’

말하는 것을 보니 샌더를 추적하던 경찰인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놈은 내가 경호원들을 죽였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들켰네.’

여기서 진화 조건 중 인간형 종족은 채우고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힘들어질 것 같다.

‘어떻게 한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도주하는 것과 맞서 싸우는 것.

‘아냐. 지금 도주하기는 힘들어.’

저놈이 이미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에 아파트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을 거다.

설령 벗어난다고 해도 도주 중에 비밀통로를 걸린다면 오히려 더 큰 손해다. 비밀통로는 나에게 최후의 보루이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걸려서는 안 되니까.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뿐.

‘맞서 싸운다.’

이 자리에서 쳐들어온 자들을 잡아먹고 기회를 봐서 빠져나가야 한다.

인원수, 무력 등 모든 면에서 저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한다고는 볼 수 없는 법.

내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인원을 본다면 동요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적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가 내가 탈출할 유일한 기회다.

나는 낮잠을 자고 있던 26호와 아드하이를 깨웠다.

「큰애기야 왜 그래?」

「나」「피곤」

[즈즈즈 즈즈(먹이들이 올 거야)]

저들은 나를 이미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에이모프는 사냥꾼이다.

추격과 사냥에 능한 것만큼 에이모프가 가장 잘하는 것.

‘매복.’

거주자들에게 안락함과 쉼터를 제공하는 아파트가 에이모프에 의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는 지.

에이모프의 영역에 멋모르고 들어서는 인간이 어떤 꼴이 되는 지.

저들은 곧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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