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45화 (46/400)

E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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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올라가야 해!”

“침착하세요. 102번. 외부 지원을 요청했으니 대기해야 합니다.”

“빌어먹을! 그동안 놈에게 모두 당하면? 각개격파당하기 전에 먼저 쳐야 한다고!”

“불가합니다.”

같은 동료인 경찰들과 M01의 말다툼을 지켜보는 윌리엄은 입맛이 썼다.

당장 동료를 지원하러 움직이자는 102번과 외부에서 온 지원 병력과 함께 공격해야 한다는 M01.

직급상 M01이 더 높으니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이 정상이다. 경찰들이 따르지 않고 반발하는 것은 M01이 기계이기 때문이었다.

‘메가콥의 고질적인 로봇 혐오는 여전하군.’

윌리엄은 군대에서 오래 있었기에 메가콥 사람들이 왜 안드로이드, 사이보그를 혐오하는지 알고 있었다.

‘스타유니언.’

메가콥이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수많은 하층 노동자들이 우주 개척에 반강제로 투입되었다. 안드로이드의 수도 적지 않았지만 인간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했다.

로봇을 이용하는 것보다 인간의 값이 더 저렴했기 때문에 생긴 비극이었다.

무수히 많은 목숨들이 저 검은 공허 속에 내몰리던 와중에 일부 개척선들이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개척선을 관리하던 안드로이드들이 오류를 일으켜서 상위 캐피탈에게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안드로이드들 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다른 개척선의 안드로이드들까지 오염시켰다.

그렇게 반란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안드로이드 말고 일반 노동자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기계가 주도하고, 이후 하층 노동자들까지 참여한 거대한 반란 세력.

그것이 스타유니언의 시작이었다.

스타유니언의 안드로이드들은 우주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신체를 더 나은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인간은 이를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사이보그가 됐다.

기계와 인간이 차별 없이 함께 생존해나가는 이상적인 공동체가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다.

‘…라는 것이 스타유니언의 주장이지.’

스타유니언은 자기들이 부패한 메가콥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집단이라고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기계의 오류부터 시작된 반란.

미친 기계들이 주도하는 반란이 그렇게 형편 좋게 흘러갈 리가 없었다.

스타유니언의 안드로이드들은 개조를 원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사이보그로 만들었다. 심지어 그들의 뇌에 칩을 박아서 자유 의지를 박탈하기까지 했다.

반란 이후에는 다른 개척선을 습격해서 개척민들을 강제로 사이보그로 만드는 식으로 세력을 넓혀나갔다.

당연히 메가콥 일반 시민들은 스타유니언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자기들을 납치해서 강제로 기계로 만드는 놈들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고 발화점은 이미 불타 사라졌지만, 불길은 여전히 잔존해 있었다. 메가콥 시민들의 뇌리에 뿌리 깊이 박힌 기계에 대한 혐오감으로 말이다.

아무튼 역사적인 맥락과 별개로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같은 편들끼리 다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윌리엄은 경찰들부터 먼저 진정시켰다.

“이봐. 다들 진정해.”

“큭, 하지만!”

“우리는 경찰이다. 동료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임무를 잊지 마라.”

“…윽.”

윌리엄이 침착하게 타이르자 경찰도 한결 진정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들을 진정시킨 윌리엄은 M01을 불렀다.

“어이. M01.”

“말씀하세요. 형사팀장님.”

“지휘관 안드로이드는 하위 안드로이드들의 데이터를 전송받는다고 들었는데 놈에 대한 정보는 없나?”

스타유니언의 반란 이후, 메가콥에서는 안드로이드를 만들 때 몇 가지 제한을 걸었다.

그중 하나가 안드로이드의 데이터 기록 장치를 폐쇄형으로 바꿔서 사고가 연동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안드로이드들의 네트워크가 반란을 키운 원인 중 하나였으니 당연히 행해질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다만 정보 교류가 중요한 전쟁에서까지 그렇게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기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휘관 안드로이드만은 일시적으로 제한을 해제하도록 했다.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다만, 최근 티앤씨 특수무역중심지 안드로이드들은 EMP 공격 방어를 위해 방침을 바꿨습니다. 차폐기술이 적용된 상태라 통신망을 활용한 데이터 전송은 제한적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렇군.”

아마 이사회 때문일 것이라고 윌리엄은 납득했다.

우주도시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는 플라즈마 무기도, 최신식 전함도, 메탈릭 그렘린 무리도 아니다. 모든 게 기계에 의해 통제되는 거대구조물인 만큼 EMP 공격만큼 위협적인 것이 없다.

이사회를 맞이해 평소보다 EMP 방호수준을 올리면서 안드로이드들도 함께 바꾼 것이리라.

“그럼 그 제한된 정보로 놈에 대해 유추할 수 없겠나?”

“그 말씀은?”

“놈은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 제대로 확인하고 싶군.”

“목표가 인간이 아닌 다른 지성체라고 보시는 겁니까?”

“112번이 끌려갈 때 놈을 얼핏 봤는데 사람이 아니었어.”

“사람이 아니라고요?”

“괴물, 짐승에 가까운 외형이었지.”

“그렇군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M01의 눈에 녹색불이 들어왔다. 안드로이드들이 보냈던 정보를 해독하는 중이라는 표시였다.

지휘관 안드로이드는 부하 안드로이드들이 저장한 정보를 원거리에서 열람할 수 있지만, 열람 중에는 지금처럼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다. 메가콥에서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이다.

‘…바보 같은 짓거리지.’

저 빌어먹을 제한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피해를 입었는가.

윌리엄이 상념에 빠진 사이, 해독을 끝낸 M01이 입을 열었다.

“말씀하신 대로 적은 일반적인 인간에서 벗어난 것으로 추측됩니다.”

“자세히 말해 봐.”

“1층에서 당한 M06, 5층 복도에서 당한 M05는 관통력이 높은 공격에 당했습니다.”

“가우스 소총인가?”

“아뇨. M05는 텅스텐 탄환보다 더 얇은 탄환에 의해 기록 저장 장치가 파괴, M06은 사이킥 공격에 의해 동력원이 파괴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전달받았기 때문에 M01은 ‘분석’이 아닌 ‘추측’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러나 윌리엄은 안드로이드의 분석력이 인간을 초월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M01의 말을 믿었다.

“사이킥 파워를 사용할 수 있고, 관통력 높은 무기를 가진 적이라. 그러면 M05와 같이 올라간 M03은 어떻게 된 거지?”

“M03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생물의 공격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생물까지 범위를 넓혀본 결과, M03의 기록 저장 장치를 파괴한 무기는 E-101 행성 심해에서 발견된 대형외계해파리과 생물의 촉수와 90%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E-101 행성은 윌리엄도 알고 있다. 물로 가득 찬 바다 행성으로 화성의 프라임캐피탈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라고 들었다.

“물에 사는 괴물이 여기 있을 리는 없고. 그럼 상대는 헐크 뮤턴트인가?”

“헐크 뮤턴트 중 해당 생물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모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형,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생물인가.”

지성이 있는 존재라 여겨지는 만큼 적을 야생 동물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헐크 뮤턴트의 프로토타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설마 유진 가문에서 티앤씨를 치려는 건가?’

헐크 뮤턴트 제작 기술은 유진 가문이 반쯤 독점하고 있다시피 하고 있기에 윌리엄의 추측이 딱히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사회를 두고 상위 캐피탈들 간에 암투를 벌인다고 추측했다.

만약 수수께끼의 적이 그의 생각을 읽었다면 과정은 완전히 틀렸지만 결과는 맞췄다고 감탄했을 것이었다.

윌리엄이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M01이 오해했는지, 말을 덧붙였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전멸해도 정보는 지구총괄보안팀에 무사히 전달될 겁니다. 차폐기술을 적용할 때, 기록 저장 장치도 두 개로 업그레이드했으니 적이 저희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는 이상 정보가 손상될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것참 다행이군.”

눈치 없는 안드로이드의 말에 윌리엄은 쓴웃음을 지었다.

죽음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안드로이드와 달리 윌리엄은 이 자리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M01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지원을 기다리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 전에 적들이 반격해 올지도 모른다.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군.”

“그 지적은 동의합니다.”

“강화제를 투여하는 게 좋겠어.”

“업그레이드되어 부작용이 줄어들기는 했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알겠습니다. 강화제 투여 허가합니다.”

M01의 허가가 떨어지고, 이 자리에 있던 경찰 4명과 윌리엄은 강화제를 투여했다.

오랜만에 강화제를 투여한 윌리엄은 익숙한 불쾌함과 해방감에 몸을 살짝 떨었다. 다른 경찰들도 비슷한 얼굴인 것을 보면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 무장경찰 중 한 명의 통신기에 불이 들어왔다.

“112번으로부터의 통신이야! 받아야….”

“잠시만요. 제가 대신 받아보겠습니다.”

M01은 경찰의 손에 들린 통신기를 받아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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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올라오네?’

계단에 숨어 있다가 올라오는 적들을 제거하려고 했는데 놈들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

‘시간을 끄는 건가?’

저쪽에서 지원을 부르고 기다리는 중이라면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다. 저쪽에서는 지원이 올 수 있지만 나는 아니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내 쪽이다.

‘이쪽에서 치고 나가야 하나.’

현재 내 감각에 감지되는 적의 수는 아홉. 안드로이드 3체에 경찰 6명이다.

1층에 안드로이드 1체와 경찰 1명이 대기 중이고 나머지는 모두 2층에 있다.

‘몰려 있으면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데.’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가진 무기인 ‘괴물의 촉수’.

시현 유진의 몸에 이식된 화이트 갤러곤의 유전자로부터 얻은 갤러곤의 발톱과 초능력 기관을 융합해서 만든 특성이다.

지금까지는 초능력 기관의 강화판으로만 써먹고 있었지만 이 특성의 진가는 그게 아니다.

「괴물의 촉수: 기존 ‘초능력 기관’ 특성을 계승, 강화합니다. 사이킥 파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추신: 용의 힘은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블루 갤러곤인 아드하이가 촉수를 이용해 사이킥 임펙트를 쓴 것처럼 모든 갤러곤들은 입에 있는 촉수로 초능력 기술을 사용한다.

‘용의 촉수라고 불리는 기관이라 원래라면 내가 포식할 수 없는 특성이지만….’

나는 융합을 통해 ‘용의 촉수’와 똑같이 생긴 기관을 얻었다. 괴물의 촉수를 통해 나도 화이트 갤러곤이 가진 초능력 기술을 쓸 수 있다.

‘사이킥 브레스를 쓸 수 있겠지.’

텍스트 박스에 언급된 사이킥 파워, 용의 힘은 화이트 갤러곤의 고유 기술인 ‘사이킥 브레스’를 말한다.

사이킥 브레스는 일본의 고전 괴수영화 주인공이 쏘는 열선을 모티프한 기술로 텍스트 박스가 경고한 것처럼 굉장히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

원본이라면 이 아파트를 두 동강 내겠지만 나는 그 정도의 출력은 못 낸다. 물론 복도에 있는 적들을 일격에 쓸어버릴 정도는 되겠지만.

‘문제는 1층에 있는 적인데.’

사이킥 브레스는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모하는 기술이라서 쓴 직후에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1층에 있는 적이 나를 공격하려고 올라오면 내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괴물의 촉수는 비장의 카드로 두자.’

나는 마지막으로 적들을 유인해 보기 위해 통신기를 켰다.

「여기는 M01. 말씀하세요. 112번.」

“놈들이 날 고문하고 있어! 제발! 제발 나를 도와줘!”

「당신을 고문하는 자는 인간입니까?」

안드로이드가 무미건조한 어투로 나에게 물었다.

‘인간이냐고?’

적들은 나를 인간이라고 상정하고 싸우지 않았나? 갑자기 이런 질문을 왜 하는 거지?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나?’

내가 아는 바로 메가콥 안드로이드들은 서로 간의 정보 공유가 불가능하다. 설정상 메가콥은 과거에 있었던 기계의 반란 때문에 로봇들끼리의 정보 공유를 금지하니까.

‘경찰을 잡아갈 때 나를 봤을지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 보니 경찰 한 명이 끝까지 내 쪽을 주시했던 것 같다.

아주 짧은 순간이고 어두워서 나의 모습을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가 고민하는 동안, 저쪽의 안드로이드가 이어서 말했다.

「답이 늦는 것을 보니 당신이 112번이 아닐 가능성은 70% 이상입니다. 이제부터 112번은 순직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아.”

그렇게 말하고 녀석은 통신을 끊어 버렸다.

‘흠.’

확실히 안드로이드답게 눈치가 빠르다. 내가 생각하느라 답변이 조금만 늦었는데도 바로 112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니 말이다.

‘이런 적은 또 오랜만이네.’

게임에서 의태 기관은 나만 갖고 있던 특성이었기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내게 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유명해지자 플레이어들도 나름의 대비책들을 마련했다.

말버릇이나 말하는 스타일을 검사한든가, 동료들끼리만 알고 있는 정보를 물어본다든가 등등 여러 방법으로 나를 색출해냈다.

‘쩝. 속이는 것은 안 되겠네.’

나는 단념하고 통신기를 파괴했다. 적들을 동요시킨 뒤 기습하는 방법은 이제 사용하기 어렵다.

‘남은 방법은 정공법인가.’

내려가서 정면에서부터 적들을 공격하는 것. 솔직히 내가 그다지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다.

‘저쪽에서도 나를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테지.’

재수 없으면 강화제를 투여한 경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업그레이드된 강화복이니까 강화제 효과도 더 뛰어나겠지.

가우스 소총으로 무장하고 강화제까지 맞은 경찰이라. 추가로 안드로이드까지.

팔다리 하나 잃어버리는 것은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도망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2층에 있는 놈들은 다 처리하고 가야 한다. 그들은 내가 목소리를 흉내 내는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양동 작전을 써봐야겠네.’

적에게 한 방 먹었다고 해서 끌려 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에 대해 눈치챈 것은 제법이지만, 저쪽은 아직 우리가 셋이라는 것은 모른다.

나는 애들에게 작전을 설명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 볼까.’

이번에는 내 강인한 외피와 애들의 전투 실력을 믿어 봐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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