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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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총괄보안팀의 무장경찰팀장 재성 사뮤엘은 골치가 아팠다.
책상 건너편에 앉아서 땍땍거리고 있는 젊은 여기자 때문이었다.
상대의 이름은 케빈. 상업 지구에 위치한 데일리마스 지사(支社)에서 온 선임기자다.
“최근 주거 지구에서 발생한 난동 사건에 총책임자이신 팀장님께 사태의 원인 및 대책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말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소. 그건 주거 지구 쪽이나 항만 지구 쪽에 물어보는 게….”
“그쪽에 물어보니 무장경찰의 작전 총괄은 무장경찰팀장 재성 사뮤엘 씨께 가라고 하더군요.”
“난 책임자가 아니라서 잘….”
“팀장님이 아니라면 누가 책임자죠? 아, 혹시 밖에서 열심히 커피나 부지런히 타고 있는 비서가 팀장인가요?”
재성은 싸가지 없는 그녀의 말투에 짜증이 솟구쳤지만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데일리마스는 프라임캐피탈 자오 가문이 운영하는 곳.
이사회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프라임캐피탈이 운영하는 언론사에게 밉보이기라도 했다간 뒷감당이 어려웠다.
재성도 메가콥 상층부에 발을 걸치고 있는 서드캐피탈인 만큼 노블캐피탈과 프라임캐피탈의 가문들이 알력 다툼을 하고 있다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재성이 잘못 대처해서 이사회에 안 좋은 영향이라도 끼친다면 라일라가 직접 그를 유흥 지구에 처넣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이것도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거지….’
그렇게 또다시 무의미한 대화가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재성에게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가 쌓여있는데 이 정신 나간 여자는 갈 생각을 안 했다.
뭐라도 던져주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이 되도 떠나지 않을 기색이어서 결국 재성은 포기했다.
“다시 물을게요. 주거 지구의….”
“그만! 알았소. 당시 작전 생존자의 이름을 알려줄 테니 그쪽에게 물어보시오.”
“이상한 이름을 대면….”
“항만 지구 형사팀장이 이 일에 대해 최초로 보고한 자이니 그가 제일 잘 알 거요.”
그러니까 제발 가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재성을 본 케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시간이나 달달 볶았으니 거짓말은 아닐 것이라 확신한 케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내일 기사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녀의 경고에 재성은 눈으로 욕하며 말없이 이를 갈았다. 케빈은 도발하듯 싱긋 웃어 주고 사무실을 떠났다.
“항만 지구라.”
건물을 나온 케빈은 통신기를 꺼냈다.
“어 난데. 너희 쪽에 지난번 주거 지구 작전에 참여한 형사…뭐? 에이 아니야. 그냥 뭐 좀 물어보려고. 응. 응. 오늘은 휴가라고? 어. 응. 행정 지구 사택구역? 땡큐.”
통신기를 끈 그녀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지 오래지만 역내는 제법 북적거렸다.
우주 공간 위에 세워진 도시다 보니 개인 차량은 공무원들에게만 허용이 되었다. 그 밖에 병원이나 경찰 등 특별한 역할을 하는 기관에서 특수목적차량을 운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하철이 끊기는 11시 전까지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역내가 사람으로 꽉 찼다.
지하철을 통해 케빈이 도착한 곳은 행정 지구의 사택구역에 위치한 역이었다.
소식통이 전해준 목적지는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깨끗하고 화사한 주택, 그 사이에 깔린 대리석으로 포장된 거리.
다른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화스러운 모습을 보고 케빈은 휘파람을 불었다.
대리석 보도를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한 그녀는 초인종을 누르기 전, 집 주변을 살펴봤다. 인터뷰할 대상의 집은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편이었다.
‘창문을 다 막아놨네?’
딱 하나 차이점은 창문마다 죄다 커튼을 쳐놨다는 점이었다. 누구도 집 안을 들여다보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특종이 될지도 모르는데 놓칠 수야 없지.’
케빈은 전형적인 메가콥의 기자였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기의 특종과 승진을 위해서라 취재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라면 나야 좋지.’
질문하면 하는 대로 술술 털어놓을 테니까.
케빈은 영업용 미소를 힘껏 지은 상태로 초인종을 힘껏 눌렀다. 기다렸지만 반응이 없었다.
“어라?”
개인 주차장에 차가 주차된 것을 보면 대상은 분명 집에 있었다.
케빈은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여전히 대답이 없지만, 그녀는 상관없었다. 나올 때까지 누르면 되니까.
그렇게 10분 동안 초인종을 계속 눌러대자 마침내 안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문을 열어 준 남자는 살아 있는 해골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케빈은 말기 암에 걸린 환자의 몰골을 한 남자의 모습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저는 데일리마스의 선임기자 케빈이라고 합니다. 형사팀장 윌리엄 씨 맞으시죠?”
“…….”
윌리엄이 퀭한 눈으로 그녀의 위아래를 훑었다. 그는 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케빈도 상대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발을 미리 문에 걸쳐 놓은 상태였다.
문을 닫는 데 실패한 윌리엄이 입을 열었다.
“…뭡니까?”
“주거 지구에 있었던 소란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팀장님.”
“할 말 없습니다.”
“당시 작전에서 사망자가 제법 많이 나왔는데요. 원인이 뭔지, 누구를 쫓던 것이었는지 궁금하네요. 메가콥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협조해주신다면 참 좋겠네요.”
“제가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대답해주시지 않으면 저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어요.”
즉 안 좋은 소리만 한가득 채워서 보도하겠다는 말이었다.
케빈의 협박에 윌리엄이 인상을 확 일그러뜨렸다. 상처 입은 늑대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이었지만, 그녀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치 상황은 윌리엄의 한숨으로 끝났다. 그는 짜증낼 기운도 없다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
“여기서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안에 들어가서 얘기를 나눠도 될까요?”
말과 달리 그녀는 윌리엄의 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집 안에 들어가 버렸다.
“밖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케빈의 말대로 집 안쪽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빨지 않은 옷가지와 먹다 남은 음식 그릇 등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거기다 환기도 안 한지 꽤 됐는지 퀴퀴하고 역한 냄새가 났다.
윌리엄은 대꾸하지 않고 식탁 앞에 가서 앉았다.
“…빨리 물어보시오. 난 바쁘니까.”
케빈은 지저분한 의자에 자기 집인냥 자연스럽게 앉았다. 소형 녹음기를 꺼내 든 그녀가 괜찮으냐는 제스처를 취하자 윌리엄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럼 먼저 주거 지구에 있었던 작전 개요부터 물어보죠.”
케빈의 인터뷰는 거의 1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윌리엄은 처음의 까칠한 태도와 달리 그녀의 질문 대부분에 대답해줬다.
다만 협조적인 태도와 별개로 인터뷰가 길어질수록 윌리엄의 상태는 안 좋아졌다.
그는 답변 도중에 몇 차례에 걸쳐 약을 먹었다. 그가 먹은 약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진통제 중 가장 독한 부류로 케빈도 알고 있는 약이었다.
‘딱히 외상은 없어 보이는데. PTSD라면 항우울제를 먹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약을 먹어도 그는 두통이 심한지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어찌나 심하게 짓누르는지 관자놀이에서 피가 베어나올 지경이었다.
인터뷰 대상이 명백히 괴로워하고 있지만, 그녀는 딱히 인터뷰를 중단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인터뷰 도중 죽더라도 그녀 입장에서는 특종꺼리가 늘어날 뿐이니까.
‘약은 그렇다 치고 왜 자꾸 시계를 보지?’
또한 윌리엄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자주 시계를 쳐다봤다. 소식통 말로는 그는 현재 휴가를 낸 상태. 딱히 급한 일이 없어 보이는데도 그는 극히 초조해 하고 있었다.
‘이거 혹시 대박일지도?’
인터뷰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취재 대상의 행동과 질문에 대한 반응도 충분히 기사거리가 될 수 있다.
그녀는 대박의 예감에 속으로 기뻐했다.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때쯤, 그녀는 마지막으로 윌리엄에게 질문했다.
“샌더라는 자는 이미 사망했다고 하셨는데 그와 거래하던 범인에 대해서는 아시는 바가 있나요?”
“…….”
인터뷰 이후 처음으로 윌리엄은 대답하지 않았다. 케빈은 순간 스쳐 지나간 그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질문했을 때 그는 눈가를 살짝 떨었다. 그 반응은 그가 범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
“다시 묻겠습니다. 거래하던….”
“이봐.”
“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이건 대답할 수 없겠군. 나 때문이 아니라 그쪽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나를 위해서라고? 무슨 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윌리엄은 진심인 것 같았다.
“저를 협박하시는 거라면 데일리마스 아니 프라임캐피탈 자오 가문에서 결코 좌시하….”
“하. 프라임캐피탈? 그딴 쓸모없는 것들이 과연 당신을 지켜 줄 수 있을까? 조심하라고. 이미 이 집에 들어온 이상 내 경고가 과연 의미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윌리엄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다가갔다. 문을 열고 그는 말없이 서 있었다.
다 끝났으면 가라는 무언의 시위. 케빈은 인터뷰했던 내용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미 성과는 충분히 얻었다. 더 이상 이 더러운 집에 있을 필요가 없다.
“인터뷰에 협조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형사팀장 윌리엄 씨.”
“…….”
윌리엄은 쓸데없는 소리는 됐으니 빨리 나가라고 눈치를 줬다. 그녀가 나가고 윌리엄은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충고했다.
“케빈이라고 했나? 밤에 혼자 다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뭐라고요?”
윌리엄은 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닫아버렸다.
‘뭔 개소리야?’
밤길 조심하라는 그의 말이 협박이라고 생각한 케빈은 짜증이 났다. 그에게 따지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려고 할 때, 통신기가 울렸다.
“지사장이네.”
오늘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하라고 부른 것이리라.
“예. 지사장님. 지금 인터뷰 끝났습니다. 네? 아우, 제가 누군가요? 당연히 성공이죠. 예. 예. 지금 바로 갈게요.”
항의를 포기한 그녀는 전화를 받아서 대답하며 역으로 뛰어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집 안에 있던 윌리엄이었다.
그는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통신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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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면 얼추 된 것 같네.’
온종일 몸을 웅크리고 있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외피 위에 말라붙은 점액들이 가루가 되어 떨어졌다.
나는 6개의 팔을 모두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범위가 넓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내가 서 있는 이곳, 도시의 비밀 통로에 내 둥지가 완성되었다.
과거 노동자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전부였던 통로는 생물의 내장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변했다.
벽과 천장, 바닥에는 검갈색의 점액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흘러내렸고, 곳곳에 자리를 잡은 포자가 쉴 틈 없이 점액을 토해냈다.
환풍 시설이 부재한 이곳에 만약 일반 생물이 들어온다면 유독한 공기 때문에 얼마 못 버티겠지.
‘역시 큰 둥지를 지으면 든든하단 말이야.’
완성된 둥지가 크기는 직경 500m.
60km에 달하는 거대한 도시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크기지만 링크만 한다면 도시의 4분의 1 정도를 커버할 정도는 된다.
‘주거 지구는 전부 감지할 수 있고 상업 지구랑 유흥 지구 3분의 1가량? 그 정도까지 감지할 수 있지.’
연구선과 달리 도시에는 움직임이 많기에 인간과 기계의 세밀한 움직임까지 전부 인식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내가 집중만 한다면 나를 노리는 적들의 움직임 정도까지는 확인할 수 있다.
일어나서 기지개를 키니까 급격히 허기가 밀려왔다.
‘둥지를 만드느라 잔여 에너지 대부분을 다 써버렸네.’
무장경찰과의 싸움 이후, 나는 새로운 노예를 통해 먹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었다.
항만 지구의 형사팀장 윌리엄.
무장경찰 103번을 통해 잡아 온 그를 나는 죽이지 않았다.
‘똑똑한 녀석이니까 그냥 잡아먹기는 아까워.’
윌리엄은 독자적으로 날 찾아낸 유일한 사람이자 내가 힘든 싸움을 하도록 몰아붙인 자 중 한 명이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는 내게 이익이 될 만한 인물이었다.
적어도 정신이 반쯤 나간 103번에 비하면 훨씬 유용한 노예였다.
그래서 그날 나는 윌리엄을 살려주고, 대신 103번을 잡아먹었다.
전신이 마비된 그는 코앞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잡아먹는 나를 보고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기생충을 심기 전인데도 그는 나에게 완전히 복종했다.
물론 그의 복종과 기생충은 별개이기에 나는 그의 머리에 기생충을 심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듯이 그 또한 진저리를 쳤지만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다.
윌리엄을 노예로 만든 나는 그가 갖고 있던 브로커와 관련된 자료를 모두 받았다.
덕분에 브로커들이 어느 컨테이너에 밀수한 생물을 보관하는지를 전부 알 수 있었다.
굳이 물자관리팀이나 밀수동물감시팀의 인원을 노예로 만들 필요 없이 내가 직접 컨테이너를 털 수 있게 된 거다.
‘뭐 갈 때는 윌리엄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카메라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기에 그의 도움을 받는 중이었다.
윌리엄은 항만 보안을 우범 지역에 집중한다는 명분으로 카메라의 배치 자리와 안드로이드들의 순찰 루트를 임의로 바꿨다. 항만 지구의 보안팀 내에서 그는 제법 인망이 있는 편인지 그의 의도를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그는 카메라와 순찰 루트에 변경이 있을 때마다 감시가 허술한 지점을 내게 보고했다. 그 덕분에 나는 수월하게 항만 지구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물론 샌더 때처럼 너무 자주 잡아먹으러 가면 의심을 받을 테니 3일에 한 번씩 밀수 동물을 먹으러 가고 있지만 말이다.
‘마침 오늘이 밀수 동물을 먹으러 가는 날이지.’
슬슬 자는 애들을 깨워야하나 생각하는데 바닥에 놓여있던 통신기가 울렸다.
‘윌리엄이네?’
아직 기생충을 교체할 시간이 아닌데 전화라니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계속 신호가 오던데.’
둥지를 만들고 있을 때, 기생충에서 사념파가 몇 차례 날아왔었다. 숙주가 내게 해가 되는 사고를 하고 있으니 고통을 주겠다고 하는 보고였다.
배신은 아니다. 그에게 들어간 기생충은 5단계. 배신할 마음만 먹어도 그는 엄청난 고통에 의해 즉사할 거다.
기생충이 내게 보낸 사념파는 일종의 가벼운 경고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할 거다.
‘뭔가 일이 있나 보네. 받아보자.’
나는 통신기를 받고 103번의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주인을 쫓는 자가 있습니다.」
“쫓는 자?”
「예. 프라임캐피탈이 운영하는 데일리마스라는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입니다.」
언론사를 운영하는 프라임캐피탈이라고?
‘언론 담당이라면 자오 가문이었지?’
자오 가문은 설정상 언론, 엔터테인먼트 등의 미디어 분야를 장악하는 프라임캐피탈이다.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정보 그 자체를 다루는 놈들이라 게임에서도 굉장히 성가셨다.
‘거주자가 100명도 안 되는 행성에도 지사를 까는 놈들이니까.’
행성에 진입할 형편이 안 되면 근처에 위성이라도 띄워서 행성 내에 방송을 쏘는 정신 나간 족속들이다.
덕분에 메가콥과 적대하는 플레이어들은 이들의 엄청난 정보망에 늘 압도당하기 일쑤였다.
‘나도 그것 때문에 전파를 차단하는 특성부터 찾아다녔는데.’
여긴 현실이니 게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었는데 결국 올 것이 왔다.
‘기자라.’
상대가 기자라면 뭐가 됐든 제거해야 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내버려 뒀다간 정말 한도 끝도 없이 귀찮게 할 테니까.
「집 안에 설치해 둔 카메라로 그녀를 찍었습니다. 사진은 메일로 전송하겠습니다.」
이어서 통신기 화면에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떴다.
‘오늘은 이쪽을 처리해야겠네.’
식탁에 앉아 있는 갈색 머리의 여자.
자기에게 닥칠 운명을 전혀 모르는 그녀는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