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49화 (50/400)

Ep. 49

‘기자가 나를 찾기 시작했다면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해.’

기자는 사회적인 관계망에 의존하는 직업.

그렇다 보니 자기들 간에는 정보의 공유가 굉장히 활발히 일어난다. 겨우 한 명이 나를 조사한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나를 아는 자가 순식간에 수십, 수백 명으로 불어날 테니까.

‘그래서 기생충으로 조종하기 어렵지.’

그들이 언론인 정신이 투철하거나 저항 정신이 강해서 그런 게 아니다.

조종하기 어려운 이유도 기자가 위험한 이유와 동일하다. 사회적인 관계 말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 아니면 인맥을 통해 만나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 만큼 평소와 다르면 주변에서 금방 눈치를 챌 거다.

즉 그녀를 노예로 만들기 보다는 먹이로 삼는 것이 내게 더 이롭다.

나는 다시 통신기를 들어 윌리엄에게 질문했다.

“이동 수단은?”

“그녀는 도보로 찾아왔습니다. 아마 지구를 넘을 때는 지하철을 이용할 겁니다.”

신문사라면 아마 상업 지구 쪽에 있을 거다.

‘다만 맨홀 주변에 신문사는 없어.’

거리가 멀면 내가 찾아가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윌리엄을 시켜 불러내자니 문제가 있다.

‘그녀가 사라지면 윌리엄이 제1용의자가 되겠지.’

그는 아직 쓸모가 있는 노예다. 기껏 안 잡아먹고 살려 뒀는데 벌써 잃어버리기는 아깝다.

‘잠깐, 지하철?’

나의 둥지가 있는 비밀 통로 중 일부는 지하철 선로와 매우 가깝다. 승강장에는 카메라들이 설치되어 있지만 선로에는 따로 카메라가 없다.

‘지하철 선로랑 비밀 통로랑 연결된 부분이 있었나?’

내 기억에 게임에서는 그런 곳이 없었지만 여기는 현실. 선로랑 비밀 통로랑 가까운 부분이 있다면 벽을 파서 연결시킬 수 있다.

그동안 지하철역은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고려하지 않았는데 선로까지 이동할 수 있으면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둥지도 완성됐는데 확인해 보자.’

나는 바닥에 엎드려 턱 아래의 보조기관을 둥지에 연결했다.

전신의 감각이 무언가에 붙잡혀 확 당겨졌다가 급격히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링크가 완료되고 도시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속속히 내게 전달되었다.

‘시끄럽네.’

구성원들의 삶과 움직임이 정적인 연구선과 달리 정보량이 많아서 굉장히 소란스럽게 느껴졌다.

금속 선로를 혹사시키는 열차의 움직임, 사람의 발소리, 지하철에 탄 사람들의 숨소리와 기침 소리, 역한 땀 냄새와 체취. 도시의 혈관에서 생겨나는 요소가 나의 오감을 자극한다.

‘지하철은 됐고 선로와 가장 가까운 지점이 어디지.’

감각을 확장해서 둘러본 결과, 나는 금속 벽을 조금만 부식시키면 바로 선로로 나갈 수 있는 몇 군데를 찾아냈다.

‘이 중에 내가 파볼 만한 곳은 총 세 곳.’

유흥 지구에 2곳, 상업 지구에 1곳이다.

이외에도 선로와 가까운 지점이 몇 군데 더 있었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제외했다. 비밀 통로가 내가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거나 또는 승강장과 가까워서 내가 기껏 뚫어놔도 발각될 확률이 높았다.

‘역이 많은 것과 관계가 있나 보네.’

내가 아는 바로 이 도시에서 가장 역이 많은 곳은 유흥 지구, 그 다음이 상업 지구였다.

‘유흥 지구는 나중에 뚫고 상업 지구부터 확인해 볼까.’

링크를 해제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로와 밀접하게 붙어 있는 비밀 통로 쪽으로 가려는데 26호가 깼는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가?」

[즈즈(산책)]

「응. 빨리 와.」

그렇게 말하고 녀석은 다시 아드하이에게 바짝 붙은 채로 잠들었다. 둘 다 야생 동물이라서 통하는 것이 있는지 사이가 참 좋다.

‘게임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네.’

에이모프는 당연히 솔로 플레이가 강제되는 종족이었고, 내가 해봤던 다른 종족들도 파티 플레이와 크게 인연이 없는 종족이었다.

‘생각해 보면 난 파티 플레이보다는 파티를 파괴하는 플레이를 많이 했었지.’

나와 싸우다가 내분이 터져서 해체된 클랜도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전에 밀림 행성에서 싸울 때는 진짜 최고였는데.’

예전에 나 하나 잡으려고 4개의 대형 클랜이 연합해서 행성 전체를 포위한 적이 있었다. 랭커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준성체에 불과했던 내가 이기기는 어려웠다.

당시 나는 에이모프가 쓸 수 있는 기습 방법과 속임수는 있는 대로 다 써먹었다.

지금 내가 싸울 때 쓰는 전략 중 상당수가 그때 처음 써 보거나, 혹은 당시 전투 중에 고안해냈던 것들이다.

‘그 싸움이 도움이 많이 됐지. 물론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하겠지만.’

아무튼, 나를 잡으러 온 클랜들은 내 수작질에 넘어가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자멸했다.

이후 4개의 클랜 중 3개가 해산되었고, 그나마 멀쩡한 클랜도 클랜원들이 대거 탈퇴하는 바람에 100명에서 60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타격을 받았었다.

‘파티를 쪼개놓던 나에게 같이 다니는 애들이 생기다니 아이러니하네.’

그것도 게임 속 배경이 현실로 구현된 세계에서 말이다.

그렇게 옛 기억을 떠올리며 걷다 보니 목적지에 금방 도착했다. 둥지를 주거 지구에 깔아서 이쪽까지는 확장되지 않았다.

‘아예 여기에도 하나 더 깔까?’

진화할 때마다 둥지를 깔 수 있는 개수가 2개씩 늘어나니까 현재 아성체인 내가 깔 수 있는 둥지의 수는 5개. 이미 하나 깔았으니까 4개가 남았다.

‘기자를 잡아먹은 뒤에 깔아야겠네.’

이번 먹이가 제공하는 에너지는 새로운 둥지를 위해 써야겠다고 다짐한 나는 벽을 만져 봤다.

다른 벽에 비해 확실히 얇은 것인지 열차가 움직이면서 생긴 진동이 한층 더 잘 느껴졌다.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손톱으로 손등에 상처를 냈다. 단단한 합금조차 쉽게 녹여 버리는 산성피가 상처로부터 찔끔 흘러나왔다. 산성피가 흐르는 손등을 벽에다 문대자 금속 벽이 연기를 내며 타들어 갔다.

상처가 회복대면 다시 똑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대략 10분쯤 지나니 벽에 구멍이 생겼다.

‘이 정도면 됐어.’

나는 상처를 내는 것을 관두고 구멍 주변의 벽을 발로 찼다. 각력 강화 특성의 효과로 내 발차기는 두꺼운 합금 벽도 구부러트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발로 차서 벽에 뚫은 구멍을 확장시킨 뒤, 나는 4개의 손을 집어넣어 녹아내린 금속들을 뜯어냈다.

그 결과, 내가 기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크기의 개구멍이 완성되었다.

선로로 넘어가자 지하철 특유의 미세먼지들이 나를 반겨 줬다. 강철재로부터 풍겨 나오는 짙은 쇠 냄새, 철로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의 흐름이 보조기관을 어루만졌다.

낡은 선로를 둘러보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불빛이 보였다. 열차가 오는 중이었다.

‘길은 뚫어 놨으니.’

이제 남은 것은 사냥할 먹이에 대한 정보뿐.

윌리엄을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

밤 10시 30분.

상업 지구에 빛이 거의 사라질 때쯤 케빈은 데일리마스 지사를 나올 수 있었다.

“어휴, 완전 늦었네.”

늦은 시간의 퇴근이었지만 그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지사장은 그녀가 따온 취재 내용을 매우 만족스러워했고, 이사회 이후 그녀의 승진을 고려해 본다고 했으니까.

‘승진하면 나도 행정 지구 진입인가?’

아니면 이 거지 같은 도시를 떠나 좀 더 좋은 행성으로 발령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며 케빈은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렸다.

승강장에 있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지만 딱히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하철역에는 다수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카메라 너머에는 경비들이 내부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상식을 깨는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승강장 내부의 불빛이 꺼진 것이었다.

“꺅?!”

그녀는 어두워진 승강장 내부에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상태로 꼼짝도 못 하고 있는데, 승강장에 있는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죄송합니다. 이사회 준비를 위해 지하철역 내부 전등의 전원을 점검 중입니다. 승강장 내부에 계신 분들을 위해 비상 전원을 가동할 테니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흘러나오고 곧 붉은빛의 비상등이 승강장 내부를 밝혔다.

“이런 씨발, 점검을 무슨 지금 시간에 해?”

케빈은 무릎을 털면서 걸쭉한 욕설을 내뱉었다.

최근 이사회 준비 때문에 지하철역 전체가 막차시간 때 전원을 점검하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을 지하철 경비원이 아닌 그녀가 알 턱이 없었다.

붉은 전등 때문에 한순간에 으스스한 분위기가 된 승강장.

그녀는 두 손으로 가방을 꼭 쥔 채로 열차를 기다렸다.

‘도대체 열차는 언제 오는…응?’

초조해하는 그녀의 눈에 한 사람이 보였다.

좀 전까지 보이지 않던 사람이 그녀와 같은 라인에 서 있었다.

붉은색 불빛 속에 혼자 있기 무서웠는데 누가 있으니 한결 괜찮았다.

그렇게 의문의 남자를 의식하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묘한 냄새가 났다.

‘어디서 냄새가….’

지하에 있는 역 특유의 텁텁한 냄새와는 질적으로 다른, 생전 처음 맡는 냄새가 그녀의 코끝에 닿았다.

냄새 때문일까. 그녀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 언제 들어온 거지?’

상대가 서 있는 위치는 승강장에 내려오는 계단과 가까웠다.

불이 꺼진 사이에 내려왔을 수도 있지만, 그랬다면 발소리가 들렸어야 정상이 아닐까?

저 어둠만 가득한 선로 너머에서 건너 온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

사람의 생각이란 게 참 신기하다. 불길한 상상을 일부러 안 하려고 마음먹으니 더 끔찍한 생각이 샘솟는다.

「밤에 혼자 다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왜 지금 윌리엄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 걸까. 그녀는 침을 삼키고 곁눈질로 수상한 사람이 있는 곳을 흘끔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느새 수상한 남자가 몸을 돌려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서 있는 쪽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오, 오지 마!’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데일리마스 지사의 동료들은 그녀를 이렇게 부른다.

또라이 케빈.

상대가 누구든 겁 없이 달려들어 특종을 따오기 때문에 얻은 별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그녀는 그렇게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그녀가 속한 집단인 데일리마스, 더 나아가서는 자오 가문의 후광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자오 가문이 없는 데일리마스가 일개 찌라시 언론사에 불과한 것처럼, 집단의 보호가 없는 케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자가 가까워지고 케빈이 절망하고 있을 때, 그녀를 구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뒤편, 선로 저 너머에서 빛과 함께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열차가 들어오자 남자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승강장에 도달한 열차의 문이 열리자마자 케빈은 후다닥 들어갔다.

남자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다가 뒤늦게 열차 칸에 타려고 했지만, 문은 이미 닫힌 후였다.

“■■ ■■■!”

남자의 입이 움찔거리며 뭐라 소리쳤지만 그녀에게는 닿지 않았다.

“미친 새끼….”

케빈이 그를 향해 욕설을 뇌까리고 있는 동안, 열차가 출발했다.

“별 병신같은 새끼를 다 보네.”

수상한 남자는 멀어졌고, 열차는 다음 역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 안심한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긴장했다가 풀리니까 갑자기 노곤한 느낌이 몰려왔다. 도착하기 전까지 잠깐 눈을 붙일까 생각하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만약 그녀의 코에 아까 맡았던 불쾌한 냄새가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면 분명 잠들 수 있었을 것이었다.

‘또 그 냄새?’

불쾌한 냄새가 점점 짙어지자 그녀는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봐도 그녀가 탄 칸에는 아무도 없었다.

둘러보다가 옆 칸에 시선이 닿았는데 그 칸 안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

그는 잠수복과 비슷하게 생긴 수트 위에 검은색 합금판를 덧댄 형태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경찰이네?”

그녀는 기자이기 때문에 상대가 입고 있는 옷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저 수트는 무장경찰들이 입는 강화복이었다.

“이 밤중에 헬멧에 마스크까지 쓰고. 어디 가는데 저러고 있지?”

복장도 희한했지만 행동도 특이했다. 옆 칸에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경찰은 앉지 않고 똑같은 자세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양반이네.’

하지만 그녀는 강화복까지 입은 무장경찰이 이상한 사람일 거라고는 의심하지 않았기에 관심을 끄고 눈을 감았다.

그녀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 가만히 서 있던 경찰은 걸음을 옮겨 이쪽 칸으로 다가왔다. 그가 칸막이 문을 열고 이쪽 칸에 들어오는 순간, 칸이 살짝 흔들렸다.

“아씨, 뭐…어?”

칸이 흔들리는 바람에 그녀는 잠드는 도중에 깨고 말았다.

두 눈을 뜬 그녀는 그제야 강화 유리에 비친 칸 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탄 칸 안에 ‘인간’은 그녀뿐이었다.

-

‘어딜 가시려고.’

나는 꼬리를 낮게 휘둘러 도망치는 케빈의 다리를 걸었다. 의태 기관의 페로몬 효과 때문에 일반인은 내 꼬리를 볼 수 없었다. 덕분에 그녀는 내 꼬리에 걸려 볼썽사납게 넘어졌다.

“히, 히이익! 사, 살려주세요!”

당연히 살려줄 수 없다. 나는 시끄러운 그녀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독침을 한 방 놔줬다.

‘어휴, 좀 전에는 놓칠 뻔했네.’

원래는 전등 점검 중에 유인해서 덮칠 계획이었지만 웬 남자 하나가 끼어들어서 파토가 날 뻔했다. 하필 그 남자가 내가 선로 저편에서 기어 올라오는 것을 봐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남자까지 같이 제거하기도 어려웠다.

남자가 있던 위치는 계단 근처인데다가 전등하고도 가까운 곳이라 카메라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카메라를 피하려고 빛이 잘 안 드는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내가 그를 처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죽이는 거야 가시뼈를 쏘면 되지만 뒤처리가 문제지.’

남자 때문에 기자는 다음에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다행스럽게도 열차가 도착했다. 케빈이 열차에 올랐을 때, 나도 그녀를 따라 열차를 탔다.

남자가 뒤늦게 그녀보고 당장 도망치라고 소리쳤지만 케빈은 듣지 못했다.

‘기자면서 다른 사람 말을 안 듣다가 죽네.’

하긴 삶이란 본래 아이러니한 법.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인해 번진 마스카라로 엉망이 된 상태였다. 입은 비명을 지르다가 마비되어 침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

그녀는 지금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

죽고 싶지 않다고? 아니면 단순히 괴물을 마주한 것에 대한 두려움?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

그녀가 곧 둥지를 만들기 위한 양분이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잡고 비틀었다. 고무를 잡아 뜯는 소리가 나며 그녀의 머리가 뽑혔다.

지금까지 말로 타인을 괴롭혀온 기자가 최후에는 침묵 속에서 죽었다.

나는 입을 크게 벌려 기자의 머리를 한입에 삼켰다.

‘음. 괜찮은데.’

기자치고는 잘 먹고 잘 살았는지 맛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우주도시에 온 이후 먹은 인간 중에는 제일 맛이 괜찮다고 해야 할까.

‘신기한 일이야. 동물에 가까운 볼프는 이런 맛이 안 났는데 사람한테 이런 맛이 난다는 게.’

볼프도 맛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털 때문에 먹을 때 좀 그랬다. 먹는 도중에 이빨에 자꾸 털이 꼈기 때문이다.

‘거기다 누린내도 나고.’

그런 볼프를 앞으로 18명이나 더 먹어야 한다니.

‘그러고 보니 이빨 강화 특성도 있는데 그게 나오면 좋겠네.’

마침 기자도 입으로 일하는 직업인데 나오지 않으려나. 이빨 특성.

‘…쩝. 식사나 마저 하자.’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낸 나는 먹이를 마저 먹어 치웠다.

그리고….

「‘아성체->준성체’ 진화 조건 중 일부가 충족되었습니다.

변신 가능 지성체 2/20(미달성), 인간형 지성체 13/20(미달성), 사이킥 파워 사용 지성체 0/20(미달성)」

「포식 효과 발동! ‘치악력’ 유전자 정수 획득 성공.」

「‘인간’의 생물 특성 중 ‘치악력’을 탈취.」

「‘치악력’을 적용하시겠습니까?」

‘어라?’

전혀 기대하지 않은 행운이 일어났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