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53화 (54/400)

Ep. 53

-

「빌어먹을! 마운틴크롤러가 여기서 왜 나와?」

“새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다리랑 배가 약하니 그 부분을 노려라.”

제이드는 컨테이너 크레인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특수 제작한 고글이 씌워져 있었다. 저격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장비로 열 감지, 원거리 표적 확대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도구다.

팀원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제이드가 특별히 거금을 들인 장비였다.

「이봐 깡통! 내 엄호는 됐으니까 놈의 다리를 노려!」

「괜찮겠어?」

「양아치는 내가 보고 있을게.」

「프로스트, 저격으로 지원하겠다.」

제이드의 생각대로 동료들은 금방 마운틴크롤러 새끼에게 적응했다.

프로스트가 달려들어 다리를 후려치고, 놈이 반격하려고 하면 드웨인이 눈을 저격해서 놈의 시야를 방해했다. 그사이 프로스트가 빠지면, 호프가 놈에게 유탄을 쏟아부었다.

「그르르르르….」

일개 야생 동물에 불과한 마운틴크롤러는 제이드의 일행의 팀플레이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분노와 억울함에 찬 놈의 울음소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들려왔다.

‘그런데 놈은 어디 갔지?’

제이드는 어느 순간부터 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운틴크롤러에 집중하느라 놈의 움직임을 놓친 것이다.

‘분명 멀지 않은 곳에 있을 터.’

제이드는 제넷이 경고했던 가장 위험한 괴물을 찾기 위해 고글을 조작했다.

처음 드웨인이 갤러곤과 같이 있던 놈들을 발견했을 때, 제이드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먼저 죽이라고 명령했다.

딱히 신중하게 고려해서 내린 명령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들이 사냥했던 적들 중 가장 위험한 적은 괴수가 아닌 인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제이드의 명령에 제넷이 이의를 제기했다.

진정 위험한 존재는 남자가 아니라 바로 갤러곤을 머리 위에 얹고 다니는 괴물이라고.

컬트인 제넷은 놈에게서 처음 보는 사이킥 파워의 흐름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로는 본인이 살면서 본 사이킥 파워의 흐름 중 가장 흉포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흐름이라고 했다.

제넷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처음이었기에 제이드는 순간 혹했다. 놈의 유전자를 시현 유진에게 상납한다면 그녀는 전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놈을 산채로 포획하면 아가씨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하지만 제이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이킥 파워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생포하려다가 작전에 실패하면 그것이야말로 본말전도였다. 그래서 그는 드웨인에게 놈을 가장 먼저 노리라고 명령했다.

‘기습은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응?’

놈을 찾고 있던 제이드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바람 소리 같기도 했고 자기부상 자동차가 떠오를 때 나는 진동음 같기도 했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크레인 아래를 둘러봐도 따로 보이는 것은 없었다. 제이드는 자기와 같은 고글을 쓰고 있는 드웨인을 불렀다.

“드웨인, 크레인 주변을….”

「새로운 적들이야!」

「놈들이 마운틴크롤러를 지원한다.」

「아까 봤던 그놈들 아냐? 갤러곤하고 같이 다니던 녀석들.」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은 제이드가 서둘러 전장을 다시 확인했다.

호프의 말대로 블루 갤러곤이 눈에 띄었다. 녀석 뒤에는 사람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크기의 커다란 풍선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깡마른 남자가 컨테이너 뒤에 숨어 있는 것도 보였다.

찾고 있었던 갤러곤을 발견한 제이드는 급히 통신기를 들었다.

“갤러곤은 공격하면 안 된다! 놈이 다쳤다간 작전은 실패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갤러곤 때문에 녀석들은 나중에 치기로 했잖아.」

갤러곤이 다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죽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치료하면 되니까.

‘문제는 블루 갤러곤이 동족을 부를 수도 있다는 거지.’

이 도시에 있는 갤러곤은 아니지만, 전에 다른 블루 갤러곤을 납치하는데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고 들었다. 당시 화이트 갤러곤 두 마리와 블랙 갤러곤 한 마리가 블루 갤러곤을 구하기 위해 나타났는데, 놈들 때문에 군함 10척이 손실되었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데려온 녀석이 유난히 얌전하긴 하군.’

하늘이 제이드를 돕는 것인지 녀석은 아직도 동족을 부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녀석의 참을성이 언제까지 유지되는지 알 수 없다. 최대한 빨리 녀석을 기절시키고 냉동칸에 집어넣어야 한다.

‘…여기서는 모험을 해야겠군.’

결심한 제이드는 통신기로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주변이 정리된 뒤에 치는 것이 계획이었다만 어쩔 수 없군. 갤러곤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살하라.”

「갤러곤만 조심하면 되지? 오케이.」

「넵.」

“호프, 유탄은 주의해라.”

「알았어 엄마.」

「잠깐, 저 분홍색 풍선이 뭔가 수상해!」

“뭐?”

제넷의 다급한 무전에 제이드의 시선이 풍선 같이 생긴 생물에게 향했다.

그 풍선의 모습은 좀 전과 달랐다. 둥근 몸체의 아래에 지느러미들이 생겨났고 몸에서 길고 가느다란 촉수가 여섯 가닥 솟아났다.

괴물이 촉수를 흔들자 마운틴크롤러와 대치하고 있던 프로스트가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맙소사! 사이킥 파워야!」

「이런 미친! 저놈도 초능력 괴물이냐?!」

「프로스트! 당장 뒤로 빠져!」

사이킥 파워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있던 프로스트는 마운틴크롤러의 돌진을 맞고 멀리 날아가 버렸다.

“걱정하지 마라! 프로스트는 뼈대도 블랙실버로 교체했으니까 무사할 거다!”

「맞아! 저 깡통 새끼는 통뼈니까 괜찮을 거야!」

「호프! 당장 실드 활성화해! 강화해 줄게!」

「AP(Anti-Psychic)탄으로 교체하겠습니다.」

「야! 갤러곤도 공격하려고 한다!」

“갤러곤은 공격하면 안 된다! 반복한다! 갤러곤은 공격하지 마!”

「이런 씨발!」

새로 등장한 적 때문에 통신기가 바빠졌다. 일행 모두 초능력을 쓰는 풍선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제이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짐승이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26호가 잘 싸워주고 있어.’

나는 하늘에서 녀석들이 싸우는 모습을 내려다봤다.

26호는 마운틴크롤러와 함께 연계해서 적들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나와 함께 사냥한 경험 덕분인지 녀석은 처음 보는 괴수의 싸움인데도 무난히 잘 지원해줬다.

아드하이야 종족이 갤러곤인만큼 사이킥 임펙트로 적들을 잘 견제하고 있었다.

물론 적들도 컬트가 동료로 있다 보니 초능력 공격에 대한 대비수단을 갖추고 있었다. 내가 만난 적 중에 초능력에 대한 방어 능력은 가장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드에 AP탄이라.’

전에 무장경찰들이 들고 온 하등품과 달리 이들이 들고 있는 것은 상급 강화복에 붙어 있는 진짜 실드였다. 만약 저것만 없었다면 26호의 학살전이 펼쳐졌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사이보그는 블랙실버로 개조했나 보네.’

블랙실버는 사이킥 파워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금속으로 실드의 주재료 중 하나다. 다른 사이보그였다면 26호의 초능력 공격에 상하체가 분리되었겠지만, 놈은 블랙실버로 개조한 것 덕분인지 움직이지만 못할 뿐 사이킥 파워에 저항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블랙실버 때문에 소울링크도 무효화됐겠지만….’

적도 그걸 아는지 보완할 수단을 또 준비해놨다. 동료들과 달리 컬트는 고글 대신 머리에 티아라를 쓰고 있었다.

강화의 고리. 술자의 사이킥 파워 능력을 강화시켜 주는 유물이다. 저 티아라 덕분에 몸에 블랙 실버를 심은 사이보그에게도 소울링크를 걸 수 있었던 거겠지.

‘아주 별걸 다 갖고 왔네.’

마치 경험 많은 플레이어가 초보에게 이렇게 입으라고 권장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나는 잡생각을 지우고 천천히 날아 놈의 뒤쪽에 내려앉았다.

적은 앞에 있는 전장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등 뒤까지 조용히 다가간 다음, 전투용 팔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

놈의 입을 막은 뒤 나는 다른 팔로 그의 오른쪽 팔을 붙잡고 으스러트렸다. 고통 때문에 그가 부르르 떨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 계획에 놈의 팔다리는 필요 없다.

“우웁!”

사지가 순식간에 전부 으스러진 놈이 거품을 물었다. 놈은 어떻게든 비명을 지르거나 해서 아군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소용없다.

현재 나는 그의 머리를 붙잡아 습격당하기 전과 동일한 위치에 고정하고 있었다.

덕분에 적들은 그의 시야가 흔들린다고만 생각하지 뭔가 공격을 당했을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소울링크는 피술자가 정신을 잃거나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면 해제되지.’

즉 해제 조건만 피한다면 내가 소울링크에 걸린 적을 역이용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나는 놈을 붙잡은 상태를 유지하며 천천히 크레인을 내려왔다. 그가 정상적으로 사다리를 잡고 내려오는 움직임을 흉내를 내면서 말이다.

일반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계획이지만 인간에 비해 팔의 수도 많고, 초월적인 감각을 지닌 에이모프의 신체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장?」

「뭐야? 갑자기 왜 내려와?」

통신기로부터 당혹스러워하는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해야 할 통신기의 주인은 현재 대답할 상황이 아니다.

처음 내가 저격을 당했을 때, 적들은 우리의 구성원에 대해 이미 준비를 끝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간 하나에 갤러곤 하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둘이라고 판단했겠지.’

만약 우리 중에 인간이 더 있었다면, 하다못해 내가 지성체였다면 적들도 지금 상황에 의문을 품었을 거다. 사람이라면 적을 협박해서 강제로 움직이게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 중 유일한 인간은 저기 갤러곤 옆에서 덜덜 떨며 숨어 있다.

그러므로 저들도 동료가 돌발행동을 하고 있다고만 생각하지, 괴물이 그를 ‘죽이지 않고 들고 이동’하는 상황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물론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동료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하고 대응하려고 할 거다.

그리고 적들의 상식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바로 내가 노리는 바다.

「제이드! 대답 좀 해 봐!」

「드웨인! 제이드가 그쪽으로 가고 있어!」

「시야가 닿지 않는다. 바로 확인하도록 하지.」

“끄으….”

내가 붙잡은 남자가 아무래도 아드하이를 이 도시에 데려온 남자, 제이드 러셀인 것 같다. 그와 마주보면 내 정체가 걸리기 때문에 아직 나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왠지 그럴 것 같긴 했지만 진짜였네.’

“끄으으….”

남자, 아니 제이드는 사지가 으스러진 채 내가 잡혀 있는 상태이면서도 어떻게든 동료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나는 그의 어깨를 물었다. 내 체액에 흐르는 신경독이 놈의 몸 안에 빠르게 파고들었다.

“…….”

깜짝 놀란 염소마냥 뻣뻣하게 굳은 제이드는 그걸로 조용해졌다.

팔다리가 흐느적거리는 인형을 들고 나는 다음 타깃을 향해 움직였다.

‘다음은 저격수.’

아까 전 공격당할 때는 놈의 위치를 몰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저격수는 소울링크 범위 내에 있으면서 동시에 내가 붙들고 있는 제이드의 시야 범위에 맞춰 사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를 통해 적의 위치를 계산해 보면 범위가 크게 좁아진다.

‘가까이 가면 저격수도 동료의 모습을 확인하러 나타나겠지.’

저격수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범위 내에 접어든 나는 제이드를 컨테이너 옆 바닥에 눕혔다. 제이드의 시야 밖에서 나는 적들이 반응할 때까지 기다렸다.

‘슬슬 움직일 때가 됐는데.’

저격수도 제이드와 시야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 제이드가 어디쯤 있는지 금방 알 거다. 나는 보조기관에 집중해서 이 주변을 계속해서 감시했다.

몇 분 정도 지나고, 내 보조기관의 감각에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마치 쥐나 바퀴벌레로 착각할 만큼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놈이다.’

나는 기민하게 움직이는 저격수의 시야에 잡히지 않도록 조용히 우회했다. 십중팔구 저격수도 제이드와 비슷하게 시야를 보조하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을 테니까 이 자리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쯤이면 괜찮겠지.’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나는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로 기다렸다. 저격수는 마치 함정 속에 있는 치즈 조각을 노리는 쥐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눈으로 보일 정도의 거리인데도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보조기관으로는 느껴지는 것을 보니 상대는 광학 위장 장비를 입고 있는 것 같다.

‘그래 봐야 머리를 맞으면 다 죽어.’

제이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놈이 움직임을 멈출 때, 그때가 기회다.

「마운틴크롤러는 정리했어! 나머지도 얼마 안 가 정리될 거야!」

제이드의 통신기를 통해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마운틴크롤러가 죽었다면 26호와 아드하이도 얼마 버티지 못할 거다.

‘…아니. 녀석들을 믿자.’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26호는 약하지 않다. 녀석이라면 내가 도와주러 갈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다.

나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통신기에서 계속 안 좋은 이야기들이 들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리고 마침내 내 보조기관이 희소식을 가져왔다.

저격수가 저 앞에 있는 컨테이너 지붕 위에 서 있다는 소식을.

나는 가시뼈 발사 기관으로 놈이 있는 위치를 조준했다. 목표는 상대의 심장.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보조기관의 월등한 감각은 저격수의 고요한 심장 소리도 충분히 잡아냈다.

“여긴 드웨인. 제이드를 확인했….”

놈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무전을 날릴 때, 내 손끝에서 가시뼈가 발사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에이모프의 감각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저격수는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컨테이너 아래로 추락했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