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66화 (67/400)

Ep.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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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설명 부탁드립니다.”

“…….”

“저 보이지 않는 악령 같은 존재는 정말 생물이 맞습니까?”

“…모르겠군.”

라일라가 설명을 요구했지만 덴버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가장 놈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라일라가 아니라 덴버 자신이었으니까.

‘카메라로 본 능력만 3종 이상.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융합된 상태. 헐크 뮤턴트의 완벽한 상위호환이다.’

덴버는 신형 헐크 뮤턴트 개발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다. 그의 지식은 유진 가문에 버금갈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명화, 화염 브레스, 가시 투척, 그리고 단단한 외피. 이 모든 능력을 다 가진 생물은 아직 발견된 적이 없어.’

생물 중 다양한 특성과 능력을 지닌 존재는 많다. 하지만 괴물이 보여 준 능력들은 인공적으로 조합하기 매우 어려운 종류들이다.

만약 저 여러 능력들을 한 생물에 부작용 없이 집어넣을 수 있는 존재라면 그야말로 신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탐나는군.’

저게 자연의 산물인지, 누군가 만들어 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괴물을 생포하는데 성공한다면 에저튼 가문은 단번에 유진을 제치고 유전공학의 일인자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가문의 숙원인 노블캐피탈로의 승급도 꿈만은 아니리라.

덴버가 입맛을 다시는 동안에도 기사단원의 카메라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제이콥입니다. 부단장님, 3조 카메라로 보이는 것은 없습니까?」

“부단장일세.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여기는 2조 테네시! 역 내로 진입하겠습니다!」

「불가한다. 놈들이 기습할지도 몰라. 비커스 부단장님, 전력을 갖추고 지하철을 수색해야 합니다.」

“…전하,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비커스의 말에 덴버는 고개를 저었다.

“6명의 정예 기사도 순식간에 죽인 괴물이다. 지하인데다가 공간이 제한된 전장에서 준비 없이 싸우는 것은 자살 행위일 뿐. 후퇴해서 재정비하라.”

「제이콥, 귀환하겠습니다.」

「…테리스. 통신 종료합니다.」

“라일라 총괄관리자. 미안하군. 현재 출동한 기사단원으로는 놈을 잡기 어려울 것 같네만.”

“…도시 내 모든 역은 봉쇄하겠습니다. 그리고 비서관, 방위함대에 연락하세요.”

덴버의 사과에 라일라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미 구두 사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었다.

이 문제는 가문들의 대표자들끼리 의논할 문제. 저쪽은 가주지만 그녀는 아니다. 일개 도시의 관리자인 그녀가 임의로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덴버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녀가 사과를 받지 않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는 하던 말을 계속했다.

“기사단의 명예가 더럽혀졌으니 씻을 기회를 줄 수 있겠나?”

“…….”

“이건 가문 간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개인적인 부탁일세. 기사단이 방위군과 함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게.”

“…도움을 주신다면야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고맙군.”

라일라의 승낙에 덴버는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에저튼의 가주에게 빚을 지워뒀다는 사실에 기쁜 듯 보였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덴버도 얻는 것이 있었다.

‘잘 됐군. 놈을 생포할 수 있겠어.’

좀 전에는 라일라가 보고 있어서 놈을 생포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그가 괴물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라일라는 분명 그에게 협상하려고 들 테니까.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방위군의 작전에 참여하는 척하면서 따로 괴물을 포획하면 되니까.

물론 동행하는 방위함대 군인들이 기사단의 행동에 제지할 수도 있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난전 중에는 사고가 빈번한 법이지.’

고개를 숙인 채로 덴버는 소리 없이 웃었다.

-

‘와. 지구력 특성이 없었으면 그냥 쓰러졌겠네.’

사냥의 표상 효과가 끝난 뒤, 나는 그 자리에서 졸도할 뻔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정신이 셧다운되는 괴물의 촉수보다는 낫지만 엄청난 무기력함과 허기가 나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새로 획득한 지구력 특성 덕분에 무기력함은 버틸 수 있었지만, 문제는 후유증으로 닥쳐 온 공복감이었다.

사냥의 표상의 후유증을 걱정하긴 했지만 실제 겪어보니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자아가 희미해지고 오로지 식욕만이 내 정신을 지배했으니까.

‘만약 시체가 없었으면 녀석들을 잡아먹었을지도 몰라.’

다행히 26호가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내가 그들을 공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녀석은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시체를 내게 넘겼다.

그 자리에서 시체 한 구를 통째로 집어삼키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제는 좀 괜찮아?」

[즈즈즈즈(좀 낫네)]

「하나 더 먹을래?」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26호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녀석이 들고 있는 시체를 치우려는 순간, 작은 불빛이 내 눈에 들어왔다.

‘뭐지?’

현재 우리는 둥지로 가는 통로라 가기 전에 있는 선로 위에 서 있다. 어두컴컴한 공간이라 그런지 작은 불빛이지만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다.

[즈즈즈 즈즈즈(잠깐만 줘볼래?)]

「응.」

나는 26호에게 시체를 건네받아 확인했다.

투구 안쪽에서 얕은 붉은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강화복의 동력이 아직 살아 있었다.

‘설마?’

나는 급히 강화복의 등에 붙어 있는 배터리를 뜯어냈다. 투구의 빛은 깜빡이다가 곧 사라졌다.

강화복이 완전히 정지된 것을 확인한 나는 시체의 머리를 뜯어냈다. 안쪽에 있는 머리는 아드하이에게 던져 주고 투구 내부를 들여다 봤다.

‘흠.’

반투명 바이저 안쪽에 연결된 작은 칩. 나는 저것이 뭔지 알고 있다.

‘…정찰 칩.’

게임에서 용병용 강화복을 커스터마이징할 때 들어가는 부품이랑 똑같이 생겼다.

나는 게임에서 메가콥을 플레이한 시간보다 적으로 만났던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메가콥 랭커에 버금갈 정도로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장비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용병을 정찰용으로 보내는 사람이 정찰 장치를 주로 쓰지.’

고전 전략게임에서는 일꾼을 적진 정찰용으로 보내는 전략이 기본이었다고 한다.

메가콥 플레이어들 중에도 용병 몸에 정찰 칩을 심어서 적의 전략이나 무장 수준을 가늠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사례와는 약간 다르지만….’

문제는 적이 내 둥지의 위치를 알아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투구를 쥔 손에 힘을 줘 그대로 으스러트렸다.

‘둥지는 걸린 거나 마찬가지야.’

비밀통로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눈치 채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늦었다.

적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둥지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분명 도시 내 지하철 선로를 샅샅이 뒤져서 찾아낼 거다.

‘둥지를 버린다고 쳐도 이사회 기간에는 다른 행성으로 가기 어려워.’

설령 무사히 배를 탔다고 해도 적이 방위함대를 동원해 나를 쫓아오면 그걸로 끝이다. 내 몸이 아무리 단단해지고 강력해졌다고 해도 함대의 집중 포격 앞에서 살아날 수는 없다.

아직 나는 ‘그 특성’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함대와 직접 싸우는 것은 무리다.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괜히 일찍부터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둥지에서 싸운다면 득과 실은 무엇인가.’

나는 애들 보고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내가 가진 이점과 불리한 점을 계산해봤다.

먼저 내가 가진 이점.

‘적은 비밀통로의 구조에 대해 모를 가능성이 커.’

설정상 내가 둥지를 튼 곳은 도시의 건설노동자들이 휴식 및 이동을 위해 만들어놓은 간이 통로다. 지도나 기록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당시 건설에 참여했던 노동자가 살아 있으면 또 모르지만 이 도시는 설정상 만들어진지 수백 년이 넘은 곳. 유전자 개조라도 하지 않은 이상 살아 있을 가능성은 없다.

‘또 지하면 함대 포격을 걱정 안 해도 돼.’

적이 미쳐서 자기 집 위에 포격을 쏘라고 명령하지 않는 이상, 군함과 싸울 일은 없다.

‘플라즈마 무기가 걸리기는 하는데….’

사냥의 표상 상태가 해제된 지금, 기사가 들고 다니는 플라즈마 볼터 이상의 무기는 내게 위협 요소다. 또한 이 도시의 군인들도 플라즈마 런처를 보유하고 있을 터.

두 무기 모두 내게 치명상을 줄 수 있다.

‘지하니까 쉽사리 쏠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 부분은 확신할 수 없다. 저쪽에서 나를 아예 매장시킬 생각이면 런처를 난사하라고 명령할 테니까.

‘이 부분은 단점으로 봐야겠네. 게다가 지형이 좁고 일자형이라는 점도 내게 불리한 요소야.’

비밀통로의 구조는 복잡한 미로 형태를 띠고 있지만 통로 자체는 좁고 일자형이다. 엄폐할 만한 구조물이 없으므로 저쪽에서 화망을 퍼붓는다면 나도 피하기 어렵다.

‘설령 기습 위주로 전략을 짠다고 해도 저쪽에서 수십, 수백 명의 병사가 동원되면 그것도 한계가 있어.’

도시의 방위군은 모르겠지만 기사들은 베테랑이다. 한번 당한 공격을 연달아 당해 줄 것 같지 않다.

‘어둠을 이용한 교란 작전도 어렵겠지.’

둥지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어둡지만 저쪽도 시야에 대비는 완전히 갖추고 올 거다.

‘…생각을 바꿔보자.’

지하이면서도 내가 잘 아는 곳. 그리고 적들의 공격을 최소화해서 방어하는데 용이한 곳.

내가 알기로 이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 딱 하나 있다.

‘하수도.’

도시에서 에이모프로 플레이할 때는 항상 하수도를 통해 돌아다녔다.

게임이 현실이 된 뒤 처음으로 이 도시에 왔을 때, 나는 하수도로 갈지 지하철로 갈지 고민했다. 그때 나는 하수도의 높은 보안을 우려해 이곳, 비밀통로를 택했다.

‘당시에는 약했으니까.’

유체 상태였고, 타입도 1개 뿐. 그리고 초월 시스템이라는 비장의 수도 얻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수도 대신 비밀통로를 택했고, 그 결과 적들의 눈을 피해 숨어서 힘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병원에서 얻은 특성 중 이럴 때 사용하기 좋은 무기가 있다.

‘우주 박테리아.’

이 특성이 적용되면 ‘우주 박테리아’라는 균이 몸에서 자동으로 생산된다.

우주 박테리아는 지구인들이 우주에 진출하면서 생긴 만성적인 감기 바이러스 같은 존재다. 없애고 싶어도 계속 변종이 나오고, 그렇다고 막 엄청나게 치명적이지는 않은 그런 병균.

‘우주 박테리아는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효과밖에 없지만….’

만약 적이 온갖 오염물질과 바이러스가 가득한 곳에서 우주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오염된 물이 가득한 하수도 같은 곳에서 말이다.

즉 뒤쫓아 온 적들은 나와 몸속의 우주 박테리아라는 이중의 적과 싸워야 한다.

‘진정 무서운 적은 내부의 적이지.’

날아오는 총탄은 방어구로 막을 수 있지만, 속부터 좀먹어가는 공격은 막기 어려운 법.

하급 강화복에 치료제가 내장되어 있지만 오염된 물에 있는 바이러스나 질병까지 완벽히 막아 내지는 못한다.

상급 강화복도 예외는 아니다. 상급 강화복이라면 해독제 정도는 준비해 뒀겠지만 그래 봐야 시간을 좀 더 버는 것일 뿐. 결말은 둘 다 같다.

그들은 모두 하수도의 구정물 속에서 끙끙 앓다가 죽으리라.

‘방어하는데 이점은 또 있어. 하수도도 중요 기반 시설이야.’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인공 구조물에서 물과 관련한 기반 시설이 고장 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물은 생물의 존속에 필수적인 요소니까.

물론 하수도가 좀 망가졌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곧바로 죽지는 않겠지만, 도시의 운영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니까 저쪽도 최대한 플라즈마 무기 사용을 자제할 거야.’

마지막 이점은 하수도에 반쯤 물이 차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내가 확인한 적들의 감지 시스템은 열 감지와 진동 감지. 둘 다 물에 숨어 있는 적을 상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내가 몸을 숨기고 있다가 기습해도 땅 위에서처럼 쉽게 대응하지 못하리라.

‘다만 저쪽도 하수도의 지도는 갖고 있을 테니 그 부분은 주의해야겠지만.’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다. 하수도는 새로운 보금자리 겸 전장으로 삼기 나쁘지 않은 곳이다.

나는 하수도로 이동할 것으로 결정하고 애들을 불렀다.

[즈즈즈 즈즈즈(얘들아, 이쪽이야)]

「거기는 집 아닌데?」

「?」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집에 안 가고 다른 집으로 갈 거야)]

「다른 집?」

[즈 즈즈(응. 새 집)]

하수도로 가려면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 역으로 통해 나간다면 적들에게 찍히겠지만 상관없다. 이미 강화복에 부착된 신호 장치 때문에 내가 지하로 돌아다니는 것을 적들이 알 테니까.

나는 26호와 아드하이를 데리고 선로를 지나 다른 역으로 건너왔다. 가는 길에 가시털을 쏴서 카메라들을 모조리 파괴했다.

‘내가 지하로 다닌다는 것을 아는 것과 정체를 아는 것은 별개지.’

사냥의 표상 효과로 연장된 금속 흡수도 이제 끝났다. 은폐가 해제됐으니 주의해야 할 것은 카메라다.

나는 빠르게 카메라를 부수면서 애들을 데리고 역문으로 달려갔다. 심야라 그런지 역문은 닫혀 있었다. 경비와 안드로이드가 오기 전 나는 역문을 부수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네모난 맨홀이 하수도랑 연결되어 있지.’

거리로 나온 나는 도로 위의 맨홀 모양들을 살펴봤다. 대부분 동그란 모양의 맨홀이었는데 딱 하나 정사각형 모양의 맨홀이 보였다.

[즈즈즈즈(이쪽으로)]

「응.」

「배고픔」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둘이 먹으면서 가)]

「내가 먹어도 돼?」

[즈(응)]

어차피 현재 사냥의 표상 효과가 끝났으니 당장 먹이가 급한 것은 아니다.

내 허가가 떨어지자 26호는 촉수로 시체의 팔을 뚝 떼서 아드하이에게 주고, 자기는 다리 쪽을 녹여 먹기 시작했다.

애들이 군것질을 하는 사이, 나는 네모난 맨홀을 들어서 아래를 확인했다.

‘입구 쪽에는 딱히 경보 장치가 없네.’

지하 하수도 반경 50m 이내에는 경보 장치가 없다.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한 나는 애들과 함께 지하로 기어들어 갔다.

「와! 물이다!」

녀석들을 먼저 들여보낸 뒤, 나는 땅 위에 엎어져 있는 맨홀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고 물 위로 뛰어들었다.

‘더럽네.’

에이모프에게는 코가 없지만 대신 아주 예민한 보조기관이 존재한다. 이 시커먼 물의 성분이 어떻고, 둥둥 떠다니는 저 점액질이 뭔지 전부 느껴진다.

그래도 에이모프의 비위가 상상을 초월한 덕분인지 참을 만했다.

「큰애기야 여기 좋은 것 같아.」

「물」「나쁘지 않음」

나와 반대로 26호와 아드하이는 이 오염된 물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26호는 고향이 심해니까 그럴 만한데 아드하이는 의외였다. 녀석은 날개와 꼬리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수영하고 있었다.

적들이 이곳에 쳐들어오면 아드하이는 따로 숨겨두려고 했는데 저렇게 잘 적응하는 것을 보니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나는 주변에 경보 장치라든가 감시하는 안드로이드가 없는지 한 번 더 체크했다.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없어.’

드디어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자 몸에서 긴장이 쑥 빠져나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한 적들과 쉬지 않고 싸운 것에서 오는 피로감, 사냥의 표상 후유증으로 닥친 무기력감.

에이모프가 되고 오랜만에 나는 피곤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아까 포식 효과로 얻는 특성만 적용하고 자자.’

역에서 경계를 서던 3조의 기사들을 잡아먹고 얻은 특성 1개가 남아 있다. 나는 특성 적용을 수락한 뒤, 물 위에 몸을 뉘었다.

[즈 즈즈즈즈(나 좀 쉴게)]

「응. 고생했어. 좀 자. 일이 생기면 내가 깨워줄게.」

[즈즈즈(고마워)]

26호에게 뒷일을 부탁한 나는 오염된 물속에서 곤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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