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68화 (69/400)

Ep. 68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얘들아 일어나서 밥 먹어)]

「와!」

「먹이!」

주변을 한차례 둘러보고 온 나는 애들을 깨웠다.

녀석들에게 줄 먹이는 시체메기 여섯 마리.

전투용 팔과 가슴의 작은 팔, 입까지 전부 동원해서 들고 왔다.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다 먹고 다른 곳으로 갈 거야)]

「집 만들려고?」

[즈(응)]

언제나 그렇듯 금방 알아듣는 26호다.

녀석은 촉수로 메기를 붙잡아 몸속에 집어넣었다. 반투명한 몸 때문에 메기가 통째로 녹아내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맛있어.」

편식 따위는 하지 않는 26호답게 녀석은 메기 한 마리를 금세 먹어 치웠다.

반면 아드하이는 입의 촉수로 시체메기의 피를 빨자마자 눈을 찡그렸다.

「먹이」「맛없음」

갤러곤이 저렇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는 모습은 처음 본다. 입가를 움직이는 것 말고 표정을 지을 만한 것이 없는 에이모프보다 감정 표현이 풍부한 것 같다.

「맛」「형편없음」

녀석은 어지간히 맛이 없었는지 몸을 털며 진저리쳤다.

‘뭐 좀 그렇긴 하지.’

내가 에이모프가 된 뒤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이 없었던 것은 칼로리바였다.

시체메기를 먹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가져다주긴 했지만 맛없는 것은 명백히 사실. 아드하이의 불평에 대해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26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녀석이 촉수를 뽑아 아드하이의 머리를 찰싹 때렸다.

「아픔!」

「큰애기도 많이 먹어서 큰 거야. 큰애기처럼 되고 싶으면 다 먹어야 해.」

「나」「성장」「원함」

「그래.」

「나」「성장」「커짐」「어른」「알」「가능」

「…….」

「고통!」

뭐 둘이 사이가 좋은 것 같으니까 내버려 두자.

녀석들이 시체메기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나는 애들을 데리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이 하수도에는 통로 중간마다 하수 정화를 위한 처리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여기서 시체메기와 소형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1차로 부피가 큰 이물질을 거르고, 그 후 도시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초대형 하수처리장으로 넘어가 2차로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시스템이다.

‘확인해 보니 소형 하수처리시설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 탐지기가 없어.’

탐지기는 소형 하수처리시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피가 큰 물체가 근처에 있을 때만 신호를 보내는 구조 같았다.

멀리서 살펴봤는데 시체메기가 움직이는 정도로는 따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내 덩치로는 무조건 걸리고.’

우리 중 몸집이 제일 작은 아드하이가 탐지기의 조건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날 거다.

‘설령 내가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탐지기 주변에 둥지를 펴는 것은 위험해.’

가까운 곳에 소형 하수처리시설이 있으므로 도시의 관리자가 정기적으로 검사하러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운이 없으면 당장 오늘 사람들이 올지도 모르는데 그런 곳에 둥지를 펼 수는 없다.

‘이쯤이면 되겠지?’

내가 새 둥지를 피려는 지점은 맨홀과 하수처리시설 둘 다 비슷할 정도로 거리가 떨어진 곳이다.

이곳은 수심이 상대적으로 낮고, 벽에 돌출된 부분이 있어서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나와 26호는 괜찮지만 아드하이는 수생 생물이 아니므로 편히 쉴만한 공간이 필요하다.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집을 만들 테니까 기다려)]

「응」

애들에게 말한 뒤 나는 벽을 타서 천장으로 기어 올라갔다.

이전에 깔아 뒀던 둥지는 내가 잠든 동안 전부 파괴된 상태.

‘예상대로야.’

적들은 금방 비밀통로를 발견했다. 비밀통로를 수색하며 내 둥지도 함께 제거한 것이 분명하리라.

그래서 나는 여기 하수도에 새 둥지를 깔 생각이다.

‘다른 때라면 바닥에 깔겠지만.’

평소에는 몸에서 나온 점액질이 굳어서 둥지가 될 때까지 기다렸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배출되는 점액을 직접 발라서 둥지를 만들어야 한다.

‘둥지는 물속에 설치할 수 없으니까.’

물에 들어가면 점액질이 희석되어 굳지 않는다. 대신 완성된 뒤 둥지의 줄기와 포자가 물에 들어가는 것은 상관없다.

‘그래도 물은 좋은 매개체지.’

둥지는 주변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종류의 자극을 통해 근처의 물체, 환경 등을 파악한다.

물에 닿아 있다면 그 진동을 통해 평소 이상의 넓은 범위를 어렵지 않게 관측할 수 있다.

둥지가 확장되기까지 기다리기 힘든 현 상황에서 물은 나의 둥지의 기능을 강화시켜 줄 효과적인 도구다.

‘그럼 시작하자.’

나는 팔들을 활용해 몸에서 배출되기 시작한 점액을 천장에 발랐다.

점성이 강한 점액질이 흘러내리다가 종유석처럼 굳어졌다. 둥근 통로의 벽을 따라 흘러내린 점액들은 나무줄기처럼 뻗어 나가 수면에 살짝 닿았다.

둥지를 만들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나고, 기본적인 틀이 완성되었다.

벽과 천장에 새로 생긴 둥지는 내가 건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몸집을 불려갈 거다.

‘좋아.’

둥지가 천천히 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천장에 몸을 바짝 붙였다. 손과 발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킨 뒤, 턱의 보조기관을 둥지와 링크했다.

둥지가 내 정신을 붙잡고 확 끌어당긴다. 에이모프의 작은 육신 대신 이 거대한 인공구조물이 나의 몸처럼 느껴졌다.

도시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액체들과 그 속의 불순물들에 대한 정보가 내 뇌리에 스며든다.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죽은 시체와 먹이에게 달려드는 시체메기들.

밝고 화려한 도시의 발아래에 있는 것은 그 한도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음습함뿐이다.

아귀처럼 시체를 뜯어 먹는 메기들에게 관심을 끊고 하수도를 둘러보던 중 내 감각에 의외의 것들이 잡혔다.

‘사람?’

갑자기 하수도 곳곳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몰래 투기된 시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결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 이동하는 것을 보니 분명 살아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이곳에 들어왔다고?’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번에?

‘알아봐야겠어.’

나는 링크를 해제한 뒤 물 위로 뛰어들었다.

「어디가?」

[즈즈즈 즈즈(확인할게 있어)]

「알았어. 기다릴게.」

26호에게 나갔다 온다고 말한 나는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된 곳으로 향했다.

물에 잠수한 채로 가던 중, 물결의 흐름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보조기관만 수면 위로 살짝 빼서 공기를 감지하니 저쪽 멀리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한두 명이 아니야.’

현재 내가 있는 곳은 갈림길이다.

이 중 왼쪽에서는 10명, 오른쪽에서는 3명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정제되지 않은 움직임과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상대는 전부 민간인이었다.

‘일반인이 여기에 왜 왔지?’

나는 다시 몸을 낮춰 잠수한 다음, 사람이 적은 오른쪽 통로로 움직였다.

물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한 하수도.

그곳에서 3명의 사람이 내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씨, 씨발 여기서 살아나가면 변제 완료로 해주는 거 확실하지?”

“난 그렇게 들었어.”

“니미 유흥 지구에서 뒈지는 것보다는 낫지. 개씨발 나랑 같이 온 애들 다 어떻게 된 지 알아? 다 산 채로 횟감이 됐다고.”

“으으 씨발, 소름 끼치네. 또라이 같은 새끼들. 이곳에 뭐가 있기에 우리를 보냈을까?”

“뭔지는 몰라도 약속은 지키는 놈들이야. 무사히 살아나가면 우리 모두 자유야.”

“어휴, 저 병신 새끼는 좋겠어. 머리가 꽃밭이라.”

3명의 남성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들은 이 지저분한 곳에 방호복도 걸치지 않고 맨몸으로 온 상태였다. 얼굴 정면을 가리는 산소마스크만이 이 오염된 공간에서 그들을 보호해주는 유일한 도구였다.

“유흥 지구에서도 오지게 좆뺑이 치다가 왔는데 이젠 똥물에서 좆뺑이를 치네.”

“투덜거리지 말고. 수심이 깊어지니까 다들 조심해.”

“씹, 나 물 공포증 있는데 애미씨발….”

내가 있는 통로는 인간 기준으로는 수심이 깊은 편이다.

좀 전에는 허리춤까지 오는 구정물의 높이가 갑자기 가슴팍까지 훅 뛰어오르자 그들은 욕설을 내뱉었다.

“애미콥 씨발아! 방호복이나 좀 챙겨 주던가!”

“권총에 물 닿지 않게 조심해! 그거 다 크래딧이야!”

“빚이고 나발이고 얼어뒈지겠네.”

그들은 각자 양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과 레이저 권총을 물에 닿지 않도록 높이 들었다.

손전등의 빛을 피해 바닥 부분까지 잠수한 나는 생각했다.

‘관리자가 아니야.’

우주도시에 기반 시설을 담당하는 자들은 모두 고급 관리에 속한다. 저런 허접한 장비로 하수도에 올 리가 없다.

게다가 저들 중 한 명이 한 말이 걸린다.

‘변제라고?’

메가콥에서 ‘변제’라는 용어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사전적 의미로 사용되는 변제, 다른 하나는 메가콥에게 ‘고용’된 자들이 해야만 하는 일을 의미한다.

메가콥에서 고용된 자는 총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빚이 있는 개인,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혹은 고용인을 사육하는 농장 행성의 인간.

고용인은 인간이 아닌 가축, 자원으로 취급받는다.

고용 기간은 메가콥에서 충분히 이윤을 봤다고 판단할 때까지다. 그때까지는 메가콥이 시키는 일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커뮤니티에서는 농담 삼아 사축(社畜)이라 부르지.’

설정상 메가콥 플레이어가 쓰는 용병들도 전원 고용인 출신이다. 게임에서 용병 취급이 정찰용이나 고기 방패로 쓰이는 경우가 허다한 것처럼 고용인 대부분은 변제를 완료하기 전에 죽는다.

‘그리고 그 빚은 가족이나 친지에게 넘어간다는 설정이지.’

개인적으로는 좀 너무한 설정이라 생각하지만, 디스토피아 느낌을 좋아하는 유저들한테는 환영받았다고 들었다.

‘아무튼 저 녀석들은 고용인 같은데.’

고용인은 사실상 노예 이하인 존재라서 함부로 자리를 뜨면 안 된다. 즉 저들이 여기 있다는 것은 누가 일부러 명령해서 이곳으로 보냈다는 뜻.

‘좀 더 지켜볼까.’

어차피 적들의 무장은 별 볼일 없으니 당장 공격할 필요는 없다.

나는 잠수한 채로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 갔다. 나의 느릿한 움직임에 맞춰 물결이 살짝 요동쳤다.

“헉!”

“왜 그래?”

“방금 뭔가가 물속에서 움직였어.”

“에이 씨발 그러지 마!”

“우리밖에 없는데 무슨 개소리야?”

“아니야, 진짜로! 진짜 저기서 뭔가가 움직였단 말이야!”

「치직, 15조. 무슨 일이지? 왜 자리에 멈춰 섰나?」

“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른 조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15조는 채무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군.」

“아, 아닙니다! 당장 이동하겠습니다!”

선두에 선 자가 가슴팍에 달린 소형 통신기에 대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통신이 종료되고 남자는 화가 잔뜩 났는지 옆에 있던 자를 마구 때렸다.

손전등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바람에 맞은 측의 정수리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다.

“이 호로 새끼야! 산 채로 육회가 되고 싶으면 혼자 뒈져!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미, 미안!”

“그만 싸워 이 미친 새끼들아!”

역시 저들은 미끼가 맞다.

누가 이곳에 미끼를 풀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에저튼 기사단.’

이사회를 맞이해 얼마 전 이곳에 온 그들이 수작질을 부리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찾을 줄은 몰랐는데.’

적들은 내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나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기사단이 하수도에 안다는 것은 이 도시의 수뇌부들도 작전을 다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바로 중무장한 기사와 병사들을 보낼 만도 한데 저쪽은 그러지 않고 있다.

‘인명 피해를 걱정한 것은 아닐 거고.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어찌 됐든 이 자리에서 3명을 죽이는 것은 보류다.

저쪽의 계획이 뭔지 아직 불확실하고, 또한 적이 바보가 아닌 이상 미끼에게 수를 써놨을 것이 뻔하니까.

나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셋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몸을 떨며 나를 지나쳤다.

“봐! 이 병신 새끼야, 아무것도 없잖아.”

“내, 내가 잘못 봤나?”

“쿨럭, 벌써 몸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빨리 끝내고 가자.”

나는 그들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도중에 저쪽에 예민한 감을 가진 자가 뒤로 손전등을 비췄지만 내가 걸리는 일은 없었다.

물이 워낙 지저분해서 안에 뭐가 있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계속 따라가다 보니 여러 통로가 연결된 교차로 겸 공동이 나왔다. 그곳에는 비슷한 복장을 한 60명의 인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은색 중장갑을 몸에 걸친 기사가 서 있었다.

더 가까이 갔다간 걸릴 수도 있다. 나는 공동 내로 들어가지 않고 벽 뒤에서 보조기관만 빼놓고 가만히 있었다.

“다 온 것 같군.”

기사는 나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통신기를 들었다.

“여기는 3조 테네시. 60명 전원 이상 없음.”

「치직, 여기는 1조 비커스. 80명 전원 이상 없음.」

「여, 치직, 기 2조 제이콥. 5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 치직, 대기 중.」

“3조 테네시입니다. 제이콥 님 신호가 좋지 않으니 점검 바랍니다.”

「치직, 알, 치직, 겠다.」

나는 저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보조기관으로 주변을 살폈다.

내 머리 위에서 다수의 발걸음이 느껴진다. 움직임이 질서정연한 것을 보니 이곳 위에 있는 자들은 전원 군인들이다.

‘근처에 맨홀도 있으니 이곳을 거점으로 삼으려는 거구나.’

엿들은 정보를 토대로 보면 적들의 거점은 총 세 곳.

내가 둥지로 링크했을 때 다른 두 곳은 느껴지지 않았다. 거점들끼리 위치가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수색 지점을 넓게 잡고 천천히 특정 지점으로 좁혀가는 방식. 적들은 나를 포위하려 하고 있다.

‘내가 미끼를 잡아먹도록 유도하고, 특정 지역으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거야.’

마치 여우사냥처럼.

차이점이라면 이들은 사냥개 대신 다수의 미끼를 풀었다는 것이지만.

내가 미끼를 물 때마다 기사단과 군대는 포위망을 계속 정비해 가겠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 포위망이 완성되면, 그때가 나를 죽이기 위한 토벌 작전이 실시되는 때다.

“3조 테네시. 작전 대기 중.”

「치직, 2조 제이콥. 전부 집합했습니다.」

「1조 비커스. 확인했다. 악령 사냥 작전 개시하겠다. 모두 미끼를 풀도록.」

“다들 들었지? 서둘러 움직여라.”

“네, 넵!”

스스로를 테네시라 칭한 기사는 통신을 종료하고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본인들이 대놓고 미끼 취급을 당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저항의 기색을 보이는 자들은 하나도 없었다.

‘머리에 폭탄이 들어 있으니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정확히 말하면 특정 신호를 받으면 전자파를 내뿜는 극소형 칩이지만, 효과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명령 불복종시 뇌를 익혀 버리니까.

미끼들은 우울한 얼굴로 다시 왔던 통로를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를 이곳에 안내했던 3명도 몸을 돌려 지나왔던 통로로 걸어가려도 했다. 그때 테네시가 그들을 불렀다.

“거기.”

“네?”

“머리에 피가 나는데 그건 왜 그런 거지? 혹시 습격을 받았나?”

“아, 아닙니다. 이 친구가 넘어져서….”

“쯧, 한심하긴.”

테네시가 혀를 차며 손짓하자 3명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시 움직였다.

‘흐음.’

미끼가 자리에서 멈춰 서면 본부로부터 바로 통신이 온다. 아까 3명을 따라갈 때 직접 봤으니까 확실하다.

저들의 몸에는 움직임에 따라 신호를 보내는 칩 같은 것이 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미끼들이 받은 명령은 정해진 루트에 따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일 터.

‘그러다가 누가 죽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그때 기사와 군인을 파견한다는 거네.’

하지만 방금 그 광경.

거점 측에서는 미끼의 소소한 부상까지는 모른다.

‘이거 재밌어지겠네.’

통신이 불안정한 하수도, 서로 간 정보가 제한된 상황, 어둡고 장애물이 많은 전장.

모두 내 입맛에 맞는 것들이다.

‘나를 사냥하겠다고?’

재밌는 말이다. 그 사냥, 나도 참 좋아하니까.

누가 여우가 될지는 이 사냥이 끝나고 나면 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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