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69화 (70/400)

Ep.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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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콥이 보유한 식민행성은 수백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가콥 법률상 식민행성은 메가콥에 필요한 재원을 양성하는 일종의 생산 기구로 분류된다. 법적으로 식민행성의 모든 유형의 자원에 대한 권리는 행성주(行星主)에게 귀속된다.

식민행성을 좀 더 직설적으로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축사(畜舍).

우주적 차원에서의 돼지우리.

당연한 소리겠지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노예, 가축 취급당하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자기들을 지배하는 존재가 은하적 단위의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해도 반발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메가콥의 상위 캐피탈들은 식민행성의 수월한 통치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쓴다.

예를 들어 변제 활동.

티앤씨가 처음 고안한 개념으로 시키는 일만 완수한다면 고용인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거기서 티앤씨는 한 발 더 나아가 변제에 성공한 고용인에게 캐피탈의 지위를 부여했다.

실제로 변제 활동을 끝내고 캐피탈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자들이 속속 늘어나자, 식민행성의 반발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많은 이들이 티앤씨의 지배에 저항하는 길을 택하는 대신, 메가콥의 캐피탈이 되길 바라게 된 것이다.

이곳 티앤씨 특수무역중심지에 끌려온 브로디도 마찬가지다.

유흥 지구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변제 완료를 대가로 하수도 탐사 인원을 모집한다는 인적자원관리팀장의 말.

그 말을 듣고 브로디는 생각했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것보다는 까짓것 똥물에 좀 구르는 게 낫지.’

그렇게 그와 비슷한 판단을 한 210명의 자원자가 모였다.

80, 70, 60명 이렇게 3개의 조로 나눠져서 하수도에 진입할 때만 해도 브로디는 자기의 판단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똥물 속에 좀 뒹구는 정도야 유흥 지구에서 겪어야 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안이한 생각은 하수도에 들어오자마자 싹 사라졌다.

“…휴우.”

하수도는 그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안 좋았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안으로 파고드는 악취,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이물질들, 중간에 뭔가가 다리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불쾌함.

하나하나 꿈에서조차 보고 싶지 않은 그런 것들이었지만 유독 브로디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이 있었다.

‘또 그 시선이 느껴져.’

예전부터 감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다.

도시를 감싸는 저 우주와 같이 어두운 물속. 필시 그 안에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다.

‘어째 조건이 너무 좋더니….’

“야야, 왜 다 꿀 먹은 벙어리야? 분위기 엿같게 만들지 말고 뭐라도 말 좀 해 봐.”

“니 애미다 새끼야. 정 아쉬우면 너부터 얘기해 보던가.”

“이 자식이?”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숨이 막히는 이 하수도에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 같다.

“콜록!”

단순히 신경만 날카로워진 것이 아니다.

브로디는 차가운 물 안에 있는데도 몸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손전등을 든 손은 수면에 간신히 걸터앉아 있고, 다리는 족쇄라도 찬 것처럼 무거웠다.

어둠이 그를 집어삼키는 것일까. 시야도 뱅뱅 도는 기분이 든다.

“야, 얘 맛이 간 것 같은데?”

“뭐 어쩌라고?”

“생각 좀 해 봐라. 니가 얘 대가리 까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러다 뒈지면? 우리도 좆돼.”

“…에이씨. 기다려 봐.”

선두에 선 남자는 통신기를 켰다.

“아, 안녕하세요. 기사님.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치직, 뭐지? 뭔가 발견했나?」

“헤헤, 그게 저희 동료 중 아까 넘어진 친구 있잖습니까? 그 친구가 살짝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쉰다는 말 따위를 할 생각이라면….」

“아이고! 기사님!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쬐끔 천천히 이동해야 좀 더 오랫동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 여쭤보려고 연락드린 겁니다.”

「흠. 그런 것이라면 큰 문제는 없겠지. 알겠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저쪽에서 통신을 종료할 때까지 연달아 고개를 조아렸다.

통신이 끊어지는 소리가 나자 그의 얼굴이 싹 변했다.

“하 씹새끼, 애미없는 새끼답게 좆나 까다롭네.”

“잘했어.”

“가, 감사합니다….”

“쯧.”

“이봐, 내가 뒤에 설 테니까 앞으로 가.”

“아, 알겠습니다.”

셋은 자리를 바꾼 뒤 다시 출발했다.

기사에게 보고했으니 아까보다 속도를 조금 늦췄다.

그렇다고 아픈 몸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브로디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았다.

이곳만 나가면 그는 자유의 몸이다.

오로지 자유만을 생각하며 그는 악착같이 걸었다.

그렇게 걷던 그들 앞에 소형 하수처리시설이 보였다.

막다른 길. 여기서 그들은 다른 지정된 장소로 또 이동해야 한다.

선두에 선 남자는 지겹다는 듯 투덜거렸다.

“어휴, 씨발 이 짓거리를 몇 번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 그러네요.”

“야 뒤에 있는 새끼는 잘 따라오…어?”

“왜, 왜 그러십니까?”

“너 뒤에 있던 애 어디 갔어?”

“네?”

선두의 남자가 한 말에 브로디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야, 야, 장난이지? 얘 어디 갔어?”

“어, 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남자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것은 이 차가운 물 때문일까, 아니면 이 상황에 두려움을 느껴서일까.

분명한 사실은 브로디도 남자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좀 전까지 열이 오르던 몸이 마치 피가 빠져나간 것처럼 싸늘하게 식었으니까.

“씨, 씨발 위에 있는 새끼들, 사람이 없어진 것도 몰라?!”

남자는 서둘러 통신기를 찾았다. 손이 떨리는 바람에 몇 번이고 떨어뜨릴 뻔했지만 간신히 통신기를 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

「치직, 무슨 일이지?」

“기, 기사님, 저희 팀 중 사람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사람이 없어졌다고?」

“네! 뒤에 따라오던 친구가….”

「무슨 소리지? 신호기에서는 셋 모두 멀쩡히 움직이고 있다.」

“네?”

통신기를 든 남자의 시선이 브로디의 뒤에 박혔다.

브로디는 침을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검은 물이 파도와 같이 넘실거린다. 흔들리는 물결 속에서 한 남자의 머리가 솟아오른다.

뒤에 따라오던 남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브로디의 심장은 안정되기는커녕 한층 더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물결이 크게 흔들린 이유는 남자 때문이 아니다.

파장을 일으킨 것은 남자 뒤에 있는 「그것」.

하수구 통로에 꽉 찰 정도로 거대해 보이는 검은 것이 남자를 붙잡고 있었다.

“?!”

통신기를 든 남자가 입을 쩍 벌렸다. 그의 목구멍에서 공기가 세어나기 직전, 물속에서 길쭉한 뱀이 튀어나와 그의 목을 찔렀다.

남자는 비명을 지르려는 자세 그대로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것」은 소리 없이 브로디를 지나쳐 남자에게 다가 갔다. 그리고 소름 끼치도록 긴 발톱을 가진 팔을 들어 남자의 손에서 통신기를 빼냈다.

「15조, 문제가 발생했다면 당장 보고하라.」

통신기 너머로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브로디는 숨소리 하나 낼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그것」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물만큼 짙은 검은색 무광택의 외피와 그에 대비되어 창백하게 빛나는 이빨. 정체불명의 괴물이 당장에라도 그의 목을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그것」이 그에게 손을 뻗었다.

“힉?!”

브로디는 다가올 고통에 눈을 질끈 감았다.

몇 초가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브로디가 눈을 살짝 뜨니 「그것」이 그에게 통신기를 내밀고 있었다.

브로디는 얼떨결에 괴물이 내민 통신기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흉악스러운 이빨로 가득 차 있는 입에 길쭉한 발톱을 가져다 댔다.

「쉬·잇·」

이 상황에서 브로디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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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있는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통신기에 보고했다.

“십, 십오 조의 브로디입니다. 원래 통신기를 담당하던 사람이 너, 넘어져서 제가 대신 받았습니다.”

「쯧, 가지가지 하는군. 일어나면 바로 움직이도록.」

“아, 알겠습니다!”

본인을 브로디라 칭한 남자는 내 뜻을 충실히 따랐다.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기생 군체를 활성화했다. 내 팔로부터 기생충 한 마리가 빠져나와 구정물 속에서 헤엄쳤다.

“그, 그만둬!”

브로디가 기겁하며 주춤거렸지만 그는 도망칠 수 없다. 내 꼬리의 끝이 그의 뒤로 돌아가 등을 쿡쿡 찌르고 있었으니까.

“크억, 켁, 켁켁!”

콧구멍에 기생충이 들어가자 그가 기침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눈이 뒤집히고 입에서는 혀가 통제를 벗어나 축 늘어졌다. 기생충이 뇌에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때문이다.

선두에 서 있던 자는 마비된 채 동료가 당하는 꼴을 그대로 지켜봐야만 했다.

‘반항적으로 보이던데.’

내가 기생충으로 감염시킨 자와 달리 저 사람은 입이 꽤 거칠었다.

기생충에게 감염된 자는 내게 복종해야 하지만 지난번 윌리엄의 사례도 있듯이 지나치게 반항적인 자들은 조종하기 불편하다.

내 예상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으니까.

‘몸 안에 칩도 확인해 봐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고용인 중 하나를 샅샅이 까 봐야 한다.

‘마침 잘 됐네. 이 사람부터 먼저 확인해 볼까.’

나는 가장 먼저 마비시켰던 자를 한 팔로 붙잡은 채, 선두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하면 저쪽에서는 둘이 서로를 부축하는 것처럼 보일 터. 그 상태로 나는 선두의 남자를 집어 들었다.

나는 보조기관을 이용해 남자의 몸을 살폈다.

‘어딘가 신호칩을 심은 곳이 있을 텐데.’

뇌에 미세한 전기 신호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저건 이따가 뺄 거다. 고용인을 관리하는 장치라서 부수지 말고 챙겨야 한다.

남자의 몸을 살펴보던 중, 손목 부근에서 신호가 느껴졌다.

나는 전투용 팔로 남자의 팔을 쥐고 그대로 잡아 뜯었다.

“히, 히익!”

옆에서 지켜보던 브로디가 경악했다.

남자는 자기의 팔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내려다 봤다.

전신이 마비되었기 때문에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거다. 아마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팔을 갈라보니 작은 칩이 빛을 내고 있었다. 나는 가슴의 작은 팔로 칩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됐어.’

칩이 내 손에 들어온 순간, 통신기가 울렸다.

「받·아·」

“브, 브로디입니다!”

「무슨 일이 있는가? 왜 움직이지 않지?」

“아, 아닙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쯧, 내가 이딴 짓거리까지 해야 하다니.」

혹시나 했지만 칩이 사람 몸에서 빠져나가도 저쪽에 신호가 가는 일은 없었다.

그 말은….

‘이 자는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

마침 둥지를 만드느라 배가 고팠는데 잘 됐다.

나는 입을 크게 벌려서 남자의 어깻죽지를 물었다. 내 몸집이 커져서 그런지 남자의 상반신 중 절반이 내 강인한 턱 힘에 의해 으스러졌다.

“으으….”

“…….”

브로디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저 오들오들 떨기만 했다.

마비된 상태로 내게 붙잡혀 있는 자도 동료가 산 채로 먹히는 모습이 어지간히 충격적이었나보다. 내 주변의 구정물이 급격히 따뜻해졌다.

몇 번 베어 물다 보니 다른 부위는 전부 내 배 속으로 들어가고 머리만 남았다.

‘어디 보자.’

전투용 팔로 머리를 움켜쥔 뒤 힘을 주자 두개골이 깨진 호박 꼴이 되었다.

흘러내린 잔해 속에 검은색 기계 장치가 보였다. 이 장치도 가슴의 작은 손으로 꼭 쥐었다.

남은 것들은 모조리 입에 털어 넣었다. 혀로 손톱 끝까지 남김없이 전부 핥아서 처리했다.

남자를 남김없이 먹은 나는 공포에 압도된 브로디에게 칩 2개를 넘겼다.

「기·다·려·」

“…….”

칩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았으니 내 팔에 들려 있는 자도 딱히 유용하지 않다.

마비된 상태로 오줌이나 지리는 이 자가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방법은 나의 영양분이 되는 것뿐이다.

“…!”

내가 자기를 어떻게 할지 직감했는지 그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지금까지 늘 그래 왔지만 그런다고 봐줄 내가 아니다.

브로디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이 남자도 말끔히 먹어 치웠다.

성인 남자 둘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몇 분도 안 될 정도로 짧았다.

둥지를 짓느라 소모한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한 나는 브로디에게 새로 얻은 칩과 장치를 넘겼다.

「이·걸·들·고·그르르·아·까·처·그륵·럼·움·직·여·라·」

“…네.”

동료 둘이 먹히는 꼴을 본 브로디는 얌전히 내 말을 따랐다. 그는 2인분의 칩과 장치를 마스크 틈 사이에 끼웠다.

그를 보낸 뒤 나는 다른 팀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

「아, 알겠습니다! 그, 금방 이동하겠습니다.」

테네시는 통신기를 거칠게 껐다.

“이 하찮은 종자들은 왜 이리 자주 넘어지지? 겨우 걷는 일인데도 이리 힘들어하다니.”

벌써 다섯 번째 통신이었다.

저 한심한 놈들은 자리에서 넘어져서 늦어진다는 둥, 길을 헤맨다는 둥 별별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작전의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애초에 저열한 종자들을 작전에 참여시키는 것부터가 명예롭지 못한 일이었어.”

만약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이 그와 영광스러운 전투를 함께 했던 전우들이었다면 정체불명의 괴물은 순식간에 도륙했을 것이다.

‘젠장!’

애초에 이 상황, 이 작전은 테네시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복수를 바랐건만….’

불행히도 그가 충성을 바치는 전하께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놈을 찾으면 생포하라고 하셨지.’

현재 방위군의 지원 역할에 참여한 기사단은 총 3조로 나눠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네 개의 조로 나눠져 있었다.

제이콥의 지휘를 받는 2조에 야넥이 지휘를 맡은 4조가 섞여 있다.

4조는 지상에서 몰래 대기하고 있다가 목표가 발견되었을 시 괴물 포획, 또는 방위군의 접근을 방해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들은 함대에 실고 온 무기로 완전히 중무장한 상태이기에 수수께끼의 괴물을 생포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전우를 무참히 죽인 적을 생포하라니.’

하다못해 4조에 참여하면 싸워 보기라도 할 텐데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테네시는 너무 답답했다.

“…쳇, 이번 사이클만 돌면 위로 올라가야겠군.”

테네시는 머리를 털어 간신히 화를 가라앉혔다.

이상하게 이 물 속에 있다 보면 자꾸 열이 나는 기분이었다.

그가 유전자 개조 시술을 받은 인간이라고 해도 뜨거움과 차가움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하수도의 물은 그가 느끼기에도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현재 그의 감각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몸에서 갑작스럽게 열이 나고 감각이 둔해지고 있었다.

이는 뇌에서 적신호를 보내는 것이었지만, 테네시는 본인이 화가 나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단정 지었다. 유전적으로 완벽한 그가 병에 걸릴 리가 없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음?”

문득 물소리가 들렸다.

테네시는 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봤다. 깊은 암흑만 가득한 곳이지만 그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양한 시야 기능을 지원하는 상급 강화복 앞에서 은폐는 무용지물이다.

‘잘못 들었나?’

열 감지 시야, 진동 감지 시야 등 여러 감지 시스템을 돌려봤지만 잡히는 것은 없었다.

테네시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뒤에서 「그것」이 튀어나와 그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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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주변의 하수도 내부에 설치된 간이 캠프.

이곳은 수심이 낮아 1조의 기사단들이 탐사와 전투 보조를 위한 기계 장비와 보급품을 놓아 두고 있었다.

“통신 장비 보완은 어떻게 됐습니까?”

“최대한 보완했지만 지하라서 그런지 말을 잘 안 듣는군.”

“으음, 아마 이사회 때문에 도시 전역에 깔린 EMP 방지 시스템 때문일 겁니다.”

“크흠, 역시 그랬군. 아무튼 최대한 노력해 보자고.”

“알겠습니다.”

주변에는 단원과 방위군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장비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비커스는 각 조 담당자들과 연결된 카메라를 확인하고 있었다.

“뭐지?”

카메라를 확인하던 비커스는 이상함을 느끼고 통신기를 들었다.

“1조 비커스다. 테네시, 카메라 방향이 이상한데 조정 바란다.”

「알, 겠, 그륵, 습, 니, 다.」

“하는 김에 통신기 쪽도 조율하도록. 노이즈가 끼는군.”

「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카메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테네시는 꼼짝않고 제자리를 지키는지 카메라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군기 잡힌 모습에 비커스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하긴 복수하고 싶겠지.’

테네시가 동료를 아끼는 심정은 부단장인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성격이 조금만이라도 더 침착했다면 야넥 대신 그에게 4조의 지휘를 맡겼으리라.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근처에 있던 신호관리기가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삐빅

“놈인가!”

미끼가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 움직이면 이동 경로가 표시되는 장치다.

이 기계가 울렸다는 말은 괴물이 미끼를 물었다는 뜻.

비커스는 급히 통신기를 들었다.

“1조 비커스다! 놈이 미끼를 물었다!”

「2조 제이콥입니다. 거긴 어딥니까?」

「어, 딥, 니, 까?」

“장소는….”

장소를 알려주려고 한 비커스는 관리기 화면에 뜬 신호들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경로를 이탈한 신호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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