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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75화 (76/400)

Ep.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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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부팀장이 비커스에게 물었다.

말 자체는 특별할 것 없이 상황을 묻는 내용이었지만 어투는 그렇지 않았다.

명백한 추궁.

1팀의 혼성수색대의 분위기가 급격히 싸늘해졌다.

“글쎄 무슨 말인지.”

비커스는 태연한 얼굴로 답을 회피했다.

표정과 달리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설마 야넥이 친 것인가?’

이 자리에 있는 기사들, 특히 그중 야넥이 이끄는 4조는 덴버 전하의 밀명을 받았다.

괴물을 포획할 것.

그 과정에서 방위군과 조우하면 그들을 제거할 것.

‘젠장, 직접 연락할 수가 없으니 불편하기 짝이 없군.’

현재 야넥은 2조의 제이콥 휘하의 예비 부대로 신고가 되어 있다. 그가 야넥에게 명령을 내리려면 야넥의 직속 상관인 제이콥을 거쳐야만 한다.

이런 복잡한 지휘체계를 꾸린 데는 기사단이 멍청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불상사가 발생했을 시, 중간 책임자를 잘라 내어 그들의 주인에게 위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지금 그가 겪고 있는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에 말이다.

‘아니. 아직 어떤 상황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야넥이 공격한 것인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숙이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비커스는 시치미를 떼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그 말, 저의가 무엇이오?”

“저의?”

“이상하지 않소? 저들이 괴물이 무서워서 도망친 다음 거짓으로 보고했을 수도 있지 않소이까.”

그 말에 부팀장이 얼굴을 확 일그러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비커스의 말은 방위함대의 군인을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이었으니까.

“그 말은 흘려들을 수 없습니다만. 저희 방위군은 그런 식으로 폄하 받을 정도로 수준이 낮지 않습니다.”

“말한 대로 우리 기사단도 마찬가지이외다. 동료를 자기 목숨보다 중요하도록 훈련받았으니. 그런 우리가 방위군을 공격할 것 같소?”

비커스의 말에 부팀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기세를 몰아 부팀장을 압박하려고 했다.

만약 도주한 병사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그의 의도는 성공했으리라.

“아, 아닙니다! 부팀장님! 기사들은 우리를 플라즈마 런처로 공격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병사는 깔끔하게 잘린 강화복의 어깨 보호구와 가우스 소총의 단면을 보여줬다.

합금으로 만든 제식소총을 이 정도로 정밀하게 파괴할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이곳 하수도라면 특히 더 그렇다.

부팀장은 코웃음을 치며 비커스를 노려봤다.

“하, 그 괴물이 런처도 들고 다니나봅니다?”

“…….”

“애초에 런처는 내장된 AI에 의해 사격 보조를 받습니다. 병사들의 정보도 등록되어 있어서 아군이 있을 시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사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플라즈마 런처는 메가콥이 보유한 제식 무기들 중 파괴력만 따져보면 순위권에 있는 무기다.

그래서 오사가 발생하거나 적에게 노획되는 경우, 그 피해가 적지 않았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제한이 붙어 있다.

그중 하나가 AI에 의해 조율되는 사격 보조 시스템이다.

런처의 AI에는 군인들의 개인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

등록된 데이터들은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되어서 런처가 아군을 사격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지휘관만 알고 있는 특정 코드를 입력해서 강제 사격 명령을 시행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아군의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런처를 쓰거나.

방위함대 군인의 개인정보가 저장된 런처라면 아군을 공격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다.

다시 말해 병사들을 공격한 런처는 방위함대가 보유한 무기가 아니라 다른 자들이 가져온 것이라는 뜻.

이 지하에 다른 자라고는 에저튼 기사단밖에 없다.

“물론 에저튼 가문의 부단장님께서도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만 말입니다.”

“…크흠.”

대답이 궁해진 비커스는 헛기침했다.

원래 플라즈마 런처는 군함에 장착하는 함포를 개량한 것.

함선 개발로 유명한 에저튼 가문의 비커스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야넥!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4조에게 런처를 지급한 이유는 괴물의 튼튼한 외피를 깨부수라고 준 것이지, 방위군한테 쏘라고 준 게 아니다.

애초에 플라즈마 볼터만으로도 학살할 수 있을 정도로 양자 간의 무장 차이는 극명하다. 야넥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서 정리해야 하나?’

제이콥을 불러 확인하고 싶지만 현재 하수도에서는 통신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

설령 이 자리에서 통신을 보낼 수 있다고 해도 문제다.

그들이 통화하는 것을 부팀장이 지켜볼 것이 뻔하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중하게 파악을 해야 하는 사안인데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

고민하는 비커스.

그의 고민은 암흑 속에서 날아온 녹색 빔에 의해 끝났다.

“적습…!”

그 사실을 알리려고 한 병사는 할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먼지로 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동료들도 함께 고열의 에너지 덩어리에 불타올랐다.

방금 죽은 자들은 전부 방위함대 소속 군인들이었다.

적이 군인들만 노린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부팀장의 눈에 불길이 치솟았다.

“비커스 부단장!”

“쯧, 모두 전투 준비.”

비커스가 혀를 차며 명령하자 기사들이 일제히 볼터를 뽑아 들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통신망이 복구되기 전 이 자리에 있는 방위군을 전부 죽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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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치열하게 잘 싸우네.’

분위기가 애매한 것 같아서 런처를 한 번 더 갈기자 적들이 미친 듯이 싸우기 시작했다.

내가 빔을 쏴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무장 상태는 기사가 압도적이었지만, 수는 병사들이 훨씬 많았다.

기사들은 볼터로 병사들을 학살했고, 병사들은 엄폐한 채 텅스텐 탄을 쏴댔다.

‘일반탄으로는 힘든데.’

에저튼 기사들이 입고 있는 상급 강화복은 무게를 희생한 대신 방어력을 강화한 타입.

관통탄으로 교체해야 그나마 상대가 될 거다.

‘문제는 기사단도 대비 수단이 있다는 거지.’

“짝수 분대는 전원 관통탄으로 교체! 홀수 분대는 엄호하라!”

“어림없지. 단원들은 전원 실드 전개.”

방위군 측의 지휘관이 외치자마자 기사단 쪽에서 바로 대응했다.

기사들의 오른쪽 손목에서 옅은 보라색의 파장이 뿜어져 나와 직사각형 형태로 구체화되었다.

보라색 진압 방패처럼 생긴 저 실드가 바로 상급 강화복에 표준 옵션으로 제공되는 진짜 사이킥 실드다.

‘상급 강화복에 붙은 사이킥 실드는 나쁘지 않지.’

메가콥 유저들이 부르는 별칭은 바리깡.

우스운 별명과 달리 사이킥 실드는 물리 공격과 초능력 공격에 대한 높은 방어력을 제공하는 강력한 보호 장비다.

전에 아파트에서의 싸움에서 무장경찰들이 들고 온 그런 가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해도 좋으리라.

병사들이 AP탄을 들고 오지 않는 이상 관통탄으로는 사이킥 실드를 뚫을 수 없다.

“아악!”

“위생병!”

내 예상대로 소수의 기사단이 다수의 방위군을 학살하는 모양새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관통탄을 막느라 기사들이 살짝 주춤거리는 것 말고는 병사들이 이길 가망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병사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자 방위군 측 지휘관이 고함을 질렀다.

“준비된 런처는 발사하라!”

“이런! 모두 산개!”

런처의 화력이면 실드도 종잇장처럼 찢어 버린다.

상급 강화복의 방어력? 군함의 외벽도 가루로 만드는 런처의 빔 앞에서는 안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

기사단이 흩어지기 전, 다수의 런처들이 빔을 뿜었다.

대부분은 피했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했다. 어떤 기사는 빔 때문에 몸의 반쪽이 날아갔고, 어떤 기사는 팔이나 다리를 잃었다.

“으악!”

“부상자는 뒤로 빼도록!”

몇몇 기사가 부상당한 동료를 데리고 이쪽으로 온다.

‘슬슬 나서야 하나?’

내 목표는 두 가지다.

적들을 이간질하는 것과 내가 죽은 걸로 위장하는 것.

‘그러려면 적절할 때 난입해야 해.’

적은 바보가 아니다.

적의 공격에 맞고 내가 죽는 것을 보여줘야 이 자리에 있는 자들 뿐만 아니라 위에 있는 자들도 속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나의 죽음을 보는 것이 좋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사들을 노린 빔이 이쪽으로 날아왔다.

‘이 정도면 됐겠지.’

나는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면서 이미 죽은 기사의 시체를 빔 앞에 던졌다.

시체는 그대로 빔에 맞아 그대로 산화.

그가 내 촉수에 의해 목이 부러져 이미 죽은 시체였다는 사실은 이제 나만 아는 사실이 되었다.

부상당한 동료를 들고 뒤로 빠지던 기사가 외쳤다.

“아군이 당했다!”

그는 빔에 맞아 산화되는 동료의 모습만 보고, 나의 모습은 못 본 것 같다.

‘못 본 것 같으면 알려 줘야지.’

나는 돌진하면서 머리로 그를 들이받았다.

탄탄한 방어구라고 해도 나의 전력이 담긴 돌진과 머리에 솟아 있는 날카로운 뿔은 이겨 낼 수 없을 터.

두 개의 뿔이 그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크억?!”

피에 찬 비명을 짧게 내지르는 기사. 나는 기사를 꽂은 상태로 머리를 위로 들고 흔들었다.

관통당한 복부의 상처가 벌어지고 뿔이 새빨간 피로 젖었다.

다른 기사가 나의 모습을 보고 소리친다.

“놈이 나타났다!”

나는 꼬챙이가 된 기사를 멀리 던지고 소리친 기사에게 꼬리를 크게 털었다.

가시털이 무작위로 쏟아지고 기사들의 강화복 위에 박혔다. 일부는 병사들한테까지 날아가 그들이 숨어 있는 엄폐물에 꽂혔다.

“괴, 괴물이다?!”

“당황하지 마라! 놈이 수색하던 목표다! 놈에게 화력을 집중하라!”

처음에는 당황했던 병사들이 지휘관의 노련한 지휘에 금방 평안을 되찾았다.

그들이 쏜 관통탄이 내 몸에 쏟아졌지만 현재 내 몸은 육체 강화 타입과 완전한 유기체로 이중으로 강화된 상태.

외피가 조금씩 뚫리긴 했지만 치명적인 부상은 없었다.

병사들의 목표는 나로 수정되었지만 기사들은 아니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기사가 외쳤다.

“후방에 있는 자들은 놈을 견제, 나머지들은 방위군을 정리하라.”

“비커스 부단장! 미쳤습니까?”

“저들에게 놈을 넘겨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놈을 생포해야 해.”

방위군 측 지휘관이 기사 측 지휘관, 비커스 부단장이라 불린 자에게 어이없다는 듯 소리쳤다.

‘응?’

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멈칫했다.

나를 넘기면 안 된다니.

나를 돕겠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다.

내게 볼터를 갈기는 기사들의 모습을 보면 전혀 우호적이지 않았으니까.

‘생각해 보자.’

죽은 척하는 것은 보류다.

나는 쏟아지는 화망 속을 피해 다니며 생각했다.

‘내가 만만한 적이 아니라는 것은 저들도 알 텐데. 굳이 나를 생포하려는 이유는 뭐지?’

“죽어…억?!”

나는 기사가 휘두른 블레이드 클로를 옆으로 몸을 틀어 피하고 전투용 팔들로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날아오는 녹색 빔 앞에 그를 내던졌다.

기사는 어어 하는 소리를 내다가 그대로 빔에 맞아 오른쪽 상반신을 잃었다.

‘내 육체로 얻을 수 있는 것.’

기사 한 명을 처리한 나는 물속에 잠수해 바닥을 기었다.

방위군 병사들이 놈이 어디 갔냐고 외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때 물에 잠겨 있는 시체가 보였다.

상반신의 반쪽을 잃은 남성의 얼굴. 좀 전 내가 플라즈마 빔 앞에 던진 기사였다.

투구가 부서진 그의 얼굴은 반쪽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말도 안 되게 잘 생겼다.

우월한 유전자만 섞어 만든 유전자 개조 인간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유전자를 개량한 기사…유전자. 어?’

“놈이 여기 있다!”

기사들이 나를 발견하고 물속에 볼터를 쏴 갈겼다. 나는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설마 내 유전자를 노리는 건가?’

왜 지금에서야 그 가능성을 떠올렸을까.

그동안 나는 게임 속 메가콥의 설정만을 생각해서 에저튼 가문이 유전자 개조 쪽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 짐작했다.

유전자 개조와 헐크 뮤턴트는 오로지 유진 가문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여긴 현실이야.’

유전자는 유진 가문만 담당하고, 함선은 에저튼만 담당하는 등 이를 강제할 시스템이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게임의 규격에서 벗어나 진화하듯.

적들도 현실에 적응하고 진화한다.

복선은 진작 있었다.

내가 잡아먹은 에저튼 기사단은 전원 유전자 개조 인간이었다.

게임에서 그들은 무작위로 정해지는 NPC 용병에 불과했다.

간혹 종족이 인간이 아닌 볼터나 컬트가 포함되기도 했지만 기본 베이스는 인간이다.

‘게임에서야 미형 NPC가 나올 때까지 다시 뽑는다고 하지만 여긴 현실이야.’

기사단은 에저튼의 가주의 명령에 의해 적절하게 가공된 인간들이다.

다양한 생물의 유전자를 넣어 전투에 적합한 존재로 만드는, 소위 헐크 뮤턴트화된 인간.

‘에저튼의 가주는 유진 가문의 영역을 넘보고 있어.’

에저튼 가주가 보기에 나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능력을 쓰는 먹음직스러운 유전자 덩어리일 거다.

“크악!”

또 다른 기사를 덮쳐 목을 꺾은 나는 결론을 내렸다.

하수도로 내려온 기사들과 방위군.

그들은 목표가 미묘하게 다르다.

도시의 치안에 위협이 되는 나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목표까지 도달하는 구체적인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기사들의 목표는 나를 생포하는 것. 아니면 적어도 시체는 온전히 남기는 것.

그래야 내 육체로 연구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방위군을 공격하는 것은 아마 시체를 넘기기 싫어서 그런 것이겠지.’

에저튼에서 좋은 연구 자료인 나를 탐낸다는 사실을 티앤씨가 알면 필시 협상하려들 거다.

두 가문이 현재 협력하는 것은 맞지만 언젠가는 또다시 경쟁해야 할 관계. 필요하다면 서로 빼먹을 수 있는 부분은 어떻게든 빼먹으려 들 터.

‘어째 처음 싸울 때부터 너무 치열하게 싸운다 싶었는데….’

이런 내막이 있었을 줄이야.

‘오히려 잘 됐어.’

원래는 적들 앞에서 죽은 것으로 위장해 이곳을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내게 선택권이 생긴다.

‘에저튼 가문의 손에 의해 빠져나갈 것인가, 아니면 티앤씨 가문으로 갈 것인가.’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두 세력 중 어느 한쪽을 전멸시킨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쪽에게 나의 ‘시체’를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에저튼 가문으로 가면 아마 그들의 함선 내 실험실로 갈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되면 배를 탈취해 이 도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

‘다만 문제는 함선 내 보안 시설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른다는 것.’

군함은 연구선 따위보다 보안이 훨씬 빡빡하다.

게다가 저쪽은 나를 비밀리에 생포할 계획까지 세웠으니 아마 가주의 기함에 있는 실험실로 내 시체를 들고 갈 가능성이 높다.

‘기함이면 보안이 더 철저하겠지.’

지금까지도 쉽지 않은 싸움이었지만 군함은 훨씬 어려울 거다.

‘그렇다면 티앤씨는?’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자리에 있는 방위군은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전투가 끝나고 냉정해지면 얼추 이해할 거야.’

내게 중요한 뭔가가 있어서 에저튼이 노리고 있다고 말이다.

어찌나 중요한지 심지어 동맹 관계인 자기들을 살인멸구까지 할 정도라고.

저쪽은 군인이니 통신 상태가 정상화되면 위에다 보고할 거다. 그 이후부터는 위쪽에서 알아서 처리해 줄 터.

‘그렇게 되면 내가 가는 곳은 행정 지구가 될 가능성이 높아.’

게임에서 행정 지구에는 모뉴먼트라는 초고층의 빌딩이 있다.

건물 내에 특수무역중심지 과학연구소가 있으니 그곳에서 나를 연구할 것이 틀림없다.

‘행정 지구에는 컬트가 많아.’

애초에 내가 이곳, 티앤씨 특수무역중심지에 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진화 조건에 부합하는 종족들이 몰려 있으니까.

‘대신 이사회다 보니 온갖 가문의 정예 병력들이 행정 지구에 있을 텐데.’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다.

‘어떻게 할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 지체했다간 내가 결정하기 전에 방위군이 먼저 전멸하게 생겼다.

총탄과 플라즈마 빔의 포화 속에서 나는 마침내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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