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84화 (85/400)

E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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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이상으로 발표 마치겠습니다. 호, 혹시 질문 있으신 분 계십니까?”

해부팀장은 떨리는 손으로 들고 있던 마이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모뉴먼트 대회의실.

이 자리에는 메가콥 내 권력의 정점이라 해도 좋을 자들이 모여 있다.

프라임캐피탈의 장로들과 가주들.

노블캐피탈이자 현(現)CEO 아키라 유진과 티앤씨의 톰슨 일족들.

이외에 다른 노블캐피탈 가문에서 온 장로들까지.

메가콥 수뇌부들이 해부팀장의 발표를 듣고 경악에 찬 얼굴로 침묵하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 한 명이 중얼거렸다.

“티앤씨가 유전 공학에도 조예가 깊을 줄은 몰랐는데….”

무려 아키라 유진이 동석한 자리에서 그런 말이 나왔지만 그를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아키라 유진도 극도의 놀라움 때문에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였으니까.

‘족히 4종류 이상의 유전자가 완벽하게 결합. 저게 되는 일이었나?’

아키라 유진은 당장 지구가 쪼개졌다는 말을 들어도 이 순간만큼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초라한 몰골의 남자가 발표한 내용은 유진 가문의 유전자 기술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위험하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회의장의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메가콥의 언론을 장악한 남자, 웨이 자오였다.

“하하, 노블캐피탈에도 세대교체가 있겠군요.”

세대교체.

이 발표 이후 유진과 티앤씨 간의 관계가 역전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꼬집은 말이었다.

동시에 웨이 본인도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언론인답게 입장 바꾸는 것이 박쥐보다 빠른 그였다.

웨이의 말을 시작으로 회의실 내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티앤씨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로 말이다.

그 모습에 라일라는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요 며칠 동안 건강이 심히 안 좋았던 그녀였지만, 이 순간만은 그 고통을 전부 잊을 정도로 짜릿했다.

현재 그녀의 모습은 병 때문에 살아 있는 미라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 상태에서 눈만은 광기에 차 번들번들 빛나고 있다 보니 누가 봐도 정상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지적할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부팀장의 발표는 그녀의 아버지 사담이라고 해도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가치가 있었으니까.

모두가 발표 성과에 열광하고 있을 때, 딱 한 사람만은 속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애써 가라앉히고 있었다.

‘빌어먹을 도둑놈들!’

에저튼 가문의 수장 덴버는 이를 악물었다.

라일라와 해부팀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했던 성과라 포장했지만 덴버는 알고 있었다.

오늘 나온 발표 성과가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는지.

‘놈은 본래 내 것이었다!’

만약 라일라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면 그도 숟가락을 얹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괴물 토벌을 도운 대가로 말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완전히 파탄 났고, 이를 해명해 줄 은사자기사단의 부단장 비커스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다간 티앤씨의 자금 지원도 끊길지 모른다.’

사담이 그에게 돈을 주는 이유는 하나다.

신형 헐크 뮤턴트가 등장하면 아키라 유진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

괴물의 시체를 활용해서 자기들이 직접 만들면 되니까.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덴버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들이 스스로 이루었다고 자찬하는 성과는 오로지 그 괴물의 시신에서 얻은 것이다.

만약 그 시체가 사라진다면 그가 우려하던 미래는 결코 현실화되지 않을 터.

‘그 시체를 손에 넣어야 해!’

마침 그의 기사단은 이곳 모뉴먼트의 객실에 구금되어 있는 상태.

그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한다면 이 건물 어딘가에 있는 시체를 손에 넣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덴버가 위험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한편, 아키라는 경호원으로 위장한 코드 블랙을 불렀다.

“저자에 대해 알아보거라.”

“알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코드 레드를 데려가도 좋다.”

“…시급히 처리하겠습니다.”

코드 블랙이 급히 자리를 떴지만, 아키라의 시선은 해부팀장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토록 메가콥의 수뇌부들의 격한 관심을 받는 해부팀장.

다른 때라면 그도 매우 기뻤을 거다.

「그것」이 그의 집에 둥지를 틀었다는 사실만 없었다면 말이다.

4일 전, 놈은 모뉴먼트 보안팀의 트럭을 타고 빠져나와 그의 집에 숨어들었다.

덕분에 그는 지하실에서 놈이 자기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잠을 청해야만 했다.

‘누가 나 좀 구해 줘!’

그러나 그의 외침이 밖으로 흘러나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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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디선가 익숙한 사념파가 날아왔다.

5마리의 기생충 중 해부팀장의 머리에 자리를 잡은 녀석이다.

‘해부팀장으로부터 스트레스와 얕은 반발심이 감지되었다고?’

그 말과 함께 녀석은 건방진 숙주에게 ‘적절한’ 고통을 줬다고 보고했다.

‘집 때문에 그런가?’

현재 나는 모뉴먼트에서 나와 해부팀장의 집을 임시 아지트로 삼고 있다.

‘팀장급 인사에게는 행정 지구에 집을 주니까.’

특수무역중심지에서는 컬트와 고급 공무원에게는 무상으로 주택과 개인 자가용을 제공한다.

전에 내가 잡아먹은 윌리엄도 행정 지구에서 거주했고, 현재 내 노예가 된 컬트들도 전부 이 주변에 산다.

‘그것 말고도 해부팀장은 쓸모가 많아.’

그가 도시의 총괄관리자에게 주기적으로 나에 대한 사항을 보고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모뉴먼트 상층부에서는 갑작스러운 직원 실종 문제를 나와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우려했던 정보 유출도 그리 크지 않은 상태고.’

해부팀장 말로는 나의 유전자 정보는 메가콥 데이터 아카이브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총괄관리자의 명령 때문이라는데 왜 그런지는 짐작이 갔다.

‘욕심 때문이겠지.’

에저튼 기사단의 경우, 나를 포획하려고 욕심을 내다가 내게 역으로 당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 도시의 지배자는 나에 대한 권리를 독점하기 위해 해부팀장의 연구를 감췄다.

그 탓에 나에 대한 연구도 온전히 해부팀장과 그 ‘부하’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위에서는 연구원들이 죽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지만.’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프로젝트 팀을 소수로 운영해야 한다고 위에서 판단했기에 저지른 실책이었다.

‘어리석긴.’

그들은 ‘성과’라는 허상에 집착하는 바람에 현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도시가 죽어 가고 있는데 성과라.’

현재 이 우주도시에는 죽음이 퍼지고 있다.

우주 박테리아 변종이라는 이름의 죽음이.

하수도에서 나와 싸웠던 자들이 지금도 부지런히 도시에 정체불명의 질병을 퍼뜨리는 중이다.

우주 박테리아 자체는 사람을 죽일 정도로 치명적이지 않다.

기껏해야 감기 몸살 바이러스 정도밖에 안 되니까.

그런데 그것이 하수도에 있는 온갖 오염물질과 결합한 탓에 지금은 역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에저튼 기사들이 아니었다면 모뉴먼트와 행정 지구까지 퍼지지 않았을 거야.’

그들이 아니었다면 방위함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끝났을 거다.

내 의도도 딱 도시를 빠져나가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그들만 전염시킬 생각이었고.

한데 기사들이 토벌전에 참여하고, 이후에 모뉴먼트에 숙박을 빙자한 구금을 당한 덕분에 전파 범위가 내 의도보다 훨씬 넓어졌다.

지금쯤이면 모뉴먼트 내부에 있는 대부분이 감염되었겠지.

‘아마 며칠만 더 지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될 거야.’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폐쇄된 구조물에서 역병이 퍼지는 일만큼 심각한 문제가 없다.

게다가 구조물의 관리자들이 제일 먼저 역병의 희생양이 된다면? 이곳은 완전히 통제 불가 상태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물론 총괄관리자를 비롯한 모뉴먼트 상층부가 위험성을 인지하고 일찍 대처했다면 우주 박테리아 변종은 쉽게 박멸되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지.’

그들이 어리석은 판단을 한 덕분에, 나는 진화 조건을 수월하게 채울 수 있었다.

「‘아성체->준성체’ 진화 조건

변신 가능 지성체 20/20(달성완료), 인간형 지성체 20/20(달성완료), 사이킥 파워 사용 지성체 12/20(미달성)」

‘이제 컬트는 8마리만 남았어.’

이 집에 오기 전에는 보안팀 내 야간조 볼프를, 이곳에 온 뒤로는 행정 지구의 컬트들을 추가로 더 잡아먹었다.

덕분에 진화 조건을 다 채우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다 먹을 때쯤 되면 방위함대는 판데믹으로 인해 완전히 무력화될 거야.’

그렇게 되면 나는 26호와 아드하이를 데리고 이곳을 뜰 수 있다.

애초에 나를 쫓고 싶어도 함선에 태울 병사와 장교가 부족할 거다.

물론 안드로이드를 태운다는 방법이 있지만, 메가콥에서는 스타유니언의 반란 이후 안드로이드를 배에 태우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퍼뜨린 우주 박테리아 변종을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이 도시에서 나를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모든 것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어.’

나는 휴식을 끝내고 몸을 일으켰다.

‘그나저나 애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로 간에 대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쏜 파장이 가긴 가는데 중간에 자꾸 끊기는 바람에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계속 시도하면 되긴 하지만 이곳은 컬트들이 거주하는 곳.

사이킥 파워에 민감한 존재는 나나 26호가 쏜 파장을 도청할 수 있다.

‘제1중앙관리실에 있는 컬트라면 가능하겠지.’

그쪽의 컬트는 내가 여태 잡아먹은 컬트과 궤를 달리하는 존재들이다.

한 명하고 1대 1로 싸워도 위험할 정도인데, 셋이 함께 덤빈다면 필패다.

‘야크 뿔의 컬트면 엄청 강하니까.’

컬트는 뿔의 생김새에 따라 특화된 사이킥 파워의 종류, 위력이 다르다.

예를 들어 염소 뿔은 보조 계열, 산양 뿔은 근접 전투 계열 사이킥 파워 기술에 특화되어 있다.

자기 뿔 외형에 맞는 기술을 사용할 때 위력이 배 이상으로 강해진다.

‘야크 뿔은 네 종류의 사이킥 파워 계열 기술에 특화되어 있어.’

근접 전투, 원거리 전투, 버프, 군중제어 이렇게 4종류에 강하고, 해당 계열의 기술을 쓸 시 3배 이상 시너지를 받는다.

비록 내가 특성과 타입으로 방어력이 강해졌지만, 그런데도 야크 뿔 컬트가 쓴 사이킥 파워는 버겁다.

‘그래서 나도 다른 컬트를 노리는 거지만.’

나는 해부팀장의 집을 빠져나왔다.

오늘 내가 사냥할 대상은 제2중앙관리실의 컬트 2명이다.

이틀간 추적한 결과, 그들은 연인 관계로 한 집에서 산다.

‘둘 다 염소 뿔 컬트. 전투력은 높지 않아.’

초능력 내성 특성과 완전한 유기체 특성 덕분에 사이킥 파워에 대한 방어력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 도시에서 야크 뿔의 컬트가 아니면 내게 해를 입힐 컬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그들과 정면 승부할 생각이 없다.

‘이쪽이었지.’

나는 하이재킹 특성으로 카메라를 무력화시키며 컬트들의 집을 향해 달렸다.

잘 정돈된 거리에 가지런히 심어진 가로수들.

그 사이마다 보이는 하얀색 주택과 녹색 잔디밭들.

행정 지구의 이미지는 디스토피아적 우주도시보다는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전원주택단지를 연상시켰다.

아직 퇴근 시간 전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보조기관을 통해 집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 감지되었지만 나를 발견하고 놀라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저기다.’

컬트의 전통 문양이 대문에 그려져 있는 집.

나는 집 앞에 서서 대문을 살폈다.

손잡이와 열쇠 구멍이 있는 것을 보니 보안을 위한 별다른 장치는 없어 보였다.

나는 유령 발톱 특성을 활성화시켰다.

특성 덕분에 내 손이 옅은 보라색이 감돌며 반투명하게 변했다.

나는 손을 문 너머에 집어넣고 손톱 끝만 특성을 살짝 해제시켰다. 그리고 문 안쪽의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좋아.’

잠입에 성공한 나는 집안을 쭉 둘러봤다.

집 구조는 해부팀장의 집과 동일했다.

‘1층에 방 3개와 화장실 하나, 2층에 방 2개와 화장실 하나. 그리고 지하실.’

구조는 동일했지만 두 집 모두 동일했지만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너드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해부팀장의 집에 비해 이곳은 훨씬 괜찮아 보였다.

나이테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목재 식탁과 가구들, 오래된 가죽 냄새가 나는 의자들을 보니 집안 전체에서 앤티크한 느낌이 강하게 났다.

‘여기 숨으면 되겠네.’

나는 지하실로 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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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빠, 여기서 이러지 말고….”

“왜 좋잖아.”

“우리 지금 퇴근했어. 먼저 좀 씻고 하자.”

“같이 씻자고?”

“정말!”

“큭큭, 알았어. 세팅해 놓고 있을 테니까 천천히 씻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던 컬트 커플은 아쉬움 속에서 몸을 뗐다.

여성 컬트가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갑자기 그녀의 애인이 그를 불렀다.

“야, 잠깐만.”

“어? 웁?”

고개를 돌린 그녀의 얼굴을 남성 컬트가 부드럽게 붙잡고 입을 맞췄다.

“츕, 하아, 오, 쮸릅, 오빠…하윽!”

키스하는 중에 남성 컬트가 능숙하게 사이킥 파워를 운용해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순간 전기가 통하는 듯한 황홀감을 느낀 여성 컬트가 입에서 신음을 토했다.

“하아…츄릅, 쫍, 응! 쮜웁, 오빠…윽! 그, 그만!”

간신히 정신을 붙잡은 그녀가 애인을 두 팔로 밀쳤다.

목과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가 도끼눈을 떴다.

“오빠 진짜!”

“뭐? 왜?”

“…에휴.”

실실 웃는 연인의 얼굴을 보니 억지로 화를 내고 싶어도 화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럼 준비해볼까.”

남성 컬트는 찬장 구석에 몰래 숨겨뒀던 고급 와인 한 병과 잔 2개를 꺼냈다.

오늘을 위해 지구로부터 특별히 공수한 물건이었다.

선물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뜨거운 물이 잘 안 나와!”

“또? 알았어! 내가 지하에서 확인해 볼게!”

여자 친구에게 그렇게 소리친 남성 컬트는 선물을 든 채 지하실 문을 열었다.

“응? 얜 또 왜 이래?”

지하실 불을 켰는데 반응이 없었다.

그는 손전등을 찾아 들고 내려갈지 고민했다.

“뭐 별일 없겠지.”

남성 컬트는 와인과 잔을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평소에 이런 적이 자주 있었기에 지하실의 구조는 익숙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지하실이었지만 그의 움직임은 막힘이 없었다.

“이거였나?”

그는 물 온도를 조절하는 기계를 작동시켰다.

기계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붉은빛이 녹색빛으로 바뀌고, 위에서 여자 친구의 고맙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올라가 볼….”

그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그는 느꼈다.

그의 뒤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쨍그랑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와인병이 차가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거기서 흐르는 액체는 와인의 색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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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흐흥.”

여성 컬트는 따뜻한 물을 맞으며 흥얼거렸다.

최근 연달아 야근하던 중 오랜만에 정시에 퇴근했기에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서프라이즈라던데 뭘까?’

집에 오기 전, 남자 친구는 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주겠다고 말했다.

원래는 연말 휴가 때 주기로 했지만 최근 직장 분위기가 어렵다 보니 오늘 주겠다면서 말이다.

그녀는 남자 친구의 선물이 뭔지 궁금했지만,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그저 기대하라고만 할 뿐.

과연 얼마나 놀라운 선물이기에 그렇게 말하는 걸까 하고 생각하는데, 뒤에서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왔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에 안고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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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무 쉬웠는데.’

컬트 커플들은 자기들끼리 뭔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는지 내가 집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저항 한 번 못하고 각개 격파당했다.

‘아무리 도시의 컬트라고 해도 이 정도로 방심할 줄이야.’

컬트들이 사는 행성에 가면 염소 뿔 컬트라고 해도 이렇게 쉽게 이길 수 없었을 거다.

아무튼 목표를 달성한 나는 집을 나와 아지트로 향했다.

저녁 시간이다 보니 거리에 사람이 드문드문 보여서 여기 올 때와는 다른 길로 이동했다.

‘이제 여섯 명만 더 잡으면 끝이다.’

해부팀장의 집이 멀지 않았다.

‘어?’

멀리서 보이는 그의 집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그의 존재를 인식하자마자 내 눈에 짧은 장면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피할 수 없는 존재를 조우했다.」

「나는 죽었다.」

‘뭐?’

그것이 포식자 감각이 보낸 위험 예지 효과라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 내 전투용 팔이 잘려 나갔다.

‘큭?!’

「고통 경감 발동!」

밀려오는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고통 경감이 자동으로 발동하면서 통증이 빠르게 완화되었다.

나는 재빨리 몸을 뒤로 날렸다.

간발의 차로 내가 있던 보도블록이 무형의 물체에 의해 박살이 났다.

‘사이킥 윕?’

나의 팔을 자르고 도로를 걸레짝으로 만든 물체는 나도 잘 아는 능력으로 만든 무기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 능력은 이 정도 파괴력을 낼 수 없다.

“과연. 그런 것이었습니까?”

해부팀장 집 앞에 서 있던 여인.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옷을 입은 저 여자가 불가능한 일을 현실화한 장본인이었다.

“확실히 그쪽을 포획해서 연구한다면 그 정도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

그녀가 손을 뻗자 선명한 보랏빛의 채찍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어느새 그녀의 관자놀이에는 야크의 뿔이 돋아나 있었다.

“당신을 아키라 님께 바쳐야겠습니다.”

수십 미터가 넘는 길이의 채찍이 내게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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