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87화 (88/400)

Ep. 87

-

코드 블랙이 목표물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한 시점.

모뉴먼트 50층의 공중 전망대에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있었다.

가녀린 팔과 다리, 조막만한 얼굴은 어린 소녀의 그것이었지만, 누구든지 그녀의 눈을 본다면 기겁을 할 것이다.

“사이킥 컨트롤 웹 조율 중.”

왜냐하면 그녀의 눈은 사람의 눈이 아니라 카멜레온의 눈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이 상하좌우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행정 지구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괴한 외모를 한 이 소녀가 바로 유진 가문의 비밀병기 중 하나인 코드 레드였다.

그녀의 머리 위에 선명한 보랏빛의 헤일로가 떠 있었다.

만약 사이킥 파워를 감지할 수 있는 자가 이 자리에 있다면 분명 보았을 것이다.

헤일로로부터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사이킥 파워가 그녀를 중심으로 반경 1km의 영역까지 뻗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코드 레드는 잠재력이 부족하여 함께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코드 블랙, 이미 사망한 코드 화이트처럼 갤러곤의 유전자를 이식받지는 못했다.

그 대신 그녀는 다른 그림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전투 보조와 관련된 유전자를 받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천사거미다.

밀림형 행성에 서식하는 육식동물인데 사이킥 파워로 이루어진 거미줄을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천사거미가 펼친 사이킥 웹에 걸린 생물은 거미에게 조종당해 저항 없이 먹이가 된다.

원본과 달리 코드 레드에게는 다른 생물을 조종하는 능력은 없다.

대신 거미 이상으로 방대한 구역에서 발생하는 사이킥 파워의 흐름을 감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사이킥 컨트롤 웹이라고 하는 이 기술 덕분에 코드 레드는 후방에서 다른 그림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본래라면 코드 블랙에게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계속 전달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그녀가 펼친 광대한 컨트롤 웹을 누군가가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만큼 강력한 사이킥 파워 감지. 목표물 감지 불가.’

그것은 마치 거미가 펼친 거미줄에 웬 사람이 돌을 던진 것과 같았다.

돌에 의해 거미줄이 망가졌어도 거미는 누가 그랬는지, 그것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이 딱 엉망이 된 거미줄의 주인 꼴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가 그녀만큼 사이킥 파워 운용에 익숙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녀였다면 컨트롤 웹에 대한 제어권을 역으로 강탈했을 테지만, 상대는 그녀로부터 제어권을 뺏으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먼저 복구에 집중.’

다른 것은 몰라도 코드 블랙과 연결된 영적 조율이 해제되면 큰일이다.

그녀는 블랙에게 신경 쓰면서 차근차근 컨트롤 웹을 복구해나갔다.

‘?’

그런데 그때, 그녀의 감지영역 내로 새로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녀의 시선이 검은 하늘을 향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어둠 속에 녹색으로 빛나는 별이 보였다.

“별?”

녹색 비행체의 정체는 그녀도 잘 아는 존재였다.

큰 날개와 날렵한 몸매, 4개의 뿔과 꼬리를 가진 그 존재는 그린 갤러곤이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를 그린 갤러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모뉴먼트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접근하는 적 발견. 요격 개시함.”

직감적으로 그린 갤러곤이 적이라고 판단한 레드는 영적 조율을 중단하고 대응에 나섰다.

그녀는 옆에 놓아둔 길쭉한 장총, 저격용 코일건을 들었다.

그녀는 탄환을 응축 플라즈마가 담긴 텅스텐탄으로 맞춘 뒤, 허공에 대고 코일건을 쐈다.

그러자 기이하게도 탄환이 제멋대로 궤도를 바꿔 목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사이킥 컨트롤 웹을 활용해 탄환의 궤도를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한 것이다.

그리고 하늘을 날고 있던 그린 갤러곤과 가까워졌을 때, 플라즈마탄이 폭발했다.

‘제거 완료.’

목표를 제거했다고 생각한 순간, 폭발로 발생한 연기구름 속에서 녹색 빛이 튀어나왔다.

“음?”

플라즈마탄의 폭발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놈은 이쪽으로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재사격 개시함.”

목표의 생존을 확인한 레드는 코일건으로 연달아 쏴 재꼈다.

은색에 타원형 탄환 수십 발이 총구를 떠나 날아오르는 모습은 마치 유성우가 떨어지는 장면을 거꾸로 재생하는 것 같았다.

레드는 지금 사격으로 놈을 제거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현실은 그녀의 예상을 빗나갔다.

“뭣?!”

감정이 마모되어 표정 변화가 드문 그녀가 경악했다.

플라즈마 폭발을 녹색 물체가 놀라운 비행 실력을 보여 주며 피해낸 것이다.

한 번에 적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탄환을 모든 방향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배치했는데도, 그린 갤러곤은 곡예비행으로 틈새를 이용해 빠져나갔다.

모든 생명을 앗아가는 녹색 죽음의 빛이 연달아 밤하늘을 수놓자, 모뉴먼트 내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레드도 지금 자기 행동이 경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놀라운 비행 실력을 뽐내는 적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아키라 님의 위험 요소.’

코드 블랙은 전투 중, 코드 블루는 아키라 유진의 경호를 맡고 있다. 이곳을 방어할 수 있는 자는 그녀밖에 없다.

그러나 레드의 적극적인 견제 사격에도 불구하고 그린 갤러곤은 모뉴먼트와 멀어지기는커녕 빠르게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다.

“목표 제거가 확인될 때까지 재사격 개시!”

모뉴먼트의 검은 상공이 때아닌 폭죽 축제로 빛났다.

-

그녀는 새하얀 유성우가 밤의 여신의 옷자락을 장식할 때 태어났다.

위대한 오드 그라드 무리의 막내로 태어난 그녀.

그녀는 빛나는 별의 딸이라는 의미로 아드하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갤러곤 사이에서 특별한 별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길조 중에 길조였다.

그래서 그녀는 오드 그라드 무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물론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저주받은 육신을 갖고 태어났다.

동족들과 달리 그녀는 왜소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알에서 깨어났을 당시의 모습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약한 개체는 오드 그라드 무리에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강해질 가능성이 전무한 그녀는 둥지에서 추방되었다.

평생 둥지에서만 살았고, 신체 능력까지 약한 그녀가 냉혹한 야생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추방당한 뒤 그녀는 서서히 굶어 죽어 갔다.

만약 이상하게 생긴 난쟁이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죽었으리라.

난쟁이들은 동족의 알을 훔치러 나타난 도적이었다.

그들은 둥지를 털고 나오다가 그녀를 발견하고, 난쟁이의 둥지로 끌고 갔다.

난쟁이들은 이빨인지 발톱인지 모를 요상한 꼬챙이로 그녀를 찔렀고, 차가운 얼음덩어리 속에 그녀를 집어넣었다.

그 이후의 기억은 희미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눈앞에 있는 것은 어떤 생물이었다.

동족 중 유독 약한 존재였기에 눈치가 빨랐던 그녀는 그 생물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 존재에게서는 동족과 비슷한 냄새가 났다.

사이킥 파워가 담긴 보물을 먹이로 삼고 힘을 키우는 동족들 말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었다.

그 존재는 생물을 죽이고 잡아먹는 것을 낙으로 삼는 잔혹한 포식자였다.

그는 그녀를 잡아먹으려고 했고, 그녀는 죽기 전 그에게 거래를 제시했다.

둥지의 보물을 줄 테니까 자기를 지켜달라고 말이다.

본래 그녀의 동족들은 생태계의 정점이므로 협상이나 거래 따위는 하지 않는다.

평생 동족을 비롯한 다른 생물에게 의존하던 그녀는 이러한 생존 방식이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였다. 약하니까 다른 존재에게 기생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고.

그 존재는 그녀의 동족을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존재는 이질적인 그녀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더니 수락했다.

그것이 그녀와 ‘위대한 어른’과의 첫 만남이었다.

「위험」

눈앞에 날아오는 은빛 돌들을 보고 그녀는 급히 날개를 접었다.

몸이 급격히 아래로 추락하고, 그녀의 머리 위로 폭발이 일어났다.

아래로 떨어지며 그녀는 계속 생각했다.

자기를 지켜 주겠다고 약속한 ‘어른’.

그녀가 보기에 어른은 분명 뛰어난 포식자지만 동족들에 비하면 나약했다.

난쟁이들이 사는 거대한 금속구조물에는 그를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수두룩했으니까.

그런데도 어른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른은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결과 자기보다 강한 난쟁이들과 싸워서 승리를 거뒀다.

그래서 그녀는 동경했다.

어른이 위대해질 수 있는 요인.

그것을 배우고 싶었다.

「강함」「배움」「희망」

땅으로 떨어지던 그녀가 날개를 활짝 폈다.

그와 함께 그녀의 몸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녀를 따라오던 은빛 돌들이 그녀를 따라잡지 못하고 도중에 폭발했다.

그녀는 몸을 회전시키면서 능숙하게 폭발을 피해냈다.

작은 몸집을 가진 그녀였기에 이런 회피 기동에 오히려 유리했다.

만약 그녀가 돌연변이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수월하게 피해내지 못했으리라.

그녀를 돌봐주는 큰 어른과 작은 어른이 그녀에게 가르쳐 줬다.

약한 그녀가 자기보다 강한 적을 어떻게 사냥하는지를.

그리고 그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홀로 살아남는 법’을.

그녀는 열심히 배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

「나」「갈망」「위대한 어른」「배우자」

그녀의 촉수에서 보라색 번개줄기가 뻗어 나와 주변에 날아드는 은빛 돌들에 적중했다.

밤의 여신이 펼친 장막 속에서 녹색의 유성들이 휘몰아친다.

그 모습은 그녀가 태어났을 때 받은 이름 그대로였다.

그녀는 별의 딸 아드하이다.

-

내 손에 의해 목이 베인 코드 블랙.

그녀의 머리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직 안 끝났어.’

그녀가 입은 블랙 슈라우드가 남아 있다.

유물급 강화복 블랙 슈라우드는 착용자에게 3일에 한 번 무조건 죽음을 피하도록 만들어 준다.

스스스스

블랙 슈라우드의 효과가 발동되자 목 없는 시체와 머리가 검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블랙 슈라우드가 지정한 부활 지점은 죽은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부활하면 부상이 전부 회복되고 일정 시간동안 특수 효과를 받아.’

설정상 블랙 슈라우드를 입고 죽으면 영혼이 장비와 융합해 네크로펙터란 존재로 변하게 된다.

네크로펙터가 되면 모든 유형의 공격에 의한 피해를 절반만 받는다.

또한 적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입힐 때마다 적의 생명력을 흡수, 그 생명력으로 본인을 강화시킨다.

여기까지 보면 매우 좋은 효과로 보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불안정.’

불안정 상태가 되면 이성이 상실되고, 본래 지닌 특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사냥의 표상 효과가 끝난 내가 고기에 굶주린 짐승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아무 생명체나 습격하는 악령 그 자체가 되는 것.

‘강화 효과를 받긴 하지만 이성을 잃은 적이야. 상대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아.’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주변 지역이 블랙과의 전투로 인해 초토화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나와 블랙이 싸우는 모습을 봤기에 카메라를 무효화시킨 것도 의미가 없다.

행정 지구에서 전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다른 지구에서의 사건과는 궤를 달리하는 문제다.

‘도시를 운영하는 머리 같은 곳이니까.’

그런 중요한 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뉴먼트 수뇌부들이 알면 필시 방위함대를 동원할 거다. 육상병력만이 아니라 소형 초계함들까지 말이다.

게다가 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략 3분 정도 후면 사냥의 표상 효과가 끝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군함이 쏜 플라즈마탄에 먼지가 되리라.

물론 그에 대한 대처는 이미 해 놨지만.

‘아드하이를 모뉴먼트로 보냈으니까.’

아드하이는 코드 레드를 상대하기 위해 모뉴먼트로 갔다.

‘영적 조율로 순간이동을 시키려면 전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터.

그게 가능한 곳은 행정 지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 모뉴먼트뿐이다.

아마 블랙처럼 코드 레드 또한 먼 거리에 있는 물체도 볼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겠지.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 수단도 그와 관련되어 있을 거야.’

영적 조율, 원거리 감지 특성.

모두 근거리 전투보다는 거리를 유지하며 싸우는 데 유용한 기술들이다. 그렇기에 코드 레드의 방어 수단은 총과 같은 원거리 공격 무기일 가능성이 높다.

‘아드하이야말로 코드 레드의 카운터.’

그린 갤러곤은 속도를 기반으로 한 히트 앤드 런 전술에 특화되어 있다.

새끼라서 약한 블루 갤러곤이 동족을 부르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그린 갤러곤은 매우 빠른 속도가 특징이다.

게다가 원래도 빠른 비행 속도를 3배 이상 빠르게 만들어 주는 ‘초가속’ 특성도 생겨서 한 번에 넓은 범위에 피해를 주는 광역 공격이 아니면 그린 갤러곤을 잡기 까다롭다.

‘게다가 아드하이는 덩치가 작으니까 요격하는 것이 훨씬 어려울걸.’

돌연변이가 아닌 그린 갤러곤은 10m까지 자라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도 피격 면적이 넓은 편이다.

근데 아드하이는 꼬리까지 포함해 몸길이가 중학생의 키 정도로 작고, 날개 길이도 장당 2m에 못 미친다.

피격 면적이 미칠 듯이 좁아져서 안드로이드나 군함이 사격한다고 해도 녀석을 격추시키기는 쉽지 않을 거다.

‘모뉴먼트 상공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방위함대도 그쪽을 먼저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아드하이를 보내기 전, 나는 녀석에게 주의시켰다.

금속 냄새가 나는 덩어리들이 날아오면 도망치라고 말이다.

내가 알기로 그린 갤러곤은 메가콥 초계함보다 빠르다. 그린 갤러곤보다 빠른 배는 컬트의 초계함, 에저튼의 고속전함뿐인데 둘 다 이 우주도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리한 녀석이니까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아드하이가 시간을 버는 동안, 블랙을 제거하고 이 도시를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이 정도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초계함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전 하수도에서의 전투 이후 도시 전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져나간 상태다.

아마도 내 예상보다 빠르게 방위함대에 전염병이 퍼져서 지휘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리라.

‘아니.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검은 안개가 내 앞에서 사라진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근처에 있는 폐허 안쪽에서 블랙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블랙 슈라우드의 고유 효과로 네크로펙터가 되어 부활한 것이다.

「큰애기야. 못된 검댕이가 근처에서 느껴져.」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26호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신호를 보냈다.

녀석이 파장을 보낸 것과 동시에 폐허 잔해가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화마 속에서 새까만 인영이 걸어 나왔다.

블랙의 모습은 죽기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하얀 피부는 블랙 슈라우드처럼 새까맣게 물들었고, 눈은 새빨갛게 빛났다.

“인정, 스스스, 하겠, 스스, 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뱀이 쉭쉭 거리는 것처럼 잡음이 끼어 있었다.

이성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살짝 불안해보였다.

“용서, 용서, 용서, 못, 스스스, 해? 용서, 못, 스스, 난, 특별, 특별한 존재, 존재입니다?!”

아니 정정하겠다.

그녀는 네크로펙터 모드로 인해 제대로 미쳐 있었다.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인 그녀의 몸이 갑자기 뒤틀리기 시작했다.

마치 헐크 뮤턴트가 전투에 들어갔을 때 변이를 하듯 말이다.

통찰로 살펴봤을 때 그녀에게 ‘신체 변형’ 특성이 있었다.

네크로펙터가 되면 불안정 특성 때문에 기존에 지닌 특성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기술이 아예 발동이 안 된다거나, 패시브 특성의 효과가 들쑥날쑥하게 바뀌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신체 변형 특성도 불안정의 영향을 받은 것이리라.

[즈즈즈즈 즈즈(강한 적이니까 주의)]

「응. 큰애기도 조심해.」

변이가 이루어진 시간은 짧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이라 보기도, 그렇다고 헐크 뮤턴트라 보기도 어려웠다.

그녀 얼굴에 돋아 있는 4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다.

“죽, 죽어, 스스스, 죽어? 난, 아키라 님의, 스스, 죽어! 가장 특별한, 스스스, 샤아아아아!”

유진 가문이 만든 흉물이 우리를 보며 포효했다.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