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98
‘악몽의 지평선이라.’
나는 텍스트박스를 재확인했다.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성격의 특성이지만 그것보다 내가 의문을 갖는 점은 다른 부분이다.
‘우주선을 조종하는 능력이라니.’
나는 이와 비슷한 특성에 대해 알고 있다.
바로 아웃스페이서의 해금 특전 기능 중 하나인 ‘함선장악’이다.
에이모프가 단계적으로 성장하며 강해지듯, 아웃스페이서 또한 군체의 성장에 따라 여러 기능들이 해금된다.
그중 하나가 타종족의 배를 뺏어서 이동형 군락으로 만드는 함선장악.
이 기능을 얻는 순간부터 아웃스페이서의 여왕은 다른 행성으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배를 탈취하는 거야 다른 종족도 가능하지만….’
배를 새로운 생물로 만들어서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종족은 아웃스페이서뿐이다.
다른 생물을 죽이고, 잡아먹고, 진화하는 것이 에이모프 고유의 특성인 것처럼 말이다.
‘종족 고유 특성과 비슷한 특성은 절대로 얻을 수 없는데.’
한데 초월 시스템은 그 원칙을 깨트렸다.
가장 먼저 얻었던 완전한 유기체.
이 특성을 통해 사냥의 표상으로 처음 변신했을 당시, 나는 볼프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수인형 종족인 볼프는 특정 조건을 채우면 전투에 최적화된 짐승 형태로 변신하는 고유 기술을 갖는다.
이 특성 덕분에 나는 아직 아성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강적들과 근접전을 벌여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완전한 유기체는 볼프의 변신, 악몽의 지평선은 아웃스페이서의 함선장악과 비슷해.’
초월 시스템으로 얻은 유일 특성은 겨우 두 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초월 시스템은 에이모프의 한계를 초월시키려 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초월의 끝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초월을 시키는 걸까.
현재 나는 초월 1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
초월 시스템을 이용해 유일 특성을 두 개 획득하긴 했지만 아직 초월 2단계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나는 예전에 완전한 유기체를 얻었을 때 받았던 메시지를 띄웠다.
「‘초월(2단계)’: 5개의 융합 특성을 합쳐서 신규 타입 관련 특성을 해금합니다. 재료로 사용되는 특성은 전부 다른 타입과 관련된 특성이어야 합니다. 신규 타입에 관한 정보가 해금됩니다.
사용 가능한 특성 목록: 재생력(융합), 포식자 감각(융합), 기생 군체(융합), ?(융합), ?(융합)
추가 보상: 초월 1단계에서 발생한 금제가 해제됩니다.
*추신: 돌파를 위해 사용할 재료 특성은 다른 특성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초월 2단계에 접어들면 초월 시스템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진화 조건하고 초월 시스템은 겹치는 부분이 있지.’
준성체로 진화하려면 지성체를 잡아먹는 것 말고도 타입 4개를 획득해야 하고, 초월 2단계에 진입하려면 타입 5개와 관련된 융합 특성이 필요하다.
진화를 우선하려면 특성들을 모아 둬야 하니 초월 2단계로 진입하기 힘들어지고, 반대로 초월 2단계에 먼저 들어가면 특성 수를 소모하니 진화에 도달하는데 지장이 생긴다.
즉, 둘 중 어느 하나에 우선하다 보면 다른 하나가 늦춰지는 구조다.
‘이전에는 그저 선택권을 넓힌다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고민해 봐야 의미 없겠지.’
답 안 나오는 문제를 오래 붙잡고 있을 생각은 없다.
나는 고개를 털고 새 유일 특성 악몽의 지평선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침식 촉수라. 어떤 식으로 우주선을 조종하는 걸까.’
악몽의 지평선은 신체의 변화만 봤을 때는 육체 계열 특성으로 보였지만 아니었다.
「⑤ 둥지 관련: 악몽의 지평선(유일)」
생각 외로 그것은 둥지 강화 계열에 속해 있었다. 덕분에 나는 총 다섯 개의 타입 조건을 해금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우주선을 이동형 둥지로 만드는 걸까?’
쓸데없이 고민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빠르겠지.
나는 침식 촉수를 뽑아 보기 위해 전투용 팔을 쭉 뻗었다.
집중했지만 튀어나온 것은 본래 지니고 있던 흡혈 촉수였다.
‘이게 아닌가?’
전투용 팔 4개를 전부 실험해봤지만 나오는 것은 흡혈 촉수뿐.
나는 혹시 가슴의 작은 팔에서 나올까 싶어 실험해봤지만, 내게 보이는 것은 앙증맞은 손가락 말고 없었다.
팔, 다리, 꼬리, 심지어 입속까지 확인해봤지만 모두 아니었다.
‘촉수가 나올 만한 곳이….’
나의 고민이 도달한 곳은 가장 크게 변한 배갑(背甲)이었다.
소용돌이 문양의 피질로 막혀 있는 8개의 구멍. 여기가 촉수가 나오는 구멍일지도 모른다.
나는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처럼 허리와 등 부분에 힘을 줘봤다.
그러자 피막이 벗겨지면서 안에서 6개의 촉수가 튀어나왔다.
‘됐다.’
끈적거리는 점액에 젖어 있는 촉수는 붉은색 흡혈 촉수와 다르게 석유와 같은 검은색이었다.
형태도 흡혈 촉수와 상이했다.
흡혈 촉수가 문어의 다리에 빨판 대신 톱날 발톱이 달린 형태라면, 침식 촉수는 표면이 뱀의 몸통처럼 매끈했다.
또한 맨살에 가까운 흡혈 촉수랑 다르게 작지만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어서 내구도도 훨씬 뛰어나 보였다.
대신 그 끝에 뾰족한 이빨이 달린 입과 불가사리 다리를 닮은 6개의 부속지가 달려 있었다.
크기도 흡혈 촉수보다 훨씬 두꺼워서 거의 꼬리랑 비슷한 두께였다.
‘이건 정말 생소한 감각인데.’
등에 달린 6개의 촉수를 움직인다는 감각은 참으로 불가사의했다.
바닥이 유리로 된 전망대에서 아래를 볼 때 느껴지는 등골의 짜릿함이 계속 이어지는 감각이라고 할까.
차이점이라면 불쾌하거나 오싹한 느낌보다는 그저 팔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는 것.
나는 주먹을 쥐었다 피는 감각으로 촉수 끝의 부속지를 움직여 봤다.
부속지로부터 강한 힘이 느껴지는 것이 전투용 팔보다 악력이 강한 것 같았다.
‘어디 보자.’
침식 촉수의 부속지로 좌석 하나를 집어보니 단단한 합금 재질의 의자가 알루미늄캔마냥 찌그러졌다.
‘이 정도면 우주선 조종용이 아니라 무기로 써도 되겠는데.’
새로운 팔과 무기는 언제나 환영이다.
게다가 침식 촉수 끝에 있는 입으로도 먹이를 섭취할 수 있다. 사실상 입이 7개가 된 셈이다.
‘이 부분은 사냥의 표상과 시너지가 있겠네.’
마침 사냥의 표상 시간도 악몽의 지평선 효과로 20분으로 증가했다. 거기서 섭취 속도도 빨라졌으니 이전보다 훨씬 많은 유전자 정수를 포식할 수 있다.
‘근데 왜 6개만 나오지?’
구멍은 8개니까 촉수 8개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튀어나온 침식 촉수는 전부 배갑의 중간과 아래쪽에 있는 구멍에서만 나왔다.
어깨 부근에 있는 구멍에서는 촉수가 나오지 않았고 여전히 소용돌이 모양의 피막으로 덮여 있었다.
‘아. 왠지 알겠다.’
사냥의 표상을 쓰면 뼈 칼날이 달린 팔 2개가 생기니까 이 구멍은 그 팔이 나오는 자리일 터.
새로 확보한 신체 기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다음은 특성 효과를 알아봐야겠다.
‘어떻게 쓰면 되나?’
촉수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던 나는 촉수의 입을 내벽에 가까이 해봤다.
그러자 내 앞에 새로운 텍스트박스가 나타났다.
「침식하기 적합한 크기로 확인. 침식 완료까지 1시간 소요 예정. 침식 이후 조종 가능한 시간은 현재 30일.」
「* 침식 완료 시간은 침식 대상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 조종 가능한 시간은 사용자가 비축한 에너지에 비례합니다. 조종 가능 시간이 다하면 조종 대상은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침식을 개시하시겠습니까?」
과연.
나온 메시지를 보니 아무 우주선이나 침식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크기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아마 타입 획득이나 진화 단계에 따라 달라지겠지.’
탈출선이 침식 촉수로 지배할 수 있는 최대의 크기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부분은 다른 배를 확보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침식 시간이 꽤 걸리네.’
적의 전함에 몰래 침투해서 배를 장악하는 전술은 쓰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이 부분도 타입을 획득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줄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종 가능 시간이 꽤 된다는 거야.’
사용자가 보유한 에너지에 비례한다고 했으니 내가 영양분을 많이 섭취한다면 조종 가능 시간도 늘어나리라.
‘이 정도면 됐어. 이제 초광속 항해로 스페이스독의 구역으로 가면 돼.’
새로 얻은 특성의 효과를 거의 파악한 나는 침식 촉수를 수거하려고 했다.
그때 식당칸에서 남은 음식을 먹다가 나온 26호가 나를 봤다.
[즈즈(안녕)]
「헐?」
악몽의 지평선은 사냥의 표상에만 제한을 걸었을 뿐, 보유 특성에는 금제를 걸지 않았기에 내가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인사했음에도 26호는 대답이 없었다. 변화한 모습에 놀란 것인지 녀석의 몸이 깜빡거렸다.
뒤에서 나오던 아드하이도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는지 날개를 퍼덕였다.
「어른」「성장」「끝?」
[즈(응)]
「나」「감동」「어른」「멋짐」「멋짐!」
아드하이가 달려와서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나의 변신이 신기한 것인지 녀석은 돌면서 앞발로 내 침식 촉수를 툭툭 쳤다.
「어른」「입」「많음」
[즈즈즈(늘어났어)]
「훌륭함」
아드하이가 감탄한 듯 머리를 까딱였다.
26호도 내게 다가와서 촉수를 뻗어 내 침식 촉수를 어루만졌다.
「큰애기 진짜 멋지다.」
[즈즈(고마워)]
나를 만지던 녀석의 몸이 붉은색으로 강하게 빛났다. 씨 데몬답게 녀석은 내 몸에 촉수가 여러 개 생긴 것이 유독 마음에 들었나 보다.
‘마음에 들어 하니 다행이네.’
녀석들이 나를 호의적으로 봐주니 나도 기분이 딱히 나쁘지 않았다.
‘게임에서 이런 모습이었다면 혐오물로 찍혔겠지.’
플레이어들이었다면 지금 내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할 테지만, 과연 녀석들은 동물이다 보니 감성이 남달랐다.
아무튼 녀석들도 새 모습을 충분히 확인한 것 같으니 나는 침식 촉수를 배갑 안으로 회수했다.
「아.」
침식 촉수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26호의 몸이 축 쳐졌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조종실로 향했다.
몸이 커진 덕분에 원래 넓던 조종실이 꽤 비좁게 느껴졌다.
특히 몸 구조가 반쯤 구부정하게 다니는 것으로 변한 덕분에 작은 팔로 우주선을 조종하기가 제법 불편해졌다.
‘침식이 완료된 다음에는 초광속 항해가 가능한지 확인해야겠네.’
나는 단말기를 조종해 초광속 항해를 작동시켰다.
탈출선의 심장인 소형 원자로가 맹렬히 움직이면서 함선 뒷부분에 위치한 광속엔진에 막대한 에너지를 전달했다.
곧 우리가 탄 비행기가 빛의 영역을 뛰어넘어 우주 너머의 어딘가로 도약했다.
조종석 전방부에 설치된 강화 유리 너머의 어둠 위로 빛의 세례가 내렸다.
검은색 도화지에 찍힌 오색 알갱이들이 서로 위치를 바꾸며 얽혀 들어가며 춤을 췄다.
인간의 시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별들의 무도회가 끝날 무렵, 우리는 스페이스독의 영토에 있었다.
‘도착했어.’
조종석을 나온 나는 애들에게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배를 침식한 뒤, 새로운 배와 먹이를 찾아 나설 계획이라고.
「응. 그럼 그동안 나는 잘래.」
「동의」
녀석들을 이해시킨 나는 에너지 보충을 위해 화물칸으로 갔다.
나는 저장된 식재료 대신 칼로리바부터 까먹기 시작했다.
‘양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니까.’
솔직히 맛이 없어서 먹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화물칸에 실린 칼로리바의 절반 정도를 억지로 먹은 뒤, 나는 침식 촉수를 활성화했다.
이전에 비해 조종 가능 시간이 50일로 증가했다.
‘이 정도면 됐어.’
화물칸에서 나온 나는 엔진실로 향했다.
엔진실 한가운데에 은빛으로 빛나는 구체 형태의 엔진이 보였다.
저것이 함선의 초광속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광속엔진이다.
그 앞에서 나는 침식 촉수를 활성화했다.
‘침식 개시.’
내 6개의 촉수들이 쭉 뻗어 엔진실 벽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촉수의 입부분에서 검은색 점액질이 뿜어져 나오며 합금 내벽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점액은 내가 둥지를 만들 때 몸에서 흘리는 액체와 유사했다.
차이점이라면 퍼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
침식 촉수가 내뱉은 점액은 엔진실을 금방 뒤덮었다. 죽고 싶지 않다는 듯 빛을 내던 엔진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검은 파도 속에 잠겼다.
점액이 엔진을 삼키는 순간,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느꼈다.
첨단 과학의 상징이자 메가콥 우주 기술의 정수 중 하나가 침식 촉수의 의지 아래에서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는 과정.
그 과정이 나의 몸 안에서 작용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쿵」「쿵」
검은 엔진이 맥동한다.
그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심장 같았다.
-
I-97 섹터.
자원이 풍부한 행성도 없고, 그렇다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것도 아닌 우주의 잉여 공간.
그곳은 메가콥이나 컬트, 스타유니언 같은 우주의 걸출한 세력들의 관심에서 빗겨나간 곳이었다.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고, I-97 섹터는 우주의 하이에나 스페이스독이 장악한 상태였다.
루스락 카르텔도 I-97 섹터를 은신처로 삼는 해적 분파 중 하나였다.
그들의 주수입원은 희귀 동물 밀수와 다른 함선 약탈이었다.
그래서 카르텔 구성원들도 전부 뛰어난 사냥꾼이자 전문 밀수꾼들이었다.
루스락 카르텔의 악명 높은 리더이자 위대한 볼프 전사 밀로 루스락은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는 일이 아주 잘 풀렸어.”
메가콥의 고위 캐피탈과 큰 거래를 성사시킨 덕분에 밀로는 적지 않은 크래딧을 벌었다.
얼마 정도냐면 은신처에 있는 창녀들을 전부 사서 1년 내내 진탕 놀아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큰 액수였다.
볼프 창녀의 따뜻하고 푹신한 털, 비늘을 가진 암컷 콜드블러드의 서늘한 혀 놀림을 떠올리며 루스락은 히죽거렸다.
선장실의 침대에 누워있던 그가 조용히 바지를 벗는데 갑자기 침대 옆에 있던 통신기가 울렸다.
부선장 스탁스로부터의 통신이었다.
「밀로 선장님.」
“나 바쁘다.”
「I-97 섹터로 가는 길에서 신호가 잡힙니다.」
“뭐 다른 쪽 애들인가 보지. 신경 꺼.”
밀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무시하려고 했지만, 부선장은 그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선장님.」
“씨발년이 진짜. 왜?”
「생체신호가 감지되는데, 신호 형태가 스카이웨일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뭐?”
그 말을 듣자 정신이 든 밀로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스카이웨일이 이곳에 있다고?”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씹, 우리가 먼저 잡아야 해!”
스카이웨일은 매우 인기가 많지만 굉장히 희귀한 동물이다.
밀수전문가인 그조차도 평생 살면서 스카이웨일을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신호가 오는 쪽으로 항로 설정하고. 금방 갈 테니까.”
「넵.」
재빨리 바지를 걷어 올린 그는 선장실을 나섰다.
‘크크크, 늑대신께서 나를 도우시나 보다. 스카이웨일까지 주시다니.’
스카이웨일을 생포한다면 그는 이번 거래로 얻은 크래딧은 신경 안 써도 될 정도로 부자가 될 거다.
상황실에 도착한 그는 부선장이 보여 준 신호를 확인했다.
“어떻습니까?”
“음….”
신호를 보며 밀로는 침음을 흘렸다.
‘스카이웨일하고 비슷하긴 한데.’
몇 번 본 적 없지만 신호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던 그다.
모니터에 감지되는 신호가 일반적인 스카이웨일이 내는 신호랑 약간 달랐다.
‘하긴 나도 많이 본 것이 아니니까.’
스카이웨일이라고 모두 똑같은 신호를 내는 것은 아니다. 개체마다 다른 개성을 갖고 있고, 그러한 차이가 신호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뭐 가는 길에 있는 거니까 직접 확인하면 되겠지.”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해당 신호가 있는 곳으로 향할 것을 명령했다.
‘만약 스카이웨일이면 어떻게 하지? 뭘 하면 좋을까?’
상황실 전방에 펼쳐진 검은 우주.
반짝이며 빛나는 별들이 마치 밀로와 선원들에게 행운을 속삭이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