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100화 (101/400)

Ep.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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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탁스? 이쪽에서 신호가 안 보여.”

「치지직, 도와, 치지지직」

“뭐? 안 들려! 다시 말해!”

「치지지지지직, 이곳은, 치지지직, 지, 오, 치지직」

“이런 썅!”

통신이 종료되자 밀로는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야! 이거 통신 복구 안 돼?”

“확인해 보겠습니다.”

도킹 포트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우주복에 달린 신호칩 덕분에 신호도 잘 표시되었고, 통신도 약간의 잡음을 제외하고는 문제없이 잘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들이 배에 진입한 뒤, 하나둘씩 탐지기에서 사라지더니 통신도 먹통이 되었다.

“신호는 문제없이 잘 가는데 중간에 교란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없어?”

“어, 그게, 직접 들어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들어간 사람들이 어떤 꼴을 당했을 줄 알고 또 사람을 보내는가.

‘그냥 버려야 하나?’

밀로 또한 딱히 여느 스페이스독의 카르텔처럼 부하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래도 스탁스랑 저스틴은 좀 아까운데.’

부선장은 밀로와 오랜 시간 같이 활동한 밀수꾼이고, 저스틴은 스페이스독 내에서 나름 귀한 엔지니어다.

둘을 버려야 할지 말지 그가 고민하는데 상황실의 부하가 그를 불렀다.

“선장님, 신호가 뜨는데요?”

“응? 누구야?”

“저스틴입니다.”

늑대신도 제말 하면 기도를 들어 준다고 저스틴의 움직임이 탐지기에 떴다.

탐지기에 뜬 불빛이 도킹 포트가 연결된 쪽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걔 엔진실로 간 거 아냐? 왜 돌아오지?”

“글쎄요.”

“도킹 포트 카메라로 돌려 봐.”

상황실의 대형 디스플레이의 하단에 카메라 화면이 출력되었다.

잠시 후, 저스틴이 도킹 포트로 걸어 들어왔다.

투명 헬멧은 어디다 버리고 왔는지 그는 헬멧을 벗고 있었다. 덕분에 얼이 나간 그의 얼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어? 쟤 왜 헬멧을 벗고 있지?”

“이런 니미! 저 새끼 폭탄을 들고 있잖아!”

배에서 얻을 만한 것이 없으면 폭파시키라고 부선장한테 줬던 폭탄을 저스틴이 들고 있었다.

“도킹 포트 안이라서 터지면 피해가 클 겁니다!”

“나도 알아 씹새야! 야! 스피커 켜봐!”

밀로가 서둘러 마이크를 들고 저스틴을 불렀다.

“저스틴! 지금 뭐 하는 거야?”

「선장님.」

넋이 나간 채로 폭탄을 들고 걸어오던 저스틴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스탁스는 어디 가고 왜 네가 그 폭탄을 들고 있어?”

「선장님, 저는….」

밀로가 봤을 때, 저스틴은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부선장한테 준 폭탄을 그가 가진 것도 수상했고, 우주선 내부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데 헬멧을 벗고 다니는 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놈이 도킹 포트에서 폭탄을 터뜨리기라도 한다면 캘빈호는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저는 두려워요.」

“야야, 뭐가 그리 무서워. 너 임마, 해적 새끼가 무서운 게 어디 있어?”

밀로는 저스틴에게 말을 거는 와중에 부하들에게 손짓을 했다.

캘빈호에서 도킹 포트와 연결된 주변 구역을 전부 차폐해 두기 위해서였다.

“됐고. 폭탄 내려놓고 들어와서 얘기하자. 응?”

「선장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네요. 저는 캘빈호를 지키려는 겁니다.」

“뭐?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던 저스틴이 카메라를 주시하더니 기괴하게 웃었다.

「크큭, 아니 이미 늦었어. 암흑이, 암흑이 이 배를 삼킬 거야.」

“뭐?”

「키히히, 키히히히히히!」

“기다…!”

저스틴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폭탄의 스위치를 눌렀다.

밀로가 말릴 새도 없이 폭탄이 폭발하며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

‘됐다.’

배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듣자마자 나는 배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먼저 구조부터.’

폭발이 발생한 쪽과 엔진실, 애들이 있는 공간까지 직선으로 연결되도록 배의 구조를 바꿨다.

검은색 벽들이 꾸물거리며 모양을 바꾸고, 26호와 아드하이가 있는 공간이 엔진실과 하나로 이어졌다.

우주복의 헬멧을 깨고 안에다 수십 개의 촉수를 밀어 넣고 있는 26호, 헬멧을 벗긴 다음 피를 빨고 있는 아드하이가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한다.

「큰애기야!」

「나」「사냥」「성공」

[즈즈 즈즈즈(모두 잘했어)]

배 안에 들어온 적들 중 절반 정도는 내가 만든 함정에 걸려 고인이 됐다.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발악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26호와 아드하이가 처리해줬다.

‘침식 촉수로도 포식 효과를 띄울 수 있어서 다행이야.’

에이모프의 포식 효과는 죽은 시체를 먹는다고 뜨지 않는다.

정확히는 ‘내가 죽인’ 생물을 섭취해야 포식 효과가 뜬다. 마찬가지로 진화 조건 중 지성체 종족을 잡아야 하는 것도 내가 죽인 생물만 카운트된다.

단, 샘플은 열등한 기술로 정제한 유전자 정수로 취급되기에 ‘내가 죽인 생물’의 제한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다.

아무튼 함선과 동화된 내가 함정으로 적을 죽인 뒤 그 고기를 먹어도 포식 효과는 문제없이 발동되었다.

‘덕분에 재밌는 융합 특성을 얻었지만 그건 이따가 확인하고.’

지금은 배를 바꿔야할 시간이다.

[즈(가자)]

「응!」

엔진실 정면의 벽이 사라지고 우주 공간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로부터 수십 미터쯤 떨어진 곳에 해적선의 외벽이 보인다. 파손된 도킹 포트 구멍으로부터 부서진 잔해와 배 안에 있던 해적들이 우주 공간 밖으로 빨려 나가고 있었다.

나는 침식 촉수를 해제했다.

몸을 잃은 것 같은 상실감과 함께 배 전체에서 퍼져 있던 내 감각이 전부 사라졌다.

그와 함께 배를 덮고 있던 검은색 점액질들이 급속히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두 다리에 힘을 준 다음, 힘차게 박찼다.

배갑으로 인해 거대해진 내 몸이 우주를 유영한다.

뒤이어 나와 비슷하게 지느러미로 몸을 밀어내 추진력을 얻은 26호가 날아왔다. 26호 곁에는 아드하이가 우주의 용답게 아무런 제약 없이 느긋하게 비행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 앞에 해적들이 운용하는 거대한 함선 전체의 모습이 보인다.

‘피해 상태를 보니 나쁘지 않아.’

나는 도킹 포트를 폭파시키기 위해 해적 엔지니어, 저스틴을 기생충으로 조종했다.

내가 노린 것은 두 가지.

첫 번째, 적 함선의 외벽에 구멍을 뚫어서 내가 무사히 배 안으로 잠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저쪽이 사용하는 배는 수많은 플라즈마 포대가 설치되어 있고, 외벽에 붙은 나를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그래서 적들의 시선을 돌리고 배 안에 잠입하기 위해서는 저들의 시선을 끄는 것과 함께 외벽에 내가 무사히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만들어야 했다.

‘그 역할이 저스틴이었지.’

내 예상보다 폭탄의 화력이 강해서 적 함선에 뚫린 구멍은 제법 컸다. 덕분에 내가 두 번째로 의도한 것도 무리 없이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한동안 저쪽도 초광속 항해를 못 할 거야.’

나의 두 번째 의도는 해적선이 초광속 항해로 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는 것.

이 주변에 해적 은신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배가 초광속 항해로 은신처까지 날아가 버리면 불리해지는 것은 바로 나다.

이를 막으려면 저들이 함부로 광속엔진을 못 쓰는 상황을 만들어야만 했다.

‘배가 손상되면 어지간해서는 광속엔진을 안 굴리니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초광속 항해 도중에는 선체가 받는 부담이 늘어난다. 잘못하다간 초광속 항해 도중에 배가 쪼개지는 수가 있다.

‘전쟁 중이라면 신경 안 쓰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외벽에 난 구멍을 어떻게든 메우지 않고는 저들도 광속엔진을 쓰는 것을 자제할 터.

아무튼 이걸로 내 의도는 모두 달성했다.

우리는 별다른 문제없이 부서진 구멍 안으로 진입했다.

배 안에 발을 디딘 나는 멈추지 않고 구역 내 복도를 달렸다.

‘아직 안 끝났어.’

이 구역을 둘러싼 차폐문이 닫히기 전에 넘어가야 한다.

나와 거의 동시에 착지한 26호와 아드하이도 망설임 없이 내 뒤를 따랐다.

저 멀리 복도 끝에 아직 덜 닫힌 차폐문이 보인다.

‘카메라.’

보조기관을 통해 차폐문 너머에 감시카메라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는 달리면서 침식 촉수를 뻗어서 감시카메라를 파괴했다.

어차피 이 배를 장악하려면 해적들과 직접 마주해야겠지만, 괜히 일찍 걸릴 필요는 없으니까.

감시카메라를 파괴한 뒤 우리는 가까스로 차폐문을 넘을 수 있었다.

‘진입은 무사히 성공했고.’

곧 배를 수리하러 사람들이 올 거다. 그 전에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즈즈(저쪽)]

저스틴을 조종할 때, 그에게 해적선에서 숨을 만한 곳이 어디 있는지 들었다.

저스틴 말로는 이 배는 스타유니언의 무역선을 기반으로 개조한 것이라 1, 2층이 전부 화물창으로 쓰인다고 한다.

평소에는 화물창에 판매용 생물이나 화물들을 보관하지만 지금, 이 배는 거래를 한 차례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기에 화물칸 중 일부가 텅텅 비어 있는 상태다.

‘2층에만 상품이 보관되어 있고 1층은 비어 있다라.’

지킬 것이 없다 보니 경비도 없고, 감시 인원도 순찰을 대충 돈다고 하니 내가 숨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우리가 있는 곳이 3층이니까.’

이대로 가면 100% 카메라에 걸릴 터. 뒤쪽은 차폐문으로 닫혀 있고, 갈 수 있는 길은 반대편밖에 없다.

저쪽으로 가다간 구역을 수리하러 오는 해적과 조우할 가능성이 크다.

‘바닥을 뚫고 가자.’

일단 2층으로 내려간 뒤 다른 길로 돌아가거나 해야겠다.

나는 팔에 상처를 내서 산성피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단단한 금속판이 녹으면서 유독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덩치가 커지니까 이게 안 좋네.’

지금 만들어진 구멍으로도 아드하이나 몸을 축소할 수 있는 26호는 어렵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피를 좀 더 내서 구멍을 빠르게 키운 나는 전투용 팔로 녹은 바닥의 모서리 부분을 잡고 크게 벌렸다.

‘구멍이 크긴 하지만.’

저쪽도 격리된 구역에서 발생한 폭발 때문에 그런 것이라 여길 거다.

물론 수리를 하다 보면 이게 폭발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겠지만 상관없다.

그때쯤 되면 누가 이 흔적을 만들었는지 중요해지지 않을 정도로 난리가 났을 테니까.

[즈즈 즈즈즈(먼저 내려가)]

「응.」

26호와 아드하이를 먼저 내려 보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망가진 구역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복을 입은 해적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새로 얻은 특성을 쓸까?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나는 단념했다.

‘아냐. 그것말고도 방법은 많아.’

일찍부터 적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 확보한 특성 대신 나는 복도 너머에 있는 해적 중 한 명에게 공포의 주시자를 썼다.

그들이 막 모서리를 지나치려는 순간, 중간에 있던 해적이 공포에 질려 발광하기 시작했다.

“아, 아아악!”

“이 새끼 왜 이래?”

“암흑! 암흑이 우리를 집어삼킨다! 끄아아아악!”

다른 해적들이 두려움에 떠는 동료를 진정시키는 사이, 나는 바닥을 마저 녹이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수많은 컨테이너와 대형 냉동 캡슐, 합금 철창이 달린 직사각형 감옥 등등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즈즈즈(이쪽으로)]

보조기관으로 감지해 보니 저쪽에 계단이 있다.

우리는 계단이 있는 방향으로 뛰었다. 계단에 설치된 카메라는 가시털을 쏴서 무력화시켰다.

1층의 화물창 구석진 곳에 몸을 숨기고 나서야 우리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좋아. 여기까지 왔으니 그다음은….’

뭘 할지 생각하는데 위에서 폭음이 들렸다.

그것은 해적선에 장착된 플라즈마 포대가 불을 내뿜는 소리였다.

목표는 내가 지배했다가 버린 배겠지.

해적 탐사대는 전부 죽었고, 배까지 망가졌으니 이 배의 선장은 제법 열이 받았을 거다.

‘지금은 선장 자리를 마음껏 누려라.’

그 자리는 머지 않아 내 것이 될 테니.

-

“아주 개지랄을 쳐놨구먼.”

“이걸 어떻게 때우지?”

루스락 카르텔의 엔지니어들은 우주복을 입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선장님께서 빡쳤으니까 어떻게든 처리해야지. 휴리랑 나는 외벽 부분을 맡을 테니까 쿠퍼 너는 안쪽을 맡아.”

“예압.”

쿠퍼는 홀로 함선 내부에 발생한 손상을 수리하기 위해 금속주입기를 손에 쥐었다.

사람만한 크기의 용접기처럼 생긴 금속주입기는 함선 같은 거대 인공 구조물을 수리할 때 주로 사용되는 도구다.

여러 개의 합금판을 장치에 연결한 뒤 작동시키면 주입기의 끝에서 액체 상태의 합금이 나와서 손상된 부위를 용접하는 식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금속주입기로 수리를 하던 중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폭발 때문에 생긴 게 아닌데?”

차폐문 앞바닥에 뚫린 구멍은 산성 용액이라도 쏟아진 것인지 모서리 부분이 녹아있는 상태였다.

그는 아래쪽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드밀었다.

그 순간, 구멍 안쪽에서 손이 튀어나와 그의 헬멧을 붙잡았다.

“!”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구멍 안쪽으로 끌려들어갔다.

쿠퍼가 있던 자리에는 금속주입기만 외롭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몇 분 후, 외벽에서 수리를 하던 휴리가 잠시 쉬러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쿠퍼 이 자식 어디 갔어?”

큼지막한 구덩이 앞에 금속주입기만 덜렁 남아있는 것을 보고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쿠퍼! 어디 갔어?”

“아·래·층·이·야.”

“거긴 왜 내려갔어?”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휴이는 쿠퍼가 올라오길 기다렸지만 그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구덩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야! 화물창에서 뭐하는데?”

“이·쪽·이·야.”

화물창은 밀수한 동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빛만 존재했다.

그 사실을 휴이 또한 알고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곳은 평소보다 훨씬 어두웠다.

“전등이 나갔나?”

아직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 휴이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따라 걸었다.

‘계단에서 들렸지?’

휴이가 알기로 현재 1층에는 딱히 보관된 생물이나 화물이 없다. 같이 농땡이나 치자 싶어서 그는 의심하지 않고 계단을 내렸다.

“쿠퍼?”

좀 전 2층도 꽤 어둡다고 생각했는데 1층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머리가 꽃밭인 휴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어두운 곳에 홀로 들어가는 것은 꽤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쿠퍼!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여!”

그가 외치자 멀리서 하얀 빛이 켜졌다.

그것이 헬멧에 달린 손전등이라는 사실을 안 휴이는 안심하고 빛을 따라갔다.

“도대체 뭘 하기에 여기서….”

빛을 따라가던 휴이는 그토록 기대하던 쿠퍼를 만났다.

하지만 쿠퍼는 그가 생각했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그는 헬멧을 쓰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쿠퍼에게는 헬멧을 쓸 수 있는 머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밝히고 있는 이 빛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휴이의 시선이 빛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5m 정도 되는 높이에 4개의 기다란 손가락이 쿠퍼의 헬멧을 들고 있었다.

「왜·이·제·와」

그 말과 함께 쿠퍼의 헬멧에 달린 전등이 꺼졌다.

그 뒤에 남은 것은 단말마조차 집어삼킬 지독한 암흑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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