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102화 (103/400)

Ep. 102

-

I-97 섹터에 캘빈호가 진입한 지 하루가 지났다.

그 하루 동안 밀로 루스락이 이끄는 루스락 카르텔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많은 ‘불행한’ 일이.

“빨리 움직여! 놈이 구역을 넘어오기 전에 방어선을 구축해야 해!”

캘빈호 후면에서는 남은 해적들이 바리케이드를 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배를 습격한 수수께끼의 괴물이 전면부의 구역 전부를 장악했기 때문에 이곳이 최후의 보루였다.

‘니미씹메바!’

부하 중 한 명이 당하기 전 괴물의 정체를 카메라로 찍었다.

괴물의 모습을 본 밀로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배를 돌아다니며 해적을 학살하는 존재는 분홍색 풍선처럼 생긴 괴물이었다.

크기가 5m나 되고 몸체 이상으로 거대한 촉수들이 몸에 달려 있다는 점만 빼면 영락없이 버블아메바였다.

‘버블아메바가 사람을 죽이는 게 말이 되냐고!’

밀로가 알기로 버블아메바는 바다에 있는 플랑크톤 따위나 먹고 사는 무해한 초식생물이다.

하지만 놈은 아니었다.

놈은 기이한 힘으로 찢어 죽였다.

게다가 굼뜨게 생긴 외형과 다르게 움직임도 제법 빨랐다. 놈은 촉수를 활용해 도망치는 해적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빠짐없이 붙잡아 사지를 뜯어 놨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밀로도 이 기이한 버블아메바에 흥미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촉수로 사람을 으스러트리거나 사이킥 파워로 사람을 인수분해하는 버블아메바는 흔한 게 아니니까.

문제는 그 버블아메바 때문에 승선한 해적 중 절반이 당했다는 것이다.

이러다간 포획은커녕 전부 놈에게 잡아먹히게 생겼다.

‘씨발, 다 좆까. 놈도 이건 못 버틸 거다.’

밀로 앞에 부하들이 거의 성인 남성 크기의 포대를 설치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정식 명칭 APDT(Automatic Point Defense Turret).

스타유니언에서 경비 및 국지 방어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장비다.

포화를 퍼붓는 모습이 마치 폭풍 같다고 해서 다른 종족들은 스톰건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열화우라늄탄을 기본 탄환으로 사용하며 장탄수는 최대 1,000발이다. 사용자가 단말기로 조종하지 않으면 소형 AI가 대신해서 내장된 동작 감지 센서를 기반으로 자동 사격을 가한다.

열화우라늄탄은 메가콥의 텅스텐탄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싼 것은 아니다. 탄약수가 많다보니 한번 쓸 때마다 막대한 크래딧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타유니언 소속이 아니라면 구하기도 어렵다.

‘그 미친 로봇박이 새끼들이 다른 종족한테는 탄약도 안 파니까.’

루스락 카르텔도 스타유니언의 무역선을 탈취하면서 보관되어 있던 스톰건과 대량의 탄약을 얻은 덕분에 지금처럼 쓸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탄약이 제한되어 있으니 마운틴크롤러처럼 장갑이 매우 단단한 생물을 잡을 때만 꺼내 쓰는 정도였다.

‘제2병기고에 보관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선체 정면에 위치한 제1병기고는 괴물의 습격으로 엉망이 되었다. 그 탓에 안에 있던 폭탄과 무기들을 전부 잃었다.

밀로가 혹시 이런 일이 있을까 봐 제2병기고를 새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들 모두 진작 괴물의 먹이가 됐으리라.

“선장님! 스톰건 설치 완료했습니다!”

“좋아. 베타 조는?”

「스톰건 설치 완료! 상황실로 복귀하겠습니다!」

스톰건을 활성화한 밀로는 부하들과 함께 후방 구역으로 후퇴했다.

엔지니어들이 구역마다 있는 차폐문을 닫고 땜질을 하는 동안, 다른 부하들은 지금까지 했던 작업을 반복했다.

「선장님?」

“왜?”

「함선AI가 보고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주변 환경 변동에 대한 사항이라는데요.」

“바쁘니까 이따 확인할게.”

상황실로부터 온 통신을 종료한 밀로는 부하들과 함께 스톰건을 들고 옮겼다.

‘씨발, 선장인 내가 이 짓거리나 하고 있다니.’

수수께끼의 괴물 때문에 함선은 엉망이 됐지, 스톰건 때문에 기껏 번 크래딧은 다 날리게 생겼지.

게다가 선장 체면에 이런 개고생까지 하다니.

머리가 복잡한 밀로였기에 상황실에서 온 통신을 금방 잊어버렸다.

-

폭탄까지 큰 문제없이 정리한 나는 바로 침식을 개시했다.

침식을 진행하는 중에 해적들의 습격에 방어하기 위해 나는 26호와 아드하이에게 부탁했다.

먼저 26호에게 맡긴 역할은 해적의 시선을 끄는 것이었다.

나와 오래 있던 덕분에 제법 노련한 사냥꾼이 된 녀석이라면 어렵지 않게 해적들을 제압할 수 있을 터.

물론 26호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으니 나는 이빨요정 무리도 함께 보냈다.

이빨요정들은 나와 정신이 연결된 상태.

만약 26호가 인지하지 못한 위험 요소가 발생하면 내가 먼저 경고해 줄 수 있다.

녀석은 나를 돕는다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이빨요정 무리와 같이 움직인다는 것도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리고 아드하이에게는 침식을 진행하는 나를 지키는 역할을 줬다.

‘실내에서라면 싸우기 불리하니까.’

우주 공간에서 자유롭게 비행하면 아드하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겠지만 선내에서 싸우기에 녀석의 신체는 그리 적합하지 않다.

화물창같이 넓은 공간이라면 모를까.

녀석은 자기가 사냥을 나설 수 없다는 것에는 불만인 듯 보였지만 내가 몇 번씩 지켜달라고 말하니까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지금도 녀석은 화물창을 느리게 비행하며 누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감시하고 있었다.

‘순조롭네.’

침식을 개시한 지 4시간이 지났다.

이제 1시간만 더 버티면 이 배는 나의 것이 된다.

이미 1, 2층의 화물창뿐만 아니라 3층 전부까지 장악했다.

4층의 경우도 선체 정면은 내 손에 들어왔고, 중앙과 후면만 남은 상태.

‘저쪽에서는 상황실에서 농성을 하려나 본데.’

놈들은 선체 후면 4층에 위치한 상황실 주변 구역을 폐쇄하고 있었다. 마침 26호도 여러 개의 지느러미로 계단을 4층 위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흠.’

폭탄까지 전부 제거했고 병기창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니 큰 위협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른다.

‘남은 놈들은 내가 직접 처리하면 되니까.’

저쪽에서 소극적으로 나서는 이상 굳이 몰아붙일 이유는 없다. 어차피 침식이 완료되면 저들은 모두 내 손에 죽을 테니까.

나는 26호에게 파장을 쐈다.

[즈즈(잠깐)]

「큰애기야 왜 그래?」

[즈즈 즈즈즈(이제 돌아와)]

「괜찮아?」

[즈(응)]

26호와 이빨요정 무리를 귀환시킨 나는 다시 침식에 집중했다.

‘이렇게 일이 순조롭게 풀린 경우도 오랜만이네.’

우주도시에 있을 때는 거의 쉴 틈이 없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느긋하게 진화 조건을 채우려고 하던 것이 발각된 이후로는 줄곧 새로운 적들이 들이닥쳤으니까.

‘덕분에 유전자 정수는 많이 모았다만.’

유용한 특성을 꽤 얻긴 했지만 불균형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야생 동물들을 상대로 싸운 경험이 별로 없지.’

현재 내 특성들은 전투적인 능력, 그것도 근접전 쪽으로 치중된 상태다. 원거리 공격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한적이고, 유틸 성격을 띤 특성들도 많이 부족한 편이다.

‘배를 뺏은 뒤에는 야생 생물을 잡으러 가면 돼.’

함선컴퓨터에 저장된 밀수 행성 정보를 토대로 말이다.

그곳에 가면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 정수를 노려봐야겠다.

그렇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을 정리하는데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침식을 완료했습니다.」

메시지가 뜨자마자 내 정신이 전장 300m짜리 거대 구조물 전체에 스며들었다.

배가 워낙 커서 그런지 탈출선을 지배할 때랑은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 느낌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무거움’. 마치 내가 에이모프의 몸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흰긴수염고래 같은 거대 생물과 일체화된 기분이다.

‘이건 고래보다 훨씬 크지만.’

정신을 집중하니 중앙에 있는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

본래 스타유니언에서 개발한 원자로가 지금은 나와 일체화된 복합생물의 심장 노릇을 하고 있다.

나는 원자로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와 선체 외부에 달린 함포로 보냈다.

플라즈마 에너지가 나의 의지에 의해 강제로 함포에 집중된다.

그리고 내가 쓰는 사이킥 브레스를 웃도는 위력을 가진 강력한 포가 발사되었다.

파괴적인 에너지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른 포신의 열을 느끼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이 배는 이제 나의 것.

허가받지 않은 손님을 내버려 둘 정도로 나는 자비롭지 않다.

-

“…….”

상황실 내부는 평소보다 많은 인원으로 바글바글했지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40명의 해적들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괴물과 맞서 싸우기 위해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괴물은 해적들을 말려 죽이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뭔가 잘못됐어.’

문득 밀로는 생각했다.

상황실에서 농성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놈이 노리던 것이 아닐까 라고.

‘아니야!’

그는 불길한 상상을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부하들 모두 긴장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럴 수 없었다.

밀로는 애써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벽면을 쳐다봤다.

블랙홀처럼 모든 빛을 흡수할 것 같은 검은색의 벽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원래 이랬나?’

스타유니언의 배는 메가콥과 반대로 하얀색보다 검은색으로 칠하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바닥과 벽, 천장의 금속판 모두 검은색 계열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상황실 내벽의 색이 평소보다 더 어둡게 느껴졌다.

‘갑자기 왜 변색이….’

그가 의문을 품은 순간, 상황실 전체의 전원이 나갔다.

“으, 으아아악! 노, 놈이다!”

“진정해! 곧 비상등이 들어올 거다!”

상황실은 중요 시설이기 때문에 원자로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것 말고 따로 예비 전원 장치를 두고 있다.

밀로의 말대로 곧 상황실 내부에 붉은빛의 비상등이 들어왔다.

붉은빛 아래의 해적들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반쯤 시체에 가까웠다.

밀로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 또한 볼프 특유의 털이 땀을 잔뜩 먹어 매우 비루한 꼴이었다.

밀로는 반쯤 악을 쓰듯 함선AI컴퓨터를 불렀다.

“캘빈! 상황실 컴퓨터도 켜!”

「불가능합니다. 원자로로부터 전력이 끊겼습니다.」

“씨발 예비 전원 장치랑 동기화하면 되잖아!”

「알겠습니다.」

곧 상황실 내 컴퓨터들에 불이 들어왔지만, 밀로와 해적들은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서 쿵쿵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저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을 알고 있었다.

“서, 선장님!”

“…니미.”

그것은 스톰건이 발사되는 소리였다. 놈이 복도를 통해 이곳으로 오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스톰건이면 마운틴크롤러도 갈아버리는 무기야. 놈이 버틸 리가 없어.”

“그, 그렇겠죠?”

부하들이 억지로 희망찬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희망이 사라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총소리가 안 멈춰?’

밀로는 다급히 스톰건과 무선으로 연결된 단말기를 확인했다. 작은 화면 속에는 탄약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가장 멀리 떨어진 구역에 설치한 스톰건의 탄약이 떨어지고 수신이 끊겼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음 구역에 있는 스톰건의 탄약수가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 선장님!”

“씨발 이게 뭐야?!”

이쯤 되자 밀로도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해적들은 상황실에 들어오기 전, 구역마다 스톰건을 설치하고 차폐문을 모두 막아 놨다.

아무리 놈이 강력한 괴물이라고 해도 이렇게 빨리, 그것도 스톰건의 열화우라늄탄을 전부 소모시키면서 움직일 수는 없다.

‘화, 확인해야 해!’

그는 다시 함선AI 캘빈을 불렀다.

“캘빈! 구역 카메라랑 연결해!”

「불가능합니다.」

“다시 명령한다! 캘빈! 카메라 연결해서 모니터에 띄워!”

「치지지지직」

밀로가 재차 명령했지만, 캘빈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해서 들려오는 소리는 귀에 거슬리는 잡음뿐.

“캘빈! 카메라….”

「치지지직, 캘·빈·은, 치지지직」

그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상황실의 스피커가 다시 활성화되었다. 이어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여성 목소리 기반의 AI인 캘빈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캘·빈·은·죽·었·다·」

“뭐?”

「네·놈·들·도·전·부·죽·는·다·」

갈라지는 남성의 목소리가 그렇게 선고하듯 말하고, 상황실에 있는 모든 불이 나갔다.

“아아아악! 크허어억….”

“으아아악! 살려줘!”

“크어어어어!”

완전한 암흑 속에 잠긴 상황실에서 비명과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레이저 소총으로부터 발사된 에너지탄, 헐크 뮤턴트 경비들이 주먹질하면서 들리는 굉음. 빛과 소리 모두 상황실에 있던 자들이 살아 있다는 신호였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지독한 침묵이 밀로를 옥죄었다.

볼프는 냄새에 민감한 종족이기에 밀로는 싫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그의 부하들은 남김없이 전부 죽었다는 것을.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는 덜덜 떨며 단말기를 켰다.

작은 빛이 그의 앞에 있는 「그것」을 비추었다.

불가사리를 닮은 6개의 부속지와 입을 가진 뱀들이 바닥에서 솟아나 시체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하….’

이 배에 올라탄 존재는 그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은 존재였다.

그것은 이성,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다.

모든 것을 놓은 밀로는 단말기의 불을 껐다.

-

‘잘 먹었네.’

나는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며 배를 두드렸다.

에이모프가 많이 먹는다고 배가 부를 리는 없지만 느낌상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번 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했네.’

해적선, 캘빈호의 모든 해적들까지 정리하니 내가 배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50일로 크게 증가했다.

‘헐크 뮤턴트를 먹은 것이 주효했지.’

헐크 뮤턴트 한 마리를 먹을 때마다 10일씩 쭉쭉 늘어나서 깜짝 놀랐다. 게다가 두 마리를 전부 잡아먹으면서 새로 획득한 특성도 3개나 됐다.

「큰애기는 더 안 먹어?」

[즈즈(배불러)]

「인정」「먹이」「매우 많음」

50일 동안 유지할 수 있으면 충분했기에 나머지 먹이는 26호와 아드하이에게 넘겼다. 덕분에 녀석들은 오랜만에 배가 터지도록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어디 그럼 함선 컴퓨터를 확인해 볼까.’

나는 함선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열람했다. 막대한 양의 정보들이 침식 촉수의 끝을 타고 내 머리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그중 가장 먼저 내게 전달된 것은 내가 함선을 침식하기 전, 이 주변에서 발생한 우주적 현상에 관한 부분이었다.

‘주변에 암석 지대라도 있나?’

나는 선체 외벽에 감각을 집중했지만, 딱히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별거 아니겠…응?’

그렇게 넘기려고 했는데 문득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잠깐.’

나는 다시 AI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우주적 현상 보고에 대해 꼼꼼히 읽어 봤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자면 특수한 자기장으로 집합된 운석 집단이 비정상적인 궤도를 그리며 이동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운석 집단은 2시간 이내에 이 주변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설마?’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잘 안다.

나는 다급히 선체 외부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나의 의식이 선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변까지 퍼져나갔다.

함선AI가 보고한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2시간 전.

고도로 발달된 감각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던 우주 공간에서 무언가를 잡아냈다.

그것은 처음에는 별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것은 별이 아니라 하얀 구름이었다.

하얀 구름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미친!’

저 구름의 정체는 메탈릭 그렘린 무리.

함선의 천적이자 우주의 약탈자가 지금, 우리를 노린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