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107화 (108/400)

Ep.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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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선! 치직, 긴급, 치지지직, 으로, 뚝」

“이건 또 왜 이래?”

조종석에 있던 해적 조종사는 갑자기 먹통이 된 통신기를 내려쳤다.

몇 번 내려쳐 보기도 하고, 다시 켜보기도 했지만 통신기는 완전히 망가진 것인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애들이 보낸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17캠프를 방문한 동료들이 보낸 통신인 분명했다.

조종사는 수송기를 이동시키기 위해 밖에 있던 동료 조종사를 불러들였다.

“야, 애들한테 연락 왔어. 출발할 테니까 빨리 타.”

「이것만 피고 들어갈게.」

“빨리 가야 한다니까!”

「에이씨, 진짜.」

“들어올 때 문 제대로 닫아.”

「네네.」

담배 피러 나간 동료가 투덜거리며 탄 것을 확인한 조종사는 이륙을 준비했다.

수송기가 막 이륙하려는 순간, 기체가 뭐에 부딪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뭐야?”

조종사가 서둘러 기체 경고등을 확인하자 수송기 후면에 위치한 화물칸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이 머저리 같은 새끼가 문 닫고 들어오라니까.”

조종사는 통신기를 켜서 탑승한 동료를 불렀다.

“출발할 거니까 문 제대로 닫고 빨리 들어와.”

「치지지직」

“문 닫으라니까!”

답변 대신 계기판에 있던 화물칸 문 설정에 들어온 붉은빛이 녹색빛으로 바뀌었다. 화물칸의 문이 닫힌 것이었다.

“새끼 진작 좀 닫지. 출발할 테니 꽉 잡아!”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고 당기자, 수송기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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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정말입니다! 가죽이 벗겨져서 나무에…네? 아, 옙. 지금 찍어서 전송하겠습니다.”

통신기로 상부에 보고하고 있던 해적이 헬멧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랜턴 옆에 달린 카메라가 움직이며 바닥에 놓인 시체들의 영상을 본부로 전송했다.

워커에 달린 와이어로프를 거목에 연결한 덕에 시체를 수습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도, 도대체 어떤 악마가 이런 짓을….”

여느 스페이스독 카르텔이 그렇지만 휴머니티의 해적들도 잔인한 구석이 많았다. 이곳에 오기 전만 해도 그들은 무고한 볼프들에게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짓을 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그들도 통째로 가죽을 벗긴 인간을 나무 위에 걸어놓는다는 발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동료가 보고하며 영상을 찍고 있는 동안, 눈썰미가 좋은 해적이 피범벅이 된 시체를 살폈다.

“…피가 따뜻한 것을 보니 죽은지 얼마 안 됐어.”

그 말은 즉 끔찍한 짓을 저지른 범인이 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

“씨, 씨발…. 바이오 스캐너에 아무것도 안 걸린 거 아니었어?”

“…등록되지 않은 정보라면 안 잡혀.”

세인토피아02 대륙에 서식하는 생물 유전자는 거의 수집한 휴머니티 카르텔이지만 외부에서 온 존재라면 그들도 어쩔 수 없다.

미지의 적, 게다가 사람으로 회를 치는 괴물이 근처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해적들은 절로 오금이 저렸다.

“수송기는 언제 오는 거야!”

“불렀으니까 금방…아, 저기 온다!”

나무들의 가지와 잎사귀가 마구 흔들렸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굉음과 함께 수송기의 빛이 깊은 숲속 안쪽을 낱낱이 밝혔다.

“좋아. 다들 이동하자고.”

이 주변에 수송기가 착륙할 만한 공터는 17번 캠프 밖에 없다. 해적들은 당연히 수송기가 그쪽으로 날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응?”

“왜 저러지?”

잘 비행하고 있던 수송기가 비틀거리더니 고도를 빠르게 낮추기 시작했다. 마치 지상을 향해 들이받을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수송기가 향한 방향은 해적들이 서 있는 위치였다.

수송기와 떨어진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자 해적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모두 피해!”

해적들은 재빨리 주변 나무와 바위 뒤로 숨었다.

워커도 뒤늦게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추락하던 수송기가 가차 없이 워커 위로 내리꽂혔다.

워커 하나를 깔아뭉갠 수송기가 폭발하면서 불길이 거목 위로 치솟았다. 굉음이 숲속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자고 있던 조류형 생물들이 깜짝 놀라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수송기!”

나무나 바위 뒤에 몸을 피했던 해적들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활활 타오르는 수송기의 잔해를 바라봤다.

자기들을 태우고 갈 수송기가 박살이 났기에 그들은 절망에 차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들의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 속에서 새까만 무언가가 튀어나와 워커를 덮쳤다.

그것의 덩치는 워커보다 훨씬 거대했기에 워커는 반격하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워커를 쓰러트린 그것은 꼬리의 가시로 조종석에 앉아 있는 해적을 찔렀다. 거의 창에 가까울 정도로 길이가 긴 가시였기에 해적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워커를 무력화시킨 놈은 그대로 숲 안쪽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해적들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놈이 사라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해적들이 고함과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씨이이바아알!”

“개씹 방금 그거 뭐야!”

“나도 몰라!”

한순간에 수송기와 워커 두 대를 잃은 해적들은 완전히 공황에 빠졌다.

“여, 여기는 위험해!”

“모두 17번 캠프로 뛰어!”

이곳에 있는 해적들 중 화력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던 것은 플라즈마 런처를 장착한 워커 둘이다.

이 숲에는 워커가 아니면 상대하기 어려운 위험 생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제 미지의 습격자 말고도 숲의 거주자들도 그들을 노릴 것이다.

게다가 가죽이 벗겨진 시체에서는 피 냄새가 진동을 하는 상황. 곧 괴물들이 몰려들 것이 뻔했기에 해적들은 달렸다.

8명의 해적들이 거목들 사이를 내달린다.

그들 머리 위의 나무 잎사귀 사이에 수많은 눈동자들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캠프까지 멀지 않았어! 조금만 더 달리면…!”

선두에 있던 해적은 하던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나무 위에서 긴 뱀 같은 것이 내려와 그의 머리를 붙잡고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동료가 나무 위로 사라지는 과정을 뒤에 있던 해적들은 고스란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적습…!”

그들이 막 기겁을 하려는 찰나 또 다른 뱀이 내려와 해적 한 명을 낚아채갔다. 나무 위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핏물이 쏟아졌다.

“모두 공겨어어억!”

“으아아악!”

남은 해적 6명이 가우스 소총을 꺼내서 나무 위로 쏴재끼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나무들 사이에서 덩치 큰 무언가의 형체가 여기저기 넘나드는 것이 보였다.

“젠장! 도대체 보이지가 않아!”

해적들은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사격을 가했지만 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움직였다. 게다가 그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나무 위의 괴물만이 아니었다.

“아아악! 도와줘!”

“히익?!”

사격하느라 위쪽만 보고 있던 해적 한 명에게 벌레 수십 마리가 달라붙었다. 손바닥만 한 벌레들이 새하얗고 날카로운 이빨을 빛내며 해적이 입은 강화복을 씹어댔다.

“아갸갸갸각!”

해적들이 입고 있는 강화복은 특별히 개량된 중급 강화복으로 높은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강화복이 뚫리지 않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맨살이 씹히는 통증까지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와줄게!”

다른 해적이 사격을 멈추고 동료를 향해 외쳤다. 그 말이 그가 남긴 마지막 대사였다.

“조심해!”

“어어?”

새빨간 뱀이 내려와 그를 끌고 갔다.

다른 해적들이 시선을 돌려 뱀이 나타난 곳을 향해 사격하려고 하는데, 어둠 속에서 가시들이 날아와 그들의 목에 꽂혔다.

“억!”

“윽!”

그들은 만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가 쓰러져 버렸다.

이제 멀쩡히 서 있는 해적들은 단 두 명.

그들은 망설임 없이 총을 내리고 곧장 캠프를 향해 달렸다.

사실 캠프에 간다고 해서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도망치던 그들은 등 뒤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따라오는 것을 들었다.

처음에는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작던 그 발소리는 순식간에 커져서 이제는 바로 등 뒤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해적 한 명이 정신없이 뛰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졌다.

“도, 도와 줘!”

“…그동안 즐거웠다.”

“이 개호잡놈 새끼…아아악!”

동료의 비명 소리를 뒤로하고 그는 달렸다.

“헉, 헉, 헉.”

한참을 내달렸지만 캠프는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는 나뭇가지들이 을씨년스럽게 흔들렸고, 눈에 보이는 나무들은 전부 똑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숲 전체가 그를 둘러싸고 어디 한 번 도망쳐보라고 비웃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멈춰 설 수는 없었다. 놈이 금세 그를 따라잡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털이 많은 무언가가 그를 등 뒤에서부터 덮쳤다.

해적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를 덮친 것이 8개의 다리로 등을 짓눌렀다.

“이, 이러지 마! 살려 줘!”

보이지 않는 적에게 해적은 애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날카로운 이빨이었다.

놈의 날카로운 이빨이 해적의 목 뒤에 박혔다. 맹독이 혈관을 통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끄아아아악!”

해적은 전신의 혈관이 녹아내리는 고통에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해적을 덮친 괴물, 나이트스토커는 먹이가 무력화되었음을 확인하고 만족스러워했다.

놈이 베어 문 순간, 무언가가 놈의 머리를 붙잡았다.

“컹?”

「어·딜·감·히·」

숲에서 들은 적 없는 불협화음을 마지막으로 놈은 더 이상 생각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

‘네가 그걸 왜 먹어?’

나는 머리가 반쯤 으깨진 나이트스토커의 시체를 든 채로 앞에 있는 해적을 살펴봤다.

‘죽었네.’

아쉽게도 해적은 나이트스토커의 맹독에 당했다.

내가 직접 죽이지 않은 시체들은 유전자 샘플들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직접 죽이지 않은 시체들을 대상으로는 포식 효과가 뜰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는 뜻이다.

사냥의 표상을 써도 동일한 특성을 2회 얻지 않는 이상 초월 시스템 재료로만 사용할 수 있을 뿐, 어떠한 효과도 누릴 수 없다.

‘숲은 이게 문제라니까.’

나 말고 경쟁자가 많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지금처럼 먹이를 뺏기고 만다.

나는 나이트스토커의 시체를 먹으며 짜증을 가라앉혔다.

‘쩝, 괜찮네.’

내장까지 남아 있는 나이트스토커의 맛은 간단히 표현하면 페퍼로니가 들어간 크로아상 맛이었다.

녀석의 내장은 알싸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났다. 몸에 있는 맹독샘 때문인지 아니면 강력한 소화액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풍미가 있었다.

‘맛있으니까 이번 거는 넘어가야겠네.’

어차피 죽었지만.

나이트스토커의 시체를 전부 먹어 치운 나는 해적 시체를 챙겼다.

어차피 먹지도 못하는 거 이 해적 시체는 적들에게 공포를 주는데 써야겠다.

‘혹시나 했는데 가죽 벗기기 전술은 현실에서도 잘 먹히네.’

극한의 자유도가 구현된 스페이스 서바이벌에서도 시체의 가죽을 벗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도축 기술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희귀한 동물의 시신으로부터 가죽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가죽은 강화복 재료로 쓰이거나, 혹은 중요한 임무를 달성하는데 사용되곤 한다.

‘…뭐 적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 쓰는 경우는 없지만.’

에이모프도 동물의 가죽을 벗기자면 벗길 수 있다. 유전자 정수 획득이 최우선인 종족 특성상 가죽을 얻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 안 할 뿐.

그런데도 내가 이 방법을 써먹은 이유는 사냥에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가죽이 벗겨진 시체는 딱히 플레이어들에게 디버프를 주지는 않지만 정신적 타격을 주는 데 효과적이었다. 근육이 전부 드러난 시체를 보고 좋아할 사람은 내가 알기로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어했지.’

나 때문에 강제로 방송 수위가 올라갔으니까.

어쨌든 나는 이 전술로 여러 번 재미를 봤었고, 예전 4개의 클랜과 행성에서 싸울 때도 종종 잘 써먹었다.

하도 많이 써먹다 보니 나중에는 사람들이 무서워하지 않았기에 그만뒀지만 말이다.

게임이었다면 안 먹혔겠지만, 이곳은 현실.

적들은 처음 보는 시체들의 몰골에 크게 동요했고, 덕분에 어렵지 않게 섬멸할 수 있었다.

‘아직 적이 더 많이 남아 있으니…음?’

해적 시신을 어깨에 멨는데 헬멧 위에서 작은 빛이 빛나는 것이 보였다. 영상 촬영을 위한 소형 카메라였다.

‘차라리 잘 됐어.’

나는 전투용 손으로 헬멧을 붙잡고 손에 힘을 줬다. 금속제 헬멧이 찌그러지며 안에 있던 해적의 머리로부터 피가 흘러나왔다.

‘카메라로 나를 봤을 테니까 저쪽도 나를 잡으러 오겠지.’

이 숲에 해적의 야영지는 족히 수십 개가 넘는다.

일일이 야영지를 찾아다니는 것은 번거로울뿐 더러 강력한 무기들을 많이 보유한 저쪽에서 함정을 깐다면 내가 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내가 직접 찾아가겠지만.’

이번은 아니다.

저들이 내가 만든 함정에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싸움의 핵심이다.

내가 시체들을 나무에 걸어놓는 것까지 봤을 테니 저쪽의 경각심은 최고에 달했을 터.

어떻게든 나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쓸 거다.

물론 사방에서 적들이 강력한 무기로 나를 압박한다면 내게 불리한 게임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건 불가능하다.

‘이곳은 수송기로 이동하기 어렵지. 착륙 지점이 제한되어 있으니까.’

연락이 끊긴 캠프에 찾아온 해적들도 거리가 떨어진 공터에 착륙한 다음 이동했다.

나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정해진 장소에 착륙, 그리고 도보로 이동한다는 방법 말고는 없다.

즉, 적들의 움직임을 내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

저들이 순양함을 타고 숲 전체를 불태우지 않는 이상,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 준비해볼까.’

나는 해적 시체와 나이트스토커 시체를 들고 이동했다.

내 뒤로 이빨요정 무리가 마비된 해적들을 붙잡아 끌며 따라왔다.

“…….”

바닥에 자국을 내며 끌려온 해적들은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내가 걸으면서 과자를 씹어 먹듯 동료의 머리를 씹는 것을 본 뒤로는 얌전해졌다.

밤은 길지 않다.

놈들이 챙겨 온 워커, 캠프에 남은 도구들, 그리고 해적들까지.

이들을 활용해서 만들어야 함정들이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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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니티 부두목 딜런이 꾸린 임시 사령부 캠프.

그곳의 작전지휘 천막 내부는 정적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다름 아니라 17캠프를 조사하러 갔던 인원들이 보낸 영상 때문이었다.

차가운 눈으로 영상을 몇 차례 다시 돌려본 딜런은 부보좌관을 불렀다.

“내 장비들 챙기고, 제일 잘 싸우는 놈들 30명 추려.”

“…두목께 말씀 안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씨발, 내가 여기 맡았는데 어? 이 지랄을 쳐 놓으면 두목이 날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아?”

딜런은 두목의 총애받는 컬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실수를 무마할 정도로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두목은 모든 부하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여자.

딜런 또한 두목에게 예쁨 받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만약 야영지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두목이 안다면 그를 바로 내칠 것이다.

“어차피 이 주변 볼프 마을은 다 정리했어. 가기 전에 저 빌어먹을 씹새 하나 조진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부하가 나간 뒤, 딜런은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놈이 어떤 종류의 생물인지, 공격 수단 혹은 습관이 뭔지 최대한 파악해 두기 위함이었다.

“감히 날 도발해? 내가 누군 줄 알고.”

두목에게는 장난감 취급을 받지만 딜런은 그래도 거대 카르텔인 휴머니티의 부두목.

위험 생물을 사냥하는 데 도가 튼 인물이다.

이를 악문 딜런은 부하가 그의 전용 장비를 들고 오기 전까지 몇 번이고 영상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하지만 그렇게 준비를 했음에도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사라지지 않는 불안이 남아 있었다.

어둠 속을 넘나들며 해적들을 학살하는 괴물.

왠지는 모르겠지만 놈에게서 두목과 비슷한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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