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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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서바이벌은 당대에 출시된 VR 게임 중에서도 유독 장르 구분이 모호한 게임이었다.
생존, 경쟁, 진화가 모토라고 해도 이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이 플레이어마다 극과 극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대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SF호러 게임이 되었으니까.
이러한 복잡성과 모호함은 랭킹 시스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스페이스 서바이벌의 랭킹 시스템은 점수제다.
간단히 말해 랭킹이 높을수록 플레이어의 점수가 높다는 것.
다만 점수를 구성하는 요인들이 복잡하고, 변수가 몹시 많아서 플레이어 개인이 계산하기가 쉽지 않았다.
플레이어가 이 우주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지녔는지, 자기 종족과 관련된 고유 목표를 어느 정도까지 수행했는지, 플레이어 개인의 기량이 또 얼마나 되는지 등등.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해서 경험한 것들 모두가 점수의 구성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랭킹은 그저 게임을 오래 즐긴 플레이어의 순위를 가리키는 거 아니냐는 것.
실제로 40위까지의 랭커들은 게임을 초창기부터 플레이한 화석 같은 존재들이었기에 이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20위부터는 그 아래의 랭커들과 차원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스페이스 서바이벌에서 단일 행위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각 종족별 최종 목표를 달성해 종족 고유 엔딩을 보는 것이다.
괜히 최고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닐 정도로 엔딩 직전의 난이도는 종족을 막론하고 매우 어렵다.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기 종족 또는 경쟁 종족의 랭커를 여러 번 꺾어야 했고, 엄청난 힘을 지닌 레이드 보스들을 토벌해야 한다.
게임을 오래 즐긴 플레이어라도 도전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고, 그 난관을 뚫고 엔딩을 본 자는 더욱 드물었다.
그렇기에 1위부터 20위까지의 랭커들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들 전원이 스페이스 서바이벌의 엔딩을 본 자들이니까.
플레이 시간만 봤을 때 20위와 40위 간에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경험의 면에서는 넘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계의 결말을 보고 온 자들.
동시에 스페이스 서바이벌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물론 스페이스 서바이벌은 온라인 게임이다 보니 엔딩을 본다고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그 뒤에 일종의 후일담 격으로 ‘은하 정복자’라는 새로운 목표가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또다시 랭킹이 갈리게 된다.
은하 정복자는 엔딩 이상으로 정신 나간 난이도를 자랑하기에 이를 전부 달성한 자는 거의 없었다.
제이슨이 속한 그룹의 인원들은 전부 엔딩을 본 플레이어, 즉 20위 안에 드는 랭커 출신들이었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그 어렵다는 은하 정복자 목표를 절반 이상 달성한 자였고.
그 정도로 대단한 초월자들이.
에이모프 하나 때문에 죽겠다고 징징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제이슨은 머리가 아파 왔다.
“잘 좀 생각해 봐.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 5위가 성장하면? 그때는 진짜 답 안 나오는 거 알지?”
「그 말이 맞긴 한데 영감님 없이는 힘들어.」
「놈의 진화 단계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최소 준성체 이상일 터. 게다가 특전이란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맞네. 특전을 빼먹었구나.”
중년남성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제이슨이 만난 플레이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특전이라고 불리는 게임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특수능력을 보유했다.
제이슨도, 그와 통신하는 비석 너머의 존재들도 모두 강력한 특전을 여러 개 지니고 있었다.
「이건 어때? 아웃스페이서 쪽에 정보를 흘리는 건. 그쪽도 5위 엄청 싫어하잖아.」
현재 그들과 적대하는 그룹 수장의 종족은 아웃스페이서.
랭킹 4위의 실력자로 에이모프 랭커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자였다.
「반대한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응? 왜?」
“Fucking cunt! 둘 중 누가 이겨도 상대가 모은 정수를 홀라당 다 처먹을 텐데 대가리가 없냐? 그리고 아웃스페이서가 이기면? 나보고 좆되라고?”
「쩝.」
제이슨의 격한 반응에 소녀 쪽 비석에서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렸다.
아웃스페이서의 최종 목표 중에는 컬트 본성 함락이 포함되어 있다.
설정상 아웃스페이서의 목표는 막대한 사이킥 파워를 모은 뒤, 볼텍스원을 토벌하는 것.
그들은 볼텍스원의 금제로 인해 종족 전체가 사이킥 파워를 얻을 수 없기에 대신 무수히 많은 컬트를 제물로 바쳐서 이를 보충하려 한다.
그러니 아웃스페이서 랭커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컬트인 제이슨은 불리해질 수밖에.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데? 나도 바쁜 몸이야. 할 말 없으면 나 빠질래.」
“저저, 지 이 일 아니라고 시큰둥한 거 봐라 진짜.”
「기다려라.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군.」
제이슨과 소녀가 다시금 싸우려고 하자 중년남성이 제지했다.
「…내가 듣기로 최근 메가콥에서 정화병기를 완성했다고 들었는데.」
「어? 아이 씨, 내가 스파이 보내지 말랬지!」
“어차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스파이는 무슨. 빨갱…크흠, 주바카. 네 말은 행성을 날리자고?”
제이슨의 질문에 주바카라 불린 중년남성이 동의를 표했다.
「그렇다. 메가콥과 컬트는 행성 정화병기를 보유하고 있으니 그걸 쓰는 것은 어떻겠나?」
“…….”
「…….」
주바카의 과격한 의견에 다른 비석과 제이슨은 입을 다물었다.
에이모프가 있는 행성 PH-101은 컬트에 의해 신성한 별로 지정된 보호행성.
그런 곳을 쓸어 버리는 행위는 아무리 이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에이모프 랭커가 무서운 존재라고 해도, 행성을 태우는 일은 어마어마한 정치적 부담을 야기하니까.
모두가 침묵하던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소녀 쪽이었다.
「이쪽은 불가. 내전 때문에 함부로 뺄 수 없을 뿐더러, 거기 성지로 지정된 행성 아니야? 내가 쐈다간 컬트랑 메가콥이 전쟁 날걸?」
「그것도 그렇군. 제이슨? 그쪽에서는 안 되겠는가?」
“제국모함을 파견하면 될 것 같긴 한데 요즘 분위기가 영….”
「하긴 오빠가 보냈다간 혁신파는 물론이고 섭리파 꼰대들도 난리치겠지. 성지인데 뭔 지랄이냐고.」
제이슨은 컬트 사회 내부에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고위직 컬트지만, 그렇기에 신성한 별로 지정된 PH-101을 정화하기 쉽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그 부분은 내가 손을 좀 쓰도록 하지.」
“어쩌려고?”
「온건파 쪽에 허위 정보를 흘리겠다. 행성이 오염되었으니 정화해야 한다고 말이다. 섭리파야 네가 장악하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지 않나.」
「혁신파는 내가 맡을 게. 노바메탈을 지원하겠다고 하면 지들 조상 무덤도 부술 걸?」
“…Fuck, 컬트 의회도 완전 허벌이구먼. 큼, 뭐 좋아. 그럼 제국모함을 쓰는 걸로 가자고.”
현시점에서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세력을 구축한 상태였다. 더 이상 과거 있었던 전쟁이나 몇몇 사건과 같은 대규모 지각변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플레이어 개개인 간의 싸움에서 그칠 뿐이었다.
그런 기계적인 평화가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제이슨을 비롯한 상당수의 플레이어들은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를 탈피하고자 엔딩을 노리는 자들도 있지만, 그것이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수많은 실패를 통해 이미 증명됐다.
어떤 자는 불가능한 목표에 집착했고, 어떤 자는 본인의 자리에 눌러앉아 그릇된 쾌락에 몰두했다.
그런 상황에서 에이모프 랭커라는 새로운 자극이 나타나자 제이슨의 그룹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그래도 제국모함을 동원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의회를 통과해도 원로회에서 심의를 해야 하니까. 아무리 빨라도 3주는 걸려.”
「내가 먼저 감시위성을 보내둘게. 그 사이에 빠져나갈지도 모르니까.」
“적당히 숨겨서 보내.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면 골치 아파져.”
「그 부분은 이쪽에서 이중으로 교란하면….」
에이모프 토벌 계획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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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리엘의 야영지에 도착하니 하늘의 어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수인 형태로 돌아와 어린 볼프들이 입었던 옷가지들을 모으고 있었다. 시체는 내가 인신공양으로 모조리 흡수해버리는 바람에 남은 것이 없었다.
「…….」
독수리의 머리를 지닌 그녀였기에 표정이 풍부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 눈에 담긴 감정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건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느끼는 깊은 슬픔이었다.
‘대지의 아버지와 결혼했다고 했나?’
내가 알기로 대지의 아버지는 세인토피아02 대륙에 고정으로 등장하는 네임드 볼프였다.
잊힌 대지의 사원과 관련이 있는 NPC이기에 시간이 지난다면 또 다른 대지의 아버지가 이 대륙 어딘가에 다시 생길 거다.
‘물론 그게 그녀가 사랑하던 남편과 동일한 존재일지는 모르지만.’
그녀도 자기가 사랑하던 자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 거다.
‘그러니까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겠지.’
뮤리엘은 심문 도중에도 NPC와 사랑에 빠진 하늘의 어머니를 비웃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하늘의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또한 26호와 아드하이를 아끼고 있으니까. 만약 그 둘이 죽거나 크게 다친다면 틀림없이 이성을 잃겠지.
‘물어보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네.’
나는 슬픔에 빠진 그리폰을 내버려 두고, 야영지 내 무기 창고를 찾았다.
이 야영지는 뮤리엘이 제법 자주 방문했는지, 텐트 대신 간이 건축물들이 많았다.
그러한 건물들 중 가장 크고 튼튼한 재질의 자재로 지어진 건물이 바로 무기 창고였다.
‘많기도 하네.’
창고 안에 들어가 보니 다양한 종류의 무기들이 보였다. 플라즈마 런처, 스톰건, 퍼플 스프레이건 같은 원거리 무기뿐만 아니라 펄스 수류탄, 압축 플라즈마 유탄 등 폭발물류들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수많은 무기들 중 단연 돋보이는 무기는 창고 중앙에 놓여 있는 ‘뇌신’.
뇌신은 지름 10m에 복잡한 만다라 모습을 한 기계장치다. 만다라를 묘사하듯 빛이 비추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로 변하는데, 이는 극히 희귀한 금속인 노바메탈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노바메탈은 용의 둥지 같은 고도의 사이킥 파워가 농축된 지역에서만 채취가 가능한 금속이다. 이 금속으로 만든 장비에 사이킥 파워를 주입하면 장비 제작자가 지정해 둔 형태로 변화한다.
‘컬트 버전의 형상기억합금이라고 할까.’
당장 눈에 보이는 뇌신은 위성무기치고 심하게 작은 크기지만, 사이킥 파워를 주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뇌신이 사이킥 파워를 빨아들일 시, 지름 수백m 이상의 궤도 병기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유자에게 자동으로 귀환하도록 설정되어 있어 임무를 다 끝마치면 알아서 돌아오기까지 한다.
‘게임에서는 아주 거슬리는 장비였지.’
뇌신은 궤도 병기면서도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을 지니고 있어서 은폐가 용이하다. 나도 뇌신한테 제대로 당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뇌신은 이따가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뇌신에게 신경을 끈 나는 근처에 굴러다니는 플라즈마 런처를 손에 쥐었다.
‘이걸 포식하면 플라즈마 런처의 힘을 쓸 수 있는 거지?’
나는 런처를 든 채, 약탈자의 부정형 다면체 특성을 활성화시켰다.
「그르르」
금속 흡수를 활성화했을 때는 딱히 달라진 느낌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배가 살짝 고플 때랑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활성화된 것 같으니 먹어볼까.’
나는 양 턱을 벌린 뒤, 입속에 런처를 집어넣었다. 입으로 물고 씹자마자 합금 특유의 쓰고 비린 맛이 느껴졌다.
‘맛없네.’
금속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억지로 런처 조각들을 목구멍으로 넘긴 순간, 내 몸과 반투명 텍스트박스에 변화가 생겼다.
「강적의 증표*: 약탈자의 부정형 다면체(플라즈마 분비샘)」
갑자기 가슴팍에서 강한 열기가 느껴졌다. 독한 술을 삼켰을 때같이 목부터 식도, 가슴, 배 부근까지 뜨듯하면서 살짝 아린 느낌이 올라왔다.
또한 흉곽 부근의 외피에 은은한 녹색 빛이 감돌았다.
‘된 것 같은데?’
한겨울에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마신 뒤 깊은숨을 내뱉을 때처럼, 이 몸 안에 있는 열기를 토해내고 싶어졌다.
나는 창고 밖으로 나와 고개를 하늘 쪽으로 높이 들었다.
‘그럼 간다.’
턱을 크게 벌린 채 가슴 쪽에 감각을 집중하자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뱃속, 가슴, 식도, 목 순서로 단계적으로 녹색 빛이 번뜩이더니 곧 내 입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발산되었다.
런처에 비해 훨씬 굵고 선명한 녹색 기둥이 독성 안개를 찢고, 푸른 하늘 위로 치솟았다. 이 정도 굵기와 길이라면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바탕 에너지를 쏟아 내니 몸 안의 열기와 에너지가 확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나갈 에너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런처의 기본 기능은 계승한 것 같네.’
다만 약간 다른 점도 있었다.
출력 자체는 런처보다 훨씬 우위에 있지만, 대신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시간이 더 길다. 느낌상으로는 한 번 쏜 뒤 다시 쏘려면 10분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건 내 몸에 에너지원이 따로 없어서 그런 것 같네.’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에너지를 플라즈마 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유일급 장비들도 고유 능력을 고스란히 받는 것은 불가능해.’
먹어봐야 알겠지만 원본 능력과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쓴 플라즈마 열선도 런처의 것보다 화력이 훨씬 강하다. 런처의 경우는 과열 문제나 기타 안정성 문제 때문에 화력이 제한되어 있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유일급 장비의 고유 능력도 내 몸에 맞춰서 원본과 달라지겠지.’
어떤 부분은 강해지거나, 어떤 부분은 약해지거나.
이후, 다른 보급형 장비들도 실험해봤다.
‘동일한 장비로부터 동일한 능력만 얻을 수 있어.’
그리고 에너지나 탄환을 소모하는 것들은 한 번 특성을 쓰고 난 뒤에 쿨타임이 있다. 플라즈마 런처는 10분에서 20분 사이, 스톰건은 30분에서 40분 사이였다.
‘장비의 능력을 특성화된 뒤 변화하는 신체 부위도 다르고.’
런처를 먹었을 때는 무조건 입으로 열선을 쐈고, 스톰건은 전투용 팔 중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왼팔에 스톰건과 비슷한 형태의 총신이 돋아났다.
참고로 스톰건의 열화우라늄탄은 전부 뼛조각으로 대체된 상태다.
‘실험은 이 정도로 됐고….’
나는 세인토피아02 대륙에서 얻은 유일급 장비들을 일렬로 늘어놓았다.
조율자와 황금창, 뇌신, 그리고 좀 전 밖에서 주워 온 작은 거미 모양의 블러드 리버까지.
‘무엇을 먼저 먹을 것인가.’
모두 유일급 장비다 보니 이 장비를 구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특성화시켜야 한다.
‘황금창은 일단 제외.’
제사장의 황금창은 오로지 잊힌 대지의 사원에서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사원에 입장하는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대지의 아버지를 제압하는 것이다.
즉, 대지의 아버지가 이 대륙 어딘가에서 다시 탄생하기 전까지는 황금창을 얻을 수 없다.
‘황금창은 얻을 기회가 희박하지만….’
나머지 무기들은 얘기가 다르다.
조율자는 컬트라면 누구든지 퀘스트로 얻을 수 있는 장비고, 뇌신과 블러드 리버는 제작이 가능하다.
조율자는 그렇다 쳐도 뇌신과 블러드 리버, 이 두 가지 무기는 필시 한 두 개가 아닐 터.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들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어쨌든 여러 개 존재하는 무기들은 추후에도 다시 포식을 통해 특성화시킬 수 있다.
그러니 제사장의 황금창을 제외한 나머지 무기들 중 하나를 우선적으로 먹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할까.’
뭘 먹을지 고민하던 나는 바닥에 일렬로 놓여 있는 세 가지 무기들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이렇게 나열해두고 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애초에 답이 정해진 문제였다.
‘고민할 것도 없네.’
무엇을 고를지 정한 나는 그 장비를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