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128화 (129/400)

Ep. 128

아드하이가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연구기지가 있는 군도로 출발했다.

부상이 다 낫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녀석이 연구시설에서 탈출한 시점은 4일 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기에 그동안 26호가 어떤 고충을 당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피쉬리안과 같이 움직이는 중이니 26호의 목숨을 위협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상이 없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원들이 실험을 위해 26호한테 고통스러운 약물을 주입할 수도 있으니까.

‘가뜩이나 실험실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는 녀석인데.’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26호한테 안 좋을 터. 최대한 빨리 구해 내야 한다.

‘아드하이 말을 들어 보면 연구기지는 물속에 있는 것 같던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드하이는 일종의 수중 엘리베이터 같은 수단을 이용해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 갤러곤인 녀석은 지능이 높은 편이지만 혼자 엘리베이터를 조종했을 것 같지는 않고, 26호가 도와 준 것이리라.

‘나머지는 도착하면 알 수 있겠지.’

지금 나는 하늘의 어머니와 아드하이를 등에 태운 뒤, 수영하는 중이다.

내 몸이 제법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두 짐승을 태우고 수면에 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활공피막 덕분이었다. 여섯 개의 전투용 팔 사이에 접혀 있던 피막이 활짝 펴지면서 몸이 완전히 잠기지 않을 수 있었다.

손가락 사이마다 있는 물갈퀴, 몸 곳곳에 붙어 있는 발톱이 노(櫓) 역할을 했고, 길고 굵은 꼬리가 일종의 스크류 프로펠러 기능을 했다.

내가 챙겨 온 전리품 백팩은 꼬리에 매달 수 없어서 아드하이가 대신해서 가슴에 둘러맸다.

이전 늪지대에서 물갈퀴 특성과 함께 지느러미 특성을 확보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내 꼬리 양쪽에는 활공피막처럼 지느러미가 돋아나 있었다. 땅 위를 기거나 땅속을 팔 때는 숨겨져 있지만 지금처럼 물속에 들어갈 때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땅속을 길 때보다는 느린 속도지만, 웬만한 배 이상의 속도로 헤엄칠 수 있었다.

물론 내 수영 실력이 완벽한 것은 아니라서 이동하던 도중에 몸이 종종 물속에 잠기곤 했지만, 아드하이나 하늘의 어머니나 모두 비행이 가능한 존재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부지런히 헤엄치면서 나는 아드하이에게 물었다.

[즈즈즈 즈 즈즈즈(얼마나 더 가야 해?)]

「나」「어둠」「한 번」「어른」「속도」「비슷함」

아드하이는 탈출한 뒤 군도에 퍼져 있는 여러 섬 중 한 곳에서 계속 숨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내가 쏜 사이킥 브레스를 감지하고 하루를 꼬박 날아서 온 거였다.

‘아드하이 말을 들어 보니 이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새벽쯤에 도착하겠어.’

밤새 헤엄친 덕분에 어느덧 태양이 하늘 중앙에 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을지 가늠하고 있는데 아드하이가 나를 불렀다.

「나」「어른」「질문」

[즈(뭔데?)]

아드하이는 자기가 먼저 불렀으면서 말을 꺼내기 힘든지 머뭇거렸다.

[즈즈 즈즈즈 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네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내 말을 듣고 납득한 것인지 녀석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드하이를 위로하기 위해 침식 촉수로 물고기를 낚아서 줬다. 녀석도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거부하지 않고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다.

그와 함께 동승객인 하늘의 어머니에게도 물고기를 건넸다.

출발하기 전 하늘의 어머니에게 대략적인 계획에 대해 미리 설명했다. 내가 심해에 위치한 연구기지로 내려간 동안 그녀가 피쉬리안 마을을 맡아줄 예정이다.

‘그러려면 힘을 비축해놔야지.’

「…….」

계획을 알고 있는 것과 별개로 내가 먹이를 주는 게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물고기를 받은 그녀는 어색한 태도로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해서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늘에 뜬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숨어 버린 후였다.

수많은 섬들 중 혼자 동떨어진 섬에서 인공적인 불빛이 보인다. 섬의 해변부터 시작해서 근해까지 이어진 수상가옥들. 피쉬리안들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그리고 수상가옥들 옆에 합금 잠수정이 떠 있었다. 외형 자체는 메가콥의 우주선에 배치되는 탈출선과 비슷하게 생겼다.

잠수정 옆에는 물고기 머리에 쏨뱅이의 가시가 달린 피쉬리안과 인간들이 서 있었다. 인간들은 피쉬리안과 대화를 나누더니 과일로 보이는 것들을 받아 잠수정에 가득 실었다.

「정말로 거래하고 있었을 줄이야. 믿기 힘들걸.」

[즈즈즈(그렇군)]

거래를 마친 인간들은 잠수정에 타고 수상가옥을 떠나 어디론가 이동했다.

[즈즈즈 즈즈즈즈(여기서 헤어져야겠군)]

하늘의 어머니는 모를까 아드하이는 수중 전투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여기서는 둘에게는 피쉬리안의 마을을 맡기는 것이 좋다.

「그래. 저쪽 마을은 나와 이 그린 갤…으음, 아드하이가 맡지.」

「어른」「작은 어른」「도움」

[즈(그래)]

등에 있던 아드하이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아직 다 낫지 않은 바람에 통증이 있는지 녀석은 살짝 움찔거렸지만 곧 힘차게 날갯짓했다.

뒤이어 하늘의 어머니가 아드하이의 뒤를 따르기 위해 몸을 띄우려고 했다. 나는 그 전에 그녀를 잠깐 불렀다.

[즈으으으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아드하이는 아직 몸이 안 좋으니 부탁한다)]

「…그래.」

그녀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공기를 조종해 아드하이의 뒤를 따라 바다 위를 날아갔다.

둘을 보낸 나는 잠수정이 향한 방향으로 잠수했다. 시간대가 밤이라서 보이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나에게는 보조기관들이 있다.

턱 아래에 뻗은 4개의 보조기관이 물속의 파장을 감지하면서 잠수정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쪽이야.’

단순한 감각 기관을 넘어 초월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보조기관의 인도를 따라 나는 암흑 속을 헤엄쳤다.

헤엄을 치다 보니 먼 곳에서 뿌연 빛이 보였다. 잠수정의 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래부터 위쪽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렬된 빛은 수중 엘리베이터가 내는 빛이었다.

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 접근했다. 심해 속으로부터 뻗어 나온 엘리베이터는 수면 위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잠수정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좀 더 아래로 잠수했다. 연구기지의 크기와 방어시설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길고 얇은 원통 형태의 수중 엘리베이터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 보니 한층 더 깊은 심해로 이어지는 해저 협곡이 보였다. 연구기지는 협곡 안이 아니라 바깥 부분에 위치하고 있었다.

연구기지는 얇은 고리의 모습을 띠었는데, 길이는 얼추 2km 정도 될 것으로 보였다. 고리 가운데에는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통로들이 있었다.

‘밖에 방어 시설은 감지되지 않는데.’

씨 데몬을 연구하는 자들이 이런 곳에 기지를 짓고 방어 시설 하나 안 둘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는 기지에 좀 더 가까이 접근했다.

그리고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친. 이거 전부 블랙실버잖아.’

놀랍게도 이 거대한 첨단 건축물의 재질은 블랙실버 합금이었다.

블랙실버는 최고로 비싸거나 희귀한 금속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저렴한 금속은 아니다. 이 정도 구조물을 만들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 액수를 투자해도 부족하리라.

‘이래서 씨 데몬한테 안 걸릴 수 있었던 건가.’

씨 데몬은 강력한 사이킥 파워 생물.

사이킥 파워의 효과를 억누르는 블랙실버로 도배한 건축물이라면 놈의 위협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내부에도 사이킥 파워를 억제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장비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26호랑 아드하이가 왜 졌는지 알겠네.’

둘 다 사이킥 파워를 주로 사용하는 생물이다. 그에 대한 대처를 철저히 해온 적한테는 무력할 수밖에. 오히려 이런 곳에서 어떻게든 아드하이를 탈출시킨 26호가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나는 연구기지 주변을 헤엄쳤다.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희미한 파장이 느껴졌다.

‘이건?’

워낙 미약한 파장이어서 그냥 넘어갈 뻔했다. 바닷속에서 물결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것은 이 파장이 내게는 아주 친숙한 파장이었기 때문이었다.

‘26호!’

「큰애기야….」

나는 파장이 흘러나오는 쪽을 따라 서둘러 움직였다.

그러다가 고리의 어느 부분에 다가간 나는 머리를 외벽에 바짝 붙였다.

[즈으(26호?)]

「큰애…애기야?」

[즈 즈■ ■즈(그래. 내■ 왔어)]

「큰애기야!」

심해의 압력 때문인지, 블랙실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괴물의 촉수로 보내는 파장이 중간에 뚝뚝 끊겼다.

그러나 내가 녀석을 바로 알아차린 것처럼 26호도 나를 바로 알아채고 파장을 보내 왔다.

「오랜만이야!」

[즈 즈■즈즈 즈즈■즈 ■즈(곧 꺼내줄■  뭐 불편■없어?)]

내가 뚝뚝 끊기는 파장을 쏘자 녀석이 곧바로 답신을 보내 왔다.

「나 배고파.」

그 대답을 들은 나는 무심코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것 말고도 힘든 것이 많았을 텐데도 일부러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 느껴졌기에.

나는 26호에게 약속했다.

[■ 즈즈즈■(금■ 구해■게).]

「응!」

외벽에서 머리를 땐 나는 뒤로 한참 물러났다. 기지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나는 꼬리와 전투용 팔을 크게 흔들었다.

내 몸이 빠르게 앞으로 뛰쳐나간다. 연구기지의 흑색 벽과 내 머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2km에 달하는 고리 형태의 연구기지가 크게 흔들렸다.

-

자오 가문의 연구원 첸하이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잠들어 있던 중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큰 진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진인가?’

기지 근처에는 해저협곡이 있다. 그 아래에는 씨 데몬을 비롯한 무서운 포식자들이 다수 살고 있기에 가끔 이렇게 지진이 나곤 했다.

이 연구기지는 아무리 가혹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져서 어지간한 충격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해양 포식자들이 단체로 맛이 가서 기지에 들이받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센데?’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방을 나섰다. 복도로 나와 보니 진동을 느낀 것은 그만이 아닌데 동료 연구원들도 몇몇 나와 있었다.

기지 밖에서 괴물들이 서로 혈투라도 벌이는지 천둥소리와 유사한 굉음이 들려왔다.

“어이, 하오. 무슨 일이야?”

“나도 모르겠는데.”

“지진이면 경고등이 울려야 하는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복도에 있는 경고등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마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듯 맹렬하게 울리는 경고등에 복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인상을 찌푸렸다.

“일단 대피하고 보자고.”

“알았어. 난 G구역 복도의 사람들을 깨울게.”

“난 F구역으로 가지.”

동료들을 떠나보낸 첸하이는 복도를 걸었다. F구역으로 가던 중, 경고등은 중간에 뚝 끊겼다.

“뭐야? 끝난 건가?”

그렇다면 관련 방송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복도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첸하이는 계속 걸었다.

F구역으로 가던 중 그는 복도의 온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을 느꼈다.

“온도 조절기가 고장 났나?”

그들이 있는 연구기지는 심해나 우주 공간, 화산 등 극단적인 환경을 지닌 곳에서도 연구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내부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 온도 조절 장치가 오류가 생긴 것인지 언제나 따뜻하던 복도가 지금은 냉동고에 들어온 것처럼 싸늘하기만 했다.

입에서 입김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첸하이는 지금이라도 방으로 돌아갈까 고민했다. 그 때 갑자기 복도의 전기가 한 번에 다 나가 버렸다.

잠시 후 비상전원이 들어오면서 복도 전체에 붉은색 빛이 깔렸다.

‘씹, 갑자기 웬 난리야?’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일인지 확인은 해야겠다.

그는 F구역이 아니라 상황실이 위치한 B구역에 가기로 결심했다.

이 복도를 지나 저 모퉁이만 넘으면 B구역으로 빠지는 복도가 나온다. 그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양팔을 서로 감싼 채 걸었다.

단단한 합금과 실내화가 부딪치면서 물소리 비슷하게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물소리?’

그제야 첸하이는 이상함을 느끼고 바닥을 내려다 봤다.

어느새 복도의 바닥은 물바다였다. 붉은빛 때문에 어두워서 늦게 인지한 것이었다.

“이게 무슨…?”

그제야 그는 이 상황이 몹시도 위험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까 밖에서 들었다고 생각한 천둥소리를 닮은 굉음. 그건 괴물이 싸우던 소리가 아니었다.

‘기지가 침수되고 있어!’

그건 기지 내부로 물이 새어 들어오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의 깨달음은 너무나도 늦은 것이었다. 상황실과 이어져 있는 복도 앞 모퉁이에서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으, 으아아아악!”

그는 급히 몸을 돌려 달렸지만 당연히 엄청난 속도로 들어오는 바닷물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얼음장 이상으로 차가운 물이 첸하이의 몸을 휩쓸었다.

“끄아아아아!”

물에 쓸려 내려가던 중 첸하이는 복도에 있는 문고리를 붙잡았다. 맹렬하게 쏟아지던 물은 그의 어깨 위치까지 차오른 뒤 잠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아마 연구기지의 중앙컴퓨터가 자동으로 침수된 구역을 봉인한 것이리라.

‘니미 씨발! 이게 뭔 날벼락이야!’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첸하이는 일단 상황실로 가기 위해 움직였다.

“내, 내가 질 것 같아?! 씨발 프라임캐피탈이 코앞인데 이 씹지랄을 한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냐고!”

그는 도중에 떠내려 온 서류다발과 노트북을 챙겼다. 전부 학계의 파란을 일으킬 자료들이기에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됐다.

첸하이는 오로지 독기 하나로 심해 속 차가운 물의 온도를 견뎌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복도 벽 위에 붙어 있는 문자가 B로 바뀌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그는 속도를 냈다.

그렇게 걷던 그의 앞에 한 사람의 상반신이 보였다. 붉은빛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는 하얀 가운 대신 푸르스름한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상대가 시설관리팀 소속이라 생각한 첸하이는 그를 불렀다.

“이봐! 무슨 일이야!”

큰 목소리로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주변에 물소리 말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기에 그가 못 들었을 가능성은 없었다.

“야이 미들캐피탈 새끼야! 무슨 일이냐고!”

“…….”

첸하이는 다시 외치며 그에게 다가 갔다.

그와 가까워지고서야 그는 시설관리팀원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왜 내 말 무시하…어어?”

그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첸하이는 이 이상 차가워질 수 없을 정도로 피가 식는 기분을 느꼈다.

시설관리팀원은 머리가 없었다. 파란색 작업복이라 생각했던 그의 옷은 피로 새빨갛게 물든 상태였다.

그리고 그 팀원 뒤.

붉은빛 아래에 거대한 짐승이 인간의 머리를 꿀떡거리며 삼키고 있었다.

“어, 어어어….”

그 모습을 본 첸하이는 등골이 얼어붙고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머리를 전부 삼킨 괴물이 고개를 돌려 첸하이를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두 눈은 선명하게 빛났다.

“이·안·의·인·간·은·대·략·수·백·명.”

“히, 히이이익!”

녀석의 입에서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첸하이는 비명을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과 서류들을 내던졌다.

「그것」은 뱀처럼 생긴 촉수를 뻗어 도망치는 첸하이를 붙잡았다.

“이·정·도·면·녀·석·도·충·분·히·배·가·부·르·겠·지.”

공포 속에 떠는 첸하이를 바라보며  「그것」이 느긋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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