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33
나와 26호를 뒤쫓아 온 놈이 고개를 든다.
페일 마스크는 씨 데몬 다음으로 강력한 심해의 포식자인데, 막강한 힘만큼이나 역겨운 외형으로 악명이 높다.
전체적인 형태는 향유고래 몸통에 가오리의 납작한 지느러미와 긴 꼬리를 여러 개 붙인 것처럼 생겼다. 여러 종류의 해양생물의 특징이 뒤섞여 있는 외형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몸에 있는 얼굴들이다.
페일 마스크라는 이름답게 놈의 몸에는 창백하게 질린 인간의 얼굴들이 달려 있다. 검은색 외피의 색과 대비되는 새하얀 얼굴들을 보니 마치 고래의 몸에 붙은 따개비 같다.
‘따개비라. 딱히 틀린 비유는 아닌가.’
저 얼굴은 페일 마스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일종의 기생 생물이다.
저 얼굴들이야말로 페일 마스크의 심볼이라 해도 좋으리라.
따개비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저 기생 생물들은 숙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들이 지닌 여러 종류의 능력을 숙주를 지키는 데 사용한다. 어찌 보면 이빨 요정들과 나 사이의 공생 관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저 얼굴들은 이빨 요정에 비해 훨씬 강하지만.’
「기이이」「기이이」「기이이」
물에 젖은 얼굴들이 숙주의 의지에 따라 기이한 울음소리를 낸다. 물귀신의 웃음소리가 과연 이런 느낌일까. 혐오스러운 외형만큼이나 모골이 송연하게 만드는 소리다.
나는 놈의 소리에 신경을 끄고 침착하게 놈을 관찰했다. 놈들은 성별, 성장 수준에 따라 전투 능력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파악해야 한다.
하늘의 어머니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다.
「덩치를 보니 이미 성체 단계야.」
어느새 그리폰 모습이 아니라 반인반수(半人半獸) 형태로 돌아온 그녀였다. 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게임에서 페일 마스크와 싸운 경험이 적지 않다. 물밖에 나온 머리 부분만 보고는 정확한 수치를 측정해낼 수 없지만, 대략 어느 정도 크기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거의 50m쯤 될 것 같네.’
페일 마스크 성체의 몸길이는 40m에서 50m 사이. 놈은 일반 성체 중에서도 큰 축에 속한다.
또한 놈에게 한 가지 특징이 더 있다.
페일 마스크의 성별은 몸에 붙어 있는 얼굴을 통해 구분이 가능하다. 특이하게도 인간 여자의 얼굴이 달려 있으면 수컷, 반대로 남자의 얼굴이 달려 있으면 암컷이다.
놈의 몸에 붙어 있는 얼굴들은 전부 창백한 여인의 얼굴이었다.
[즈즈 즈즈즈즈(놈은 수컷이다)]
「…쳇, 귀찮게 됐네.」
혀를 차는 하늘의 어머니.
그녀의 말대로다.
페일 마스크는 수컷의 덩치가 암컷보다 3분의 2정도로 작지만, 실제로는 수컷이 훨씬 더 강력하다. 그 이유는 수컷만이 지닌 번거로운 특성 때문이다.
‘최면파 특성은 성가시지.’
수컷 페일 마스크의 ‘최면파’는 다른 생물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파장을 지속해서 내뿜는 능력이다. 밀림형 행성에 서식하는 레드미스트의 ‘환각’ 특성과 유사하긴 하나 적들에게 환상을 보여주기보다는 일종의 디버프를 거는데 특화되어 있다.
이를테면 놈의 최면파에 당하면 집중을 요구하는 특성과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사이킥 파워 특성과 둥지 관련 특성, 둥지 링크 능력 등이 봉인된다고 볼 수 있다.
하늘의 어머니도 변신이 해제되어 그리폰 볼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도 그 때문이다. 신격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중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최면파 범위 내에 있으면 언제 취소될지 모른다. 변신한 상태에서 싸우다가 도중에 의도치 않게 취소되어 곤경에 처할 바에는 아예 인간 폼으로 싸울 생각이리라.
놈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것은 우리 둘뿐만 아닌지 26호가 내게 파장을 쐈다.
「큰애기야, 쟤한테서 싫은 느낌이 들어.」
페일 마스크의 최면파 특성 효과를 보면 씨 데몬이 압도적으로 불리할 것 같지만, 씨 데몬은 저런 식의 파장, 또는 페로몬 등에 의한 교란 공격에는 면역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의태기관을 쓸 때마다 녀석이 혼란스러워했겠지.
그래도 처음 느끼는 기분이 어색한지 26호의 몸에서 얕게 빛이 번뜩였다.
「나」「기분」「나쁨」「불쾌」「불쾌」
아드하이도 이상한 느낌을 털어내기 위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안타깝게도 그린 갤러곤에게는 씨 데몬과 같은 면역 능력이 없다. 이번 전투에서는 퍼플 라이트닝으로 아군을 보조하는 전략은 쓰기 어려울 거다.
「기이이」「기이이」
내가 놈을 분석하는 동안, 페일 마스크는 우리에 대한 관찰을 끝마친 것 같다.
놈은 싸울 만하다고 판단했는지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 몸에 붙어 있는 얼굴들의 시선이 우리가 있는 해변으로 향했다.
이어서 얼굴에 달린 입으로부터 강한 충격파가 발사되었다.
저 충격파는 페일 마스크의 기본 공격이지만 수백 개의 얼굴에서 발사되는 만큼 그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즈 즈즈(모두 조심)]
일행 중 가장 외피가 단단한 나는 앞으로 빠르게 움직여 충격파를 몸으로 받아냈다. 외피가 살갗으로부터 떨어져나갈 것처럼 크게 떨렸다.
고통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땅 위에서 26호는 충격파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쪽의 공격이 얼마만큼 센 지 확인해야 하니까.’
직접 몸으로 받아보니 견딜 만했다. 고통 경감 또한 발동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무시하고 몸으로 버텨도 되겠어.’
내가 충격파를 몸으로 받아 내는 사이, 기동력이 뛰어난 아드하이와 하늘의 어머니는 서둘러 몸을 날려 충격파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기이이」「기이이」
충격파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페일 마스크가 울부짖었다. 녀석은 충격파 발산을 멈추고 머리를 돌려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놈의 행동은 얼핏 보면 도망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곧 강력한 공격이 해변에 들이닥칠 거다.
[즈즈(물러나)]
「응.」
나는 26호를 후퇴시키고, 앞으로 뛰쳐 나갔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모래를 박차며 페일 마스크가 있는 방향으로 기어가고 있는데, 놈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래가 수면 위로 튀어나오듯 머리를 높이 쳐든 페일 마스크.
향유고래가 머리로 박치기를 하는 것처럼 놈 또한 저 커다란 머리를 해머처럼 쓸 수 있다.
수십 톤에 육박하는 놈의 머리가 나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꼬리에 힘을 줘서 몸을 모래 위로 튕겼다. 머리 갑각과 내 몸이 일직선이 되면서 대포에서 발사된 포탄처럼 페일 마스크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힘에는 힘으로.’
나의 두꺼운 머리 갑각과 놈의 머리가 격돌했다. 충돌로 인해 발생한 거대한 충격파가 해변의 모래를 휩쓸었다.
머리의 크기만 10m에 가까운 페일 마스크, 머리 갑각이 3m 미만에 불과한 나.
둘이 서로 부딪치면 누가 이길지 결과가 뻔히 보이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극한의 통증에 울부짖는 자는 내가 아니었다.
「기이익!」「기이익!」
숙주와 감각을 공유하는 놈의 얼굴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나의 뿔에 찔린 놈의 두터운 머리에서 푸른색 피와 경뇌유(鯨腦油)가 흘러내렸다.
내 머리의 뿔이라고 해 봐야 놈에게는 바늘 크기밖에 안 되겠지만, 강력한 충돌이 동반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머리에 두 갈래 찢어진 상처가 생긴 놈이 익숙하지 않은 강렬한 통증에 몸부림쳤다. 나는 박힌 뿔이 빠지지 않도록 전투용 팔로 놈의 머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기이이」「기이이」
안되겠다 싶었는지 페일 마스크가 몸 여기저기 나 있는 가오리 꼬리처럼 생긴 다리를 내게 휘둘렀다.
가오리 꼬리에 독이 있듯이 저 다리에도 극독이라 할 만한 강력한 독이 있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다만 놈은 나를 독침으로 찌르기보다는 멀리 떨어뜨려 두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한 듯싶었다. 내 몸의 두께보다 굵은 다리가 나를 후려쳤다.
‘큭!’
트럭에 치인 충격이 이럴까? 놈의 다리에 맞은 내 몸이 공중에 붕 떠서 멀리 날아갔다.
「기이이」
놈이 공중에 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린다.
페일 마스크는 몸 안에 저장되어 소화액을 압축시켜서 브레스 형태로 만들어 쏠 수 있는데 그 파괴력이 매우 높다. 준성체인 에이모프의 외피도 녹여서 뚫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그 순간, 반대편 쪽으로부터 반투명 에너지탄 수십 발이 날아와 페일 마스크를 때렸다.
「기이이?!」
「큰애기 괴롭히지 마! 나쁜 놈아!」
성난 파장을 내뿜는 26호. 무사히 땅에 착지한 나는 녀석이 있는 방향을 쳐다 봤다.
26호는 해변가에 있는 바위 뒤에 숨어서 촉수로 에너지탄을 쏘고 있었다.
‘그사이에 또 성장했구나’
저 기술은 ‘데몬 크래시’라 불리는 씨 데몬 고유의 기술이다. 26호가 ‘심해의 공포’에 이어 두 번째로 씨 데몬의 기술을 습득한 것이다.
‘내가 알던 씨 데몬에 비하면 위력이 약하지만….’
원본이 쏘는 데몬 크래시는 공격력이 매우 높고, 짧게 지속되는 디버프를 무작위로 건다. 26호은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인지 그 정도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의도는 충분히 통한 것 같네.’
「기이이!」「기이이!」「기이이!」
에너지탄이 눈을 적중하자 놈이 몸을 부르르 떤다. 놈은 화가 제대로 났는지 목표를 나에서 26호로 변경했다.
거대한 머리가 내가 아닌 다른 적을 노리려는데, 그때 새로운 공격수가 나타났다.
독수리의 머리에 사자 수인의 몸을 가진 볼프, 하늘의 어머니였다. 반인반수 형태인 그녀가 해변의 모래를 박차고 뛰어올라 페일 마스크의 등 위에 올라탔다.
그녀는 손에 황금색 단창을 쥐고 있었다.
‘제사장의 황금창? 아드하이한테 받았구나.’
심해로 내려가기 전, 나는 전리품을 담은 백팩을 아드하이한테 넘겼다. 페일 마스크를 상대하기 위해 하늘의 어머니가 아드하이에게 장비를 요청한 것이 분명했다.
‘과연.’
신격화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두터운 가죽을 가진 페일 마스크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단은 저 빛나는 단창뿐이다.
페일 마스크가 짜증스럽다는 듯 몸을 흔들었지만 하늘의 어머니의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핫!」
짧은 기합과 함께 놈의 가죽을 크게 베어내는 그녀.
상처에서 파란색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고 페일 마스크가 고통에 몸부림친다. 놈의 다리들이 하늘의 어머니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기 위해 날아든다.
「나」「너」「지원」
그때 아드하이가 먹이 사냥하는 맹금류처럼 높은 하늘 위에서 급강하했다. 그와 동시에 제사장의 황금창을 접어서 작게 만든 하늘의 어머니가 아드하이가 내려오는 쪽으로 몸을 띄웠다.
절묘한 타이밍에 아드하이가 4개의 발로 하늘의 어머니를 낚아채서 날아올랐다. 페일 마스크의 다리들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녀석들을 놓쳤다.
「잠깐 올라타지.」
「이번」「봐줌」「다음」「안 됨」
아드하이가 날아오르는 중에 하늘의 어머니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녀석의 등에 올라타는 것이 보인다.
하늘의 어머니가 그리폰 형태로 변하면 녀석보다 덩치가 훨씬 크지만, 지금처럼 수인 형태일 때는 아니다.
우주의 용을 탄 그리폰 수인이 다시 단창을 뽑아 든다.
「기이이!」「기이이!」
용이 해양 괴수에게 접근할 때마다 그녀가 창을 크게 휘둘렀다. 황금빛이 번뜩이고 사라진 자리에는 깊고 예리한 자상이 남았다.
아드하이는 페일 마스크의 최면파 때문에 직접적인 공격이 어려우니 지금처럼 다른 이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택한 것 같다.
‘나쁘지 않아.’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녀석은 빠른 비행 속도를 적극 활용, 적당한 순간에 치고 빠지며 하늘의 어머니가 쉽게 공격할 수 있도록 도왔다. 페일 마스크는 그런 아드하이가 귀찮은지 다리대신 양쪽 옆에 활짝 펴져 있는 지느러미를 위로 굽혀 녀석을 짓누르려고 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나는 전투용 팔로 모래를 헤집으며 해변을 질주했다. 순식간에 페일 마스크에게 접근한 나는 상체를 위로 번쩍 들어 놈의 머리를 내리쳤다.
「기이익?!」
내 몸의 길이와 무게는 녀석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는 아닐 터. 나의 바디 프레스에 머리를 맞은 놈의 몸이 크게 휘청거린다.
그러나 내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그 자세 그대로 전투용 팔로 놈의 머리를 붙잡아 몸을 고정하고, 꼬리를 이용해 놈의 머리를 휘감았다.
그리고 휘감은 꼬리에 힘을 줘서 녀석의 머리를 조이기 시작했다. 마치 구렁이가 먹이를 조여서 뼈를 부러트리듯이.
조이면서 압박하는 내 몸과 녀석의 머리가 마찰하면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났다.
「끼, 끼이익!」
머리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놈이 꽥 하고 비명을 질렀다. 놈이 몸부림치자 주변의 파도가 넘실거리며 해일이 생겨났다. 해변 주변에 있던 수상가옥들이 페일 마스크가 만든 파도에 휩쓸려 바다 속에 잠겼다.
「기이이!」「기이이」「기이이」
몸에 붙어 있던 기생 얼굴들이 숙주를 지키기 위해 나에게 집중 포화를 퍼붓는다.
‘소용없어.’
「끼이익!」「끼이익!」
하나 충격파따위로 나를 막는 것은 무리. 내가 몸을 풀기는커녕 한층 더 힘을 주자 녀석이 자지러진다.
「기, 기이이」
이대로 가다간 머리가 터져서 죽을 것 같은지 녀석이 다른 방법을 택했다.
놈은 충격파를 쓰는 것을 관두고 지느러미로 땅을 박차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녀석이 택한 방법은 바로 나를 매단 상태로 그대로 땅 위에 들이받는 것.
덩치 50m짜리 거대 해양 괴수가 전속력으로 모래 해변으로 돌진한다. 머리끝에 붙어 있는 나를 그대로 압사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그렇게 둘 수는…윽?!’
당연히 당하고 있을 내가 아니었기에 서둘러 몸을 풀려고 했지만, 놈의 다리들이 내 전투용 팔과 머리를 휘감았다.
나는 등에서 침식 촉수들을 뽑아서 대응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녀석이 나보다 조금 더 빨랐다.
놈의 머리가 맨땅 위에 꽂혔다. 놈의 머리끝 매달려 있던 나에게도 강렬한 충격이 밀어닥쳤다.
「고통 경감 발동!」
‘컥!’
내 머리 갑각에 금이 가고, 몸을 덮고 있는 외피들이 떨어져 나갔다. 구석구석마다 달린 발톱들 중 일부가 깨졌고, 전투용 팔 중 한쪽이 부러졌다.
심각한 피해였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26호구나.’
멀리서 느껴지는 사이킥 파워의 흐름은 틀림없이 26호의 것이었다. 녀석의 ‘속박’ 덕분에 페일 마스크가 나를 모래 위에 쳐 박는 순간, 그 힘이 약해졌다.
안 그랬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겠지.
「기이이」「기이이」
놈이 마무리하려고 다시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 한 번 당한 공격을 또 당해 줄 내가 아니었기에 나는 급히 몸을 풀어서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예상치 못한 피해였지만….’
손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공방 덕분에 놈을 육지로 끌어낼 수 있었다.
향유고래와 가오리를 뒤섞은 것처럼 생긴 놈의 몸통 절반이 해변의 모래 위에 누워 있다. 생김새에서도 보이듯 놈은 육상 전투에 적합한 체형은 아니다.
「그르르르」
재생력 특성의 효과로 부러진 팔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부터 2차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