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43
‘설마 했는데 말이야.’
고치 속에 있을 때 밖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싶어 걱정했다. 혼드 기간트나 플레이어가 애들을 위협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래서 진화를 끝마친 뒤, 위로 올라가지 않고 곧장 땅을 파서 이동했다. 혹여 정말로 플레이어가 온 것이라면 지상으로 다니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동하던 나는 내가 우려하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조기관이 탐지해낸 피 냄새 사이에 애들의 흔적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피 냄새를 따라갔다.
‘덕분에 늦지 않았어.’
이동하는 도중 아드하이의 사념파를 느꼈다. 녀석의 고통 섞인 사념파를 말이다. 만약 중간에 방심하고 이동 속도를 늦췄다면 아드하이의 사념파를 놓쳤을 거다.
나는 곧바로 아드하이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녀석을 구해낼 수 있었다.
“크르르르르….”
“크, 크르르….”
나를 본 혼드 기간트들이 으르렁거린다. 그 소리에는 명백한 적의가 담겨 있었지만, 그들의 몸은 그렇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다리와 흔들리는 눈. 이 대륙의 가장 강력한 포식자 중 하나인 그들이 나를 보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급하게 오느라 변화한 텍스트박스와 새로 온 메시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 몸에 생긴 변화까지 모를 수는 없다.
초월 2단계를 완료했지만, 나의 몸길이는 진화할 때만큼 급진적인 성장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길이가 좀 더 자라나 27m에서 28m 사이가 되긴 했지만, 이전처럼 두 배씩 늘어나지 않았으니까.
단, 체형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나의 머리.
이전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거대해졌다.
단순히 갑각만 자라난 것이 아니라 뿔, 턱 등도 같이 커져서 몸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비율 자체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턱은 사냥의 표상을 썼을 때처럼 육중한 이미지가 되어 대형 수각류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변했다.
‘전투에 훨씬 적극적으로 써먹을 수 있겠어.’
턱이 이렇게 커졌으니 더 단단한 적도 씹을 수 있고, 나보다 작은 적이라면 그저 머리로 내려치는 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줄 수 있겠지.
그리고 뿔. 뿔의 개수가 2개에서 6개로 늘어났다. 기존에 있던 뿔과 다르게 새로 생긴 뿔 4개는 머리 중앙에서 뒷머리 갑각까지 일렬로 난 형태였다.
‘뿔의 강화라.’
강적이나 덩치가 큰 적과 싸울 때 뿔로 찌르는 전술을 즐겨 사용하는 나에게는 환영할 만한 요소였다.
‘거기다가 뿔 크기 자체도 커졌으니 훨씬 치명적이겠지.’
머리가 크고 무거워지면서 목도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전보다 더 두껍고, 더 길어졌다. 덕분에 길게 난 괴물의 촉수 다발들은 사자의 갈기처럼 내 목을 휘감고 있었다.
머리 다음으로 큰 변화를 겪은 부위는 나의 팔이었다.
가슴 쪽의 작은 팔은 길이가 상당히 길어졌고, 얇은 갑각이 자라났다. 괴물의 촉수와 보조기관과 함께 나의 몸에서 약한 부분이었는데 그 단점이 보완된 것이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무기인 전투용 팔은 사냥의 표상을 쓴 것처럼 굵고 길어졌다.
변화한 머리처럼 얼추 2m 이상 자라났다고 봐야 할까. 거기에 전투용 팔에도 머리의 갑각과 동일한 재질의 두터운 외피가 붙었다. 전처럼 팔이 베일까 봐 전전긍긍할 일은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해도 좋으리라.
‘오히려 무기로 써도 좋을 거야.’
단단한 머리 갑각을 일종의 충각처럼 쓰던 나다. 적을 할퀴는 것 말고, 팔 자체로 후려치는 것도 좋겠지.
이러한 변화 덕분에 전투용 팔 3쌍 모두가 팔이자 동시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내가 해츨링 시절 6개의 다리로 움직였을 때처럼.
현재 내가 취한 자세도 해츨링 때와 유사하게 여섯 개의 전투용 팔과 꼬리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해츨링 때는 전갈처럼 꼬리를 세우고 다녔다는 점이고, 지금은 거대한 하반신과 꼬리를 바닥에 끌고 다닌다. 물론 필요하다면 이전처럼 상체만 세우고 하반신 부분과 꼬리를 바닥에 까는 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꼬리.’
나의 맨 아래쪽 팔에 있어야 할 집게발이 꼬리로 이동했다.
본래 가시털 발사 기관이 위치한 꼬리 끝은 현재 두 갈래로 갈라진 상태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집게발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중이다.
그동안 마비가 통하지 않는 적, 피부가 두꺼워 가시털이 박히지 않는 적과 싸울 때는 꼬리가 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적을 휘감아 제압할 때, 혹은 꼬리로 후려칠 때나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 꼬리에 집게발이 생겼다. 더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봐야겠지.
그렇다고 가시털 발사 기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집게발을 벌리면 안쪽에 가시털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이 가시털을 멀리 있는 적에게 발사하거나, 아니면 집게발로 적을 붙잡은 뒤 가시털을 일괄적으로 쏟아부을 수 있다.
‘흥미로운 변화야.’
전반적으로 약점은 상쇄되고 내가 싸우는 스타일에 맞춰 강점이 보강된 형태의 진화였다. 텍스트박스와 새 메시지도 당장 확인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내 앞에 적이 있으니까.
「그으으으으으」
변화한 몸에 맞춰 내 목으로부터 무거운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내가 들어도 위압감이 넘치는데 적이라면 오죽할까.
혼드 기간트 두 마리가 몸을 움찔 떨었다.
“크, 크르, 크르르르.”
“크으으으, 크르르르르!”
둘은 나를 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스러운 듯 보였다. 놈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그르렁 소리를 냈다.
“크르르르!”
“크아아아!”
그리고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는지 놈들이 나를 향해 포효했다.
몸길이 20m, 골반까지의 높이 9m의 대형 수각류가 내게 달려든다. 땅을 쿵쿵 울리며 달려오는 놈은 머리와 등을 일자가 되도록 쭉 피고 있었다.
투우할 때의 황소를 연상케 하는 저 자세가 혼드 기간트의 기본 전투 자세다. 돌진해서 머리에 난 우람한 뿔 2개로 상대를 박살 내는 것.
재미있는 것은 나도 놈과 비슷한 전술을 자주 쓴다는 점이다. 나 또한 놈에게 맞서 똑같이 돌진했다. 통나무만한 6개의 팔이 땅에 푹푹 박히고, 꼬리가 땅바닥을 쓸면서 도랑을 만들었다.
두 야수가 내달리자 천지가 진동한다. 달려오는 놈과 머리가 충돌하려는 순간, 나는 잽싸게 몸을 아래로 숙였다.
“크릉?”
놈의 뿔이 내 뒷머리 갑각과 등을 스치고, 날카로운 불꽃이 튄다. 그대로 맞부딪칠 줄 알았는데 당황한 놈. 놈의 튼튼한 뒷다리가 나의 몸과 충돌하고, 자세가 무너진다.
“크아아아!”
그래도 포식자답게 그 자세에서 입을 벌려 내 등을 깨물려는 혼드 기간트.
그런 놈에게 나의 진정한 공격이 날아든다. 새로 얻은 집게발 꼬리말이다.
나의 꼬리가 내 등 위쪽 방향으로 크게 휜다. 꼬리 끝에 달린 집게발이 내 등을 공격하려는 놈의 목을 콱 붙잡았다.
“!”
급소가 붙잡혔기에 소리를 낼 수 없는 놈. 놈이 급히 머리를 빼내려고 했지만 늦었다.
내 집게발의 크기는 스웜프킹의 집게보다 살짝 작은 수준. 방어력도, 그 악력도 거의 동일하다.
‘함선 장갑도 숭덩숭덩 자르는 집게인데 놈이 버틸 리 없지.’
나는 꼬리 끝에 있는 근육에 힘을 줬다. 나뭇가지 부러지듯 혼드 기간트의 목이 부러졌다. 놈은 혓바닥을 길게 뺀 상태로 즉사했다.
“크,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남은 혼드 기간트가 비명과도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놈의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놈이 광화한다고 해서 준성체에 초월 2단계가 된 나를 이기지는 못한다. 그래도 이 자리에는 정신을 잃은 아드하이가 있다.
‘광화가 완료되기 전에 죽여야 해.’
광화하느라 잠깐 움직임을 멈춘 지금이 기회다. 나는 죽은 혼드 기간트 시체를 멀리 던져 버리고 남은 놈에게 달려들었다.
좀 전과 달리 이번에는 달리다가 꼬리에 힘을 줘서 상체를 위로 일으켰다. 그 상태로 놈의 위를 덮쳤다.
“크아아아!”
광화 도중이었지만, 놈은 뒤로 물러나면서 나의 바디 프레스를 피해냈다. 그 상태로 놈은 나의 뒷머리 갑각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어딜!’
나는 바닥에 닿은 전투용 팔에 힘을 줘서 몸을 옆으로 튕겼다. 놈의 커다란 턱이 공중에서 닫히면서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거기서 나는 전투용 팔로 놈의 머리를 붙잡았다. 놈은 다시 입을 벌리려고 했지만, 내 팔들이 자기 머리를 부여잡아 그러지 못하도록 막았다.
잠깐의 공수 교환을 틈타 광화를 끝마친 놈이 꼬리를 크게 휘두른다.
광화된 놈의 꼬리는 잘 제련된 명검과도 같아서 저 두꺼운 레드우드도 잘라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알고도 놈의 꼬리를 피하지 않았다. 대신 입을 크게 벌려서 날아오는 놈의 꼬리를 깨물었다.
“!”
자기 꼬리가 내 이빨과 턱을 박살낼 것이라 의심치 않았던 놈은 당황했다. 내 이빨도 턱도 전부 멀쩡했으니까.
‘벌써 당황하기에는 이르지.’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나는 놈의 꼬리를 문 상태로 그대로 목구멍 안쪽으로 삼키기 시작했다.
본래도 양 갈래로 벌어지는 턱이라 나의 머리보다 큰 먹이도 입안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제는 턱 자체도 강화되었고, 목도 더 거대한 먹이를 쉽게 삼킬 수 있도록 변화했다.
나는 구렁이가 먹이를 씹지 않고 삼키는 것처럼 놈의 꼬리를 삼켰다. 자기가 산 채로 내 뱃속에 들어가는 중이라는 것을 깨달은 놈이 발광했지만 소용없다.
놈은 머리의 뿔로 나를 찌르려고 했지만 가속도가 붙지 않은 놈의 뿔은 그저 좀 단단한 둔기에 불과했다. 내 몸을 감싸는 외피와 갑각을 깨부수기에는 역부족이다.
나의 턱과 목구멍이 쉴 틈 없이 일한다. 처음에는 꼬리, 그 다음에는 놈의 골반과 뒷다리였다.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파열되는 소리가 났지만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내 팔이 놈의 입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하체가 전부 으스러진 놈은 입에서 내장을 토하면서 죽고 말았다. 놈이 죽었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삼키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풀숲 뒤에서 26호와 하늘의 어머니가 나타났을 때에는 놈의 뿔까지 전부 삼킬 수 있었다.
「큰애기야! 일어났구나!」
[즈(그래)]
「어라? 작은애기는 왜 자고 있어?」
26호는 부상당해서 기절한 아드하이를 보고 의문을 표했다. 녀석의 옆에 있던 하늘의 어머니는 멍하니 내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가 아드하이의 상태를 보고 흠칫 놀랐다.
「자, 잠깐!」
26호를 지나쳐 하늘의 어머니에게 다가간 나는 전투용 팔로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내 팔을 피했지만 내 등에서 튀어나온 침식 촉수들은 피할 수 없었다.
침식 촉수들이 그리폰의 네 다리와 목을 붙잡았다.
“아직 할 말이 있나?”
내 입에서 연구기지에서 잡아먹은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의태 기관의 금제가 풀린 덕에 예전처럼 인간의 목소리를 정상적으로 흉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그만! 이, 이건….」
하늘의 어머니는 목이 졸리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변명하려고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더 실망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잠들기 전에 그녀에게 녀석들을 부탁했다.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한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배신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아드하이와 호흡이 잘 맞는 편이었다. 아직 미숙한 녀석을 보조하는데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틀렸다.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드하이는 죽었겠지.
녀석은 갤러곤의 무덤을 알고 있는 유일한 통로. 녀석이 죽는다면 나는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된다.
‘…그리고.’
사실 전적으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터.
내가 자기를 죽일 것이라 생각한 것을 느낀 걸까. 하늘의 어머니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턱을 크게 벌려 그녀를 집어삼키려 했다.
「큰어른」「기다림」「부탁」
막 턱이 닫히려는 순간 아드하이의 사념파가 내게 닿지 않았다면 분명 그랬을 거다.
「큰어른」「친구」「잘못」「없음」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 즈즈즈즈 즈즈즈즈(그렇지 않아. 그녀는 널 지켜야 했는데 실패했어)]
「부정」「나」「친구」「말」「무시」「나」「실수」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아드하이는 사념파를 멈추지 않았다.
‘실수라고?’
[즈즈(실수?)]
「나」「공」「많이」「세움」「큰어른」「관심」「필요」「사냥」「많이」「성공」「큰어른」「기쁨」「친구」「조심」「충고」「나」「무시」
나는 아드하이가 쏜 사념파를 곱씹어 봤다.
‘공을 세우고 싶었다고?’
정리하면 아드하이는 이 숲 안에 있는 컬트들을 여러 마리 사냥해서 나에게 관심을 받으려 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해 보면 최근 아드하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전보다 확연히 줄어 들었다. 26호를 구하러 가기 전에 같이 있었던 것 말고 나머지 시간은 줄곧 떨어져 있었으니까.
혼자서도 알아서 잘하는 26호랑 오랫동안 같이 있다 보니 아드하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틀렸어.’
녀석이 나를 정확히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를 성체 갤러곤과 비슷한 존재로 여기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런 존재가 자기를 두고 밖에만 돌아다니니 쓸쓸하다고 생각했을 터.
그렇게 생각하니 좀 전까지 확 치밀어 오르던 분노가 확 식었다.
나는 활짝 벌렸던 턱을 조용히 닫고 하늘의 어머니를 쳐다 봤다. 이성을 되찾은 상태에서 그녀의 눈을 보니 대충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이 갔다.
내게 관심을 받기 위해 아드하이는 무리하게 움직였고, 그녀는 아드하이를 뒤쫓아 가느라 바빴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폰도 비행 능력이 있긴 하지만 아드하이만큼 빠르지는 않으니까.
그녀에게 아드하이보다 빠르게 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시간이 꽤 걸리는 방법이라 들었다.
‘그녀는 나름 최선을 다했어.’
나는 붙잡았던 그리폰을 다시 내려놨다. 목이 조였다 풀린 그녀가 캑캑 거리며 기침했다.
나에게 어떻게든 상황을 설명하려 했던 아드하이는 다시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서 공생물 포자를 심었다.
‘바로 둥지로 데려가야 해.’
보조기관으로 녀석의 부상을 느낄 수 있었다. 녀석은 날개만 찢어진 게 아니라 갈비뼈도 부러졌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가 악화될지도 모르니 빨리 치료해야 한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26호는 촉수로 아드하이를 들어서 내 등 위에 올렸다. 아드하이가 잘 올라간 것을 확인한 녀석은 내 머리 위에 올라탔다.
그렇게 둘을 태우고 둥지로 가는데 하늘의 어머니가 뒤따라왔다.
‘사과하긴 해야겠지.’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 그녀가 먼저 나를 불렀다.
「잠깐 기다려!」
“…뭐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당장 네가 확인해야 할 게 있어!」
“뭐?”
「우리가 잡은 컬트들은 제국모함 소속이야! 뮤리엘의 동료들이 이곳에 제국모함을 보냈다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목에 달린 촉수들이 빳빳이 서는 기분이 들었다.
컬트가 지닌 강력한 무기 중에서도 순위권에 드는 제국모함.
그 자체의 무장도 수준급이지만, 제국모함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다른 것에 있었다.
바로 배에 내장된 코스믹 볼트. 컬트가 지닌 행성 정화 무기 중 하나다.
“…안내해.”
「따라와!」
아드하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쪽이 더 급하다.
제국모함이 이 행성을 대상으로 궤도폭격을 가한다면 우리는 전부 죽는다. 내가 아무리 땅을 깊숙이 파고 내려간다고 해도 코스믹 볼트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적어도 언제 쏠 지는 알아야 해.’
나는 서둘러 하늘의 어머니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