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155화 (156/400)

Ep.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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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아 함대의 함대사령관 대리 사나다에프는 미칠 지경이었다.

이곳 JP-22 성계에는 컬트 거주민이 살지 않는다. 컬트가 눈독들일만한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국의 안보에 중요한 요충지도 아니다. 스타유니언의 영토와 가깝다는 점 말고는 딱히 위협 요소라 할 만한 것도 없다.

‘그런데 제국모함이 여기서 왜 나와?!’

컬트와의 전투를 아예 상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초광속 항해로 도약하기 전 초능력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쳤으니까.

하지만 제국모함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대로 싸우면 엄청난 피해가 난다.’

네메아 함대는 스타유니언의 12 정예함대 중 하나. 다수의 행성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력을 지닌 그들이기에 제국모함과 싸워서 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 만큼 큰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하다. 행성 정화무기인 코스믹 볼트가 내장된 제국모함은 그것 외에도 강력한 부무장 수단을 지니고 있다. 그런 괴물과 섣불리 싸웠다간 최소 함대의 4분의 1 이상이 궤멸할 거다.

‘…대화부터 먼저 해 보자.’

그들도 알 거다. 자기들만으로는 스타유니언의 함대와 싸워서 이기기 어려울 거라는 사실을.

저쪽도 협정을 맺은 세력의 정예함대가 자기 성계에 침입했다는 것에 꽤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저쪽에서 먼저 대화를 청한 것이리라.

“에프. 통신 연결해.”

「확인.」

곧이어 함선 컴퓨터와 연결된 사나다에프의 눈앞에 영상이 떠올랐다.

아이보리색 배경에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화려한 상황실에 서 있는 야크뿔의 중년 컬트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난 ‘고르모스03의 단죄자’의 함장 에슈타. 사이보그여, 성명과 소속을 밝혀라.」

“…스타유니언의 네메아 함대 함대사령관 대리 사나다에프요.”

「네메아 함대라고? 12함대 중 5번 함대 아닌가?」

“그쪽 말이 맞소.”

자기를 에슈타라 소개한 컬트는 눈을 부릅떴다. 함대 규모가 크다고만 생각했지, 설마 정예함대가 이곳에 왔을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사나다에프는 잘 얘기하면 넘어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놀란 듯 보이던 에슈타의 표정이 금세 확 일그러졌기 때문이었다.

「감히! 스타유니언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들이 이런 저열한 짓을 한단 말인가!」

“그게 무슨 소리요?”

「시치미 떼지 마라! 사이보그가 우리 제국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피해라니? 이런 말을 하긴 민망하지만, 우리는 방금 이곳에 왔소.”

「뻔뻔하긴. 네놈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증거를 보여 줘야 인정하겠는가?」

「새 통신 기록 파일이 확인됨.」

‘통신?’

그는 에슈타가 보낸 파일을 열람했다. 그의 귀로 파일에 담겨 있던 통신 기록들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통신에 담긴 내용은 그의 이해를 벗어난 것이었다.

「난 스타유니언의 인구관리부 소속 맥케이다. 너희에게 스타유니언과 하나가 될 영광을 줄 사이보그지.」

「나, 나는 다모스08의 심판자 소속 컬트 전사단원 코셰이다! 의회에서 이 사실을 알면…!」

「흥, 의회? 나약한 종족들이나 그런 열등한 정치 기구에 의존하지. 너희 같은 무용한 족속들을 구원하고자 우리 기계위원회에서 대업을 실행한 것인데 감사할 줄 모르는구나.」

「비, 빌어먹을! 이 소식을 받는 컬트 함대에게 마지막으로 알린다! 성지에서 발생한 일은 사이보그가 꾸민 짓이다! 장소는 JP-2….」

「닥쳐라! 몰래 연락을 하다니! 개같은 년!」

「꺄아아악!」

‘이게 뭔?!’

사나다에프는 혼란스러웠다. 통신을 몇 번씩 다시 들어도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인구관리부가 왜 여기서…아니 그보다 성지는 또 뭐야?’

순간 기계위원회에서 자기를 숙청하기 위해 말을 안 한 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계위원회에서 12정예함대 중 일익을 담당하는 네메아 함대에 큰 손해를 끼치는 방법을 쓸 리가 없다.

그렇다고 에슈타 쪽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컬트 제국에 제국모함이 수백 척이 넘는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소모해도 될 정도는 아니다.

즉, 저 통신은 조작이다. 그리고 그나 에슈타나 양쪽 모두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생각을 정리한 사나다에프는 입을 열었다.

“이보시오. 에슈타 함장. 이런 생각은 해 본 적 없소? 저 통신이 거짓이라는 것 말이오.”

「지금 우리 전사단원이 거짓을 보고했다고? 그럴 리 없다. 코셰이는 전사단만 아는 고유 통신망을 이용했으니까.」

“생각해보시오. 우리가 정말로 그쪽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다면 이러고 있을 것 같소? 제국모함이 초광속 항해로 도착하기 전 그렘린 어뢰를 깔아놨겠지.”

「…….」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에슈타는 입을 다물었다. 실제로 네메아 함대가 함정을 판 것이라면 그들은 이 성계에 들어오자마자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그쪽에서 보낸 맥케이에 대해서는 뭐라 설명할 거지? 우리는 맥케이의 소속, 마지막으로 활동하던 위치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다.」

“그건…잠시만 기다려주시오. 바로 찾아볼 테니.”

그의 말에 에슈타가 혀를 찼지만 더 이상 뭐라 말하지 않았다. 저쪽에서도 전쟁을 일으킬 의지가 없는 것이 확실했다.

이 기회를 놓쳤다간 정말로 큰일이 날 것이기에 그는 급히 에프를 호출했다.

“당장 맥케이 뇌파로 검색해서 위치가 어딘지 찾아.”

「확인. 탐색 중.」

“씨발 미친 사이보그 새끼가 도대체 무슨 짓을….”

「발견.」

“벌써? 어디야?”

「JP-22 성계 조나스 암석고리 부근에서 발견.」

“조나스 암석고리면 이 근처잖아?”

에프에 보고에 사나다에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그들을 함정에 밀어 넣는 것이 틀림없다.

‘설마?’

“에슈타 함장! 잘 들으시오! 이건 전부 함정….”

사나다에프는 서둘러 해명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영상 통신이 뚝 끊겼다. 통신만 끊긴 것이 아니라 함선 컴퓨터와 연결된 사나다에프의 케이블도 작동을 멈췄다.

“뭐야 이거? 에프? 대답해!”

「치, 치직, E, EMP 발생, 치직, 1분 후 복구됨.」

“EMP라고?”

1분이 지나고 다시 통신이 복구되었다. 에슈타의 얼굴이 나타나자마자 그는 급히 소리쳤다.

“함장! 모든 것은 오해요! 섣부른 판단하지 마시오!”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에슈타는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영상 통신이 복구되었다는 것을 잊어 버렸는지 흐리멍덩한 눈으로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왜 저러지?’

에슈타의 얼굴은 사이보그인 그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창백했다. 무언가 극도로 두려운 것을 봤다는 얼굴.

이윽고 에슈타가 목청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

「세, 세 머리의 악마다! 모두 포격 개시!」

“어?”

「제국모함의 주포 활성화 중. 암흑물질 감지됨.」

“이런 씹, 모두 산…크악!”

사나다에프는 서둘러 산개 명령을 외치려 했지만, 그 순간, 함선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와 함께 에프가 이쪽을 공격한 적 함선의 모습을 영상으로 띄웠다.

「해당 함선으로부터 사이킥 파워 공격 감지됨.」

“씨발 나도 알아! 함선들은 반격하라!”

영상 속에 있는 검은색 컬트 호위함을 보며 사나다에프가 악을 썼다.

더는 멈출 수 없다. 최대한 빠르게 적들은 제압한 뒤 어떻게 할지 기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렇게 우주의 두 강대국, 컬트 제국과 스타유니언의 정예군단이 JP-22에서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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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기야, 이렇게 하면 돼?」

[즈즈 즈즈즈 즈즈(아주 잘하고 있어)]

「응!」

열심히 집중하는 26호가 기특해서 침식 촉수로 쓰다듬었다. 촉수로 쓰다듬은 것이 기분이 좋은지 녀석이 흐물거리며 몸 전체에서 붉은색 빛을 냈다.

[즈즈(집중)]

「아. 맞다. 집중. 집중!」

내 파장을 읽은 녀석이 정신을 차리고 흐트러진 사이킥 파워의 흐름을 가다듬었다.

녀석은 지금 심해의 공포 특성을 활용해서 멋진 영상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26호의 힘으로 우리 함선은 거대한 환각에 덮여 있다. 내가 전에 사이오니움을 섭취해서 성체로 변했을 때의 모습, 컬트들이 세 머리의 악마라 부르는 존재의 환각 말이다.

‘컬트들이 보면 아주 자지러지겠지.’

내 생각대로 이곳에 온 제국모함과 컬트 군함들은 26호가 만든 환상을 보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걸로 애매한 부분들은 넘길 수 있어.’

내가 저장한 컬트 유전자 정보들 중에 제국모함 소속의 전사단원이 하나 있다. 내가 초월2단계에 들어가 있던 중에 하늘의 어머니가 사냥한 전사단원이다.

그 이후로도 그녀 목소리는 다른 컬트들을 속일 때 유용하게 써먹었는데, 여기서 또다시 도움이 되고 있다.

‘전사단만 쓰는 긴급회선으로 연락을 취한 덕분에 의심을 피할 수 있었지.’

나는 그녀만이 아는 암호를 이용해서 긴급회선과 연결, 그녀의 목소리를 흉내 내서 거짓 상황을 연출했다. 그 과정에서 내 지배를 받는 사이보그 맥케이는 악랄한 스타유니언의 악당을 연기했고.

그 결과, 제국모함이 포함된 대함대가 이미 죽은 코셰이를 구하기 위해 이 성계로 찾아왔다.

‘평소라면 이 정도로 오지 않았겠지만.’

내가 말한 ‘성지’라는 단어, 그리고 그 성지의 오염체를 제거하려다가 된통 당해 궤멸당한 생존자의 연락. 이 두 가지 요소가 저들의 과잉대응을 유발시킨 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착각에 쐐기를 박기 위해 나는 26호에게 심해의 공포로 지정된 형태의 환상을 보여 달라고 설명했다.

본래 심해의 공포는 정신 공격에 당한 피해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다. 씨데몬이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26호가 그걸 해냈다.

‘나의 모습을 잘 기억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라.’

눈이 없는 녀석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녀석은 무사히 나의 성체 모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여기서 컬트 군인들이 나한테 품은 두려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이 모함전단 전체를 파괴한 ‘세 머리의 악마’를 두려워한 덕분에 이 기만 작전은 성공할 수 있었다.

‘이것보다 제일 큰 불안 요소는 스타유니언.’

스타유니언의 사이보그들은 안드로이드들도 다수 있고, 배에 초능력 방어 수단을 덕지덕지 붙여 놨다. 그래서 심해의 공포를 비롯해 각종 사아킥 파워 공격에 대한 방어력이 높다.

그래서 나는 컬트들이 보는 ‘세 머리의 악마’의 환상을 보고 전투 준비에 돌입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스타유니언의 함대에 선제사격을 가했다. 컬트 호위함의 외형을 지닌 내가 공격했으니 저쪽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반격할 터.

‘정밀 검사만 돌려도 내 정체는 금방 들통나겠지만.’

당장 적을 앞둔 상황에서 과연 그럴 여유가 있을까?

내 공격을 컬트 함대의 공격으로 오인한 스타유니언은 반격을 개시했다. 그 결과, 지금 내 앞에서 양 세력 간에 우주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야.’

스타유니언을 대상으로 준비한 속임수는 아직 남아 있다. 그건 전투가 무르익었을 때쯤에 사용할 생각이다.

그 때 옆에서 하늘의 어머니가 중얼거렸다.

「이게 정말 통할 줄이야. 믿을 수 없네.」

그녀는 아드하이와 함께 내가 만들어 준 강화유리를 통해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망 중이다.

“사람 생각은 단순하니까.”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넌 연기를 정말 잘하는군.」

질렸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그녀.

하긴 게임에서도 나한테 줄곧 당한 그녀였기에 지금 어떤 심정인지는 얼추 짐작이 간다. 내가 통신기에 대고 코셰이를 흉내 내는 모습을 본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제법 복잡한 심경이리라.

‘연기라.’

집안 내력을 생각하면 그녀의 생각은 사실에 가까울 거다. 어쩌면 게임에서도 내가 사람들을 잘 속인 것도 그것 때문일지도.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지금은 전투 중이다.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떨쳐 낸 나는 밖의 상황을 살펴봤다.

컬트의 함선들이 제국모함을 중심으로 마름모꼴 진형으로 정렬했다. 그리고 함선에 달린 주포에서 세 갈래의 보라색 열선이 발사되었다.

검은 공간에 떠다니는 암석과 우주 쓰레기들을 모조리 산화시키면서 날아가는 빛줄기들.

그동안 사이보그 함대도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직사각형의 함선들에서 하얀색의 작은 드론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드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함선들 앞에 쫙 깔렸다. 그 모습은 투우사가 달려드는 소 앞에서 천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이 경우는 붉은색이 아니라 하얀색이지만.

이윽고 보라색 열선들은 하얀색 드론 무리와 격돌했다. 누가 봐도 열선이 드론들을 박살 낼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결과는 달랐다.

스타유니언의 함선에서 발사한 저 드론의 이름은 APD(Anti Psychic Drone).

사이킥 파워에 대한 강한 방어력을 지닌 금속인 블랙실버와 각종 에너지를 흡수하는 금속 갤러니움 합금으로 만들어진 드론이다. 지금처럼 사이킥 파워를 주로 사용하는 컬트, 혹은 갤러곤 같은 존재와 싸울 때 주로 사용한다.

평범한 인간이 봤다면 그대로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한 보라색 섬광이 우주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스타유니언의 APD들은 컬트의 함포 사격의 ‘일부’가 주는 엄청난 충격을 막아 냈다.

왜 일부냐고 표현했냐면, 컬트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컬트들의 주포에서 발사된 열선은 총 세 갈래처럼 보이지만 실은 세 번을 빠르게 쏜 것이았다. 열선이 날아오는 시간차가 있었기에 APD는 첫 공격은 무난히 막아 냈지만, 후속 공격은 충분히 방어하지 못했다.

‘APD는 시간차 공격에 취약하니까.’

내 예상대로 보라색 빔 중 일부가 드론 무리를 통과하고, 사이보그들의 군함을 관통했다. 빛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폭발이 연달아 발생하고 군함들이 산산조각났다.

함선 중 몇 척을 잃은 스타유니언의 함대는 물러날 기색 없이 반격을 개시했다.

스타유니언의 배는 생김새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직사각형 선체 위에 가시와 비슷한 삐죽한 함포들이 잔뜩 달려 있는 형태다. 가시처럼 박혀 있는 저 함포들은 장식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함포들이 가동을 시작했다. 안드로이드들에 의해 정밀하게 조종되는 어뢰들이 수천, 수만 개가 컬트들을 향해 날아갔다.

마름모꼴 진형을 유지하던 컬트 함선들이 일제히 보라색 빛을 내뿜었다. 배의 전면부에 생겨난 보라색실드가 서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마름모꼴 실드로 변화했다.

먼저 날아가던 어뢰들이 거대한 실드에 막혀 그대로 폭발했다.

손상 하나 없이 실드를 유지하는 컬트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그들을 향해 날아가던 어뢰들 중 일부가 급격히 방향을 틀더니 컬트 함선의 옆구리나 후방을 쳤기 때문이다.

폭발과 함께 컬트의 함선들 여러 척이 진형을 이탈했다. 실드가 살짝 흔들리자 서둘러 다른 배들이 부서진 동료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 모습을 보고 스타유니언에서 공세에 힘을 실기 위해 다시 어뢰를 발사하려 했다. 제국모함이 나서지 않았다면 컬트의 피해는 더 컸겠지.

‘시작인가.’

정제된 다이아몬드 형태의 제국모함에 균열이 생긴다. 모서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열리고 그 안에서 새까만 색의 포대가 나타났다.

총 8개의 포대는 제국모함에 내장된 부무장인 블랙캐논. 코스믹 볼트와 마찬가지로 암흑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강력한 무기다.

스타유니언의 함선들도 블랙캐논의 위력을 아는지 급히 흩어졌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그들을 향해 블랙캐논이 발사되었다.

다른 컬트 배들과 달리 열선 형태가 아니라 검은색 구체가 블랙캐논을 떠나 스타유니언의 함선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은 구체는 뒤늦게 움직이던 함선에 닿았다. 그 순간, 함선이 일그러지더니 그대로 구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몇 초도 안 되는 시간동안 함선 하나를 먹어 치운 구체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며 다른 배들도 빠르게 삼켜 버렸다.

‘역시.’

블랙캐논은 인공 블랙홀을 만들어서 쏘는 무기.

맞으면 그걸로 끝장이기에 적 전열을 엉망으로 만들고, 기함을 저격하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대신 블랙홀탄의 지속 시간은 길지 않다는 점, 조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제국모함이 블랙홀탄을 쓰는 것을 본 스타유니언의 함대는 산개하던 상태 그대로 컬트들을 향해 접근했다.

제국모함과의 거리를 좁혀서 난전을 유도하겠다는 속셈이다. 블랙홀탄은 피아식별을 안 하는 무기니까 적절한 대응이다.

‘좋아. 그럼 나도 가 볼까.’

난전이 시작되면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작업만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저들의 추적 없이 이 성계를 떠날 수 있다.

나는 지배한 컬트 호위함을 이끌고 빠르게 나아갔다.

우주 함대 간의 난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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