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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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한 침대에서 금발의 남성이 눈을 떴다.
탄탄한 근육이 인상적인 그는 식은땀에 젖은 목을 어루만졌다.
“휴, 죽는 줄…잠깐, 여긴?”
목이 멀쩡하다는 사실에 안심한 것도 잠시, 남자는 낯선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그가 있는 곳은 어떤 방이었다.
벽면에는 유명 헤비메탈그룹의 포스터, 재패니메이션 블루레이 사은품으로 받은 캐릭터 포스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포스터 아래에 있는 책상 위에는 고가의 컴퓨터와 검은색의 헤드기어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헤드기어를 보자 그는 이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집, 내가 지, 집에 돌아왔어!”
금발의 백인 남자, 아니 제이슨 터닝햄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곳은 그의 고향 집이었다. 마침내 현실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 이게 얼마 만이지? 10년? 아니야. 15년이었나?’
제이슨은 자기 손을 내려다 봤다. 컬트 특유의 새하얀 손대신 어두운 톤의 손바닥과 덥수룩한 손목 털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자기 몸일 텐데 그는 어색함을 느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게임 속에서 보낸 셈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그리운 냄새가 나는 이불을 치우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2m에 가까운 키가 지금은 180cm 언저리에 불과했다.
“제이슨! 언제까지 잠이나 쳐 잘 거야!”
하루아침에 난쟁이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그는 스페이스 서바이벌의 세계에서 누구보다도 축복 받은 삶을 누렸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
바로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었다.
제이슨은 급히 벗어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2층에 있는 그의 방문 앞까지 어머니가 구운 미트로프 냄새가 가득했다.
그는 굴러떨어지다시피 해서 계단을 내려갔다. 부엌과 연결된 거실에서 그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엄마!”
식탁에 음식을 놓고 있을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야단을 친다.
나이가 몇인데 아침부터 난리냐고. 툴툴거리시며 빨리 식사나 하라고 말씀하시는 모습.
그것이 제이슨이 기억하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분명 그래야 했을 터인데.
그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그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깔끔했던 부엌은 덜 익은 미트로프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벽지를 물들이는 액체에서는 독한 쇠 비린내가 났다.
“어?”
제이슨은 멍하니 피로 젖은 부엌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있어서 안 될 존재가 그의 ‘어머니였던 것들’을 들고 있었다.
“아, 아아….”
검보라색 외피와 특유의 길쭉한 뒷머리 갑각. 6개의 팔과 2개의 다리, 몸 크기만큼이나 길쭉한 꼬리를 지닌 괴물.
스페이스 서바이벌에 등장하는 ‘에이모프’.
놈은 부엌에서 제이슨의 어머니를 씹어 먹는 중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제이슨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모든 게 제발 꿈이었으면.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꾸, 꿈?”
메탈그룹 포스터, 일본 아니메의 캐릭터 포스터. 그리고 컴퓨터. 좀 전에 깨어나면서 봤던 그 풍경이었다.
그는 게임 속 세계가 아닌 자기 방에 있었다.
“제이슨! 언제까지 잠이나 쳐 잘 거야!”
‘엄마!’
돌아왔다는 사실을 기뻐할 틈도 없이 제이슨은 벌떡 일어나 방 밖을 나섰다.
계단을 반쯤 날아서 내려온 그는 재빨리 부엌을 살폈다.
“제이슨, 내가 집에서는 뛰지 말라고 했지.”
언제나 그리워했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제이슨은 숨을 헐떡였다. 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기뻐서? 아니다.
그의 어머니는 목소리를 낼 상황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목만 남은 시체는 말할 수 없으니까.
“…….”
“제이슨, 와서 식사해.”
어머니의 머리를 든 에이모프가 어머니의 목소리로 지껄인다.
“제이슨? 뭘 그리 꾸물거리니?”
“제이슨?”
“제이슨.”
“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제이슨….”
“아아아아아악!”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실에서 그는 귀를 틀어막았다. 눈에서는 어느새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피눈물에 잠겨서 시야가 흐려졌을 때, 그는 다시 눈을 떴다.
“아, 아아….”
검은색 바탕에 거친 폰트로 메탈그룹명이 인쇄된 포스터와 모에 캐릭터가 그려진 포스터.
그 익숙한 풍경을 보며 그는 깨달았다.
“Fuck! Fuck! Fuck! Fuck!”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제야 기억이 났다.
스페이스 서바이벌에 들어간 날, 그는 고향 집에 있지 않았다. 낡은 아파트의 자취방에서 방송을 위해 VR기기를 머리에 썼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지금 그가 겪는 이 상황,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만 결코 ‘현실’이 아니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제이슨! 언제까지 잠이나 쳐 잘 거야!”
“…….”
“제이슨, 내가 늘 말…꺄아아아아아악!”
“엄마?”
문밖에서 들리는 찢어지는 비명 소리에 그는 화들짝 놀라서 문가를 쳐다 봤다.
잠시 후, 문 아래로 붉은색 액체가 천천히 흘러들어왔다.
“으, 으아악! 아아아아악!”
어머니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제이슨은 머리를 미친 듯이 쥐어뜯었다.
그때 굳게 닫힌 문의 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갔다.
“헉!”
또다시 같은 자세로 침대에서 눈을 뜬 제이슨은 깨달았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그가 이 악몽 같은 세계의 포로가 됐다는 것.
“제이슨! 언제까지 잠이나 쳐 잘 거야!”
밖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
늘 그리워했던 그 목소리가 이제는 두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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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갤러곤을 포식한 덕분에 급한 불은 껐다.
우리 중 부상이 제일 심각했던 26호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고기를 먹었다. 장당 10m에 살짝 못 미치는 날개 2장을 혼자서 먹었을 정도니까.
배를 빵빵하게 채운 녀석은 몸을 부풀린 뒤, 곧바로 잠들었다. 덕분에 휴면 상태에 있던 PS-111을 깨울 정도로 사이킥 파워를 주입할 수 있었다.
깨어난 PS-111에게는 스크리머의 잔해 일부를 넘겼다. 생체조직이면 모를까 금속 부분은 에너지 충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영리한 약자’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소량의 먹이 공급으로도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목에 생긴 관통상은 거의 회복되었고, 사냥의 표상 부작용도 사라졌다.
그렇게 한숨 돌린 우리는 내가 파둔 구덩이 안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나는 잠든 26호와 PS-111을 보고 몸을 조용히 일으켰다.
제이슨을 포식하면서 새로 얻은 특전을 세세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여기서 확인하기에는 소란스러운 작업이 될 것 같으니까.’
제이슨을 인면수로 불러서 물어볼 생각이다. 놈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인면수가 돼도 제법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구덩이를 빠져나와 나무 사이를 거니는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부리가 아직 덜 아문 그리폰, 하늘의 어머니였다.
「특전 확인하러 가는 거지?」
[즈(그래)]
「나도 같이 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하려 했지만, 그녀의 눈을 보고 관뒀다.
낮에는 경황이 없어서 넘어갔지만, 제이슨은 그녀의 원수 중 한 명이다. 뮤리엘을 시켜서 그녀의 가족들을 죽였기 때문이다.
인면수는 원본이 지닌 기억을 일부 계승한다. 최근에 겪은 경험, 원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은 인면수가 되어도 남아 있다.
아마 제이슨의 인면수는 뮤리엘에 대한 사항을 기억하고 있을 거다.
‘하고 싶은 말이 적지 않겠지.’
뮤리엘에 비하면 제이슨은 비교적 자비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가 모르는 수단을 이용해 도주하려던 중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의 원한을 갚기 위해 기생충까지 머리에 집어넣었다. 그런 그녀에게 상황이 그랬으니 잊으라고 말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다른 동료에 대한 정보도 얻어야 해. 그녀가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그걸로 마음이 풀린다면)]
「고마워.」
나는 하늘의 어머니와 함께 구덩이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캄캄한 숲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눈폭풍 소리 때문에 꽤 흉흉한 분위기였지만, 우리 중 이를 무서워할 존재는 없었다.
‘이쯤이면 적당하겠지.’
적당한 터를 잡고 몸을 반쯤 엎드린 나는 인면수 특성을 변환했다. 털에 가려져 있던 인면수 중 하나가 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끈적거리는 액체에 젖은 새 얼굴이 그 자리에서 솟아났다. 마치 방금 태어난 아기처럼 매끄러운 피부를 지닌 그 얼굴은 컬트 제사장, 제이슨의 것이었다.
잠시 후 제이슨이 눈을 번쩍 떴다.
“으, 으아아아악!”
[즈즈(조용)]
내가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하자 제이슨이 입을 다물었다.
인면수는 나의 신체 부위 중 하나. 그의 모든 움직임이 나의 통제 아래에 있다.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질문한 것에 대답해라]
“…….”
정신없이 눈을 까딱이며 대답하는 제이슨. 나는 그에게 발언을 허가했다.
“모, 모든지 말할게! 그, 그러니 제발 그 지옥, 지옥으로는 돌려보내지 말아줘!”
보통 인면수가 되면 신체의 모든 제어권을 뺏겼다고 생각하기에 나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그리고 이유는 불명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잠들어 있기 보다는 인면수로 쓰이는 것을 바라게 된다.
‘그런 것치고는 엄청 순종적인데.’
생전의 건방진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제이슨은 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하늘의 어머니도 어이없어할 정도로.
‘뭐 나랑 상관없는 얘기겠지.’
고분고분하게 군다면 나야 좋을 뿐. 나는 그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놈이 보유한 특전이 무엇인지, 그의 세력, 동료들의 신상 정보 등등.
인면수와 대화한 시간은 한 시간 정도에 불과했지만 얻은 정보량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근래에 이 정도로 양질의 정보를 얻은 적이 없을 정도로.
‘일단 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특전에 대한 부분이다.
제이슨이 보유하고 있던 특전은 총 3개였다. 하나는 그가 이 세계에 오면서 얻은 고유 능력이고, 다른 2개는 플레이어들을 죽여서 강탈한 것들이었다.
‘사이킥 기술 합성, 콜드블러드의 입자 생물 조종 능력, 메탈릭 그렘린의 워프 능력.’
두 번째 능력은 놈의 등에 달려 있던 금빛 형상으로 구현되었고, 세 번째 능력은 놈이 도주할 때 쓰려고 했던 능력이다.
‘…이걸 용케도 이겼네.’
제이슨이 패배한 결정적인 원인은 그가 분수에 맞지 않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자기 힘에 취하는 일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졌을 거다.
‘나도 주의해야겠어.’
함 오르트에게 아드하이를 뺏긴 것도 결국에는 내 부주의 탓이다. 제이슨을 죽인 뒤, 급한 마음에 안이한 판단을 내렸으니까.
지금의 나는 잃을 것이 많다. 나 하나의 목숨만 잘 챙기면 됐던 게임 속 상황과 다르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면 그만이지만 이곳은 아니다. 나는 물론이고, 26호, 아드하이, 하늘의 어머니, PS-111도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부활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나는 절대로 얻을 수 없다. 성체가 된 다음에도 목숨을 걸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특성이니 없는 셈 치는 것이 더 빠를 거다.
‘녀석들을 지키려면 한층 더 조심해야 해.’
나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낮에 확인했던 텍스트박스를 다시 활성화했다.
「포식 효과 발동! ‘제이슨(제이슨 터닝햄)’의 특전 탈취 성공!」
「보유한 ‘우주 박테리아’, ‘환각의 불길’과 융합 가능. 특성을 선택해주시기 바랍니다. 선택 결과는 재료로 사용된 특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추신: 당신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신중히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특성 선택까지 남은 시간: 13:09:30」
「특성 강화 시스템 사용 대상입니다. 시스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이건 제이슨이 가진 두 번째 특전하고 관련되어 있어.’
놈이 쓰던 금빛 형상을 지배하는 능력, 즉 콜드블러드로부터 얻은 입자 생물 통제 능력이다.
나머지 두 특전은 내가 보유한 특성 중 특전 재료로 삼을 것이 없어서 잠긴 상태다. 어떤 특성과 호환이 가능한지는 제이슨도 모른다. 그 부분은 여러 특성을 얻으면서 실험해 봐야 할 것 같다.
‘아마 특전의 성격과 관계되는 특성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전 뮤리엘을 죽이고 얻은 ‘강적의 증표’ 특성, ‘약탈자의 부정형 다면체’는 ‘금속 흡수’를 재료로 썼다. 그 덕분인지 ‘무기’를 먹고 그 무기 고유의 속성을 특성화시키는 능력을 얻었다.
그렇다고 하면 입자 생물 통제 능력 또한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에는 재료로 쓸 수 있는 특성이 두 개야.’
하나는 감염 관련 특성인 ‘우주 박테리아’, 다른 하나는 초능력 관련 특성인 ‘환각의 불길’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특성들이 융합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아예 짐작이 안 가는 것은 아니야.’
특전의 성격을 보면 호응하는 특성들과 아예 무관한 것은 아니다.
먼저 우주 박테리아 부분을 보면 작은 입자를 생산, 관리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제이슨이 말하길 입자 생물 통제 능력은 척수와 뇌 사이에 위치하는 특수 기관을 통해 금빛 입자 생물을 자유롭게 조종하는 것이라 했다. 숙주의 감각에 크게 의존하는 것도 입자 생물들이 특수 기관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팔, 다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보면 된다.
‘아마 우주 박테리아와 융합하면 놈이 쓰던 능력과 비슷한 형태가 되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 부분은 넘어가고.’
다음은 환각의 불길.
환각의 불길은 퍼플스프레이건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 보면 된다. 이름처럼 사이킥 파워로 이루어진 불을 내뿜는 특성이다.
‘화력만 좀 더 강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환각의 불길의 화력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 오죽하면 게임에서 보라색 오줌이라는 별명으로 불릴까.
다만 나중에 강력한 융합 특성의 재료로 쓸 수 있어서 미래를 생각하면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여기서는 초월 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특성을 만드는데 쓸 수도 있다.
잠재성 말고 딱히 유용해 보이지 않는 특성이 강적의 증표 재료로 사용되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이 부분은 원주인과 관련 있는 게 분명해.’
입자 생물 통제 능력의 원주인은 콜드블러드 플레이어였다.
콜드블러드는 설정상 볼텍스원과 잘못된 계약을 하는 바람에 종족 전체가 저당을 잡힌 비운의 종족이다.
그렇다 보니 콜드블러드 플레이어들은 볼텍스원으로부터 기원한 능력을 많이 사용한다. 실제로 플레이어의 선택 여부에 따라 볼텍스원 고유 능력인 ‘심연의 힘’ 특성을 빌려 쓰는 이벤트가 나오기도 하고.
아무튼 이를 기반으로 추측해 보면 초능력 관련 기술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콜드블러드의 고유 설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볼텍스원은 최강의 사이킥 파워 생물이니까.’
제이슨의 말로는 이 특전을 지니고 있던 콜드블러드 플레이어는 볼텍스원 사교단 루트를 탔다고 했다.
즉, 초능력 계열 특성과 융합하면 원주인이 쓰던 볼텍스원 능력과 비슷한 형태로 구현될 수도 있다는 것.
‘다시 정리해 보자.’
우주 박테리아를 재료로 삼아 강적의 증표로 만든다면 제이슨이 사용하던 금빛 형상과 비슷한 특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환각의 불길을 재료로 쓴다면 원주인인 콜드블러드 플레이어가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특성으로 구현화될 거고.
‘…쩝, 그래 봐야 다 추측일 뿐이지만.’
스페이스 서바이벌의 세계는 플레이어들한테 뭐 하나 똑바로 가르쳐 주는 경우가 없다. 뭐든지 다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미룰까?’
아직 13시간이 남았다. 만에 하나 특전을 특성화시켰는데 지뢰 특성이 나온다면 타격이 꽤 클 거다.
몇 분간 고민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지금 고르자.’
13시간 내내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신중하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시도 때도 없이 결정을 미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특성이 나오든 간에 빨리 그 특징을 파악하고 어떻게 써먹을지 연구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일일터.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강적의 증표 재료로 사용할 특성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