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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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나무의 왕은 6개의 눈 중 하나를 떴다.
그의 뿌리가 어떤 생물의 침입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크기는 작지만 무게가 제법 되는 것을 보니 날개 달린 것들이 걸린 것일지 모르겠다.
날개 달린 것들. ‘검고 늙은 왕’의 명령을 받아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오만한 족속들이다.
하지만 붉은 나무의 왕은 놈들이 좋았다. 그것들은 맛이 아주 좋으니까.
그 풍미 넘치는 육즙을 떠올리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흘렸다. 그의 길쭉한 턱을 따라 침 한 방울이 떨어지자 주변에 깔린 고치들이 파르르 떨렸다.
왕은 자기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들이 다른 생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다.
왕을 죽이러 온 생물들도 붉은 물질을 섭취하면 즉시 그의 노예가 되었다. 그들은 왕이 자기 머리를 뜯어먹어도 그저 붉은 물질만 바랄 뿐이었다.
그는 이 능력을 이용해 어느 한 지점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들을 포식하고 이동하는 것을 반복했다. 수백 번의 겨울이 지난 지금, ‘검고 늙은 왕’도 경계할 정도로 그의 힘이 커졌다.
언젠가는 그 건방진 왕도 먹어 치우고 말리라. 그렇게 다짐한 그는 새 노예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 날아온 것은 불쾌한 감각이었다. 그것은 고통과 상실감이었다. 어리고 약했던 시절에나 느꼈던 그 감각이 되살아나며 그를 콕콕 찔렀다.
누군가가 그의 보물창고를 파괴하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왕은 분노했다.
누가 감히 이 붉은 숲의 왕에게 대항한단 말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존재는 ‘검고 늙은 왕’이었다. 자기의 전령을 잡아먹는 그에게 벌을 주기 위해 그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직접 찾아온 것이라고.
하지만 왕은 이내 부정했다. 그가 본 ‘검고 늙은 왕’은 몸집이 매우 거대한 존재다. 그 존재가 이곳에 내려앉는다면 그가 절대로 모를 수 없다.
그 외로 지하에 거주하는 뱀, 하늘의 야수, 산봉우리 위에 사는 괴물들 등 여러 후보가 떠올랐지만 어느 하나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없었다.
아무래도 그의 영토에서 행패를 부리는 침입자는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존재인 것 같다.
아니. 이제 놈의 정체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애써 모아 놓은 먹이들을 엉망으로 만든 침입자는 죽어 마땅하다.
붉은 나무의 왕은 땅속에 깔린 뿌리들에 신호를 보냈다. 침입자를 잡아 이곳으로 끌고 오라고.
그러자 주변에 있던 고치 중 몇 개가 찢어지며 안에 있던 생물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생긴 외모, 종족 모두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몸에 붉은 이끼를 두르고 있는 이들. 모두 그의 충실한 노예들이다.
“크아아아아아!”
“그르르르!”
“켕! 켕켕!”
왕의 명령을 받은 노예들이 목표를 잡아 오기 위해 뛰쳐나갔다.
느긋하게 기다리면 노예들이 저 간악한 침입자를 잡아 올 것이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러나 이번에도 현실은 그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 갔다.
사냥감을 잡기 위해 뛰쳐나간 노예들로부터 감각이 하나둘씩 끊기기 시작한 것이다.
좀 전까지 들려오던 소음이 지금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불길한 정적이 숲 전체에 가득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느끼던 뿌리의 통증. 그것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가시에 찔린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벌레 떼에게 갉아 먹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이제는 먹이 창고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었다. 광범위한 영역에 퍼져 있는 그의 뿌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받는 중이었다.
결국 통증을 견디지 못한 왕은 6개의 눈을 전부 떴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왕은 잘 알고 있다. 그는 자기 뿌리에 감각을 집중한 뒤,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들을 일일이 떼놓았다.
뿌리를 잘라낼 때마다 적지 않은 통증이 느껴졌지만 산 채로 벌레 떼에게 뜯기는 고통보다는 훨씬 나았다.
넓게 퍼진 뿌리를 정리하자 그의 영역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영토를 회복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은 자명한 일. 왕은 더 많은 노예들을 보내서 놈을 붙잡으려고 했다.
신호를 보내려고 하던 그때, 그의 시선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는 그것이 가지 사이로 빛이 스며든 것이라 생각했다. 서로 얽혀서 빛을 차단하는 나뭇가지 중 일부가 부러져서 빛이 들어온 것이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의 정체는 수많은 색으로 빛나는 거품방울. 빛과 색의 거품들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누가 만들어 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어지러울 정도로 흐드러지게 퍼진 거품의 파도가 그에게 밀려올 뿐.
닥쳐오는 거품방울들을 본 그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경각심, 그리고 공포.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감정들이었다.
왕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당장 저 거품들을 해치우라고 노예들을 닦달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노예들이 그를 지키기 위해 튀어나왔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에도 주변에 있는 고치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의 명령이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새 거품들이 그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그는 서둘러 땅에 박힌 하반신을 빼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
거품들이 스멀스멀 기어와서 그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거품이 닿자 그의 단단한 갑각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는 먹이를 직접 사냥하는 일을 즐기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갑각은 매우 단단했고, 날개는 무거운 몸무게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했다.
그러나 거품 앞에서는 모든 것이 소용없었다.
뱀이 먹이를 옥죄는 것처럼 거품이 그를 휘감았다. 그가 아직 나약했던 시절, 지하의 뱀에게 습격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장 악몽 같던 시간이 떠오르자 그는 온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하지만 기억에서 그가 무력하게 당했던 것처럼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거품들은 그의 저항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층 더 강하게 달라붙었다.
무한한 색과 빛의 거품더미 속에서 그는 서서히 질식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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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예상 못 했는데.’
현재 내 앞에는 붉은 숲의 주인, 글래셔 핀드가 있다. 흙에서 나오다가 쓰러진 놈의 몸에는 다양한 색의 거품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모든 게 얼어붙은 이 행성에서 물에 빠져 익사한 것처럼 보이는 놈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중이다.
‘사이킥 브레스만 강력한 줄 알았는데.’
‘심연의 색채’의 적용 대상은 괴물의 촉수, 초능력 반사 장갑, 공포의 주시자, 이렇게 세 가지다.
괴물의 촉수의 경우, 촉수 자체가 아니라 촉수로 쏘는 사이킥 브레스에 강화 효과가 적용되었다.
강화된 사이킥 브레스는 열선을 쏘는 방식에서 구체를 발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구체가 목표와 닿으면 파괴 효과를 발생시키는 색채의 거품이 생성된다. 이 거품은 목표가 사라지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새 목표를 향해 달려든다.
곡물을 전부 먹어 치우는 황충(蝗蟲)처럼 주변에 먹을 것이 없으면 그때 사라졌다. 사라진 자리에는 끈적거리는 거품들만 남았다.
이처럼 사이킥 브레스의 성능은 놈의 먹이 창고를 털면서 얼추 검증했다. 나는 하는 김에 다른 특성도 써먹어보기로 했다.
다음으로 시도해 본 것은 초능력 반사 장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특별한 효과는 발견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초능력 공격을 맞아봐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공포의 주시자. 지성체 한 체에게 두려운 환각을 보여 줘서 미치게 만드는 특성이다.
좀 전에 나는 놈의 노예들로부터 도망치면서 놈들에게 공포의 주시자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이 특성은 지성체에게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발이나 묶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서 사용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다.
‘차원이 달라.’
공포의 주시자를 활성화하자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과 동시에 녹색과 보라색이 혼합된 거품방울 하나가 형성되었다.
기묘한 광채를 내뿜는 거품방울은 유유히 날아가 나를 쫓던 윈터워커의 머리에 달라붙었다. 달라붙자마자 순식간에 불어난 거품방울은 놈의 머리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거품방울을 뒤집어 쓴 놈은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진짜 무서운 일은 그 다음에 발생했다. 목표가 쓰러지자 거품더미가 그대로 폭발한 것이다.
폭발하면서 근처에 있던 다른 노예에게 달라붙은 거품들은 윈터워커 때와 똑같이 그들의 머리를 휘감았다.
물리력과 전염성. 공포의 주시자가 받은 강화 효과는 거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주변에 전염된다.
제한 거리가 짧아졌지만, 위력은 극단적으로 높아졌다. 또한 대상 범위도 지성체로 한정되던 것이 다수의 생물들에게도 적용 가능하게 바뀌었고.
쫓아온 노예들을 정리한 뒤, 나는 바로 글래셔 핀드에게 실험해봤다. 놈에게까지 통한다면 앞으로의 사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해질 테니까.
나는 숲을 뛰어다니면서 공포의 주시자를 연달아 활성화했다. 수많은 거품들이 나무 사이를 통과해 놈에게 날아갔다.
‘이건 장점이네.’
거리가 줄어든 대신 여러 번 발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빠른 이동 속도를 지닌 적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특정 지점에 고정된 적이라면 매우 효과적이다.
결국 영문도 모른채 공포의 주시자에 당한 글래셔 핀드는 자기보다 훨씬 약한 존재 앞에서 쓰러졌다.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글래셔 핀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아이스 호러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다. 심연의 색채가 없었으면 노예들을 지금처럼 쉽게 처리할 수 없었을 거다.
마약에 중독되었다 뿐이지 본래의 능력은 고스란히 지니고 있으니까. 오히려 죽음을 도외시하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므로 더 위험하다.
게다가 붉은 숲에는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생물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아무리 죽여도 끝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본체가 약하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단단하고 각종 공격에 면역력을 지닌 갑각, 그리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날개까지. 육탄전만 한정해서 보면 화이트 갤러곤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나마 육상에서는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도 날개가 있으니 단점이라 보기도 힘들다.
그런 위험한 포식자를 부상 하나 없이 손쉽게 쓰러트린 것이다.
‘일단 죽인 다음 생각하자.’
글래셔 핀드는 정신만 잃었을 뿐, 아직 죽지 않았다. 나는 놈에게 다가 갔다.
사슴벌레를 닮은 머리는 알록달록한 색채의 거품들로 범벅된 상태였다. 6개의 눈을 죄다 까뒤집혀 있었고, 입에서는 피거품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나는 꼬리의 집게발을 휘둘러서 놈의 목을 내리쳤다. 폭음과 함께 놈의 목을 덮고 있는 갑각에 금이 갔다.
몇 차례 더 내리쳐서 갑각을 다 부순 나는 놈의 목을 완전히 으깨버리기 위해 다시 꼬리를 높이 들었다.
‘이걸로 끝…윽?!’
「고통 경감 발동!」
여태까지 느껴본 적 없을 정도로 아주 강렬한 고통이 꼬리 끝에서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빠지는 바람에 나는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뜨, 뜨거워!’
불에 타는 것 같은 고통. 갑자기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크게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그때문에 나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그때 느낀 끔찍한 작열통이 지금 내 몸에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
‘저, 정신을 차려야 해!’
「고통 경감 발동!」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내 앞에 반투명 텍스트박스가 마구 떠올랐다.
나는 이를 악물고 몸에 불이 붙었는지 확인했다.
내 몸 어디에도 활활 타오르는 불길은 보이지 않았다.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와중에도 나는 모든 힘을 다해 보조기관에 집중했다.
턱 아래에 있는 4개의 보조기관이 나를 구하기 위해 고통을 주는 원인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꼬리 끝에 뭔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집게 표면에 여러 색이 뒤섞인 거품이 묻어 있었다.
‘색채!’
나는 즉시 턱을 활짝 벌린 뒤, 꼬리 중간 부분을 콱 깨물었다. 꼬리의 살점들이 마구 떨어져 나갔지만,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거품이 묻은 부위에서 흘러내리는 작열통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다른 부위의 감각이 하나도 안 느껴졌다.
나는 꼬리를 잘근잘근 깨물면서도 집게를 덮은 거품을 확인했다.
거품은 느리지만 계속해서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살짝 튄 것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집게 전체를 집어삼켰다.
‘큭…!’
「고통 경감 발동!」
워낙 고통이 극심해서 턱에 힘이 빠진다. 더 이상 깨물 수 없었던 나는 입을 때고 전투용 팔과 다리를 동원해 꼬리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꼬리에서 섬뜩한 소리가 났다.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졌다. 갑각과 합성비늘은 이미 박살 난 지 오래였다.
거품은 이미 집게를 전부 삼킨 상황. 기괴한 광채를 내뿜는 거품더미가 내 꼬리까지 먹어 치우려 든다.
내 머릿속은 극심한 고통으로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제발!’
마지막으로 전투용 팔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간신히 꼬리를 떼어낼 수 있었다.
꼬리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부위가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꼬리에 붙어 있던 거품들은 특유의 광택을 순식간에 상실했다.
원인이 제거되자 뇌를 짓누르던 작열통이 거짓말이라는 듯 사라졌다. 대신 잘린 부위에서 통증이 올라왔지만 나는 아파할 힘도 없었다.
반쯤 기절한 상태로 엎드려 있는데, 내 앞에 새로운 텍스트박스가 떠올랐다.
「‘준성체’->‘성체’ 진화 조건 중 일부가 충족되었습니다.
에이펙스(APEX) 2/30(미달성)」
글래셔 핀드의 죽음과 함께 놈에게 붙어 있던 거품에서 빛이 사라졌다.
놈도 죽었고 거품도 이전과 달라졌지만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사이킥 브레스가 만든 거품은 목표가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상황이 다르다고 해서 저 거품이 정말로 효과를 상실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
쳐다만 본다고 달라질 것은 없기에 나는 손가락 하나를 뻗어 거품을 쿡 찔렀다.
통증이 시작되면 바로 손가락을 자르려고 했지만, 기다려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죽으면 효과가 상실되는구나.’
아무래도 공포의 주시자로 생성된 거품은 사이킥 브레스와 다르게 생물의 정신에 작용하는 듯했다.
‘맞은 대상이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고통을 불러오는 것일지도.’
거품이 닿자마자 나는 불에 타는 고통을 느꼈다. 글래셔 핀드도, 거품에 당한 노예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조심해서 써야겠어.’
직접 겪어보니 알겠다.
새로 얻은 심연의 색채,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이었다.